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페디엠>과 <아트오브워> 이후 한동안 소식이 없었던 지앤아이소프트가 4년 만에 신작 <기가슬레이브>로 돌아왔다. <기가슬레이브>는 일반적인 횡스크롤 액션에 마우스를 이용한 360도 사격을 추가한 이른바 ‘SOLDAT 류’의 게임이다.
지금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을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한때 국내에도 <빅샷>과 <건스터> 등 ‘SOLDAT 류’ 게임이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지앤아이소프트도 같은 장르의 <아트오브워>를 개발했지만 유행과 흥행은 별개였다. 세 게임 모두 국내시장에서 초라한 성적을 거둔 채 서비스를 중지했다.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어째서 ‘SOLDAT 류’ 게임을 ‘다시’ 만든 것일까? 지앤아이소프트의 박원범 대표는 이야기한다. “좋아하는 장르니까요.” 개발자가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데 이유 같은 건 필요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지앤아이소프트의 박원범 대표이사.
박원범 대표가 ‘SOLDAT 류’ 게임을 만들게 된 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성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플레이 시간이 짧아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에 즐기기 좋고, 3D FPS 게임보다 접근성도 좋다. 직접 캐릭터를 조작하는 맛도 있다. 그래서 만든 것이 <아트오브워>였다.
하지만 욕심이 앞섰다. 시장성은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기술적인 구현이 문제였다. 빠른 전투 속도 탓에 동기화를 맞추는 일부터 곤란을 겪었고, 개발이 지연되면서 게임 도중 난입이나 좀비 모드 등 일부 시스템은 구현을 포기해야 했다.
결국 지앤아이소프트는 지난 2008년 말부터 <아트오브워>의 개발을 중지하고 ‘SOLDAT 류’ 신작 <기가슬레이브> 개발에 매달렸다. <아트오브워>에서 남긴 한을 풀기 위해서다.
박원범 대표가 말하는 <기가슬레이브>의 장점은 “다른 게임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경험”이다. <기가슬레이브>의 싱글 미션은 과거 <메탈슬러그> 같은 아케이드 게임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횡스크롤 시점의 맵에서 목적지를 향해 가며 눈앞에 보이는 모든 적을 없애면 된다.
미션 클리어에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다. 짧게는 1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다. 멀티 플레이도 10분을 넘기는 일이 없다. 미션과 미션이 확실히 구분돼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플레이를 중단해도 마음이 편하다.
“굳이 오랫동안 붙잡고 있지 않아도 되는, 숨을 돌릴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게 박원범 대표의 이야기다. 대신 미션별 최단시간 클리어 랭킹을 공개하고, 다양한 강화 아이템을 제공해서 미션을 반복할 이유를 만들었다. 빠르게 자주 즐기고 보상도 많이 받는 편이 게임에 쉽게 질리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접근성에도 신경을 썼다. 유저끼리 대전할 때는 계정 내 최고 캐릭터의 성적에 따라 대미지 50% 감소 등 강력한 버프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슈팅 게임에서는 유저의 실력 차이가 큰 점을 고려해 초보 유저의 적응을 돕기 위한 장치를 둔 것이다. 물론 버프는 유저가 좋은 성적을 거두는 즉시 효과가 반감된다.
대전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PvE 모드처럼 경쟁보다는 협동하는 모드를 늘렸다. 일단 가볍고 빠른 게임성에 끌려서 게임을 시작하고 나면 ‘SOLDAT 류’ 게임 특유의 조작감이 유저를 반긴다.
전작에서 문제가 됐던 동기화도 수정했고 다양한 PvE 모드를 추가해 즐길거리도 늘렸다. 이후에는 유저 한 명이 좀비로 변해 아군을 감염시키는 좀비모드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FPS 게임에서는 흔한 게임 방식도 2D로 가져오면 의외로 신선해진다”는 게 박 대표의 솔직한 이야기다.
상대적으로 ‘SOLDAT 류’ 게임 열풍이 시들해진 것도 도움이 됐다. 대체 게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열성적인 팬들도 많다.
실제로 <기가슬레이브>에서는 기존의 <아트오브워>를 비롯해 <빅샷> <건스터> 등을 잊지 못해 찾아왔다는 유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박 대표가 “든든한 아군”이라 칭하는 유저들이다.
“<아트오브워>가 국내 서비스를 중지했을 때 아직 서비스 중인 중국 서버까지 찾아가서 즐긴 유저들입니다.”
<아트오브워>의 서비스 중지로 실망했을 법한데, 다행히 많은 팬들이 <기가슬레이브>를 다시 찾아줬고 좋은 소리, 싫은 소리 가리지 않고 꾸준히 피드백을 내놓고 있다. 덕분에 개발이 한층 즐거워졌다는 게 박 대표의 이야기다.
게다가 <아트오브워>의 국내 서비스 중지를 겪고 나니 팬들도 ‘필사적’이 됐단다. <기가슬레이브>마저 문을 닫으면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조금 짓궂은 질문을 던져 봤다. 만약 이번에도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까?
박원범 대표의 대답은 간단했다. “<기가슬레이브>가 망하면요? 또 다른 ‘SOLDAT 류’ 게임을 만들 겁니다. 그때는 총잡이랑 무술 캐릭터를 같이 섞을 겁니다.”
‘SOLDAT 류’ 만큼 박 대표가 좋아하는 장르도 없고, “우리마저 포기한다면 당분간 비슷한 게임을 즐기기 어려울 것 같다”는 아쉬움 때문이다. 물론 그의 첫 번째 바람은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