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애명월도>는 2015년 텐센트 오로라 스튜디오가 개발한 MMORPG로, 국내에서도 지난 1월부터 넥슨을 통해 서비스를 시작했다. 무협이라는 소재임에도 많은 콘텐츠가 있고 팬층도 다양한데,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 걸까? NDC 18에서 공개된 <천애명월도 포스트모템>을 통해 텐센트의 개발 조직 관리와 유저 전략을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이제 그만 놓아줘! 그 아이디어의 HP는 이미 0라고!
텐센트 브루스 팡 글로벌 개발 책임자
텐센트 오로라 스튜디오의 <천애명월도>는 무협에 기반한 스토리와 전투 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는 콘텐츠, 고품질의 그래픽 등 많은 공이 들어간 PC MMORPG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개발하면서 2.5D의 쿼터뷰에서 TPS 등 여러 장르로 바뀐 적도 있고, 현재는 오픈월드로 정착했다. 이 과정에서 개발 툴의 개발과 새로운 시스템도 수없이 들어갔다.
5년이 길다면 길 수도 있지만 <천애명월도>의 현재 콘텐츠 볼륨을 생각하면 짧을 수도 있다. 특히 오로라 스튜디오는 대규모 게임을 작업한 경험이 없다. MMORPG 경험이 없는 팀이 어떻게 이 복잡한 게임 개발 과정을 관리할 수 있었을까?
스튜디오는 날씨 효과 기술 개발, 서버 개발 등 다양한 개발 목표를 프로젝트로 쪼개고 각 프로젝트의 진척도를 4단계로 쪼개 관리했다.
먼저 첫 번째는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프로토타입 개발 단계로, 개발 팀을 구축하고 여러 프로토타입을 개발해 실제 적용시 어떤 개발 방법이 필요한지, 어느 툴이 효율적인지 측정했다. 이 단계에서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하면 다른 아이디어를 작업했다. 이 단계를 통과하면 시스템화를 통해 실제 게임에 적용할 때 어떤 모습일지 측정하고 전면적인 개발 단계로 들어갔다.
얼핏 팀을 해치고 다른 아이디어로 처음부터 작업하는 등 낭비가 많아보이지만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이 세 가지 있었다. 먼저 각기 다른 업무를 담당하는 '미션 관리자'를 지정하고 작은 팀이 이를 관리하도록 해 각 미션에 주인의식을 갖도록 하는 오너 메카니즘이다. 각 팀의 오너는 그 미션을 담당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선정됐다.
또다른 동력은 크로스오버가 가능한 개발팀 구성이었다. 브루스 팡 책임자는 이걸 설명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못 하는 사람은 그래픽과 기획도 마찬가지고, 좋은 개발자가 될 수 없다"는 중국 게임 개발자들의 풍문을 소개했다.
"다른 분야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은 훌륭한 개발자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이런 환경 덕분에 전문분야를 넘나드는 크로스오버 개발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또한 각 개인에게 최적화된 개발 환경을 구축해 업무 효율을 높인 '스마트 개발'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프로토타입 단계를 거치고 시스템화를 시험해보기 위해 게임 속 세계를 통째로 옮긴 '더미 월드'에서 적용을 해본다. 일종의 사전 제작으로, 실제 게임으로 통합할 때 어떤 효과를 보여줄지 미리 알아낼 수 있다. 이렇게 개별적으로 만든 것을 통합하고 검증을 거듭해 게임에 반영한다.
흔히 대규모 MMORPG의 개발은 "로켓 테크놀로지가 필요할 정도로 아주 복잡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들어가고 그 복잡도도 게임마다 다르다. 오로라 스튜디오는 이런 문제를 단순화해서 파악하기 위해 특정 아이디어나 시스템에 정량화된 점수를 매겨 실효성을 측정하고 복잡도를 조절했다.
개발하려는 각 미션별로 HP와 같은 점수를 정한다. 예를 들어 어떤 특별한 전투 시스템을 고안하고 만드는 중 좋은 반응을 얻으면 추가 점수를 얻는다.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거나 개발 기간이 오래 걸리면 감점을 한다. 개발 기간 동안 점수가 오르내리고, 최종적으로 HP가 0이 되면 효율이 없는 미션으로 판단하고 개발을 하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해 <천애명월도>는 '대항해'라는 대규모 해상 콘텐츠를 만들었다. 다른 작업과 마찬가지로 아이디어 검증과 더미 사전 제작, 복잡도 점수 등 모든 단계를 거쳐 출시한 것. 지금까지도 각자 다른 팀 단위의 미션이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 여성과 동인을 잡아라! 게임 문화권을 만드는 타겟 공략
텐센트 샤오 후 프로젝트 매니저
텐센트는 한 게임을 둘러싼 사람들을 하나의 거대한 문화권으로 본다. 가장 중심에 있는 것은 게임을 적극적으로 향유하고 즐기는 특정 게임 커뮤니티다. 이 바깥의 사람들은 게임을 하지는 않으나 관심을 가지고 있어 커뮤니티를 들여다보거나 여러 정보를 찾아본다. 그리고 관심은 없으나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으로 추정되는 바깥의 거대한 그룹이 바로 한 게임을 둘러싼 문화권이다.
