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출시를 앞둔 <사이버펑크 2077>는 올해 최대 기대작이다. 게임 자체의 화제성만큼이나 개발 상황과 관련된 논란이 크다.
논란은 크게 두 축이다. 하나는 반복된 출시 연기와 이에 대한 선을 넘는 협박, 그리고 다른 하나는 크런치 모드에 대한 비판과 이에 맞서는 반박이다.
그중 크런치 모드는 전세계 거의 모든 게임업계와 떼놓고 얘기할 수 없는 사안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사이버펑크 2077> 개발 크런치 모드 문제를 들여다 보자.
“우리는 한 번도 심한 크런치 모드를 실시한 적 없다. 이번 크런치 연장에는 개발팀도 만족하고 있다.”
자사 ‘크런치 모드’ 관련 우려와 비판에 대한 CDPR 공식 입장이다.
10월 28일 CDPR 공식 홈페이지에는 <사이버펑크 2077> 투자자 회의 녹취록과 속기록이 게재됐다. 기록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발매 연기로 크런치 모드가 연장되는 상황에 우려를 제기했다. 크런치 연장은 CDPR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크런치 모드를 향한 시선은 일반적으로 호의적이지 않다. '워라밸' 침해부터 과로사 사건까지 그간 각종 논란과 문제를 낳았다. 그럼에도 개발일정 막바지 크런치 모드에 돌입하는 게임 회사는 많다. 예상치 못한 문제를 수습하며 출시일정을 맞추려면 피할 수 없는 '필요악'이라고 항변한다.
크런치 모드에 대한 비판이 높은 이유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다.
▲초과근무에 대한 충분치 못한 보상
▲보상이 무의미할 정도의 고강도 노동
▲지나치게 긴 크런치 기간
▲직원 피드백 수용하지 않은 강행
반면 게임 초기 판매량 및 평가가 작품의 장기적 생존과 매출에 직결하기 때문에 크런치를 통해서라도 발매일정과 마감 품질을 사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크런치 모드에 동의하지는 않는다. 다음과 같은 납득할 수 있는 전제를 주장한다.
▲초과근무 수당과 추후 휴식 보장
▲기간과 강도의 적정성
▲성공 인센티브 지급
▲직원 피드백 수용
CDPR의 경우는 어떨까? 아담 키신스키 CDPR 공동 CEO는 자사 크런치 모드 관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CDPR의 크런치 모드는 사실 그렇게 심하지 않으며 이전에도 전혀 그런 적 없다. 언론은 항상 우리의 근무체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주워섬겨왔다. 실제로 일부 직원이 강한 크런치 모드를 실시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이들 이외 다른 직원 대부분은 자신이 맡은 업무를 종료했기 때문에 전혀 크런치 모드 상태에 있지 않다.”
키신스키가 ‘심하지 않다’고 표현한 CDPR의 과거 크런치 모드 강도와 그에 따른 보상은 언론 및 관계자를 통해 세간에 알려졌다.
2020년 9월 블룸버그 제이슨 슈라이어 기자는 스튜디오 책임자 아담 바도우스키가 전체 개발진에게 보낸 이메일을 입수했다며, CDPR이 주 6일 근무 체제를 실행 중이라고 전했다. 2019년 5월 ‘크런치는 절대 없다’던 선언을 번복하는 일이었다. 바도우스키의 이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부터 전체 스튜디오는 ‘오버드라이브’에 들어간다. 주말 이틀 중 하루 동안 평일 근무시간만큼 일하길 바란다. 크런치 모드를 하지 않겠다는 기존 약속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사실을 안다. 크런치 모드를 해답 삼아선 안 된다는 내 과거 생각과 상반되는 일이다. 하지만 상황 해결을 위해 다른 모든 가용수단을 이미 최대한 시도했다.”
메일 내용이 공개되자 바도우스키는 이를 부정하지 않았고, 대신 자기 트위터를 통해 해당 결정에 대한 부가설명을 내놓았다.
“(개발) 팀원 대부분은 이런 강행군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 (중략) 이는 내가 평생 내려 본 결정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은 초과근무량 만큼 보상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2020년 회사 전체 수익의 10%를 근 몇 년 내로 팀에게 나눠줄 것이다.”
키신스키 역시 이번 회의에서 <사이버펑크 2077> 개발 크런치 연장이 QA, 엔지니어, 프로그래머에만 주로 집중되어 있으며, 그 강도가 높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한 “개발팀으로부터 추가 3주 크런치가 결정돼 ‘만족한다’는 피드백을 얻었다. 따라서 크런치 관련 위험요소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두 임원의 발언대로라면 CDPR의 크런치 모드는 대다수 직원들 동의 하에 적정 강도로 실시되며, 보상계획까지 마련된 방식이다. 매체에 보도되는 가혹한 크런치 모드보다 꽤 나은 수준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회의 직후 키신스키 대표는 직원들에게 ‘사과 메일’을 보냈다. CDPR 경영진에게 크런치 모드는 어찌됐건 언급하기 불편한 이슈인 모양이다. 회사 내부의 여론은 퍽 다르리라고 판단한 듯하다. 30일 슈라이어 기자가 입수했다는 키신스키 대표의 메일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는 크런치 모드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해버렸다. 그리고 그 방식은 (사원들에게) 해가 되며, 모욕적인 방식이었다. 내 말은 그저 유감스러운 수준이 아니라 완전하게 나쁜 발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