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NHN의 실적발표를 통해 <테라>의 상용화 성적이 공개됐다. 동시접속자는 최대 17만 명을 기록 중이며, 2011년에만 최소 800억 원이 넘는 매출이 기대된다는 장밋빛 전망이다.
17만 동시 접속자의 기쁨을 느낄 틈도 없이 개발에만 매진하고 있다는 블루홀의 박현규 개발팀장과 황철웅 그래픽팀장을 만났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왼쪽부터 블루홀 <테라> 황철웅 그래픽팀장과 박현규 개발팀장.
■ 최우선 과제는 밸런스 조절
직업 밸런스를 우선적으로 조절 중이라고 들었다.
직업 밸런스는 영원한 숙제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개인별 만족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차적으로 마법사 밸런스 패치를 진행했고, 최근에는 사제와 정령사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 오픈 베타테스트 전까지는 정령사가 굉장히 안 좋았다. 그래서 조금씩 상향한 건데 좀 오버하게 된 것 같다.
우리가 판단할 때는 통계 데이터가 기반이 된다. 내부 테스트에서만 얻을 수 없었던 게 많다. 제작 아이템과 몬스터 드랍 아이템 간의 밸런스나 잘 안 쓰이는 문장과 스킬에 대한 변경, 직업별 밸런스 역시 모두 게임 내에서 실제적인 통계를 낸 후 진행하고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던전에서 요구하는 난이도가 너무 높아진다.
<테라>의 특성상 난이도 조절도 큰 숙제다. 기존 MMORPG와 달리 <테라>는 유저의 숙련도에 따라 난이도가 너무 많이 달라진다. 오픈 전에 기본적으로 난이도를 조절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고민에 빠졌다.
현재 만렙 유저들은 기존의 FPS나 액션 게임에 숙련된 유저들이라 난이도를 높였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일반 유저들에게도 그 수준의 콘트롤을 요구하는 게 좋은 일일지는 내부에서도 고민 중이다.
일단은 유저가 조금만 더 준비하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할 생각이다. 예를 들어 같은 던전이라도 잘하는 유저는 바로 진입 레벨에 깨고, 그렇지 않은 유저는 장비 좀 맞추고 2~3레벨 이후 들어가면 쉽게 깨는 식이다. 그런 방향성을 생각 중이다.
물론 그래도 난이도가 높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패치를 통해 바꿀 것이다.
<테라>의 최종 던전 중 하나인 황금의 미궁의 마지막 보스. 엄청난 공격력을 자랑한다.
원거리 직업과 근거리 직업 간의 밸런스도 문제다.
몬스터들이 원거리 대응을 잘 못하고 있다고 본다. 아무리 몬스터의 이동속도이나 공격속도를 높여도 원거리가 피할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직업 밸런스와 더불어 해결법을 고민하는 문제다. 몬스터의 추가 패턴 등을 고려하고 있다.
상위 던전의 낮은 아이템 드랍률을 ‘시간 끌기’라고 비판하는 유저도 많다.
플레이 타임도 중요한 건 맞다. 지금도 아이템 드랍률은 계속 체크하고 있다. 유저에게 도전적인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그 기준으로 아이템 드랍률을 조절해 둔 상황이다. 물론 이후에 바뀔 수도 있다. 일종의 모니터링 단계라고 생각해 줬으면 한다.
■ 문제점은 충분히 인식, 최대한 빨리 대책을 찾겠다
게임이 너무 파티 콘텐츠에 집중돼 있다.
득과 실이 있었다. 우선 파티 매칭의 불편함이 컸다. 퀘스트 단계를 맞추기 어렵다는 등의 피드백도 많았다. 모두 적극적으로 반영될 예정이다. 이후의 콘텐츠에서는 혼자서도, 혹은 파티로도 게임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중이다.
기존 콘텐츠 역시 어떻게 해서든 보완할 생각이다. 상황은 충분히 인지하고 대책을 찾는 중이니 이해해 줬으면 한다.
종족별 애니메이션이 다르다 보니 효율성 문제가 생긴다.
공격 모션에 따라 밸런스 효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는 더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이다. 의도 자체는 유저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만든 부분이다. 애니메이션에 따라 공격 거리나 타이밍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하게 디자인했다.
아주 작은 차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실제 플레이에서는 굉장히 크게 느껴지고 있다. 캐릭터 애니메이션은 어디까지나 취향의 차이에 따라 고르도록 해야지 효율에 따라 고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효율에 차이가 있다면 분명히 고칠 것이다.
