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이 좋아하는 동요 영상을 만든 회사에서 수집형 모바일게임을 낸다. 얼핏 보면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 게임은 출시 6개월 동안 누적 매출 2천만 달러를 달성하며 성과를 거뒀다. 스마트스터디의 <몬스터슈퍼리그>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몬스터슈퍼리그>의 세계적인 성공 뒤에는 어떤 고민이 있었을까? 스마트스터디 윤성국 부사장에게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꿈과 희망을 넣어도 될까요?" 개발자의 선택
스마트스터디 윤성국 부사장은 넥슨에서 <마비노기> 기획으로 개발자 경력을 시작했고, 이후 NHN의 <Z9별>, <그랑에이지> PM을 거쳐 스마트스터디의 <몬스터슈퍼리그> 디렉터이자 부사장으로 자리잡았다. 어떤 게임이 론칭하기까지, 개발자부터 경영자는 어떤 고민과 선택을 했을까?
먼저 윤 부사장은 글로벌 원빌드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했다. 글로벌 원빌드란 게임을 서비스하는 모든 국가가 단일 게임 버전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개발은 물론 운영까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기에 개발사에게는 다소 부담이 갈 수 있는 사양이다.
윤 부사장은 "대학의 전공 선택 과정 정도로 생각하면 좋다." 라고 정리했다. 팀의 기초를 다지려는 과정이라면 꼭 글로벌 원빌드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어느 정도 지식과 경험을 쌓는다면 도전해볼 만한 과제이며, 성공 가능성도 높아진다.
팀의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장르 역시 중요한 고민거리다. 장르에 따라 소비자와 시장이 달라지고, 팀이 얻게 될 경험과 노하우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때문에 게임의 장르를 선택할 때는 그것이 팀의 주력으로 삼을만 한지, 팀이 그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
2D 그래픽과 3D 그래픽 중 무엇이 좋은지 물어보는 고민도 많았다. <몬스터슈퍼리그>는 본래 2D로 기획했다. 2D에 특화한 인재가 많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 보니 26개월 뒤 게임을 론칭할 때에도 2D 그래픽이 경쟁력 있을지, 해외 유저에게도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해외 유저의 경우 특정 장르를 제외하면 2D 게임을 '종이인형 게임'이라고 낮춰부르는 경향이 있다. 몰입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그래서 <몬스터슈퍼리그>는 몰입감을 살리고 다양한 시점으로 바꿀 수 있는 3D를 선택했다. 팀이 소화할 수 있는 장르와 목표 유저층에 따라 2D를 할지, 3D를 할지 결정하라는 것이 윤 부사장의 조언이다.
같은 이유로 유니티와 언리얼엔진 사이의 고민도 목표 유저층이 선호하는 그래픽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또 팀의 능력을 고려해 개발 기간이 길어질 것 같으면 익숙한 툴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기술과 목표 유저층 외에도, 개발 기간 동안 시장의 트렌드가 변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고려 요소다. <몬스터슈퍼리그>가 처음 개발을 시작할 때는 뽑기를 중심으로 한 랜덤형 캐릭터 수집 게임이 트렌드였다. 그러나 개발이 완료될 2년 뒤에도 유저들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능동적으로 몬스터를 '포획'하는 콘텐츠를 추가했어요. 세부 장르를 탐색한 거죠. 지금 개발 중인 게임이 몇 년 뒤에도 인기가 있을지 방향을 탐구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디렉터의 책무에요."
평소 만들고 싶었던 화려한 그래픽이나 복잡한 시스템 등, 이른바 "개발자의 로망, 꿈과 희망을 넣어도 될까요" 라는 질문도 있었다. 윤 부사장의 대답은 단호하다. "안돼요." 글로벌 유저가 타겟이라면 처음부터 게임을 구동할 기기의 사양을 감안해 기획해야 한다.
한국을 제외한 타 국가의 스마트폰 교체 주기는 길다. 글로벌 단위로 보면 아직도 많은 나라가 저사양 기기를 사용하며, 점유율도 높다. <몬스터슈퍼리그>는 램 512MB 기기에서 구동되는 걸 목표로 했다. 론칭 후 유저들의 평균 기기 사양을 살펴보고 램 1GB 구동으로 변경하기도 했지만, 글로벌 유저 타겟이라면 저사양 기기에 맞춰 개발해야 한다.
