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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버그 제보는 10일 전에 있었지만…. 판단 미숙으로 피해 커지고 신뢰까지 잃은 메이플

김승현(다미롱) 2019-02-25 11:33:01

<메이플스토리>에 버그 때문에 일주일에 한정된 숫자만 얻을 수 있는 희귀 아이템이 대거 풀리는 일이 일어났다. 넥슨은 24일 새벽에 긴급 점검으로 해당 버그를 막고 그동안 풀린 재화를 추적해 조치하고 있지만, 이걸 보는 유저들의 시선은 좋지 않다.

 

이야기의 시작은 지난 23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이플스토리> 유저 커뮤니티에 클리어 횟수가 제한된 보스 몬스터 '파풀라투스'를 횟수 소모 없이 무제한으로 도전할 수 있는 버그가 알려졌다. 이 버그는 파풀라투스를 무제한으로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전리품 가격을 다른 고위 보스의 전리품 가격으로 바꿀 수 있었다는데서 더 큰 문제가 됐다. 

 

설상가상으로 파풀라투스는 2017년 8월에 리뉴얼 작업이 있었던 몬스터. 만약 리뉴얼 초기부터 악용한 유저가 있었다면 게임 경제에 미친 영향이 어마어마할 수도 있는 버그다.

 

버그를 인지한 넥슨은 24일 새벽 2시부터 8시까지 6시간 동안 긴급 점검을 해 해당 버그를 막고 피해 상황을 조사했다.

 

 

# 보스를 무제한 소환하고, 전리품 가격까지 임의로 바꿀 수 있다?

 

넥슨이 파악한 피해 상황은 다음과 같다. 해당 버그는 2017년 8월 31일 파풀라투스 전투 패턴 리뉴얼 시점 최초 발생으나 한동안 유저들에게 인지되지 않았다. 로그 분석 결과, 2019년 2월 이전 버그 발생 빈도는 7회로 나타났다.

 

다만 2019년 2월 5일부터 해당 버그의 발동 빈도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5일 이후 리부트월드(유저 간 거래가 제한된 특수 지역)에서 파풀라투스가 비정상적으로 소환된 횟수는 총 4,075회. 난이도별로 각각 이지 4224회, 노말 48회, 카오스 124회 소환이 있었다. 참고로 이지 버전 파풀라투스는 비정상 소환 외에도, 유저가 마지막으로 공격한 보스의 전리품(강렬한 힘의 결정) 가격으로 바꿀 수 있는 버그가 있었다. 

 

유저 간 거래가 가능한 일반 월드에서는 2월 23일 최초의 비정상 소환이 있었고, 이후 321회의 비정상 소환이 일어났다. 비정상 소환을 통해 드롭된 파풀라투스 마크 눈장식은 없었다. 

 

이번에 버그가 발생한 보스 '파풀라투스'

넥슨 조사에 따르면, 이번 버그로 인해 리부트 월드에 약 2,852억 메소(게임머니)가 풀렸고, 일반 월드에는 약 29억 메소가 풀렸다. 넥슨은 리부트 월드의 경우, 유저 간 거래가 제한되기 때문에 실질적인 경제적 영향은 일반 월드에 풀린 29억 메소에 한할 것이리 추정하고 있다.

 

넥슨은 이런 피해 상황을 공지로 공유한 이후 ▲ 아직 팔리지 않은 부정 획득 강렬한 힘의 결정은 모두 회수했고 ▲ 파풀라투스를 비정상적으로 반복 소환한 유저는 임시 차단 후 조사, 단속할 예정이라고 공유했다. 참고로 최초 공지 당시, 비정상 소환으로 1회 이상 강렬한 힘의 결정을 판매한 계정은 총 85개이며, 의도적으로 이를 반복했다 추정돼 단속 수위를 고려 중인 계정은 13개였다. 

 

이후 넥슨은 같은 날 오후 9시, 2차 공지를 통해 비정상적인 아이템을 판매한 횟수 별 계정 수, 제재 수위, 메소 회수율 등을 공지했다.

 

 

 

# 버그 제보는 10일 빨리 받았지만…. 실수로 신뢰 잃은 운영

 

넥슨이 비교적 자세히 사건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후속 조치를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플스토리> 유저들의 반응은 차갑다. 게임의 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건의 무게도 무게지만, 무엇보다 버그가 공론화되기 전부터 유저가 수차례 제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넥슨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실제로 한 유저가 <메이플스토리> 유저 커뮤니티에 올린 스크린샷을 보면, 해당 유저가 2월 13일부터 해당 버그에 대해 총5회의 제보를 했지만, 모두 '처리완료' 상태로만 전환됐을 뿐 실제적인 조치는 없었다. 이 사실이 퍼지자 일부 유저들 사이에서는 넥슨이 의도적으로 버그를 방치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리고 이는 최초 공지에 나온 피해 상황과 규모에 대한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버그가 이슈화된 이후, 여러 <메이플스토리> 유저 커뮤니티에 올라온 파풀라투스 버그 제보 이미지. 13일부터 총 6건의 제보가 있었고, 그 중 5건이 '처리 완료'로 돼 있다.

 

넥슨은 24일 오후 9시, 추가 공지를 통해 루머에 대해 해명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버그가 제보됐음에도 조치가 없었던 이유는 '제보 받은 담당자가 해당 버그를 심각하지 않다고 분류'했기 때문이다. 

 

현재 넥슨은 파악하거나 제보 받은 버그를 '오류관리 프로그램'에 기록한 후, 프로그램에 기록된 '심각도 수준'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버그는 최초 제보를 확인한 담당자가 문제를 덜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오류 관리 프로그램에 '심각도 낮음'으로 기록했다. 그 결과, 해당 이슈는 다른 문제보다 개발 우선 순위가 늦어졌다. 또한 다른 고객대응 담당자들은 해당 이슈가 오류관리 프로그램에 기록됐기 때문에 늦어지더라도 조만간 조치될 것이라 믿고 다른 제보에 대해서도 '처리완료'로 답했다. 

 

결국 최초 담당자의 잘못된 판단이 버그 해결 시간을 늦추고 피해 규모를 키운 것 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불신까지 사게 된 것.

 

넥슨은 같은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 '심각한 오류'에 대한 공통 기준을 만들고 공유하고 ▲ 오류관리 프로그램에 '심각도 수정 절차'를 추가하고 ▲ 오류를 확인-검증-수정-반영하는 모든 담당자들이 매 단계 오류 심각도를 체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바꿀 예정이다.

 

넥슨은 이같은 후속 조치를 약속한 뒤 "심각한 오류를 신고했지만 수정이 늦어졌다는 점에서 안내 드린 내용이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의도적인 오류의 방치나 진실을 숨기려는 시도는 없었으며, 문제를 대응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였음을 설명 드리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심각한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근본적인 노력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약속 드린 대로 업무 방식을 개편하겠습니다"라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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