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노기>, <마비노기 듀얼> 등을 만든 이은석 디렉터가 수장으로 있는 '왓 스튜디오'는 넥슨 내에서도 창의적이고, 높은 자유도를 주는 조직으로 유명하다. '회찜찜', '딸기구이', '치즈케이크 국' 등 <야생의 땅: 듀랑고> 속 괴식(?)을 생각해보면 이 조직의 자유로운 업무 문화가 어디까지인지 잘 짐작이 되지 않을 정도다. 왓 스튜디오는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하는 걸까?
올해로 왓 스튜디오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황은빛 웹 프로그래머가 NDC 2018을 찾아 '왓 스튜디오의 웹 프로그래머란?'이라는 주제로 그동안 자신이 겪은 왓 스튜디오의 업무 문화와 경험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디스이즈게임이 그의 강연을 1인칭 시점으로 옮겼다. / 디스이즈게임 오민규 기자
황은빛 왓 스튜디오 웹 프로그래머
# 무슨 일을 하면 될까요?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나는 넥슨에 입사 전 작은 웹 에이전시에서 웹 프로그래머 경력을 시작했다. 그때 당시는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웹 브라우저가 많아지고 다양해지는 시기였다. 구글을 비롯한 웹 개발자들이 최신 결과물을 올려 공유하는 '크롬 익스페리먼트'를 자주 구경했다. 그곳에서 개발자들은 웹 브라우저에서 파도 시뮬레이션을 구현하거나, 게임을 올리기도 했다. 그런 것을 보면서 막연하게 재밌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웹 프로그래머는 보통 공채나 스튜디오 팀 단위로 채용한다. 나는 넥슨에 공채로 지원했는데 스튜디오에서 바로 연락이 와서 일하게 된 특이한 경우다. 당시, 넥슨은 모바일 게임을 만들던 시기였기 때문에 나는 주로 사전 예약 페이지와 같은 모바일 게임 랜딩사이트를 만들었다. 또, 팀 내에서 게임을 활용한 웹 서비스 프로토타입을 만들기도 했다. 그런데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이 주 업무가 되면서 하는 일이 이전 회사와 비슷해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
구체적인 답변을 원했던 황은빛 프로그래머에게 돌아온 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이었다
그러던 중, 팀에서 운영툴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어떤 기능이 필요한지, 어떤 기술을 사용하면 좋을지, 구체적으로 질문했지만 "운영툴에 로망을 펼쳐라"는 답이 돌아왔다. 운영툴이 필요하긴 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이었다. 잠시 당황했지만, 나는 지금까지 하고 싶지만 못했던 일들을 하기 시작했다.
프론트엔드 어플리케이션인 'Angular JS'는 이전 프로젝트에서 써봤기 때문에 새로운 툴을 사용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UI를 구성하는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 'React'와 프로그레시브 자바스크립트 프레임워크 'Vue.js'를 사용해보기로 했다. 또, 'Redux'라는 개념이 궁금해 'React'와 'Redux'를 조합해 사용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Webpack'으로 운영툴을 빌드해서 정적 배포 버전을 만들기도 하고, 'eslint'로 자바스크립트 문법을 자동으로 교정하는 법을 배우는 등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구체화시켜 실현하는 것은 모두의 일이다
왓 스튜디오가 개발한 <야생의 땅: 듀랑고>에는 게임 내 '표지판' 기능이 있다. 유저가 직접 표지판에 그림을 그리거나, 메시지를 적어넣을 수 있다. 나는 게임 속 예쁜 표지판을 보면서 이것들을 웹으로 모아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게임 데이터를 웹으로 출력해 그림 목록 페이지를 만들었다. 작업을 지켜보던 다른 팀원이 문득 "도트 느낌을 살리도록 CSS 기능을 사용해 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조언했다. 또 다른 팀원은 APNG를 사용해서 동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어떻겠냐, 고 제안했다. 내가 몰랐던 부분이었지만, 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목록에 이런 기능을 추가할 수 있었다.
황은빛 웹 프로그래머가 몰랐던 사실을 다른 팀원들이 알려주며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다
그다음, 구글 맵 API를 사용한 경험이 있었던 나는 커스터마이징된 지도를 그려서 팀원에게 보여줬다. 게임 아이콘으로 건물을 표시하자는 의견, 건물을 클릭했을 때 건물정보와 위치를 알고 싶다는 의견 등 팀원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이 아이디어들은 모두 최종 지도 기능에 들어갔다.
기획을 토대로 시안을 만들고, 그것을 바탕으로 프론트엔드를 만든 뒤 서버에 올려 서비스를 하는 것이 기존의 업무 방식이다.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왓 스튜디오의 업무 방식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지만,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구체화시켜 실현하는 것은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왓 스튜디오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구체화시켜 실현시키는 일은 모두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 분야에 상관없이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개발자다
왓 스튜디오는 팀 내 전문가들에게 직접 배우고, 분야에 상관없이 참여하는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 업무 영역이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예를 들어, 웹 프로그래머는 운영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가 사용하는 운영툴을 만들기 때문에 게임 기술을 전반적으로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를 통해, 나는 모든 분야가 서로 동떨어진 영역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올해로 왓 스튜디오에 들어온 지 3년이 됐다. 그동안 나는 운영툴을 제작하면서 기존 업무를 파악하고, 해보고 싶은 일을 탐색해보면서 다른 팀원들과 협업하며,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다시 내 분야에 적용할 수 있었다. 몰랐던 것을 배우고, 알게 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업무를 넘나들면서 생각의 범위가 많이 넓어졌다.
황은빛 웹 프로그래머가 3년 동안 왓 스튜디오에서 얻은 깨달음은 게임 개발과 관련된 일을 한다면 게임 기술을 전반적으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
"프로그래머나 기획자나 모델러나 분야와 스킬에 상관없이 나와 내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개발자다." 넥슨 첫 출근날, 데브캣 스튜디오의 김동건 디렉터가 해준 말인데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다. 게임 개발은 전문 분야가 있지만 서로 배우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실현시키는 게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나는 웹 개발자로 들어왔는데 현재 서버 프로그래밍도 같이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다른 팀원의 일을 궁금해하고, 도와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하고 '오지랖' 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업무에도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다.
김동건 디렉터가 첫 출근날 해줬던 말을 황은빛 웹 프로그래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