퍼블리셔에 대해서는 복잡한 답변을 내놓았다. 처음 모바일게임을 내놓는 거라면 퍼블리셔는 필요하다. 퍼블리셔는 (적어도 개발사보단) 많은 게임의 성공, 실패 경험을 가지고 있고, 이것은 초보 개발사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다만 개발사와 퍼블리셔는 생각이 다르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저희 퍼블리셔 분이 저기 와 계셔서 길게 말할 수는 없지만... 마찰 큽니다. 있을 수 있는 마찰입니다. 다만 서로 목표로 하는 지향점은 비슷해요. 성과를 내고 싶다. 그걸 사업이나 개발적 관점에서 다르게 해석하는 거죠. 서로의 주장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싸우는 겁니다. 그러니 역으로 대답하고 싶어요. 제작자더라도 마케팅, 사업 지식을 쌓아야 합니다. 그러면 양쪽을 잘 고려해서 좋은 길을 선택할 수 있어요."
# "스토리 꼭 만들어야 해요?" 기획자의 선택
매출을 신경쓰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윤 부사장은 '나이가 들면 숫자가 따라오듯, (게임이 좋다면) 매출도 그런 것'으로 봤다. 지표를 올리기 위해 특별히 한 것은 없지만 론칭 6개월 뒤에는 수치가 크게 향상됐다. 자연스럽게 매출이 따라오는 기획은 어떤 선택에서 온 걸까?
기획이라고 해도 시스템, 밸런스 등 여러 세부 분류가 있다. 그렇다면 '스토리', '세계관'은 어떨까? 기획자가 데이터와 프리젠테이션으로 일한다면 디자이너는 스토리와 세계관이라는 도구가 필요하다. 개발 기간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신규 지역과 몬스터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기반 스토리와 세계관이 있으면 훨씬 빨리 작업할 수 있다.
그렇다고 MMORPG처럼 다양한 퀘스트를 만들라는 의미는 아니다. 윤 부사장은 "동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관점에서 볼 때, 모바일게임을 전혀 해보지 않아 게임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유저가 많기 때문이다. 퀘스트를 단순히 늘리기보다는, 어떤 행동으로 보상을 얻는지 유저에게 기억시키고 수행하도록 동선을 잘 짜는 것이 중요하다.
퀘스트와 연관된 '보상' 역시 중요한 고민거리다. 퀘스트 보상을 받은 유저는, 지난 퀘스트는 잊고 더 많은 보상을 원한다. 보상 후에도 기억되는 퀘스트와 보상이 가장 최선의 가치다.
논란이 많은 자동전투에 대해서는 한 가지만 하면 된다. 제어 장치다.
"작년에도 로봇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게임 쪽에서는 수년 전 검증된 사건입니다. 작업장으로 인해 재화가 인플레이션되고, 부실한 제어장치 때문에 빈부격차, 신구(新舊) 유저 격차가 벌어집니다. 신규 이용자가 없으면 결국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한국 게임은 특히 자동전투 탑재 비율이 높고, 최소 70%의 유저가 자동전투 기능을 이용한다. 현재로서는 자동전투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결국 개발사가 할 수 있는 것은 빈부, 신구 격차가 급속히 벌어지지 않도록 제어 장치를 마련하는데 신경써야 한다.
게임 입장권이나 에너지 등으로 표현되는 플레이 시간에 대한 고민도 풀었다. 에너지가 몇 분에 얼마씩 충전하게 할 것인가, 플레이 시간이 어느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윤 부사장은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을 컨트롤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글로벌 원빌드에서는 특이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아시아 유저는 에너지를 많이 사고, 아메리카 유저는 에너지와 골드를 같이 삽니다. 플레이 시간도 큰 차이가 나요. 아시아는 2시간에서 24시간, 유럽이나 아메리카는 2~6시간이 나옵니다."
이런 차이는 각자가 생각하는 시간의 가치에서 온다. 이는 게임보다 상위에 있는 개개인의 가치관이기 때문에, 게임이 플레이 시간까지 컨트롤하려 하면 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것이 윤 부사장의 생각.
클랜이나 길드 시스템 탑재 여부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말고 꼭 론칭 스펙에서 탑재하세요."라고 권했다. 만드는데는 2~3개월이 걸려서 많은 개발자가 꺼려하지만, 길드는 유저들이 게임을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윤 부사장은 <몬스터슈퍼리그> 론칭 스펙에 길드 시스템을 넣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고 덧붙였다.
