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많은 팀은 ‘원거리 딜러(이하 원딜) 키우기’라는 간단하지만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짜고 조합을 맞춥니다. 간혹 의외의 챔피언이 바텀 포지션으로 출전할 때도 있지만, 주로 캐리 포지션은 원딜이 맡아왔죠.
<리그 오브 레전드> 속 원딜의 역사는 파란만장했습니다. 때로는 다른 라인에 가기도 하고, 미드와 탑이 이겨주길 바라며 타워만 두들기던 때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모두가 원딜’만’ 쳐다보던 시기도 존재했고요.
28일 진행된 원딜 패치를 맞이해,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 캐리라인 ‘원딜’ 변천사를 정리해봤습니다. 원딜 여러분께 가장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메타는 언제였나요? / 디스이즈게임 이형철 기자
본 콘텐츠는 디스이즈게임과 오피지지의 협업으로 제작됐습니다.
EU 메타의 시작은 단순했습니다. 원딜을 키워서 후반 캐리를 노리는 것이 목표였죠. 이에 따라 단단한 탱커가 탑으로 가게 됐고 정글은 바텀 위주로 움직였습니다. 서포터는 원딜을 지키며 CS를 양보하는 한편, 상대 원딜도 견제했습니다. 미드는 상대를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강력한 마법사 챔피언이 각광받았고요.
EU 메타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바로 성장 중인 원딜의 영향력이 너무 적다는 점이었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프로 경기에서는 ‘스왑 메타’가 펼쳐졌습니다. 탑과 바텀 라인 스왑을 통해 타워를 빠르게 철거하여 이득을 보는 전략이었습니다.
시즌5가 끝난 뒤 애쉬, 트리스타나, 트위치, 코그모, 케이틀린 리메이크가 진행됐습니다. 또한 그레이브즈는 새로 생긴 넉백 효과 덕분에 정글로 이동하게 됐죠.
가뜩이나 사거리가 긴 원딜 챔피언이, 스킬까지 버프되자 협곡은 ‘원딜 오브 레전드’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에 따라 랭크게임은 물론 프로 경기에서도 탑-미드-바텀 또는 탑-정글-바텀이 모두 원딜로 채워지는 상황이 자주 등장하게 됩니다.
하지만 원딜 오브 레전드는 연이은 너프와 올라프, 엘리스 등이 ‘떡상’함에 따라 조금씩 저물어갔습니다. 그 와중에 먼저 싸움을 열 수 있는 진, 애쉬가 주목받기도 했지만, 동시에 원딜은 ‘타워 깎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스멀스멀 올라온 시점이기도 했습니다.
원딜을 다시 꽃 피운 건 ‘불타는 향로(이하 향로)’였습니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향로는, 단 한 줄의 패치로 인해 게임 전체를 흔들게 됩니다.
당시 향로는 너무할 정도였다 (출처: 라우드캐스트 유튜브)
지난해 유로 마스터즈 4강전 밴픽. 양 팀의 바텀 챔피언은 신드라와 에코였다 (출처: lolesports 트위치)
향로 시대가 끝난 뒤, 원딜 유저들은 약한 라인전을 버틸 방법을 모색합니다. 그 결과 ‘기민한 발놀림’과 ‘과다 치유’가 주목받기 시작했고, 몇몇 이들은 ‘뼈 방패’와 ‘과잉 성장’까지 선택하며 후반을 향한 버티기에 돌입했죠.
이번 2020시즌은 세나, 아펠리오스 등 새로운 원딜 챔피언이 바텀 라인을 지배했습니다.
특히 세나는 쓰레쉬가 협곡 평화를 지키기 위해 잡아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고, 스킬을 몰라도 QWER만 누르면 폭딜이 나오는 아펠리오스의 위력은 무시무시했습니다. 또한, 강력한 라인전과 궁극기로 무장한 미스 포츈 역시 무난한 선픽 카드라는 평을 들으며 ‘대 뚜벅이 원딜’ 시대를 열었습니다.
이 와중에 많고 많은 마법사들 중 가장 강한 이즈리얼은 건재했
뚜벅이 원딜 시대는 탑 메타의 다양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동기 없는 원딜에게 치명적인 브루저부터 포킹 챔피언, 한타에서 강력한 CC기를 통해 원딜을 묶는 챔피언까지 대세로 떠오른 것입니다. 그중에서도 오른과 세트는 솔로 랭크는 물론 프로 경기에서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죠. 아이러니하게도 뚜벅이 원딜의 상승세가 ‘탑 메타’를 불러온 셈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10년 역사에서 원딜은 항상 ‘좌절’과 함께 성장하는 포지션이었습니다. 조금 익숙해질 만하면 무수한 너프를 당했고, 향로 꿀 좀 즐기나 싶으면 피리 부는 검객과 쌍독니 메두사와 싸워야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딜은 게임을 ‘캐리’해야 하는 포지션입니다. 베이가, 야스오, AP 미스포츈 서포터 등 기상천외한 파트너를 데리고도 묵묵히 견디며 성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원딜 소환사들은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큐를 돌릴 겁니다. 어떤 패치가 됐건, 어떤 메타가 등장했건 간에 그들은 ‘승리’를 위해 협곡으로 달려가겠죠.
그럼 행운을 빕니다, 원딜 소환사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