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과 관련된 업체는 다른 업종에 비해 대표이사의 나이가 어린 편입니다. 다만, 코스닥 상장사는 어느 정도 관록이 쌓인 인물이 대표를 맡는 경우가 많죠. 그런데 작년, 전통의 게임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이하 JCE)가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합니다. 당시 36세였던 송인수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겁니다.
사원에서 출발해 개발본부장을 거쳐 대표이사까지 오른다는 건 사실 샐러리맨에게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꿈같은 일입니다. JCE에서 <프리스타일>을 개발해 드라마틱한 꿈을 이뤘고, 이제 다른 꿈에 도전하는 JCE 송인수 대표이사를 만나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상범 기자
JCE 송인수 대표이사.
■ “팀워크가 살아 있는 스포츠 게임으로 승부”
대표에 취임한 지 1년이 됐다. 그새 개인적으로 어떤 것들이 변했나? 체중이 많이 늘었다. 원래 슬림했는데…(ㅠ_ㅠ). 그리고 잠이 많이 없어졌다. 아무래도 스트레스에 시달려서 그런 듯하다. 겉으로 봤을 때 가장 변한 것은 개인 전용 면적이 넓어진 거? 그 정도 외엔 없다.
입사 10년 만에 대표가 됐다. 당시 주위 반응은 어땠나? 가족의 경우 위험한 인생에 접어든 게 아니냐며 걱정하는 반응이 컸다. 아내는 ‘월급은 얼마나 오르냐, 임기를 채우면 그만둬야 하냐, 불안정하지 않냐’ 등의 반응이었고 부모님은 ‘계속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셨다. 친구들은 동기 중 상장사 대표가 처음으로 나왔으니 축하할 일이라며 한턱내라고 했다. 그런데 월급은 오르지 않았다.
대표 취임 당시 3,000 원이던 JCE 주가가 최근 2만 원대까지 상승했다. <프리스타일> 개발로 한 번, 대표 취임 후 또 한 번 회사를 일으켰다는 평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정말 그런 평가가 있나? 밖에서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저 타고난 운이 있는 것 같다. 운이 좋게 평가되는 부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담된다.
내가 바라보는 JCE는 꾸준히 잠재력(potential)을 쌓아 가는 중이다. 갑자기가 아니라 4~5년 동안 준비한대로 거둬들이는 거다. <프리스타일 풋볼>도 예전부터 만들고 있었고 그 반응이 출시한 게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다만 회사가 기복 없이 쭉 가던 건 아니고, 오르락내리락하던 모습이 있었는데, 영광을 내가 다 가져가는 건 사실 말이 안 된다. 그리고 우리가 쌓은 걸 아직 다 풀지 못한 시기라고 본다. 임기 동안 그걸 마저 펼칠 생각이다.
JCE 상승세의 일등 공신인 <프리스타일 풋볼>의 최근 성적은? 매출까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여러 가지 이슈로 주춤했다가 서서히 불안이 걷히고 있다. 동시접속자 수는 주말에 평균 3만5,000 명 수준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는데, 더 기대치에 걸맞는 성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 여러 아이디어를 준비하고 있다.
<프리스타일> 이외 게임의 해외 수출 성적은? <고스트X>가 중국에 진출해 있다. 한국에선 성적이 좋지 못했는데 중국 입맛에 맞는 게임으로 리빌딩해 퍼포먼스를 내려고 하는 중이다.
사실 그동안 <프리스타일> 이외의 게임이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긴 힘들었던 상황이었다. 올해부터 <프리스타일 풋볼>을 비롯해 다양하게 라인업을 늘려 나갈 것이다.
JCE는 라이선스가 없는 스포츠 게임을 성공시킨 유일한 회사이기도 하지만, 스포츠 게임만 성공시킨 회사다. 이렇게 형성된 이미지에 만족하나? 스포츠 게임이 ‘작은 분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온라인 스포츠 게임의 비중이 지금이 정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 야망은 FPS와 스포츠가 지금의 자리를 바꾸는 것이다.
FPS 게임은 순발력과 정확성을 기본으로 하는 게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포츠 게임의 기본 게임성은 팀워크다. 그리고 그 주제로 게임을 만들어 성공한 곳은 JCE뿐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을 맺고 유명인 콘텐츠를 소비하는 라이선스 게임은 패키지 게임다운 것이지만, 유저와 팀워크를 맞추는 재미를 찾아야 온라인 스포츠 게임다운 것이라고 비전을 잡고 있다.
이런 장르의 시장 크기를 어느 정도 예측하고 비전을 걸 정도의 사이즈는 아니라는 얘기도 있지만, 당분간은 충분하다. 또 성장 가능성을 축소한다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아직 남아 있다.
전 세계에서 온라인 스포츠 게임의 1인자는 아직 불분명하다. 최강자가 없는 곳이라 현재 JCE의 타이틀에 만족하고, 기대보다 더 부응할 타이틀을 만들 것이다.
물론 우리의 다양성에 대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라인업의 절반은 스포츠 게임이지만, 나머지는 다른 장르의 게임이기 때문이다.
