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문화박물관 건립 기본방향 수립 연구 보고서'(이하 보고서)의 수정본을 공개했다.
보고서는 원래 작년 11월 23일 1차로 공개됐지만, 해당 보고서의 오타, 사실관계 오류, 도표 인식 불가 등의 문제가 지적되며 한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진흥원은 해당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보고서를 정정하겠다고 밝혔고, 그 결과물이 공개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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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이즈게임이 직접 확인한 결과, 새 보고서에는 게임의 이름과 사실관계 오류에 대해서 많은 부분 수정이 이루어졌다. <오버워치>를 '오브워치'로 잘못 쓰지 않았으며, 잘못 삽입된 사진은 바로 교체됐다. 보고서 상당 부분에서 내용의 출처를 알 수 있는 주석 관계가 추가되었다. 사건의 선후 관계에 대한 부분도 대체로 정정된 것을 확인했다.
이전 보고서보다 구체적으로 서술된 부분도 있다. 국내·외 사례 조사를 보다 자세히 추가하면서 유사한 전시 공간의 사례를 비교했다는 점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지난 11월, 진흥원 측은 본지에 "전문가 감수를 통해 오류와 오타를 정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겠다"라고 밝혔고, 어느 정도는 검수와 정정 작업이 이루어진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러나 두 달 남짓한 시간 동안 이루어진 '감수' 과정이 완벽하게 이루어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새 보고서에도 과거 지적했던 도표의 식별 불가능, 사실관계 오류, 단순 오타 문제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사진 1)과 (사진 2)에서 볼 수 있듯 새 보고서에도 식별이 어려운 도표가 남아있다. 지면상 한계라면 후속 연구자나 열람자가 크게 볼 수 있게 링크나 출처를 밝힐 수 있었겠지만, 찾을 수 없다. 일부 도표에는 링크나 출처가 기록되어있어 일관적이지 않다.
아래 (사진 3)에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 2017년 후반 MMORPG가 모바일 매출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중 미소녀 게임 <소녀전선>, <에픽세븐>이 두각을 나타냈다고 서술되어있다. <소녀전선>과 <에픽세븐>은 MMORPG가 아니라 턴제 전략 내지는 수집형 RPG로 구분하는 것이 옳다.
<소녀전선>의 국내 출시는 2017년이지만, <에픽세븐>의 출시는 2018년으로 제시한 '2017년 후반'보다는 늦다. (a) 2017년 후반 MMORPG가 상위권을 차지함 (b) 미소녀 게임 장르가 두각을 드러냄 ― 두 사실 관계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발생한 오류로 추측된다.
-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디아블로 2>의 UI/UX를 참고했다고 볼 수는 있어도 <디아블로> '기반'이라고 볼 수는 없음. 둘은 전혀 다른 게임.
- <아이온>의 출시는 2008년. 2005년 신작발표회에서 '발표'된 이후, 2006년 E3에서 첫 공개.
- 2005년 <서든어택>은 게임하이가 개발, 넷마블에서 서비스되다가 2011년에 넥슨과 퍼블리싱 계약함.
- <로스트아크>는 2019년 12월 정식서비스를 시작했지만, 다른 게임들의 사례와 달리 2018년부터 1년 이상의 OBT를 거쳤기 때문에 별도 기재할 필요가 있음.
정리하면 현 보고서는 옛 보고서보다 오류의 상당부분이 수정되었고 읽을 내용도 많아졌다.
그러나 후속 연구자들이 그대로 믿고 사용했다가는 심각한 오류가 될 지점들이 여전히 발견된다. 가령 <라그나로크 온라인>과 <디아블로>의 상관관계에 대한 입증 없이, 그대로 자료가 쓰인다면 거센 비판을 마주할 수 있다. 보고서에는 <바람의나라: 연> 사진이 <바람의나라> 사진으로 들어간 경우도 있다.
물론 진흥원의 설명대로 이 보고서는 추진을 위한 기본방향을 설정하는 용도다. 후에 다듬고 고쳐 바른 내용을 쓸 수 있다. 그런데 한 차례 수정을 약속했음에도 오류가 버젓이 남아있는 보고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