다만 애니메이션과 실제 판정이 약간씩 달라서 실제보다 더 차이가 나게 보이는 부분도 있다. 예를 들어 엘린 궁수의 활쏘기는 한 바퀴 도는 동작이라 빈틈이 많아 보이지만 실제 사격속도는 다른 종족과 같다. 직업 밸런스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 끝나고 나면 종족별 보정에 힘을 쏟을 것이다.
공격 속도를 높이면 공격 범위가 짧아지는 문제가 있다.
버그다. 수정하고 있다.
경매장 이용도 불편하다.
나도 써 보니 불편하더라. 고치겠다.
특정 지역만 가면 고사양 PC에서도 프레임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다.
엔진팀에서 계속 보고 있다. 특정 상황에서 수정이 필요한 건 엔진 팀에서도 인지하고 있다. 사실 버그에 가까운 문제라 업데이트에 쓰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개선 중이다. 무조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도시도 크게 만들겠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그러다 보니 구조가 너무 불편해졌다. 빠른 로딩을 위해 일부러 벽 뒤가 안 보이는 디귿자 모양의 구조로 만들었는데 오히려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지속적으로 개편할 부분이다.
오토(자동사냥)에 대한 대책은 있나?
오늘 1차적인 제재가 나왔다.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 꽤 강경한 편이라고 자부한다.
■ 보완된 전장이 곧 열린다, 그 다음은 ‘정치
오픈 베타테스트 막판에 선보인 전장을 한층 보완해서 빠른 시일 안에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정치 업데이트가 있고, 레벨 제한을 올리는 메이저 업데이트도 준비돼 있다.
전장은 오픈 베타테스트에 비해 더 빨리 전투를 매칭해 주고 다른 유저들과 쉽게 전장팀을 짤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였다. 밸런스에도 신경 써서 불리한 상황에서도 역전이 가능하도록 꾸몄다.
정치 시스템은 어느 정도 구현돼 있나?
개발은 거의 끝났다. 다만 시스템이 도입될 타이밍을 보고 있다. 영주가 되는 방법이 투표와 전장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전장의 활성화가 이루어진 후에야 정치 시스템을 적용할 수 있다. 모두 평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만렙 유저들의 분포도 더 늘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정치 시스템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하나?
우선 영주 길드들이 탈 수 있는 전용 탈것이 있다. 백색 말에 휘장이 들어간, 외형적이나 기능적으로도 차별적인 탈것이다. 앞으로 나올 탈것 중 가장 빠른 말이기도 하다.
또 세금을 걷거나 휴업 중인 명품관을 이용하게 만들 수도 있다. 두 번째 대륙에 거래중개소를 놓는 등 NPC를 활성화하거나 마을마다 없는 NPC를 새롭게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현재 일부 지역에서만 가능한 PK도 영주가 자신의 영지를 PK 가능지역으로 바꿀 수 있도록 달라진다.
반대로 영주가 영지 내의 치안을 유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 수도 있다. 다만 이 부분은 유저들에게 거꾸로 마이너스 요소가 될 수도 있는 만큼 조금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영주는 지역별로 선출된다.
소모품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은 없나?
있다. 폭탄도 지금은 던지는 것만 있지만 <몬스터 헌터>처럼 설치형도 있다. 어느 정도 직업별 정체성을 찾았다고 한다면 전투 관련 소모품이 추가될 것이다.
캐릭터의 체형을 조절하게 만들 생각은 없나?
민감한 부분이다. 종족별 피격범위가 키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바꾸기 어렵다. 커스터마이징은 어디까지나 유저의 취향에 따라서만 선택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체형이 바뀌는 순간 취향이 아닌 효율이 앞선 커스터마이징이 나오게 된다.
일반 MMORPG에서도 작은 키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은데 <테라>는 더 심할 게 분명하다. 그래서 일부러 막고 있다.
외형이나 이름, 종족변경 등의 프리미엄 서비스도 도입되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종족이나 성별 변경에 대한 건 개인적인 저항감이 좀 있는데 외형 정도는 돼야 한다 생각한다. 프리미엄 서비스로 할지 게임 내 화폐로 할지는 사업팀과 논의해 결정할 부분이다. 확실히 만들 의지는 있다. 다만 시기나 방식은 사업적인 판단에 따라 달라진다.
캐릭터의 체형은 변경되지 않는다.
