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좋아 프로그래머로 게임업계에 뛰어든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그는 6년 만에 ‘대표이사’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야소프트 강은성 신임 대표의 이야기다. 그는 지금도 개발자의 마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이야소프트의 개발과 서비스 체질을 건강하게 바꾸고 싶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디스이즈게임 권영웅 기자
이야소프트의 새로운 수장이 된 강은성 대표이사.
■ 개발자에서 대표이사가 되기까지
‘게임이 좋아 게임회사에 들어왔고, 긍정적인 마인드로 열심히 일했더니 대표이사가 되어 있더라.’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상투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이야소프트 강은성 대표의 실제 사례다. 6년 전, 그는 <묵향> 개발팀으로 이소프넷에 입사했다. 당시 이소프넷은 150여 명의 직원들이 일하며 다양한 게임을 서비스하던 중견 게임업체였다.
이후 이소프넷은 <코룸 온라인>의 실패로 경영난을 겪으며 게임별로 분사가 이뤄졌고, 강 대표가 소속된 <묵향> 개발팀은 ‘이야인터랙티브(지금의 이야소프트)’가 됐다. 하지만 <묵향>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고, 회사는 다시 어려워졌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많은 분들이 퇴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제가 최고 선임자가 되어 있더군요.” 자신의 선임자들이 하나 둘 회사를 떠나자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는 강 대표. 그는 왜 끝까지 이야인터랙티브에 남았을까?
“저는 항상 긍정적입니다. 나간 사람들은 이곳에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겠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어디서 일하든 달라질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는 대표이사가 된 지금도 개발에서 완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도 제가 하는 일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단지 관리하는 인원이 더 늘어났을 뿐입니다.”
■ “부족한 뒷심을 보완하고 싶다”
이야소프트가 내놓는 신작들은 서비스 초반에 인기를 끈다. <루나 온라인> <아이리스> 그리고 <에다전설>이 그랬다. 하지만 유저들을 붙잡아 두지 못했다. 표면적 이유는 각각 달랐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하나였다. 많은 이들이 ‘뒷심 부족’을 꼬집었다. 강 대표도 이를 알고 있었다.
“이야소프트는 개발 노하우가 많이 쌓인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서비스 능력이나 콘텐츠 순환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핵심적인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 결국 뒷심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게 만들었습니다.”
강 대표는 지금까지 이야소프트는 개발에만 집중했고, 서비스 노하우는 전혀 쌓이지 않은 상태였다고 털어놨다.
“부족함을 뼈저리게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진행했던 것이 잘못이었던 것 같습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해야 하나요? 그런 부분도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경로로 서비스 분야에 변화를 줘야겠다는 의지가 많이 생겼습니다.”
그는 이야소프트의 부족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서 그는 앞으로 확실히 달라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뒷심 부족이라는 문제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대적으로 이야소프트가 가진 개발 노하우는 괜찮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발자 출신이라 직접 관여해 조정할 수 있는 부분도 많습니다.”
■ “유저들과 소통하는 이야소프트가 될 것”
강 대표는 지난 7월 29일 유저들과 만났다. 이른바 ‘오프라인 번개 모임’이었다. 대표가 직접 유저들과 소통하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 그런데 강 대표가 유저들과 소통한 것은 처음이 아니란다. 그는 2년 전 <루나 온라인> 개발 총괄 PM이었을 때도 유저와 소통하는 것을 즐겼다.
“<루나 온라인>을 서비스할 때는 지금에 비해 개발력이 뛰어나지 않았고, 마케팅에 큰 힘을 쏟지도 않았습니다. 그래도 유저들은 <루나 온라인>을 좋게 봐 줬습니다. 개발팀이 유저와 소통했던 것이 작용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때는 그 이유를 느끼지 못했습니다.”
강 대표는 과거를 교훈 삼아 앞으로 유저와 활발하게 소통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쉽지 않을 수도 있지만, 유저와의 소통에 꾸준히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노력만 하고 결과가 없으면 소용없지 않냐는 이야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인식 변화는 미미하나 긍정적인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겁니다”는 것이 강 대표의 확신이다. 그는 고객의 불만이 갑자기 없어질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1년, 2년, 혹은 3년이 걸릴 수도 있겠죠. 그래도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 서비스가 개선되고 성과가 반영되면, 다른 이들의 반응도 좋아질 것입니다.”
유저와 개발사의 소통, 그 첫 시작은 ‘함께하는 게시판’이라고.