채팅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길드처럼 눈에 띄게 리텐션 수치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지만, 타 게임에서 실험해본 결과 투입 전과 후 유저들의 플레이 시간이 30% 이상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많은 게임이 플레이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채팅 역시 투입을 고려해볼 만한 요소 중 하나. 또 활발한 채팅은 신규 유저가 게임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글로벌 원빌드라면 여러 언어를 지원해야 하는데, 번역을 누가 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도 있었다. 외국어가 가능한 기획자가 팀이 있으면 그 사람이 하는게 낫다는 것이 윤 부사장의 생각이다. 한국에서는 괜찮은 단어 같은데, 다른 나라에서는 이상한 단어처럼 보이는 것이 있다. 단순히 용어를 바꾸지 않고, 원래의 느낌을 유지하도록 하려면 기획자가 관여해야 한다.
"<몬스터슈퍼리그>는 게임 속 몬스터를 '스타몬'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영어권에서 이 단어는 이상한 말이라는 거에요. 단어를 바꿔달라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고민 끝에 '아스트로몬'이라고 바꿨어요. <몬스터슈퍼리그>는 프로의식이 높은 담당자를 만나서 운이 좋았어요. 덕분에 유럽에서도 스토리가 좋은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국가별 콘텐츠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튜토리얼은 너무 잘못 만들지 않는 한 통과율 차이가 거의 없다. 국가간 대항전 콘텐츠는 있어야 한다. 경쟁 콘텐츠라기보다는 한 국가나 길드의 결속력을 다지는 콘텐츠기 때문이다.
국가별 경제 시스템도 별도로 손볼 필요는 없다. 대신 독특한 유저 패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전반적으로 아시아 유저들이 아메리카 유저보다 골드를 2~3배 저축하고, 또 골드 수급율을 늘려달라는 건의를 많이 한다. 이는 국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지는 소비 패턴의 차이에서 온다.
다만 수익 모델은 달라야 한다. 소비 패턴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시아권은 소비에 있어 실패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있으며, 아메리카는 합리적인 소비가 트렌드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성향의 차이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해 수익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권 유저는 합리적인 소비를 하지만, 또 이벤트성 소비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몬스터슈퍼리그>는 1~3월 동안 축제 분위기를 만들고 '영웅 페스티벌'을 진행해 좋은 성과를 얻었다.
"약간 서글픈 현실인데요. 소비 실패에 대해 한국 이용자들이 특히나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어요. 가성비 이런 것도 그런 맥락입니다. 예전엔 게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분이 많았는데 현재는 보상 중심이에요. 패키지 상품도 보상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입니다. 사회가 게임계에 미치는 영향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그런 관점에서 개발자, 기획자도 인문학 소양이 필요합니다. 원류가 어디인지 찾아야 흐름을 읽고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준비한 기획이 성공할지 검증도 독특한 방법으로 진행했다. 경쟁 게임 카페에 가서 객관적으로 글을 잘 쓰는 유저와 접촉한다. 정중한 쪽지를 보내 FGT에 참여해 달라는 부탁을 남기는 것. <몬스터슈퍼리그>는 이렇게 두 번 테스트를 진행했다. 참여 인원은 16명에 불과했지만 많은 인사이트를 얻어 지금의 위치에 오게 됐다.
# 프로젝트의 실패는 누구의 책임인가? 경영자로서의 선택
마지막으로 윤 부사장은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설명했다.
먼저 게임이 글로벌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인재가 필요하다. 윤 부사장 본인은 고고학을 전공한 게임 개발자이며, <몬스터슈퍼리그>에는 법학과 출신 기획자, 2차 창작 만화가 출신 스토리작가 등 다양한 경력을 지닌 사람이 있다. 채용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지만, 그만큼 다양한 인재를 모아 팀업을 하면 효과가 있다는 것이 윤 부사장의 지론이다.
"안타까운 이력서를 많이 봐요. 팀이 없어졌다. 급여가 연체됐다... 비일비재한 일입니다. 최근에도 크런치가 이슈였죠. 프로젝트 실패의 책임을 개인이 지기엔 커리어 손실이 너무 큽니다. 실패로 배우는 것도 있다고들 하지만, IT 산업은 변화가 무척 빠르기 때문에 실패로는 아주 작은 것밖에 배울 수 없어요. 이 부분을 고려하면 회사가 책임지는 형태가 맞을 것 같습니다."
경영진이 해야 하는 가장 큰 역할은 벤처 정신을 불어넣는 것이다. 손해는 직원 대신 책임져야 하고, 개발팀이 낭중지추처럼 능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몬스터슈퍼리그> 팀은 기획이나 팀 운영 측면에서 일반과 다른 선택을 많이 했습니다. 이 선택들이 글로벌에서 성과를 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정신은 차기 프로젝트에서도 그대로 이어받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