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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3인 3색! 전세계 학자들, '게임과몰입'에 대해 말하다

‘게임과몰입을 바로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 주요 강연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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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현(다미롱) 2017-11-03 10:11:35

게임 과몰입, 혹은 일각에선 게임 중독이라 불리는 그것. 이것은 한 때 한국 게임계와 정치권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 중 하나였고, 지금도 심심하면 수면 위로 논쟁이 불거져 나오는 이슈다. 논쟁에 참여하는 이들은 서로 저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상대의 이야기는 한 귀로 흘러 보낸다. 때문에 이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양측의 의견이 평행선만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산업계나 정치권이 아닌, 이런 일을 직접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이 게임 과몰입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11월 2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알아보는 행사가 열렸다. 전세계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이 참석한 국제 심포지엄이 그 주인공이다. 행사는 ‘게임문화재단’이 주관했음에도 게임과몰입에 대한 디양한 의견이 가감 없이 나온(심지어 게임중독이란 용어도 나올 정도로) 순수 토론 행사에 가까웠다. 

 

과연 전세계 학자들은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게임과몰입을 바로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에서 나온 이야기를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심포지엄에 나온 연사들이 모두 동의한 것은 2가지였다. 하나는 게임과몰입이라는 현상은 존재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게임과몰입을 연구하는 의학계의 연구 기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이었다.

 

다만 게임과몰입을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 5판​(DSM-5)이나 ​국제질병분류 제 11차 개정판(ICD-11)에 포함하는 것이 맞냐는 것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보였다. 어떤 학자들은 게임과몰입 증상이 실존하고 그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편람에 포함해 의학계에 경고하고 연구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어떤 학자들은 게임과몰입은 물론, 그 원인에 대한 기준조차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몰입이 편람에 포함되면 평범한 유저들도 '병자'로 취급될 것이라며 이를 비판했다.

 

 

# DSM-5에 게임과몰입이 포함된 것은 커다란 진보

 

“DSM-5에 인터넷 게임과몰입이 포함된 것은 커다란 진보다.” 

 

미국 멤피스대학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레디스 긴리’는 DSM-5에 따른 게임 과몰입 개념’ 발표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존과 달리 도박 중독이나 게임 과몰입 등 비물질 중독까지 인지하고, 중독에 대한 사고 방식을 바꾼 것 자체가 놀라운 결과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게임과몰입은 정말 DSM-5에 들어갈만한 증상일까? 이에 대해 긴리 박사는 먼저 DSM-5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게임과몰입과 흡사한 증상을 보여주는 다른 중독 현상을 이유로 들었다.

 

미국 멤피스대학교 임상심리학 박사인 ‘메레디스 긴리’​

 

먼저 2012년 나온 DSM-5는 기존 DSM-4까지의 증상 추가 방법과 달리, 임상적인 합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증거’가 있어야 해당 증상을 정신질환으로 추가하도록 바뀌었다. 이를 위해 도박이나 게임 등이 포함된 ‘물질 장애’ 관련 파트에서는 정신 병리 전문가들이 제출된 증거들을 보고 판단했고, 이후 인터넷에서 다른 전세계 연구자들에게 추가 의견을 받았다. 

 

긴리 박사는 이런 DSM-5의 제작 과정을 설명하며, 이런 강화된 기준을 통해 새로 추가된 게임과몰입 또한 DSM-5에 추가될 만한 충분한 증거가 모인 증상이자 정신 질환이라고 주장했다. 참고로 게임과몰입 외에 DSM-5에 추가된 다른 비물질 중독으론 도박, 성, 쇼핑, 일, 운동, 인터넷 등이 있다.

 

긴리 박사는 여기에 추가로 게임과몰입은 기존에 DSM에 질환으로 분류한 증상 중 하나인 ‘병적인 도박’과 흡사한 증상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도박의 경우, 이미 물질 사용 장애처럼 전두엽 기능 장애와 유전학적 연관성 등을 보인 바 있다. 

 

또한 긴리 박사는 게임과몰입에 대한 증상 자체는 2012년 이전부터 꾸준히 사례와 연구, 치료 등이 있어 DSM-5에 추가되기 충분하다고 밝혔다. 이미 게임과몰입은 충분히 사회적으로 목격됐고 연구됐다는 얘기다. 긴리 박사는 이러한 게임과몰입의 사례 중 일부로 몇몇 아시아 국가에서 일어난 일을 들었다.

 

 

물론 DSM-5의 기준이 완벽한 것은 아니다. 긴리 박사는 DSM-5 속 게임과몰입에 대한 기준이 일관되지 않아 ‘유병률’ (해당 집단에서 특정 상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정도) 등 게임과몰입의 현황을 알아내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때로는 매우 흔하고 가벼운 이슈임에도, DSM-5 기준으론 문제로 측정돼 게임과몰입의 유병률을 늘린다는 비판이다. 

 

긴리 박사는 이외에도 정신의학계가 다문화/다연령 비교 평가, 게임과몰입과 다른 물질 장애와의 동반 장애 요소 검증, 유전학적인 검증, 보다 근본적인 역학 조사 등을 통해 게임과몰입에 대한 보다 정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게임과몰입이 DSM-5에 포함된 것은 커다란 진보다. 다만 현재 DSM-5의 평가 기준은 일관성이 부족하다. 의학계는 앞으로 게임과몰입을 일관성있게 평가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게임과몰입은 정말 게임이 문제라 발생할까?

 

“’정말’ 게임이 문제라 게임과몰입이 나온 것인가? 게임과몰입이 DSM-5와 ICD-11에 추가된 것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유저들을 병자로 몰아갈 뿐이다.”

