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재판 과정에서 FPS, RPG,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등 다양한 게임의 플레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검찰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99% 이상을 차지하는 '여호와의 증인'의 교리를 대상자가 잘 지키고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수단으로 분석된다.
여호와의 증인 홈페이지에 공개된 바에 따르면 교단은 "폭력, 부도덕, 마법 등 하느님이 미워하시는 것들을 조장하는 게임은 피해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영화 등 다른 미디어에 대해선 "영화, 책, 노래를 검토해서 구성원들이 피해야 할 것으로 규정하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폭력적 게임'이라는 명확하지 않은 정의 내지는 '슈팅 게임'의 플레이 여부로 병역거부자의 양심을 확인했던 검찰은 이번에 다양한 장르의 게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주장했으며, 그 예시가 되는 게임 9가지의 이름도 밝혔다. 실제로 언급된 게임은 모두 무기를 들고 상대방을 공격하며 전쟁을 수행하는 게임으로 여호와의 증인 교리와 대치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게임'을 증거로 사용하게 된 경위는 이렇다.
경향신문이 2월 21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울산지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병역법 위반 혐의에 따른 재판에서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등 게임사에 협조를 요구해 피고의 게임 가입 여부, 아이디, 가입 시기, 접속 시간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리그 오브 레전드> 등 9종의 게임을 지목했다.
앞선 1월, 제주지검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국내 게임업체 회원 가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사실 조회 신청을 법원에 제출한 적 있다. 당시 알려진 검찰의 조사 범위는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등 슈팅 게임으로 한정되었다. 그때 한 검찰 관계자는 "만약 병역거부자가 <배틀그라운드>를 매일 밤 즐기고 있다면 양심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검찰은 현재 ▲ 교리가 양심적 병역거부를 명하는지 ▲ 신도들이 양심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 있는지 ▲ 피고인이 교리를 숙지하고 철저히 따르고 있는지 등을 병역거부자의 판단지침으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취재 결과 검찰과 병무청은 다수의 병역거부자를 신문(訊問)하는 과정에서 "컴퓨터·모바일 게임을 한 사실이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단 '특정 게임을 피하라'와 같은 구체적인 도덕 지침이 없는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도 동일한 판단지침에 따라 게임 플레이 여부로 자기 양심을 밝혀야 한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실제로 작년 10월 한 비종교적 병역거부자는 심사 과정에서 "폭력적인 게임을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받은 뒤 문제를 제기한 적 있다.
한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인정하는 58개국 중 재판 및 심사 과정에서 병역거부자의 게임 접속 이력을 확인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문제시한 게임 9종]
<배틀그라운드>
<서든어택>
<스페셜포스>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 4>
<오버워치>
<스타크래프트>
<스타크래프트 2>
<디아블로>
<리그 오브 레전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