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는 15일, NC AI 미디어 토크 행사를 열고 지난 7년간 엔씨소프트가 진행해 온 AI 연구에 대한 성과를 발표했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AI랩을 AI센터로 격상하고 본격적인 ‘종합 AI 그룹’으로 발돋움 할 것을 공표한 바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지난 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비트를 이용해 디지털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는 데이터를 AI가 활용하고 스스로 배워가는 시대,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AI가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가 왔다. 엔씨소프트는 그런 시대로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7년간 베일에 싸여 있던 엔씨소프트의 AI 연구 청사진, 과연 어떤 모습일까? /디스이즈게임 반세이 기자
# 엔씨소프트의 시각으로 바라본 AI
엔씨소프트가 바라보는 AI는 ‘문제 해결 도구’다. 사람처럼 행동하는 ‘강 인공지능’보다는 단위 기능을 지능적으로 수행하는 ‘약 인공지능’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엔씨소프트가 AI를 통해 다루고자 하는 것은 ‘어떻게 풀어야 하는 지 알 수 없는 문제’다. 따라서 문제 해결은 정답을 구하는게 아니라 ‘근사치를 구하는 것’이며, 도구가 개선되면 정답에 점점 더 가까워진다. 딥러닝의 경우 최근 다른 기술에 비해 정답에 더 가까운 근사치를 제공하는 좋은 도구기 때문에 각광받고 있다.
사람은 문제에 닥치면 우선 상황을 인지하고 이해하려 한다. 이후 그동안 닦은 지식과 경험을 통해 판단하거나 의사결정을 한다. 그 다음이 계획과 행동이다. 각각의 영역에 모두 AI를 접합할 수 있다.
기존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목표는 명령한 일을 빠르게 수행하는 것이었다. 또한 기존의 AI는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특징을 추출하고 학습했다. 엔씨소프트가 추구하는 ‘새로운 AI’는 말단의 데이터로부터 시작한다. 이 AI는 많은 데이터를 우선 경험하고 학습한다. 특징을 추출하지도 않는다. 많은 양의 데이터 수용, 학습에 따른 결과, 그에 따른 피드백. 새로운 AI는 해결의 실마리가 없는 어려운 일을 해결할 수 있게 한다. 대표적으로 바둑을 들 수 있다.
새로운 AI, 즉 ‘학습하는 AI’가 각광받은 것에는 이유가 있다. 우선 많은 계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빅데이터 기술과 딥러닝 알고리즘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기도 했다. 여기에 연이은 성공사례가 더해지고 텐서플로우 등 편리한 툴킷이 개발됐으며 오픈소스 라이브러리와 활발한 지식 공유를 통해 접근성이 낮아졌다. 개발자가 새로운 AI에 대해 알고 싶은 경우 알 수 있는 루트가 많아졌다.
엔씨소프트 이재준 AI 센터장은 “AI 기술을 통해 기존보다 더 나은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가치를 경험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의 방법보다 더 나은 효율을 보여주거나 향상된 성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예컨데 차량 네비게이션의 경우 과거 가장 빠른 루트만을 보여줬지만 이제는 시간에 따라 정체되는 구간도 함께 보여준다. 로봇청소기는 스스로 먼지가 있는 곳을 찾고, 자율 주행차는 스스로 운전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가치를 찾거나 경험하는 것이 가능하다.
# 1명이 100명이 되기까지. AI 센터가 걸어온 길
엔씨소프트는 게임회사인 만큼 게임 분야를 중시하나, AI 연구 분야가 게임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IT 분야 전체에서 혁신을 이루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AI 센터의 포부다. 그야말로 ‘종합 AI 그룹’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AI 센터는 100여 명 규모의 김택진 대표 직속 조직으로, 전사적인 지원을 받으며 운영되고 있다.
2011년, 이재준 센터장의 합류로 처음 조직이 꾸려지고 2014년 방향성이 잡히기까지 AI 센터가 추구해 왔던 가치는 몇 가지로 일축할 수 있다. 많이 공부할 것, 혁신적이고 도전적으로 실험할 것, 마치 대학원 연구실처럼 깊이있는 연구를 하는 전문 조직이 될 것.
