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디소프트의 <러스티하츠>는 조심스럽다. 2007년 첫 번째 플레이영상을 공개한 후 약 3년이 지났지만 이제 막 2차 클로즈 베타테스트(CBT)를 끝냈다. 물론 그사이 테스트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포커스그룹 테스트, 스트레스 테스트 등 5번이 넘는 테스트가 있었지만 윈디소프트는 굳이 외부에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섣불리 홍보에 나서기보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충분히 수렴하고 완성도를 갖춘 후에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일종의 ‘첫인상 관리’인 셈. 그 결과, 지난 11월 29일 끝난 2차 CBT는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러스티하츠>를 담당하고 있는 윈디소프트 신달수 팀장은 이 모든 것을 ‘유저의 공’으로 돌렸다. 게임을 철저히 유저에게 맞추려고 노력한 결과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2차 CBT를 끝내고 이제 오픈 베타테스트 준비에 여념이 없는 <러스티하츠> 사업팀의 신달수 팀장과 이유리 대리를 만나 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러스티하츠> 사업팀의 신달수 팀장과 이유리 대리.
■ “고객 의견만 듣고, 제품관리에 집중했다.”
TIG> 얼마 전 2차 CBT가 끝났다. 반응은 어떤가?
신달수: 반응이 좋다. 국내 유저들은 물론이고, 해외 유저들의 반응도 뜨거워서 놀랐다. 해외에서는 드라마 <장난스런 키스>에 나오는 것을 보고 관심 가진 유저들이 많더라. 한국을 잘 모르는 해외 유저는 일본 콘솔 게임 개발사에서 만든 걸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해외 서비스가 없다며 욕하는 유저도 있었다. 고마운(?) 욕이다.
이유리: 20대 후반의 게임에 관심 없는 유저도 아이템을 얻었을 때 괴성을 지르는 걸 보고 희망을 느꼈다. 특히 PvP 호응이 좋았다. 전체적으로는 1차 CBT 때보다 버그 등이 많이 고쳐졌다. 완성도 면에서는 마음에 드는 편이다. 그래도 아직은 잔 버그가 남아 있어 잡아 나가야 한다.
TIG> 비공개 테스트를 굉장히 많이 한다. 이유라도 있나?
신달수: 중세 시대에 스웨덴에서 ‘바사’라는 이름의 전함을 만든 적이 있다. 국왕이 유럽을 제패할 배를 만들라고 명령하자 설계자는 기존의 배보다 2배 크고 대포도 2배 많은 배를 만들었다. 그런데 결과는, 출항 첫날 침몰했다. 온라인게임도 똑같다. 자신의 경험만 갖고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윈디소프트도 실패한 경험이 많다. 퍼블리셔의 요구, 주주의 요구 등을 다 듣다 보면 전함 바사 꼴이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주요 고객들의 의견만 듣자. 제품관리부서를 만들고 일반 유저를 뽑아서 계속 피드백을 받자’고 결심했다.
TIG> 솔직히 ‘알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이야기’ 아닌가?
신달수: 그게 바로 윈디소프트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형 퍼블리셔가 될수록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진다. 하지만 윈디소프트는 총무가 관리하고 그 아래 제품관리팀 등이 바로 의사결정권자에게 의견을 보낸다. 실무자와 개발자, 의사결정권자가 함께 리스크에 대항해 나갈 수 있는 셈이다.
이런 방침을 시작한 게 1년이 다 돼 가는데 제대로 정착한 게 바로 <러스티하츠>다. 윈디소프트의 적당한 규모도 도움이 됐고, 실패한 타이틀이 많은 것도 도움이 됐다.
TIG> 1차 CBT 직후에 시작한 ‘스페셜리스트 테스트’도 같은 맥락인가?
신달수: 맞다. 피드백도 어느 단계가 지나면 규모가 커져야 한다. 그래서 내부 인원만으로 충당이 안 되기 때문에 스페셜리스트를 뽑았다. 완성도를 높인다는 각오에서다.
특히 부정적인 피드백을 많이 수집하고 있다. 그게 게임이 잘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대신 아무리 부정적인 의견도 어떻게 하면 이걸 극복할 수 있을까부터 고민한다.
TIG> 개발사에서도 고생이 많겠다.
신달수: 어쩔 수 없다. 개발자 중에는 예전의 성공만 보고 자신만만한 경우가 많다. 모니터 너머에 사람이 있다는 걸 잊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잊는 순간 게임의 질이 낮아진다. 사용하는 사람이 편하고 재미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가전제품만 봐도 매번 사용자 편의를 위해 고민하지 않는가? 게임도 똑같다. 그걸 못하거나 안 하는 게 오히려 문제다. 다행히 개발사 대표도 우리와 생각이 같더라.
■ “<러스티하츠>는 ‘오래된 게임’이 아니다.”
TIG> 게임을 공개한 지 3년이 넘었다.
