대한민국 게임포럼 2019를 공동대표였던 이동섭(미래통합당) 의원, 김세연(미래통합당) 의원 그리고 조승래(더불어민주당) 의원 중 21대 국회에서 다시 볼 수 있는 얼굴은 조 의원이 유일하다. 특히, 게임계 입장에서 20대 국회에서 e스포츠와 게임 정책을 이끈 이 의원의 낙선은 뼈 아프다. 여기에 게임 업계 출신인 김병관(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낙선했다.
게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친(親)게임 인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카나비 사건'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 하태경(미래통합당) 의원과 판호 문제에 관한 1인 시위를 했던 조경태(미래통합당) 의원이 다시 국회에 입성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슈에 관해 행동에 나섰을 뿐, 게임계를 잘 이해하고 있거나 적극적으로 입법 활동에 나선 전문가로 보긴 힘들다.
이번 21대 국회는 시작부터 게임계에 중요한 이슈를 다룰 예정이다. 연내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 중인 게임산업법 개정안과 카나비 사건에서 촉발된 e스포츠 관련 법안 등이 처리될 예정이다. 수년째 막혀있는 중국 판호 문제도 있다. 이번 국회에서 게임계를 대신하여 목소리를 내줄 의원이 누가 있을지 공약과 과거 행적을 위주로 종합했다.
▲ 유세 중인 조승래 의원 (출처: 조승래 의원실)
▲ 왼쪽부터 노웅래 의원, 이원욱 의원
조 의원 외에도 20대 국회에서 게임 관련 의안을 내놨던 의원도 지난 4·15 총선에서 다수 생존했다. 이들이 꾸준히 '게임'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지만, 20대 국회에서 목소리를 낸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게임 전문가'로 나설 확률이 있다.
노웅래(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국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을 발의했다. 노 의원의 법안은 게임사가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 정보를 의무적으로 알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으나, 이 의원은 획득 확률 10% 이하 확률형 아이템 판매 게임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 분류하는 법안을 내놨다.
특히, 노 의원은 게임사 영업정지처분에 관한 법률도 입법하기도 했다. 과거 게임산업법은 어떤 게임이 위법이면 해당 게임사는 모든 게임에 대해 영업정지처분을 받았지만, 이를 해당 게임에 관해서만 처벌할 수 있도록 개정했다.
▲ 왼쪽부터 김경협 의원, 유동수 의원, 이종배 의원
게임 생태계를 파괴하는 주범 '핵 이용자'에 관해 의안을 내놓은 의원도 있다. 지난해 2월, 김경협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핵 프로그램 제작, 배포, 유통한 자에 대한 처벌 강화가 담긴 '핵 이용자 처벌법'을 내놨다. 특히, 해당 의안에는 핵 이용자에게 2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으나, 끝내 입법되지 못했다.
대표 게임 소비 장소인 PC방에 관한 법안을 내놓기도 했다. 유동수(더불어민주당) 의원은 PC방에 밤 10시 이후에도 나이를 속이고 출입한 청소년을 처벌할 수 있는 법안을 제안했다. PC방 업주가 주의 · 감독을 제대로 했다면 처벌을 하지 않는 내용도 담겼다. 또, 이종배(미래통합당) 의원은 게임 사업자에 관한 행정처분을 시정명령부터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현행법상 게임은 도박이 담긴 아케이드게임과 같은 취급이기에 최소한의 행정처분은 '허가취소'다.
# 게임은 新사업의 중심? 공약에 게임 끼얹긴 했지만...
▲ 왼쪽부터 박성중 당선자, 최형두 당선자 그리고 김태호 당선자
표를 받는 가장 매력적인 정책 중 하나는 '일자리'다. 그래서일까? 21대 총선 당선자 공약에 담긴 게임은 새로운 산업 동력 그 자체였다.
박성중(미래통합당) 당선자는 청년 정책의 일환으로 AI와 함께 게임 산업을 중점적으로 지원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박 당선자는 게임을 포함한 서비스 산업 규제를 완화하고, 근로환경 조성 등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을 통해 새로운 관광 인프라 개발에 나선다는 당선자도 있다. 최형두(미래통합당) 당선자는 자신의 지역구인 마산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마산 네버랜드' 건립을 약속했다. 최 당선자는 마산 네버랜드에 관해 "리니지 같은 온라인 게임을 실전처럼 경험하는 게임 테마 파크"라고 설명했다.
지역구에 '젊음'을 담기 위해, e스포츠 증진을 담은 공약도 눈길을 끈다. 김태호(무소속, 산청·함양·거창·합천) 당선자는 지역구에 e스포츠 대회 유치 및 e스포츠 선수촌 설립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자는 e스포츠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며 "천 명 규모의 게임 전용 경기장을 건설하거나, 기존 체육관에 방송 송출 시스템 등을 설치할 것"이라고 공약 이행 방안을 밝혔다. 또 해당 공약을 통해 젊은 세대가 부족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부산시장 재임 시절, 지스타 2014를 찾았던 서병수 당선자. 당시 부산에서 개최된 LCK 서머 결승전도 찾아간 바 있다
이외에도 구체적인 공약을 내세우진 않았지만, 부산광역시장 출신인 서병수(미래통합당) 당선자도 있다. 시장 재임 기간, 지스타와 BIC(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 등을 매번 참가하고 지원하기도 했다. 이번 총선 기간에도 게임 산업을 일자리 창출의 중요한 열쇠로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의원은 모두 지역구를 위한 공약의 일환이라는 한계가 있다. 특히, 공약은 모두 일자리 또는 지역 활성화에 초점에 맞춰져 있어 게임계를 대표한다고 보긴 힘들다.
# 당사자성 앞세운 초선 의원, 게임업계 목소리 국회에 전할까?
게임 전문가가 부족한 21대 국회에서는 오히려 당사자성을 앞세운 초선 의원들이 게임계와 관련된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용기(더불어시민당) 당선자, 최승재(미래한국당) 당선자, 류호정(정의당) 당선자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각자 게임 산업을 이루는 3가지 요소인 이용자, 사업자 그리고 제작자 출신이다.
또, 3명의 당선자 모두 비례대표로 당선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비례대표 의원은 지역구가 없어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법안을 개진한다. 실제로 20대 국회를 비례대표로 입성한 이동섭 의원도 게임 산업과 e스포츠를 위한 많은 정책을 제안했다.
▲ 왼쪽부터 전용기 당선자, 류호정 당선자 그리고 최승재 당선자
먼저, 전용기 당선자는 게임 이용자가 공감할 만한 정책을 약속했다. 비례대표 후보 당시 밝힌 의정계획에 따르면, 전 당선자는 '폭사방지법'을 제안했다. 폭사는 뽑기 요소가 있는 게임에서 원하는 것을 못 뽑는 것을 말한다. 그는 "확률형 아이템은 지속적해서 대두된 문제"며 "과도한 과금을 통해 소비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하지 않겠다"라고 정책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91년생인 전 당선자가 게임 주요 소비층이라는 점 역시 긍정적인 요소다.
'대리게임' 논란이 불거졌던 류호정 당선자는 게임 제작자를 위한 법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류 당선자는 게임회사 재직 시절 IT 노조를 설립하기도 했고, 실제로 준비하는 정책도 노동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노동자 중심의 정책이 게임과 관련된 법이라고 말한 그녀는 인디게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승재 당선자는 'PC방 사장' 출신이다. 최 당선자가 구체적으로 게임과 관련된 정책 방향을 밝히지 않았지만,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을 펼치기로 약속한 만큼 이후에 PC방 산업과 관련된 정책을 발의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