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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통제는 최소화하면서 리스크는 최대화? '슈퍼셀의 게임 개발 접근법

모든 개발팀에게 의사 결정권을 부여한다

이영록(테스커) 2017-04-26 19:32:49

일반적인 회사는 하향식 지시 방식으로 운영된다. 직원들은 경영진에 업무를 보고하면 경영진이 의사 결정을 한다. 게임을 기획하고 자료를 수집해도 경영진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개발이 진행되지 않는다. 기획자들은 자신의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좌절감을 느낀다. 

 

NDC 강연에 나선 슈퍼셀의 Timur Haussila​는 앞서 언급한 '관료제 조직'의 단점을 꼬집는다. 그는 이 단점이 게임 개발사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주장한다. 개발자들은 결국 유저가 아니라 경영진을 위한 게임을 만들게 되고, 창의적인 기획이 아니라 통과하기 위한 그저그런 기획만을 내놓게 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 게임 개발사는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을까? 셀 단위 개발팀 운영으로 널리 알려진 슈퍼셀의 통제는 최소화하면서 리스크는 최대화하는 '슈퍼셀의 게임 개발 접근법'에 대해 들어봤다.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슈퍼셀의 Timur Haussila 게임 리더

 

 

# 게임 개발사에게 관료주의는 '정체'를 의미한다.

 

전에 다니던 회사는 전통적인 '관료제'였다. 창립자와 경영진이 비전을 가지고 있고, 나머지 직원들이 이들의 지도 하에 뒤따르는 구조였다. 

 

관료제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관리가 중요했다. 직원들은 업무를 보고하는 것, 일정을 맞추는 것 등이 매우 중요했다. 모든 업무 프로세스가 개발 일정을 맞추기 위한 방향으로 진행됐다. 게임 기획에 창의성도 사라졌다. 관료제에서는 100장짜리 문서를 만들고 시장조사를 통해 합리적 근거를 가지고​ 게임과 관련한 결정을 내렸다. 

 

의사 결정권자가 이해할만한 내용을 넣어 납득을 시키기만 하면 됐다. 창의성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창의적인 기획이라면 의사 결정권자가 이해하지 못해고 승인을 안 해주는 현상이 발생했다. 기획안에 레드라이트가 켜지면 게임 개발은 캔슬된다.

 

 전통적 조직, 관료제 

  

열심히 기획한 프로젝트가 경영진의 이해 부족만으로 캔슬되는 것에 개발자와 기획자들은 실망한다. 차츰 개발자와 기획자들은 창의적인 기획이 아니라 게임 개발을 통과시키기 위한, 기획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경영진이 게임의 러프 단계를 보고 게임의 잠재성을 판단한다. 관료제에서는 그런 행위가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의사 결정자는 기획자의 비전을 들어주기보다는 자신들의 생각에 기획자들의 비전을 맞추게 했다. 그러다 보니 파괴현상이 일어났다. 

 

의사 결정자, 경영진이 모든 것을 관리하다 보니 그들이 생각하는 게 무조건 옳은 것이 됐다. 기획자 자신, 그리고 유저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경영진'을 위해 게임을 개발하게 됐다. 게임의 완성도와 질은 낮아졌다. 언제나 흥행하지도 않고, 망하지도 않는 어중간한 수준의 게임이 만들어졌다. 게임 개발사는 '정체'됐다.

 

 그린라이트 프로세스

 

 

# 비관료제, 슈퍼셀은 어떻게 운영될까?

 

차별화된 것을 만들어내려면 공장같이 운영되는 관료제는 효과적이지 않다. 실질 개발팀 외부에 의사 결정자가 있으면 개발자, 기획자의 주인의식이 사라진다. 게임 개발팀 외부에 '주인'이 없어야 게임 개발팀에게 '주인의식'이 생긴다.

 

물론, 각 게임 개발팀 내에 리더는 있다. 이 의사 결정자들은 셀 내에서의 개발자가 담당한다. 게임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결정을 담당하는 만큼, 코더들이 제대로 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잘하고 있는지 의견을 구할 필요가 없다. 

 

다른 누군가에게서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으나 게임을 만드는 것은 프로그래머(코더)와 디자이너다. 그들이 직접 결정해야 한다.

 

프로그래머가 일을 하다가 게임의 특징에 대해 '다시 해라'는 피드백을 하게 되면 결국 다시 일하게 되는 건 결국 프로그래머다. 작업이 캔슬되서 기획으로 돌아가고, 다시 기획 후 작업, 캔슬되서 다시 기획으로 돌아가는 돌아가는 루프가 생긴다. 의사 결정을 프로그래머가 하게 된다면 이 반복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 

  그린라이트 프로세스, 레드라이트가 켜지면 개발은 취소된다.

