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는 ‘불길한 징조의 사람이나 물건’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닙니다. 이 일만 했다 하면 일이 제대로 안풀리거나,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때 징크스라는 표현을 사용하죠.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한국프로야구에는 ‘비밀번호’를 가진 팀이 존재합니다. 바로 롯데자이언츠의 ‘888577’과 한화이글스의 ‘5886899678’, LG트윈스의 ‘6668587667’입니다. 이 숫자는 해당 팀이 PO에 진출하지 못하는 동안 기록한 순위입니다.
LCK에도 매번 PO 진출 ‘킹우의 수’를 계산하는 팀이 있습니다. 바로 한화생명e스포츠(이하 한화생명)입니다. 그들의 PO 진출 잔혹사는 전신이었던 락스 타이거즈 시절부터 이어졌고, 무려 7시즌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한화생명이 비밀번호를 집필하는 사이 게임과 현실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는 14개의 신규 챔피언이 등장했고 워윅, 갈리오, 우르곳 등의 리메이크도 진행됐습니다. 그 사이 두 번의 월드컵과 한 번의 하계 올림픽이 개최됐습니다.
물론 행복회로가 폭발할 뻔한 시즌도 있었습니다. 정말 ‘한 끗’ 차이로 PO 진출에 실패한 2018년입니다. 그해 한화생명은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5위 팀과 동일한 승패를 올렸지만, ‘단 2세트’ 차이로 PO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특히 스프링 시즌에는 자력으로 PO 진출을 확정지을 수 있었음에도 이해하기 힘든 밴픽으로 자멸하며 기회를 날려버렸죠.
케스파컵은 각 팀이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준비한 것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하지만 이런 의미 외에도, 케스파컵에는 무시무시한 징크스가 있습니다. 바로 ‘준우승’을 차지한 팀에게 따라붙는 ‘콩신의 저주’입니다.
콩신의 저주는 첫 번째 케스파컵부터 시작됐습니다.
‘마검사’ 야스오에 얽힌 과학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야스오는 우리 팀에서는 마검에 지배당해 게임을 던지지만, 상대 팀으로 만나면 캐리 머신으로 돌변하는 대표적인 챔피언입니다. 많은 이들이 야스오와 과학을 섞어 '야이언스'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LCK에도 이와 비슷한 과학이 존재합니다. 바로 전통의 명가 CJ가 겪은 ‘탈 CJ 효과’입니다.
미드 라이너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앰비션’은 2015년 정글로 포지션을 변경합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1년 만에 삼성으로 이적했고, 2017년 T1을 꺾으며 롤드컵 우승을 차지합니다. 비록 지금은 방구석 찬밥 신세지만 말이죠.
유럽 리그를 평정한 '트릭' 역시 탈 CJ 효과를 제대로 받은 선수입니다. CJ에서 7세트 출전에 그친 '트릭'은 2016년 EU LCS의 G2에 합류하면서 기량이 폭발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G2의 4시즌 연속 우승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2016 스프링, 서머 시즌 모두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습니다. 앰비션의 빈자리로 고전했던 CJ 입장에서는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탈 CJ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2016년 CJ는 샤이, 앰비션, 코코 등이 떠난 자리를 메꾸기 위해 ‘비디디’, ‘고스트’, ‘하루’ 등 어린 선수들을 기용합니다. 당시 그들은 포텐 충만한 유망주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끝내 CJ에서는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채 팀을 떠나야 했습니다.
CJ를 떠난 그들의 기량은 만개했습니다. ‘비디디’는 LCK에서 손꼽히는 미드라이너로 성장했고, ‘하루’는 삼성, T1 등 강팀에 입단해 롤드컵 우승에 기여했습니다. ‘고스트’는 샌드박스와 담원 게이밍의 PO 진출을 이끌었습니다. 이 좋은 선수들을 데리고도 끝내 강등권을 탈출하지 못했던 CJ가 새삼 대단해 보이네요.
징크스를 의식하는 것이 또 다른 징크스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징크스로 인해 미리 자신의 한계를 정해두거나,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무한의 대검, 피바라기, 고속 연사포, 폭풍 갈퀴까지 뜬 징크스는 분명 부담스러운 상대입니다. 하지만, 경기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그를 잡아낼 방법을 찾아야 하죠. 강력한 씨씨기나 일점사 또는 세심한 운영 등이 그를 상대할 해법이 될 겁니다.
현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년째 징크스에 시달리며 하위권을 전전하는 팀이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하지만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지 않으면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평범한 꼴찌팀’으로 남을 겁니다. 훗날 누구도 ‘그 팀은 징크스에 시달렸으니 이해한다’라고 위로하지 않을 겁니다.
다음 달 17일, 서머 시즌이 시작됩니다. 한화 생명은 과연 비밀번호를 끊어낼 수 있을까요? 올 시즌은 어떤 선수가 탈 CJ 효과를 누릴까요? 또한, 감독을 바꾼 샌드박스는 ‘콩신의 저주’를 떨쳐낼 수 있을까요?
부디 단단한 준비를 통해 모든 팀이 ‘패시브 터진 징크스’를 박살 내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기를, 그렇게 LCK의 ‘긍정적인 이야깃거리’도 풍성해지기를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