텐센트는 중간 문화권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들은 게임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적극적으로 공략하면 유저가 될 수 있고, 더 바깥에 있는 세 번째 그룹에게도 게임을 전파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게임은 어떠한 정체성을 가질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양질의 유저 콘텐츠가 나와 관심을 받거나 드라마화 등으로 끊임없이 IP를 강조한다. 한 예로 <천녀유혼>은 오래된 작품이지만 여러 번 리메이크, 게임화 등을 통해 현재도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IP가 될 수 있었다.
<천애명월도>는 직관적이고 감각적이며 다양한 생활형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 아이덴티티였다. 그래서 텐센트는 커뮤니티 바깥의 중간층, 즉 여성 유저와 UGC 등으로 게임의 매력을 재발굴할 능력이 있는 동인층에 주목했다. 또 이들은 별개의 그룹이 아니라 어느 정도 특성을 공유하기도 한다.
중국 시장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여성 유저의 니즈는 갈수록 커지고, 특히 모바일시장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보이고 있다. 또 최근 중국에서도 전통적인 개념을 벗어나 여성을 대상으로 마케팅에 성공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데, <천애명월도>는 이들의 방식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게임의 감각적인 부분, 즉 OST나 뛰어난 색감, 귀여운 동물 캐릭터나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즈를 부각한 것. 인기 남성 연예인도 홍보 모델로 적극 채용해 팬들의 관심을 불렀다. 물론 보이는 부분만 강조해서는 여성 유저가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여성 유저들은 커다란 커뮤니티보다 친밀한 사람들끼리 즐겁게 놀 수 있는 작은 관계와 소규모 커뮤니티를 선호한다. 그래서 캐릭터의 동작, 아이콘 등 서로간에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을 연출하는 바법을 많이 넣었고, 디테일도 살려 호평을 이끌어냈다.
적극적으로 이런 마케팅과 콘텐츠를 개발한 덕분에 여성 유저의 만족도 등이 크게 증가했고 유입과 정착율도 늘어났다. 패션 계열 파생상품의 판매가 크게 늘어났고, 만족을 느낀 여성 유저들이 적극적으로 감상을 공유하고 홍보해 주변인을 끌어들이는 효과도 발생했다. 기존 MMORPG를 향유하던 층과 달리 다른 사람과의 격차 등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 등, '좋은 콘텐츠'를 판단하는 기준 역시 다르기 때문에 섬세한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동인 유저의 역할도 중요하게 봤다. 원작을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창작하는 동인층은 '문화권' 형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치고, 기존 유저들이 몰랐던 새로운 매력을 발굴하고 알리기도 한다. 또다른 방식으로 IP를 재해석해 문화권을 계속해서 확장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이 유입되려면 창작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원작이 되어야 함은 물론, 몇 가지 중요한 접근 전략이 있다. 첫 번째는 IP와 캐릭터에 대해 강한 인식을 줘야 한다. <천애명월도>는 중국에서도 다소 낡았다고 여겨지는 무협 장르이기에 풍부한 설정을 갖춘 점을 내세웠다.예를 들어 '문파'의 경우 이들이 어떤 것인지 설명하고 역사가 어떤지, 중요한 인물은 누구인지 이해하기 쉽게 돕는 식이다.
그리고 이들의 작품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해야 한다. 업로드는 물론 게임 유저들도 쉽게 찾아올 수 있도록 해서 '좋아요' 등 활발하게 커뮤니티가 이뤄지도록 해야 지속적으로 창작이 가능해진다. 또한 UGC로 발생한 수익을 창작자에게 돌려주는 것도 필요하므로 이 부분에 대한 안내와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유저가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바깥의 유저를 위해 <천애명월도>는 무협 만이 아니라 서예, 자수, 회화 등 중국 문화를 총집한 게임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열고 있다. 드라마와 예능 방송 등 여러 IP와 연계해 사람들에게 계속 인상을 줌과 동시에 큰 문화권을 형성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외에도 후 매니저는 로우엔드, 하이엔드 유저군으로 세분해 최적화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리턴 혹은 미드코어 유저를 위한 배려나 과금 상품의 구성 역시 중요하다고 밝히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