 

 

# 그럼, 경영진은 노나요?

 

경영진은 직접 게임 개발에 의사 결정권을 행사하진 않아도 필요하고 중요한 존재다. 한마디로 경영진은 직접 의사를 결정하고 행사하는 것이 아닌, 개발진이 의사결정을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경영진은 개발자들이 무엇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하는지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 그리고 개발 작업에 걸림돌이 되는 프로그램 사용, 장비 문제 같은 장애물을 없애주거나 개발을 위한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첫 번째는 '조직 관리'다. 조직이 커지면 예산도 커지고 관리도 힘들어지는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긴다. 조직이 방대해지면 실패 리스크도 커지고, 그러다 보면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조직이 작아 예산이 적으면 게임이 실패해도 계속 꿈을 꿀 수 있다. 또 빠르고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 

 

 슈퍼셀의 '셀 모델'

  

두 번째는 '업무환경 구축'이다. 게임 개발이 잘 진행되기 위해서는 올바른 사내 문화와 업무 환경이 필요하다. 그리고 최상의 팀이 필요하다. 누구던지 '코딩'만, '디자인'만 담당하기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의사 결정할 수 있는 팀원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도 디자인 팀 미팅에 참여하고 디자인에 관여한다. 디자이너도 게임의 개발에 참여한다. 최고의 팀을 위한 문화를 만들고, 업무 환경을 만들면 좋은 게임이 개발된다. 즉 이런 환경을 만들어 주기위해 관리를 경영진이 해야만 한다.

 

 최고의 팀과 좋은 문화가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낸다. 

  

 

# 자율적인 개발사에는 '신뢰'가 필요하다

 

게임 개발팀 내에서의 의사 결정, 그리고 경영진의 업무 환경 구축. 이러한 업무 진행 과정 속에서 구성원 간에 필요한 것은 뭘까? 

 

첫 번째는 '혁신적인 마인드'다. 슈퍼셀이 처음 창립될 당시만 해도 현재의 형태로 운영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며 모든 것은 계속 변화하고 진화한다. 사문화와 회사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형태도 언제 변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변화를 수용하고 함께 발전해나가는 혁신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신뢰'다. 회사를 구성하는 각 팀들은 운영에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등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회사 운영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구성원들은 독립성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슈퍼셀은 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밝힌 것들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며 신뢰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 중이다.

 

 선순환 구조  

 

세 번째는 '책임감'이다. 회사의 운영을 신뢰하고 '독립성'을 갖춘 구성원들은 자신의 업무에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책임감이 있을 때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잘 안 풀리면 즉시 대응에 나선다. 

 

예를 들어 팀 내에서 해결이 안 되면 CEO에 이메일을 보내면 된다. 직책에 상관없이 누구든 문제를 제기하고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책임감'은 누구든지 업무를 진행하기 위해, 업무 진행 과정에서 생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슈퍼셀은 신뢰할 수 있는 개발자에게 독립성을 부여하고, 책임감을 가지게끔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신뢰, 독립성, 책임감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다면 회사를 효율적으로 운영해나갈 수 있다. 

 

 단계별 개발 중 폐기된 게임들

  

 

# 슈퍼셀에서 '실패'는 '학습'이다. 

 

항간에 '슈퍼셀'은 '실패'를 축하하는 개발사라는 말이 떠도는데 그렇지는 않다. 실패는 실패, 축하할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실패는 '학습'이다. 우리는 그 배움의 과정에 대해 칭찬한다. 

 

도전에는 언제나 리스크가 뒤따르고, 도전에서 실패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실패를 두려워해 도전하지 않는다면 배울 수 없는 것도 있다. 그래서 슈퍼셀은 실패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었다. 회사 구성원이 실패하더라도 처벌이나 불이익이 없다고 느끼게 만들었다. 

 

실패가 발생하면 실패한 당사자가 가장 힘들다. 이때 회사 차원에서 실패 이후에도 지원을 계속해준다면 어느 정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다른 업무를 이어나갈 수 있게 된다. 단지, 프로젝트가 사라져도 회사 차원에서 인원을 배정하거나 업무를 시키지는 않는다. 

 

프로젝트가 사라진 인원은 스스로 회사 안에서 다른 프로젝트에 가담하거나, 신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등 업무를 찾아야 한다. ​슈퍼셀에게 실패는 '학습'이기에 고용안정을 보장한다. 

 

 슈퍼셀의 게임은 많은 실패를 딛고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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