■ “개발자들의 소통도 중요하다”
이야소프트는 개발팀 고유의 권한과 책임이 강하다고 한다. 사실, 이야소프트는 개발팀이 여러 건물에 흩어져 있다.
“인원이 늘어날 때마다 이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사무실을 하나씩 늘려 나갔습니다. 그것이 불편했다면 다시 한 건물로 모였겠지만 장점이 더 많았습니다.” 나눠진 사무실이 팀의 독립성을 키우고, 책임과 권한을 더 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이를 이야소프트의 장점으로 꼽았다. “단점은 회의가 있을 때 100 미터 정도씩 걸어야 한다는 정도입니다(웃음). 나중에 회사가 더 커지면 개발팀을 합칠 수도 있겠지만, 지금 시스템은 유지할 계획입니다.”
그는 유저와의 소통과 함께 내부의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야소프트는 인적 자원이 풍부하지 않고, 개발력이 무척 뛰어난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게임 개발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닌 팀플레이죠. 팀플레이의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이야소프트가 이 부분은 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
강은성 대표는 인터뷰 내내 ‘소통’을 강조했다.
이야소프트에서 의견과 건의는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는다고 한다. 예를 들어 품의를 올릴 때도 별도의 승인자가 있지 않다고. 강 대표는 이렇게 수평적인 구조가 커뮤니케이션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이야소프트는 내부 소통의 노하우를 유저와의 소통으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엔팡 게임 개선 공모전’이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첫 발걸음인 셈이다.
“유저들의 인식의 변화가 갑자기 이뤄지진 않겠지만, 공모전으로 이정표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강 대표는 공모전에서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부터 기대하지 않았다고 속내를 밝혔다. 그는 “폭발적인 유저의 반응을 원했다면 다른 것을 진행했을 것입니다. 엔팡 게임 개선 공모전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 중입니다”고 말했다.
■ “앞으로 만들어 나갈 장르도 MMORPG”
“MMORPG는 솔로 플레이만 해도, 내 옆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이 있어 ‘함께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커뮤니티가 MMORPG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MMORPG는 남들보다 강하고 싶은 욕구와 우월감, 자신이 중요한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을 채워 준다. 단적으로 캐릭터 성장이 여기에 큰 영향을 준다.
강 대표는 “캐릭터 성장은 많은 부분이 관여하고 있는 시스템입니다. 이는 유저들의 단기 목표와 장기 목표 설정에 영향을 주고, 밸런스와 디자인에도 영향을 줍니다”라며 게임을 개발하면서 캐릭터 성장에 많이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최근 그는 MMORPG의 커뮤니티 시스템이 기존 게임에 비해 발전한 부분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든 것이 길드였다. 예전의 길드와 지금의 길드를 비교해 보면 시스템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발전된 커뮤니티 시스템”을 고민 중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야소프트는 RPG가 아닌 다른 장르의 게임에는 관심이 없는 걸까? 돌아온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지금까지 만든 장르도, 앞으로 만들 장르도 MMORPG입니다. 많이 만들어 왔기 때문에 개발 시작부터 끝까지 노하우가 쌓여 있습니다. 이는 경험하지 않으면 가질 수 없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서비스 중인 게임에 역량을 집중할 것”
올해 남은 기간, 이야소프트의 신작 론칭 계획이 있는지 궁금했다. 강 대표는 “지금은 서비스 중인 게임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로 판단한다”고 대답했다.
“올해는 더 이상 신작 론칭이 없습니다. 이미 2개나 나왔는데 더 하면 너무 많지 않나요? 신작은 내년 중반 정도에 계획이 있습니다.”
그는 “이야소프트가 게임을 대충 개발해 개발비만 뽑고 빠진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그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작이 나와도 기존 게임에 꾸준히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야소프트의 차기작은 개발 단계부터 유저와 소통하는 ‘오픈 개발’ 형태로 진행된다고 한다. 카페를 개설해 유저와 개발팀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라고. 강 대표는 “유저들이 개발자보다 아는 부분이 더 많을 수도 있고, 또 유저가 직접 참여한 게임이라면 더 애착이 가지 않을까요?”라며 유저들에게 많은 관심과 도움을 부탁했다.
끝으로 강 대표는 이야소프트가 하는 일의 의도를 좋게 봐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많은 고객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아가 단순한 소통이 아닌 협력을 하고 싶습니다. 도움이 많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단순히 보여지기 위한 ‘쇼’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믿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질타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부족한 부분,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질타는 겸허하게 받겠습니다.”
이야소프트가 개발 중인 신작 MMORPG <프로젝트 입실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