그간 AI 센터를 외부에 드러낼 수 없었던 이유도 이와 통한다. 공표하면 약속하는 게 된다는 것. 약속하면 도전하기가 어렵다는 것. 단기적으로는 인재를 영입하고 AI에 대한 기반 기술을 확보하는 것, 중장기적으로는 기술 기반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그 분야의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 엔씨소프트 AI 센터의 목표다.
# 총 5개 주요 분야를 연구하는 AI센터
엔씨소프트 AI 센터가 연구하는 분야는 게임(Game), 스피치(Speech), 비전(Vision), 랭귀지(Language), 놀로지(Knowledge) AI다. 이재준 AI 센터장은 “좋은 문제를 만들었을 때 좋은 성과가 나온다. 현업에서 좋은 문제를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모든 분야에서 사내 현업 부서와의 긴밀한 협업을 강조했다.
우선 게임 파트에서는 ▲게임 플레잉 AI ▲게임 기획 지원 AI ▲아트 제작 지원 AI ▲플레이 편의성 향상 이라는 네 가지 분야를 중점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중 AI 센터는 ‘기획과 아트 지원’에 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는 “AI가 단순한 일을 도맡아줌으로써 사람은 좀 더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일에 몰두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이재준 센터장은 말했다.
엔씨소프트 AI 센터의 대표적 성과로 꼽히는 <블레이드앤소울> 비무 시스템 개선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현재 비무 AI의 경우 이동, 타겟팅, 전략적 판단, 궁극기, 탈출기 등에 ‘규칙’이 적용돼 있지만 이를 탈피해 ‘새로운 AI’를 적용한 ‘비무 2.0’ 도입이 계획돼 있다. 비무 2.0은 심층 강화학습을 사용했고, 사용자의 전투 로그를 활용해 훨씬 더 사람같은 플레이를 펼친다. 기존의 규칙은 제거하고 기계 학습만으로 제작됐다.
# 게임사가 제공하는 ‘제대로 된 게임 음성 기술’, 스피치 AI
스피치 AI는 음성 인식과 음성 합성 분야로 나뉜다. 엔씨소프트는 게임에 최적화 된 음성 인식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AI를 연구 중이다. 보통 게임 용어를 구글 음성 인식에 입력하면 잘 인식하지 못한다. 유저들이 사용하는 게임 용어가 워낙 다양하고 변칙적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게임에서의 음성 인식은 게임사가 만들어서 제공해야 더 좋은 게임 경험을 줄 수 있다는 것이 AI 센터의 입장이다. 스피치 AI 연구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조만간 <리니지M>의 공식 메신저 ‘리니지M 톡’에 음성 인식 기능이 제공될 예정이다. 이미 개발이 완료됐고, 출시 시기를 조정중이다.
음성 합성은 이미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도전하고 있는 분야다. 기존의 음성 합성 기술은 샘플 기반으로 감정없는 낭독체가 거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엔씨소프트는 대화체, 그 중에서도 한국어에 특화된 음성 합성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 아티스트의 보다 나은 업무 효율을 위해, 비전 AI
비전 AI 분야에서는 이미지 인식과 생성 파트가 연구되고 있다. 이미지 인식은 이미지나 영상 내에서 특정 정보를 인식하고 찾아내는 기술이며, 이미지 생성은 그런 특정 정보를 담은 영상을 생성하는 기술이다. 인식과 생성이 잘 되는 이미지가 있고 잘 되지 않는 이미지가 있는데, AI 센터는 잘 안 되는 이미지까지 잘 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텍스쳐가 거친 괴물 이미지 같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미지 인식과 생성 기술은 게임 아트 개발에 도움 주는 것은 물론, 게임 이외 영역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이재준 센터장은 말했다.
