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페이스북은 특이하다. 유저들에게 넥슨 페이스북은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는 곳이 아니라, 개그를 보러 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만우절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된 '게임 캐릭터 출근 사진', 넥슨 안에서 <리그오브레전드>를 하다거 걸린 영상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개그 덕분일까? 넥슨 페이스북은 2013년 5월 팔로워 5,000명으로 시작했으나, 개그로 노선을 바꾼지 3년 만에 그 100배인 50만 팔로워를 기록했다. 과연 넥슨 페이스북은 어떤 고민을 해 이런 변신에 성공했을까? 넥슨 홍보실 홍보기획팀 조금래 PD의 말을 그대로 옮겼다. /디스이즈게임 노창호 기자
넥슨 페이스북을 대표하는 콘텐츠는 만우절 출근길 시리즈다. 게임 캐릭터들이 회사의 출근한다는 거짓말을 주제로 제작했으며, 2015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져 온 콘텐츠다. 캐주얼게임이 많은 넥슨의 귀여운 캐릭터 덕에 많은 분들이 '좋아요'를 눌러준 콘텐츠다. 이 당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자체가 즐거운 일이었고, 유저분들도 좋아해 줄 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제작했다.
처음 촬영할 때 즉흥적인 방법이 많았다. 인형 탈을 쓰면 소리가 잘 안 들려 의사소통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통제가 안 돼서 근처 캐릭터를 잡아 진행하기도 했다. 버섯 인형의 경우에는 크기가 커서 엘리베이터에 낀 장면이 최다 '좋아요'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5년 만우절에는 게임 캐릭터의 출근 콘셉트, 2016년 만우절에는 회사 생활 콘셉트로 매년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2017년 만우절이 다가오자 걱정이 많았다. 담당자가 고민하다가 퇴사하는 콘텐츠를 만들었는데 반전으로 진짜 퇴사하자는 극단적인 의견이 나올 정도로 고민을 많이 했다.
고민하는 중 작년 만우절 콘텐츠의 댓글을 보다가, 넥센과 넥슨의 비슷한 이름 때문에 생긴 에피소드를 가지고 간단한 영상을 제작하기로 했다. 영상 콘텐츠 제작과 관련해서 넥센 타이어 홍보실에 연락을 드렸고, 흔쾌히 도움을 주셔서 덕분에 넥센 타이어 직영점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고 활용할 수 있었다. (영상 링크)
# 약 빤 넥슨 페이스북 영상, 어떻게 나왔을까?
페이스북 운영 아이디어는 유저들의 댓글에서도 많이 얻는다. 콘텐츠 밑에 달린 유저들의 댓글을 보고 그 기발함에 놀랐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댓글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한 영상이 있다. 게임회사에서 게임을 하는 게 정말 궁금한 유저들의 댓글을 보고 이 영상을 제작했다. 그 결과 도달 290만, 노출 500만을 기록했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재밌게 봐주셨다. (영상 링크)
무엇보다 해당 영상을 라이엇 페이지에서 공유해 추가 바이럴을 일으켰다. <리그오브레전드> 게임 유저들도 넥슨 페이스북에 와서 유입되는 결과도 있었다. 서로 윈윈하는 콘텐츠를 제작해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는데 좋은 효과를 일으킨 것 같다.
페이스북 팔로워가 많다 보니, 넥슨 다른 부서에서 인턴십이나 서포터즈 같은 모집 광고를 요청 받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간단한 포스터 형식으로 제작을 많이 하지만, 좀 더 재밌게 표현할 수 없을까 하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아래 이미지는 그런 고민에서 시작된 홍보 영상이다. 철도대학 면접에서 한 응시생이 문을 열고 들어와 칙칙폭폭 하며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넥슨 방식으로 구성해본 영상이다. 반응이 좋아 한 편 더 제작하기도 했다.
이벤트를 할 때도 단순히 현물을 지급하거나, 좋아요를 요청하는 식으로 하긴 싫었다. 유저들이 이벤트에 직접 참여해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래 이미지는 그런 고민에서 나온 '발 로스' 영상이다. 유저가 직접 그림을 그려 댓글로 남겨 달라는 이벤트였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그림을 그려 댓글로 올릴 수 있기 때문에, 유저들이 쉽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반응이 좋아서 <듀랑고> 베타키 증정 이벤트 때 같은 방식으로 제작했었다.
# 재밌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을까
콘텐츠를 만들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은 유머 사이트, 유머 페이스북이다. 화제가 된 영상이나 유머 이미지를 보고 이걸 넥슨 방식으로 바꾸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다음은 그 중 참고해서 제작한 총으로 불 끄기 영상이다. (영상 링크)
두 번째로 회의를 통해 나온 당황스러운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제작된 병맛 영상이다. 이런 병맛 영상들을 보며 '뭐지? 뭐야?' 하는 순간 브랜드 이미지를 지속해서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병맛 콘텐츠를 본 유저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상 링크)
# 넥슨 페이스북 타겟층을 활용한 영상 제작
잠깐 코어 유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다. 넥슨 페이스북 팔로워 중 많은 사람들이 코어 유저다. 친구와 PC방 한 번 안 가본 사람이 없고, 게임 출시를 손꼽아 기다리고, 때론 게임을 냉철하게 비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즉, 게임 자체를 좋아하는 유저들이다.
이들이 정보 콘텐츠를 공유하며, 성공적인 바이럴 마케팅 효과를 냈던 내용을 소개하겠다. 바로 홍보하기 힘든 신작 CBT 신청에 관한 내용이다. (영상 링크) 영상은 게임 방송 형식으로 제작됐다. 유저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포멧인 덕에 일반적인 프로모션 영상보다 가볍고 친숙하다. 아름다운 그래픽과 게임 방송 콘셉트, 병맛 3개 요소가 시너지를 이뤄 12,239명의 유저가 CBT 신청 링크로 유입됐다. 제작비 0원으로 매우 뛰어난 효율을 보인 셈이다.
아래 그래프는 유저들이 CBT 신청 페이지를 클릭한 수, 그리고 이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 클릭한 유저 1명에게 사용된 광고비다.
이 그래프에서 주목할 부분은 페이스북이다. 다른 플랫폼들에 비해 효율이 월등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CPC(실제 유저들이 광고에 유입된 횟수를 금액으로 계산한 수치)도 다른 플랫폼에 비해 낮다. 노출도 잘 되는 데 광고에 쓰이는 비용 또한 낮다는 것이다. 앞서 보여준 것처럼 잘만든(?) 영상과 결합되면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 콘텐츠 제작에 중요한 부분은 유저들의 필요성 파악과 웃음
지금까지 콘텐츠 중심으로 내용을 살펴봤다. 조금 더 먼저 페이스북을 경험한 사람으로써 말하고 싶은 건, 내가 관리하는 페이지를 팔로우하는 사람들이 어떤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인지, 혹은 어떤 공감대를 공유하는 사람들인지를 파악해 이용자 지향형 콘텐츠를 구성하는 게 좋다.
또한 가벼운 웃음이 가장 좋은 콘텐츠다. 페이스북은 블로그나 매체 기사들처럼 구체적으로 심층적인 이야기를 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가벼운 채널이다. 이런 가벼움은 쉽고 편하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또 받아들여진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또는 잠깐의 쉬는 시간에 진지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글도 짧고 강렬하게, 영상도 30초에서 1분 정도로 짧게 하는 것이 좋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주목하는 것들, 재밌었던 것들을 생각한다면 좀 더 수월하게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