■ 다음 목표는 유저 반응에 맞춘 로드맵을 짜는 것
올해 <테라>와 관련된 블루홀의 목표는?
일단 연말까지의 개발 로드맵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에 유저 반응을 얼마나 추가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지금도 중요한 이슈를 최대한 파악하고 있다.
최선을 다했고, 장점도 많고, 단점도 많은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고쳐야 하는데’ 하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다. 동시접속자가 높은데도 기뻐할 틈조차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상용화 이후 유저 피드백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쿠마스 온라인’과 ‘원양어선’ 이야기가 제일 싫었다. 쿠마스와 꽃게의 효율이 너무 좋은 탓에 생겨난 말이다. 수정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
반대로 이런 부분은 유저들이 즐겨줬으면 하는 아쉬운 점은 없나?
유저들이 특정 지역으로 많이 몰리는 게 가장 아쉬웠다. 테스트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부족했나 보다. 게임의 특정 부분만 반복하지 말고 많은 부분을 느긋하게 경험해 줬으면 좋겠다.
그래픽팀장으로서는 인스턴스 던전에 사람이 모이는 것도 탐탁치 않다. 필드에 얼마나 많은 신경을 썼는데……. 그래도 맵 여기저기 찾아주는 유저들이 있어서 고맙다. 다만 너무 잘 찾으시더라. 하늘에서 보면 미개발이라는 글자를 크게 써놓은 지역도 있는데 그것도 찾았더라. 개발용어를 써 놓은 곳인데 그걸 어떻게 찾았는지 신기하다.
한 유저가 올린 미개발 지역의 스크린샷.
캐릭터의 성적 표현이 심하다는 의견도 있다.
종족마다 복장을 만들 때 어느 정도 기준을 세웠다. 그런데 각 디자이너가 그걸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좀 지나치거나 덜한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만들 때는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부분이 유저가 카메라를 돌려서 보다 보니 의외로 문제가 된 부분도 많다.
그리고 종족별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중요한 종족을 먼저 작업하고 나머지 종족은 나중에 작업했는데 나중에 작업한 부분에 편파적인 게 심했다. 아만 여성과 엘린이 대표적이다. 둘 다 마지막에 작업한 종족인데 퀄리티 차이가 극과 극이다.
둘 다 소수취향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엘린은 폭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고……. 우리도 아쉬운 부분인 만큼 앞으로는 어떤 부분에 더 많이 신경 써야 할지 정리하는 중이다.
외형 꾸미기 아이템도 추가되나?
장기적인 플랜으로 계속 추가될 거다. 유저의 장비가 먼저겠지만 업데이트가 되면서 앞으로 외형용 아이템 중요도가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테라>에 속옷 슬롯이 있는 것도 이에 대한 대비 중 하나다. 참고로 속옷 이외의 여분 파츠도 이미 마련돼 있다. 설계 단계부터 고려된 부분이다.
스토리는 더 강화할 예정인가?
MMORPG에서 스토리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MMORPG에서 파티 중심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게 정말 어렵다. 동영상은 솔직히 나부터 끄게 되더라. 기껏 영상 다 봤더니 파티원들 모두 마을로 돌아간 경우도 많이 봤다.
그래서 다른 방법으로 보완을 생각 중이다. 일단 지금까지의 시스템 중에는 컷신이 최고는 맞는데 우리 게임 특성상 크게 효과적이진 않은 듯하다. 그래서 조금 더 체감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텍스트나 영상이 아닌 게임 내에서 직접 스토리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업데이트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시스템이다.
영상을 이용한 스토리 전개도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업데이트 내용이 자세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다.
구체적인 숫자로 일일이 다 쓰면 너무 길어진다. 숫자의 미세한 변동보다도 전반적인 경향이 첫 번째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도 수위로 공개할지는 NHN과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다. 양사 협의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부분을 택하겠다.
끝으로 <테라>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박현규 팀장: 많은 분들이 즐겨줘서 고맙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개발자도 플레이하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많은 분들이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테니 조금만 더 개발팀을 믿어 줬으면 한다.
황철웅 팀장: 아직 못 푼 콘텐츠가 많다. 개발 일정상 예정된 콘텐츠가 많으니 조금 기다려 달라. <테라> 클라이언트가 22GB에 육박하는데, 지금 나온 게 전부는 아니다. 지금 공개된 것만 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주면 성원에 보답해 드릴 것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