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NDC 2017에서 처음으로 개인의 일러스트전이 진행됐다. 바로 <테일즈위버>,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등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넥슨의 이근우 아트디렉터다.
뛰어난 아트로 이름을 알린 그는 '도트'를 통해 처음 게임업계에 흥미를 붙였다. 그러던 중 일러스트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가 높아지자 자연스럽게 '일러스트', '컨셉아트'까지 손을 뻗치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다양한 방면을 소화할 수 있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아티스트로 탄생한 것이다.
여러 프로젝트의 아트를 담당한 만큼, 다양한 아트 스타일을 보유한 이근우 아트디렉터. 과연 그는 어떤 방식으로 수많은 아트 스타일과 아이디어를 창출한 걸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김지현 기자
TIG> 첫 NDC 기획전이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되나?
이근우 아트디렉터: 올해 초, 2017 NDC 준비 초기 때부터 준비했다. 아티스트 기획전에 대한 이야기는 NDC 기획 회의에서 처음 나왔다. 아무래도 넥슨에서 오랜 기간 일하다보니 주변에서 많이 추천을 받았고, 결과적으로 첫 NDC 기획전을 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된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욕심도 있었다.
TIG> 원화 아티스트가 생소한 유저들도 분명있다. 원화 아티스트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원화 아티스트란 말 그대로 게임 원화를 그리는 역할을 한다. 원화는 아무것도 세팅되어 있지 않은 프로젝트의 초기 단계에서 팀원들에게 시각적인 비전을 설정해 줄 수 있다. 최근 게임의 장르가 다양하게 늘어나면서 회사나 팀마다 원화 아티스트들의 역할은 조금씩 다를 수는 있다.
2D 게임의 경우 원화가의 그림이 실제로 쓰이는 경우가 많지만, 3D 게임의 경우 모델링에 참고를 할 수 있는 원화를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설계도를 그려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TIG> 프로젝트마다 원화 스타일을 바꿔 진행한다고 들었다. 굉장히 다양한 색깔의 원화를 볼 수 있는데 어떻게 준비하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의도적으로 바꾸려고 한 것은 아니다. 보통 프로젝트를 이동할 때마다 한창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대부분이여서 어쩔 수 없이 프로젝트에 맞출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스타일을 최대한 연구해, 그에 맞는 적합한 스타일로 그릴 수 있도록 발전시켰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 과정이 제임 힘들었던 것 같다.
TIG> 프로젝트 컨셉에 맞춰 그린다고 해도, 본인의 개성을 넣게 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아무래도 기존에 그려왔던 습관이 있기 때문에 원화마다 아티스트의 스타일은 조금씩 드러날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젝트를 진행할 경우에는 완급 조절이 필요하다. 내 욕심을 위해 내 색을 들어낼 것인가. 아니면 프로젝트를 위해 맞출 것인가에 대한 조절이 필요한 것이다.
완급 조절에 대한 부분도 프로젝트마다 다르게 적용된다. 자유롭게 아티스트의 색을 표현하는 것을 허용하는 프로젝트가 있는 반면, 절대 허용하지 않는 프로젝트들도 많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다.
TIG> 컨셉 초기 단계에서 영감은 어떻게 얻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캐릭터 컨셉의 경우, 팀원들과 회의를 정말 많이 한다. 캐릭터의 성격은 어떤지, 어떤 무기를 쓰는지 등 기획자, 디자이너와 함께 그림을 그려가며 캐릭터를 만들어 나간다. 혼자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서로가 지향하는 캐릭터 스타일을 좁혀가며 만드는 것이다.
캐릭터의 설정 방향이 러프하게 정해지면, 그 후에는 캐릭터 원화에 도움이 되는 여러가지 자료를 서칭해서 모은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정리해 사용할 수 있는 자료들만 모아 나의 방식으로 필터링하는 과정을 거친다. 캐릭터의 형태가 구체화 되면 그때부터는 원화가의 역량에 따라 살을 붙인다. 캐릭터의 헤어 컬러부터 체형, 방어구 등 형태를 잡아가는 작업을 한다.
TIG>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하는 습관이나 행동이 있나?
이근우 아트디렉터: 주로 예전에 즐겨봤던 영화들을 순차적으로 본다. 그러다보면 직접적으로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기 보다는 '저런 것들을 그리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액션 영화를 좋아한다. <분노의 질주>시리즈나 '견자단'이 나오는 홍콩 무술 영화를 좋아한다.
TIG> 실제로 영화를 보고 영감을 받았던 작업물이 있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마비노기 영웅전>의 '린'의 경우 영화를 보고 많은 영감을 받았다. '린'은 중국 시장을 겨냥할 수 있도록 설정된 컨셉의 캐릭터다. 그래서 그 당시 '견자단'이 나오는 중국 무협 영화를 자주 봤고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TIG> 원화를 게임에 반영하면 괴리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원화가로써의 느낌은 어떤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최대한 모델링 작업자와 피드백을 많이한다. 원화가로써는 당연히 원화와 유사한 형태로 모델링이 완성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이야기다. 그래서 최종적으로 모델링이 만들어졌을 때, 내가 원하는 느낌을 모델링 스크린샷에 위에 그림으로 리터칭을 한다. 최대한 그 과정을 반복해서 원화 느낌에 가깝게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마비노기 영웅전>의 '벨라', '린'의 작업이 가장 만족스럽다. 특히 린의 경우, 실제 원화와의 괴리감이 가장 적지 않았나 생각한다.
TIG> 디렉터 혹은 다른 팀원과 협업을 할 때, 어떤 부서와 가장 충돌이 많이 일어나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3D 게임의 경우, 모델러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한다. 이런 것에 '엇갈리다'거나 '부딪친다'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합하다.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서마다 원하는 부분이 다르고, 게임에 적용이 됐을 때, 원화가가 원하는 부분이 모두 충족되는 일은 당연히 힘든 일이다.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하나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TIG> 원화 아티스트로서 오랜 기간 일해왔다. 일하면서 힘들었던 부분과 즐거웠던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아무래도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 가장 힘들다. 어쩔 수 없이 팀의 사정으로 프로젝트가 드랍되는 경우가 특히 그렇다.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내 작업물들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을 때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혹은 외부에서 내 그림을 보고 좋아해줄 때가 제일 기쁘지 않았나 생각한다.
TIG> 넥슨이 추구하는 아트에 대한 가치관은 무엇인가?
이근우 아트디렉터: 항상 외부에서도 하는 이야기지만 전반적으로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캐릭터 컨셉과 일러스트, 원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런 가치관 덕분에 아티스트들이 좀 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TIG> 앞으로의 아트 트랜드는 어떻게 될 것 같나?
이근우 아트디렉터: 아트의 '경계'가 허물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에는 북미풍, 동양풍과 같이 아트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있었고, 그런 것들이 트렌드로 자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의 아티스트들은 국적에 상관없이 글로벌한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그림을 공유하고 있다. 아트에 대한 경계를 조금씩 지워가고 있는 단계에 다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