■ “미국시장은 끝판왕, GSP는 포기하지 않는다”
다른 종목의 게임을 개발해도 <프리스타일> 브랜드에 대한 포지셔닝은 계속 가져갈 생각인가? 단기적으로는 브랜드에 충실할 생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고민 중이다.
‘프리스타일이라는 브랜드의 이미지가 뭘까?’ 하고 들어 보면 ‘욕 잘 먹고 힘든 게임’이라는 것도 있지만 ‘팀워크가 생명인 게임’이라는 것도 있었다. 자유 분방함, 유명 선수에게 기대는 게 아니라 개인이 생각하는 농구와 축구를 모아 <프리스타일>이라는 브랜드로 진행되고 있다.
<프리스타일 2>를 통해 그 브랜드에 더하고 싶은 요소는 ‘친근함’이다. 고수만 즐길 수 있는 순발력 게임이 아닌 친근한 팀워크가 있는 이미지를 넣고 싶다. 물론 제품으로 만들어 가야 하기 때문에 이 부분을 강화할 생각이다.
다른 브랜드는 고민 중이다. 선을 그어 각각의 위치에 있지 않고, 적과 아군이 한데 뒤엉킨 채 팀워크로 승부를 보는 농구와 축구는 온라인 스포츠의 주제를 살릴 가장 좋은 스포츠다. 프리스타일와 야구는 이름만 놓고 봐도 안 어울리지 않나.
그래서 브랜드 확대로 공략할지, 다른 스포츠로 확장할지, 아니면 아예 다른 게임을 차세대 동력으로 삼을지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글로벌 직접 서비스(GSP) 포털 게임키스의 활성화 계획은? 기존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많이 배웠다. GSP는 미국에 직접 서비스할 수 있는 수단을 잡았다는 게 큰 의미였다. 그리고 <프리스타일>을 서비스하면서 어떤 것들이 문제인지 파악해 놓았다.
어떻게 보면 미국은 ‘끝판왕’이다. 끝판왕으로 가는 미궁의 길을 파악했다. 그 노하우로 끝판왕을 잡으려면 어떤 게 필요한지 정리해 놨다.
나중에 <프리스타일 풋볼>과 <프리스타일 2>가 중원을 점령하고 미국으로 갈 때는 ‘JCE가 왜 GSP를 포기하지 않았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가치 있는 플랫폼이다.
우리가 항상 외치는 ‘글로벌 넘버원’이 되려면 한국에서 제대로 만들어 친근한 팀워크의 브랜드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런 다음 중국과 미국에서 성공시키면 <프리스타일>은 강력한 브랜드가 되고, 스스로 글로벌 넘버원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게임포털 게임키스의 <프리스타일> 홈페이지.
넥슨과 <프리스타일 풋볼>의 공동 퍼블리싱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스타일의 채널링을 강화할 생각인가? 아니다. 많이 할 생각은 없다. 이미 다음과 (프리스타일 풋볼의 채널링을) 하는 중이다.
채널링은 유저 기반을 넓히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때문에 좋게 생각하고 있다. 많이 하지 않는다고 해서 (채널링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대신 추진하는 곳과는 채널링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프리스타일 2>도 채널링을 진행할지 고민하고 있다.
<마구마구>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프리스타일>은 프로농구 스폰서가 되거나 후원을 진행할 계획이 없나? 좋은 비전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스포츠 게임 회사가 되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잘되면 프로농구단까지 인수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열림커뮤니케이션과의 법적 분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얼마 전에 대여금 반환 소송에 대한 1차 공판이 있었고, 승소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수순으로 가고 있는 듯하다. 회사 입장에서는 대여금이기 때문에 이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벌여야 할 상황이었다. 열림 측에서는 더 이상 항소하지 않았다.
■ “JCE, 글로벌 넘버원을 목표로 달린다”
대표이사 취임 이후에도 개발에 관여하고 있나? 관여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는 게 병인 것 같다. 나도 개발자 시절에 윗분들이 간섭하면 싫어했다(웃음).
사실 아직도 개발본부장 자리가 비어 있어서 겸임하고 있다. 각 스튜디오는 실장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심하게 관여하지 않고 직·간접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일부분 컨설팅하는 수준이다.
개발자로서 최고 자리에 오른 후 경영 책임자가 됐는데, 개발자 시절이 그립지는 않았나? 매 순간이 그립다. 솔직히 그 전에는 없던 스트레스가 많다. 그리고 최고 자리에서는 핑계를 댈 일이 없다. 스트레스도 풀어야 하는데….
인터뷰도 많아서 평소의 나답지 않게 있을 때도 많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틈틈이 프로그래밍 공부도 하며 나중을 대비하고 있다.
<프리스타일> 시리즈도 있지만 송 대표에게 있어 <조이시티>와 <로켓롤>을 빼놓을 수 없다. <조이시티>는 요즘 뜨는 소셜게임 같은 프로젝트였고, <로켓롤>은 턴 방식 온라인게임을 향한 도전이었다. 누군가는 시대를 앞서간 게임이라고도 하더라. <조이시티> 때는 서버 프로그래머부터 프로그래밍 팀장까지 테크니션 역할을 맡아 일했다.
