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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NDC 17] 새로운 발상이 공감의 시작으로, '하츠네 미쿠' 10년

'공감으로부터 태어났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의 하츠네 미쿠' 강연 정리

최영락(가나) 2017-04-27 07:53:06

올해 탄생 10년을 맞이하는 보컬로이드 '하츠네 미쿠'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온라인 동영상, 만화, 게임, 코스프레, 피규어 등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수많은 창작물을 만들어냈다. 2014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가상 캐릭터' 8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츠네 미쿠의 존재감은 NDC 17에서도 빛났다. 하츠네 미쿠가 걸린 강연 제목에, 많은 사람들이 강연장에 몰렸다. 강연에 나선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하츠네 미쿠의 성장 과정과 그 뒤에 숨은 회사의 노력을 소개했다. / 디스이즈게임 최영락 기자


 

크립톤 퓨처 미디어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

 

 

# 포니 테일 vs 트윈 테일! '하츠네 미쿠'의 탄생


​하츠네 미쿠의 탄생은 새로운 '발상'에서 시작됐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하츠네 미쿠를 기존 보컬로이드 대체품이 아닌 새로운 존재로서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하츠네 미쿠가 나오기 전부터 보컬로이드는 있었다. 여기서 보컬로이드(VOCALOID)는 보컬(가수, 노래)과 안드로이드(인조인간)의 합성어로, 음악 제작을 위한 음성 합성 프로그램을 말한다. 2004년에 등장한 보컬로이드 '레온'과 '로라'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레온과 로라의 판매 실적은 부진했다.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타겟 유저에 대한 잘못된 설정'을 레온, 로라의 판매 부진 원인으로 보고, 새로운 보컬로이드를 만들게 된다. '메이코'는 크립톤 퓨처 미디어가 하츠네 미쿠 출시 이전에 만든 보컬로이드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메이코를 기존 보컬로이드 보다 쿨한 디자인(이미지)으로 포장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메이코는 당시 기준으로 3,000개가 팔렸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당시 유사 프로그램이 500개만 팔려도 잘 나가던 시절"이었다 면서 메이코의 성과를 밝혔다. 디자인을 통해 사용자에게 '즐겨볼까'라는 마음이 들게 한 것을 선점 요인으로 봤다.

 

보컬로이드 '레온'과 '로라'


보컬로이드 '메이코'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메이코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츠네 미쿠를 만들게 된다. 사람 대신 안드로이드 캐릭터라는 설정을 넣어, 보컬로이드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목소리를 자연스러운 특징으로 만들었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보컬로이드가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노래를 부를 수 없으니, 아예 특징으로 넣어 만들었다"고 밝혔다. 

 

기존 프로 가수들의 목소리를 녹음에 데이터베이스로 활용한 이전 보컬로이드와 달리, 하츠네 미쿠는 전문 성우의 목소리를 삽입했다. '목소리가 좋은 건 가수'라는 기존 틀에서 벗어나, 귀엽고 재미있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성우를 찾았다. 

 

캐릭터 이미지는 '안드로이드 아이돌 성우'라는 콘셉트로 일러스트를 도입했다. 음악 작업을 쉬는 사람도 디자인을 보고 "다시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회사의 바램이 들어갔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하츠네 미쿠의 처음 헤어스타일은 포니테일이었으나, 사내 논쟁 끝에 지금의 트윈 테일로 결정됐다"면서 당시 캐릭터 제작에 대한 후일담을 남겼다. 

 

하츠네 미쿠의 탄생이 순탄치 만은 않았다.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하츠네 미쿠지만, 당시에는 음성 녹음을 위한 성우 섭외는 물론 이미지를 부탁할 일러스트레이터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말한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당시 목소리 녹음을 위해 섭외 요청을 다녔지만, 성우나 소속사의 거절이 많았다"면서 당시 상황을 언급했다.

 


 


 


 

 

# 창작이 창작을 부른다, '하츠네 미쿠' 성공 비결

 

하츠네 미쿠의 탄생 배경이 새로운 발상이라면, 인기 비결은 '공감'에 있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강연을 통해 "하츠네 미쿠를 말할 때는 공감대가 필수"라고 말했다.

 

발매 초기부터 하츠네 미쿠의 반응은 뜨거웠다. 하츠네 미쿠를 이용한 음악 창작 활동이 유튜브나 니코니코 동화 등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음악을 감상하면서, 하츠네 미쿠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존의 하츠네 미쿠만으로는 뭔가 아쉽고, 한 편으로는 좀 더 발전시킬 수 없을까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많아졌다. 

 

하츠네 미쿠를 접한 사람들을 통해 2차, 3차 창작물이 늘어나고, 음악에 어울리는 그림을 그려주거나 영상을 만드는 일이 생겨났다. 창작이 창작으로 이어지면서 하츠네 미쿠의 영역은 단순 보컬로이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성장한다. 다른 사람들의 창작활동에 감명을 받고, 이러한 공감대가 애니메이션, 게임, 코스프레, 소설 등 창작활동으로 퍼져나갔다. 

 

하츠네 미쿠에 대한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상승했고, 일본인 10명 중 8명이 아는 존재로 성장한다. 하츠네 미쿠를 활용한 음악은 50만 곡, 관련 유튜브 영상은 200만 건을 달성했다. 대만, 중국, 홍콩, 미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각지에서 하츠네 미쿠 콘서트도 열렸다. '레이디가가'와 같은 유명인을 비롯해 각종 게임, 편의점, 교과서, 카드 등 다양한 상품과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하게 된다. 

 






 

 

# 만들 수 있도록 만든다, 회사의 숨은 노력

 

하츠네 미쿠의 성공에는 사람들의 공감대와 창작 활동이 있었지만, 여기에는 크립톤 퓨처 미디어의 노력도 한몫했다.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만들 수 있도록 만든다"라는 사명 아래, 사람들이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그 예로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하츠네 미쿠의 이미지를 크게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개편했다. 또한 개인의 창작물을 게재할 수 있는 공식 웹사이트를 개설했다. 

 

한편, 크립톤 퓨처 미디어는 별도의 납품이나 하청 없이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팀을 만들어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제공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으로서 멀리 돌아가는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자체 실력과 경험을 쌓아가며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는데 도움이 됐다. 

 

이와 관련해 쿠마가이 유스케 매니저는 "기획사가 기획만, 제작사가 제작만 한다면, 우리와 같은 일들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게임도 기획부터 개발까지 모든 과정을 통해 얻은 지식을 비즈니스에 활용한다"면서 "스스로(독립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필요한 기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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