#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사람다울 것인가? 엔씨소프트 NLP 센터
NLP 센터에서는 Language와 Knowledge AI를 연구한다. 어떻게, 무엇을 담아서 말할 지 연구하는 조직으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소통하는 기술’, 즉 커뮤니케이션 AI를 연구한다.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사람과 같이 지식을 습득하는 기반 기술에 해당한다.
기반 기술이 쌓이면 그것을 토대로 여러가지 기술을 구현할 수 있다. 아마존의 AI 디바이스 ‘알렉사’처럼 AI 디바이스에 탑재된 대화 기술을 향상시키거나, 로봇이 기사를 쓰는 로봇 저널리즘, 콘텐츠 큐레이션, 스토리 생성까지 언어와 지식으로 이루어지는 제반 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엔씨소프트는 우선 ‘야구’를 통해 새롭게 도전한다. 엔씨소프트가 오는 7월 정식 출시하는 야구 콘텐츠 서비스 ‘PAIGE’는 AI 기반의 콘텐츠 자동 생성 서비스로 요약된 야구 뉴스 전달, 구단과 선수 이야기, 실시간 경기 하이라이트 기능 등을 제공한다. 장정선 NLP 센터장은 “두터운 팬층이 존재하며 수많은 경기 데이터가 있는 ‘야구’라는 스포츠와 AI가 만났을 때 개인에게 최적화 된 콘텐츠와 놀잇감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PAIGE의 탄생 배경을 밝혔다.
# 질의응답
디스이즈게임: 비무 2.0은 강화학습이 아니라 비지도 학습인가? 사용자 전투 로그를 쓴다고 했는데 여기서 사용자는 누구를 뜻하나?
이재준: 실제 비무에서 플레이어들이 남기는 로그를 뜻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위치로 이동했고 같은 데이터다. 이것을 통해 일단 선행 학습 과정을 거친다. 이전에는 규칙에 기반하다보니 비인간적인 행동이 나왔다. “AI는 쉬지도 않고 계속 공격하네” 같은 거다. 이번 비무 2.0은 딥러닝을 통해 제작됐다. 사용자 로그를 기반으로 학습했다보니 보다 인간적인 플레이가 가능하며, 규칙이 없기 때문에 패턴화 되지도 않는다.
AI가 게임 개발에 도입되면 효율 면에서 어느 정도 나아질거라 보나?
이재준: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을거다”라는 말이 많은데, 전적으로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AI는 ‘단순한 작업을 도와준다’는 개념에 좀 더 가깝다. AI가 단순한 일을 도맡아주면 사람은 보다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면 좋은 작업물들이 빠른 속도로 나올 수 있을 것이다. 정량적으로 판단이 가능한 부분은 아니다.
AI 스피커와 같은 하드웨어 서비스도 고려중인가?
장정선: 우리는 사람이 명령하면 이해하고 수행하는 AI와 개인화 된 퍼스널라이즈 AI 이상을 목표로 한다. 그래서 AI 스피커과 같은 디바이스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AI 스피커가 전 가정에 다 있다고 가정하면 단순히 명령어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무슨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두 센터장 모두 SK텔레콤 출신이고 윤송이 사장과 연결고리가 있다. 윤송이 사장은 AI 센터에서 어떤 역할을 했나?
이재준: 최초 AI TF를 꾸리라고 내게 미션을 준 게 윤송이 사장이다. 윤송이 사장은 엔씨 웨스트 발령으로 미국에 가기 전까지 우리 팀의 매니저였다. 최초 연구 방향을 잡을 때 많은 역할을 했고, 지원 역시 많이 해 줬다. 미국 발령 이후에도 수시로 진행되는 상황을 공유하고, 토론한다. AI 연구에 김택진 대표와 윤송이 사장의 노력이 컸다.
<리니지>의 경우 오토에 민감하다. AI가 도입된다면 오토를 빨리 잡을 수 있을까?
이재준: 오토 적발에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오토로 의심되는 계정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부분은 ‘증명’이다. 오토를 찾는 것보다 오토를 증명하고 밝히는 것이 기술 외적으로 까다로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