 

룩셈부르크대학 임상심리학과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 ‘요엘 빌리외’는 ICD-11에서 다루고 있는 게임과몰입 진단기준의 쟁점’ 발표에서, 의학계가 게임과몰입을 DSM-5와 ICD-11에 수록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룩셈부르크대학 임상심리학과​ 요엘 빌리외 교수

 

그가 문제시 한 것은 게임과몰입이 정말 ‘게임’이 나빠 발상한 문제냐는 점이었다. ICD-11을 보면 게임과몰임에 대해 ‘게임에 대한 행동 제어 장애. 게임이 다른 관심사나 일상 활동을 지배할 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아지거나, 이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가 반복되더라도 게임을 계속하는 것. 그리고 이런 증상이 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빌리외 교수는 이를 한 사설의 문구를 빌려 비판했다. “한 우울증 환자가 계속 침대에 누워 있다. 그는 우울증 때문에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아니면 침대에 중독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인가?” 그는 DSM-5에 게임과몰입이 추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을 때 여러 IT, 심리학 관련 학자들이 이를 비판하는 이런 글을 신문과 학술지에 실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빌리외 교수는 DSM-5가 게임과몰입을 평가하는 기준이 물질중독 기준을 그대로 옮겼다며, DSM-5의 기준 자체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를 이야기하며 “DSM-5에 포함된 일 중독, 댄스 중독 등 상당수가 실제로 치료가 요구되는 사례란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이런 현상을 DSM-5에 실어 우울증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걸 저해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빌리외 교수는 오히려 게임과몰입이 DSM-5에 추가된 것이 일반적인 게이머들을 병자로 몰 것이라고 우려했다. 당장 DSM-5도 어디부터 게임과몰입이고 어디부터 게임을 열심히 하는 것인지 명확한 기준이 없는데, 일반인들이 막연히 ‘게임과몰입은 정신질환이야’라고 생각하면 그저 게임을 열심히 하는 유저도 환자로 인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는 이를 이야기하며 “게임과몰입이건, 게임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건 모든 원인이 게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걸 단순히 중독으로 간주하면, 치료(?)할 때 진짜 원인,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과몰입 증상은 실존하나,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인터넷 게임 과몰입은 실제로 존재하고, DSM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경험적 증거가 충분하다”

 

심리학자이자 국제게임연구회 이사이기도 한 ‘마크 그리피스’는 ‘DSM-5,와 ICD-11의 게임과몰입 이슈’ 발표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게임과몰입에 대한 연구 사례는 1980년대부터 있었으며, 이렇게 쌓여온 사례는 게임과몰입의 증명은 물론, 이것이 DSM-5 등의 편람에 포함된 것에 충분한 근거가 된다는 의견이다.

 

마크 이사가 단순히 연구사례의 수만 가지로 말한 것은 아니다. 그는 그동안 연구 사례를 종합한 결과, ‘게임중독’ 증상이 의학적인 연속된 단계에 따라 발전하고, 디른 중독처럼 선행 사건과 위험 요소를 통해 중독으로 발전한다고 강조했다. 게임과몰입은 신경생물학적으로도 다른 물질 중독과 유사한 뇌영상과 신경적응 상태를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국제게임연구회 마크 그리피스​ 이사

 

마크 이사는 무엇보다 게임과몰입이 다른 중독자들과 같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요소는 ▲ 현저성(일종의 집착) ▲ 감정 변화 ▲ 내성(이용량 증가) ▲ 금단 현상 ▲ 갈등 ▲ 재발 6개 요소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게임에 과몰입한 사람은 ▲ 게임에 몰두 집착하고 (현저성) ▲ 인터넷 게임이 중단됐을 때 격한 반응을 보이며 (금단) ▲ 게임 플레이 타임을 점점 늘리고 싶어하고 (내성) ▲ 인터넷 게임 플레이를 통제하려고 노력하나 실패한다. (재발) 또한 ▲ 인터넷 게임을 과도하게 하는 것이 문제 있음을 인지함에도 이에 대해 감춘다 (갈등)

 

물론 게임과몰입은 사람 체내에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 중독이 아니기 때문에, 6개 조건이 100% 맞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크 이사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갈등 부분이다. 과몰입에 빠진 대상은 그것이 자신의 상태를 나쁘게 함을 인지함에도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 이것은 대상의 사회적 관계는 물론 건강, 가능성까지 모두 망가트리는 중독의 주요 요인이다”라며, 과몰입이 일반적인 중독 요소를 만족시키며, 사람들은 과몰입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마크 이사가 게임과몰입의 DSM-5, ICD-11 포함을 100% 지지한 것은 아니다. 마크 이사도 긴리 박사처럼 DSM-5나 ICD-11이 게임과몰입을 평가하는 기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마크 이사가 가장 문제시한 것은 게임과몰입의 원인에 대한 부분이었다. 그는 사람들이 게임과몰입에 빠지는 것은 게임이 마약처럼 자체적인 중독성을 가진 것이 아니라 대상의 환경적, 성격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며, 게임과몰입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학계가 게임과몰입을 연구할 때 단순히 과몰입이라는 현상만 보지 않고, 대상의 성격이나 그를 둘러싼 문화적, 환경적 요인을 다각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의학계에 이외에도 게임과몰입을 분류할 때 인터넷 게임과 오프라인 게임을 분리하지 않을 것, 과몰입 상태가 된 시간이 아니라 과몰입의 강도로 대상을 판단할 것, 과몰입은 문화적 영향을 강하게 받기 때문에 다국가∙다문화적인 연구 토대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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