신달수: 이게 오해 중의 오해인데, <러스티하츠>는 오래된 게임이 아니다. 실질적인 개발은 3년이 됐고 내년부터 4년차에 접어 든다. 그런데 초반에 전략이 문제가 있었다. 게임을 공개할 시점이 아닌데 플레이 영상이 너무 빨리 노출됐다. 그래서 이제는 철저히 학습하고 조심스레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TIG> 당시 영상과 지금 그래픽을 비교해 보면 솔직히 큰 차이는 없다.
신달수: 대신 콘텐츠가 대폭 늘어났다. 2차 CBT에서 못 보여준 콘텐츠도 많다. 오픈 베타테스트 시점에는 40레벨 정도 수준까지는 공개할 예정이다. 이미 50레벨 콘텐츠도 만들어 뒀다. 3달 정도 플레이 가능한 분량을 내놓고 이후 3달 분량을 더 공개하며 다음 업데이트를 준비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TIG> 콘텐츠가 부족할 걱정은 없나?
신달수: 대부분의 개발자가 콘텐츠를 걱정하는 이유는 설계보다 실제 플레이타임이 훨씬 짧을 경우다. 그래서 우리는 안정성 테스트를 통해 각종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를 분석할 만한 전문가도 있다.
주로 물류운송에서 쓰는 방법인데 특히 피로도 소모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CBT에서 계속 피로도 조절이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던전별 플레이타임을 분석하고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플레이타임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대신 잘하는 사람은 같은 시간을 즐겨도 얻는 게 많을 것이다.
■ “우리의 목표는 더 나은 게임.”
TIG> 국내 횡스크롤 액션 MORPG는 <던전앤파이터>가 거의 ‘독식’하고 있다.
신달수: 우리의 목표는 ‘혁신적인 게임’이 아니라 ‘더 나은 게임’이다. <던전앤파이터> 역시 아케이드에서 이미 완성된 횡스크롤 액션이라는 장르를 한층 개량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우리는 그걸 지금 시대에 맞게 한 번 더 개량하면 된다. 우리의 목표는 전혀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다. 보다 나은 게임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TIG> ‘3D 던파’라는 별명도 있다.
신달수: ‘3D 던파’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싫지는 않다. ‘이 게임은 <던전앤파이터>와 비슷한 재미를 주는데 3D입니다’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비슷한 재미라면 3D라는 명칭이 아무래도 ‘개선됐다’는 느낌을 주는 만큼 마케팅 담당자로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던전앤파이터>는 이미 일반명사처럼 쓰이고 있다. 온라인 횡스크롤 액션을 개척한 <던전앤파이터>는 그 영광을 누릴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중에 더 개선된 게임이 나오면 그 게임이 영광을 이어받으면 되는 것이다. 새로운 게임이 나오면 ‘4D 러스티’ 같은 이름으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TIG> 앞서 개량 이야기를 자주 했는데 어떤 부분을 개량했다고 생각하나?
신달수: 다양한 콘텐츠를 조금씩 다 손봤다. 대표적인 게 합성이다. <러스티하츠>의 합성은 정말 다양하다. 다양한 옵션으로 자신만의 아이템을 만드는 수준까지 준비하고 있다. 지존급 아이템은 있지만 선택의 폭이 다양한, 상황에 따라 장비를 바꾸는 <디아블로>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유리: 그래픽도 장점이다. 기존 2D MORPG의 그래픽은 ‘새로운 유저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압박이 심하다. 반면 <러스티하츠>는 카툰렌더링을 통해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친숙한 그래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게임에 있어서도 갖가지 연출에 많은 공을 들였다.
이 밖에도 사람 수가 많으면 자동으로 사람이 가장 적은 채널로 이동하는 시스템이나 스토리를 강조한 컷신 등 다양한 부분에서 기존의 MORPG의 단점을 조금씩 개선했다. 앞서 신달수 팀장이 이야기한 ‘더 나은 게임’을 지향한다.
■ “가장 큰 라이벌은 소셜게임이다.”
TIG> 이제 오픈 베타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신달수: CBT 전에는 고등학생부터 20대 초반까지를 타깃층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유저 피드백을 받아 보니 30대 초반 유저층에서도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소셜게임’을 우리의 가장 큰 경쟁자로 생각하는 중이다.
TIG> 소셜게임이라니 조금 뜬금없는 상대 같다.
신달수: 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점점 단편화되고 있다. 장시간 온라인게임에 매달리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즉시 즐길 수 있는 소셜게임으로 유저들이 많이 흘러갔다. 당장은 아니지만 3~4년만 지나면 소셜게임이 무섭게 느껴지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 나만해도 시간이 별로 없을 때는 PC를 켜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잠깐 게임을 즐기다 잠드는 경우도 많다. <러스티하츠>처럼 가볍게 즐기는 횡스크롤 액션 게임으로선 치명적인 상대다.
TIG> 대책이라도 있나?
신달수: 결국 승부수는 품질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사용자에게 PC를 켜야 할 만큼의 완성도 높은 게임을 안겨주면 되는 것이다. 온라인게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나온 후에도 콘솔게임이 살아남는 것과 비슷한 이유다. <러스티하츠>가 유저들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더 듣고 조금의 완성도라도 더 끌어올리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