그때 ‘프로젝트는 로켓을 쏘는 것과 같아서 한번 발사되면 엄청난 연료를 낭비해야 겨우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배웠다. 당시에는 셋업에 실패한 부분이 있어서 시대를 앞서가 실패했다는 생각은 안 한다. 못 만들었고 재미가 전달되지 못했다.
<로켓롤>은 제대로 셋업하자고 마음먹고 처음 만든 게임이었다. 6개월 만에 만들었고 참신한 요소를 넣으려고 했다. 하지만 돌아보면 개발자의 의도대로 만들고 플레이해서 재미있는 게임은 없다는 것과, 그 재미가 소통되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핑계의 여지가 없이 내 능력의 한계였다. 개인적으로 많은 것을 배웠지만, JCE는 실패작을 추가한 셈이다(ㅠ_ㅠ).
이후 소통이 되고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나온 게임이 <프리스타일>이다. <로켓롤>의 인력이 <프리스타일>의 핵심 멤버가 됐고, 당시 <프리스타일>의 기획을 담당하던 사람이 지금 <프리스타일 풋볼>의 실장을 맡고 있다.
즉, <로켓롤>이 없었으면 <프리스타일>이 안 나왔고, 내가 대표이사까지 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지금도 세미나에 나가서 <프리스타일> 이야기를 할 때 <로켓롤> 얘긴 꼭 한다. 실패했지만 후회하지 않는 프로젝트다.
지난 2008년 지스타에서 몇 가지 신작을 발표했는데, 그중에서 <캐치루이스>와 <오!패밀리>의 소식이 없다. 신작 프로젝트의 생존율이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두 게임 모두 개발이 취소됐다. 재미가 없거나 소통이 안 되면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깐깐해져야 한다. 만약 게임을 개발해 흥행에 실패하면 청춘을 바쳐 만든 게 헛되니까, 출시하는 건 무조건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성이 안 보이는 싹은 잘라서 성공의 씨앗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분들을 위해 좀 잔인해져야 한다고 본다.
최근 <호이팜>으로 소셜게임 시장에 발을 들였다. 이를 시작으로 소셜게임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건가? 아니다. 많이 배웠다고나 할까. 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상당히 위험한 분야라는 걸 알게 됐다.
한국은 소셜게임 분야에서 거대한 지배적 구조가 없는 것 같다. 게임을 통해 소통하려는 욕구가 한국은 이미 기존 온라인게임에서 충족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소셜게임을 보고 신규 사업에 몰두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게 됐다.
<프리스타일>은 사실 힘든 게임인데, 이를 변화시켜 <프리스타일>을 ‘소셜한 게임으로 만들어 보자’, ‘하자마자 친구가 생기게 만들자’ 등 여러 가지 모토를 잡고 있다.
우리 게임을 소셜게임처럼 만들면 좋을 것이다. 남과의 팀워크가 아니라, 관계가 있는 사람과의 팀워크라면 더 의미가 있을 테니까. 그래서 여러 요소를 발전시키며 작업하고 있다.
비무장 지대(DMZ)를 소재로 한 게임도 만들겠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DMZ 기능성 게임 사업’은 경기도 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진행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DMZ와 남북한 분단의 역사를 이해하고 안타까운 현실을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그동안 비무장 지대를 콘셉트로 이야기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공산당’ 쪽이었는데, 이제는 생태계에 포커스를 맞추고 진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3개의 게임으로 구성돼 있으며, JCE가 개발하는 게임은 그중에 하나인 <나누별 이야기>다. ‘파치’와 ‘푸치’라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분단의 아픔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되고 있다.
<나누별 이야기>는 이야기의 전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포인트앤클릭’(Point&Click) 장르를 선택했다. 포인트앤클릭 게임답게 다채로운 퍼즐로 몰입감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또한 아름다운 애니메이션과 스테이지 중간에 배치된 다양한 미니게임을 통해 기존 온라인게임에서 느끼지 못했던 신선한 재미를 줄 것이다.
<나누별 이야기>는 총 8개 스테이지로 구성되는데, 현재 3 스테이지를 개발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나누별 이야기>가 공개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목표는?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이 농구를 하다 기운을 잃었을 때 한나가 손바닥에 ‘도내 넘버원 가드’라고 써주는 장면이 있다.
속에 품은 게 있어야 인생이 재미있다.
그래서 JCE가 전 세계에서 넘버원 회사가 되는 게 목표다. 1위라는 타이틀이 갖고 싶다. 허황된 꿈이 아니면 재미없다. 그것이 현실이 됐을 때의 짜릿함을 느껴 보고 싶다.
그동안 쌓아온 것을 바탕으로 도달할 목표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대표이사)에 있을 때 부여된 미션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시가총액이 1조 원이 되고 글로벌 1위 회사가 되면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지 않겠는가.
나중에 원하는 바를 이루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레진 업체를 만들어 모델러들에게 기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