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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약이 없는 병, ‘대작병’을 효과적으로 예방하는 법?

정혁진(홀리스79) 2017-04-26 20:48:00

<던전 999> 포스트모템을 시작으로 <카툰999> NDC에 자신의 게임을 강연했던 문틈 지국환 대표가 개발 중인 <던전을 찾아서>로 다시 한 번 NDC 17을 찾았다. 기존 두 개의 게임이 출시 후 사후 분석 개념이었다면, 이번에는 개발 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를 공유하는 자리다

 

지국환 대표는 에피소드 중 개발자들이 한 번씩은 겪는다는 대작병을 겪은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을 비춰서 풀어냈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마스터피스를 만들기 바라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현상들을 표현한 단어. 그는 효율적인 상황 분석으로 대작병을 하나의 훌륭한 성장 과정으로 만들기 바란다고 말했다.

 

동시간대 NDC 17 다른 강연장에서 세가의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를 소재로 한 강연이 시작됐음에도 지국환 대표의 강연장에는 제법 많은 이들이 모여들었고, 강연 내내 많은 공감을 얻었다. 지국환 대표의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문틈 지국환 대표

 

 

# 10%의 비중에서 시작된 <던전을 찾아서>, 그리고 대작병의 시작

 

<던전을 찾아서>는 전작 <던전 999>의 분석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게임은 플레이 패턴 전체 비중에서 90%가 전투에 치중된 모습을 보였다. 스킬 트리나 아이템 구입 등은 10% 정도. 재미있는 것은, 플레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전투임에도, 많은 유저들이 전투를 자동으로 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는 것.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인 10%의 콘텐츠에 많은 재미를 보였다.

 




 

그는 전투를 간단하게 하기 바란다면, 전투를 적절히 낮추고, 반대로 나머지 즐길 것에 대한 비중을 높이는 것이 어떨까?”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찌 보면 대작병의 시작점일수도 있을 그 때. 수 많은 아이디어가 나왔다. 넣고 싶은 것은 많은데, 언제 만들지 막막했다. 다녔던 유니티도 그만두고, 월급도 없는 상태. 생각이 많아졌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걸리면 약도 없다는 대작병에 걸렸다.

 

지국환 대표는 대작병을 본인이 지금 규모로 만들기에는 너무 할 거리가 많은, 현재 역량을 넘어서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현상이라고 표현했다.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오는 것 같단다. 게임을 출시할수록 이런 위험(?)은 더욱 자주 다가온다고 말했다. 흥하거나, 망하거나. 심지어 어정쩡한 반응을 얻었을 때도.

 


 

그렇게... '대작병'은 시작됐다. 

 

 

# 대작병을 극복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

 

지국환 대표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시작부터 할 만한 프로젝트인지 아닌지를 확실히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법을 찾기 위해 갖은 시도를 했다. 먼저, ‘일단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하다가 보면 정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평소 <주사위의 잔영>도 좋아했고, <하스스톤>도 잘나가던 시절이어서 이러한 특징을 착안해서 일단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봤다. 그러나, 개발하는 데만 4개월이 지났다. 게다가 재미도 없었고, 이대로 출시했다가는 주사위의 잔영-하스스톤의 더블 카피캣이라는 어마어마한 안티 양성을 하기에 딱이었다.

 


 

그는 과정을 겪은 결과, 타입 별 예상 개발 기간을 생각해보고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개발하기 바라는 특징들을 나열하고 대략적인 기간을 설정한다. 그리고, 특징 별 핵심만 빠르게 만들어서 조기에 테스트 해보기로 결정한다. 4개월 걸릴 콘셉트를 4주만에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느낌으로. 아니면 빠르게 버리더라도 크게 손해볼 것은 없었다고 말했다. 시간대비 충분한 경험치를 획득한 셈이니까.

 

더불어, 될 만한 프로젝트라면 가장 게임처럼 보이는 것을 찾는게 중요했다. <던전을 찾아서>를 기획하면서 이 점을 중점으로 어떤 것부터 만들어야 할지 중요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동하는 주인공’, ‘간단한 게임배경’, ‘인터랙션을 위한 간단한 UI’를 꼽았다. 지국환 대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효과는 꽤 괜찮았으며, 의욕과 분명한 문제 발견, 다음과정을 명확히 설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국환 대표는 주요 항목을 설정, 큰 틀을 만들어서 고치기 보다는

짧게 핵심 기능만 만들어 프로토타입 단위로 테스트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할 일이 많거나, 이를 위해 전체 과정을 수시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서 일정 관리 툴을 사용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분명 다시 떠올릴 수 있겠지만 대충 읽어도 충분히 기억날 정도로 키워드를 잘 적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대작은 성공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오래 공부하면서 만드는 게임

 

지국환 대표는 스킬, 아이템 등에 들어가는 각종 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셋팅하기 위한 테이블 정리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크게 게임에서 사용할 데이터의 종류에 대한 정의가 포함된 기준테이블과 게임에서 사용할 데이터들의 다양한 값이 들어간 데이터 테이블로 나눴다.

 

처음 각 데이터에 대한 셋팅 시간이 걸리지만, 콘텐츠를 생산하면서 발생되는 대량의 데이터 생산이 편리하고 아이템에 무작위 옵션이 추가되더라도 저장하기가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동일한 기준 능력치를 사용하는 다양한 테이블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던전을 찾아서>에는 총 16개 시트의 테이블이 사용됐다. 

 

다만,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테이블에서 조작 없이 바로 게임 내 데이터로 넘길 수 있도록 연결해야 하며 0을 키값으로 사용하지 않을 것을 강조했다. 모든 것을 테이블화 하기보다는 필요한 부분에 한해서만 적용할 것을 권했다.

 

그밖에, 시간 관리를 위해서는 중요한 것일수록 한 번에 길게 끝내서 수정, 재개발 등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것보다 짧고 강하게, 여러 번에 걸쳐서 만드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사소한 것도 여러 고민으로 시간을 쏟기 보다는 최대한 빠르게 설정해서 소요 시간을 줄이는 것도 좋다고.

 


 

끝으로, 지국환 대표는 긴 개발기간을 버티기 위해 멘탈 관리에 신경 쓸 것을 당부했다. 물론 누구나 쉽지 않은 일. 어차피 단시간에 만들기 힘든 콘텐츠임에도 압박에 눌려 이것저것 넣으려고 하면 결국 이도 저도 아닌 게임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작은 성공이 아니라, 남들보다 조금 오래 공부하면서 만드는 게임인 것 같다, 무리한 크런치 모드는 번아웃을 발생시켜 회복하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해소할 수 있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개발 외 평범한 일상이 적절히 즐거울 때, 개발 역시 더 즐겁게 바뀌는 느낌을 받더라는 말을 남겼다.

 

압박보다는 하나의 큰 성장 발판으로 여길 것. 그리고 천천히 배우면서 익혀 나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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