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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변화, 게임시장에 큰 영향 끼친다”

중동 퍼블리셔 게임파워7 대표 파디 무자히드 인터뷰

남혁우(석모도) 2011-07-06 17:41:08

그 동안 중동지역은 <라그나로크>, <실크로드>, <라펠즈> 등 온라인게임이 일부 서비스되는 데 그쳤다. 그 만큼 아시아나 유럽에 비해 국내 온라인 게임의 진출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럽과 아시아에 비해 덜 알려져 있어 문화적으로 접근하기 힘들고 온라인 게임 인프라를 파악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중동은 가까이 하기엔 다가설 수 없는 지역 중 한 곳이다.

 

또한 지난해 12,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을 시작으로 요르단, 알제리, 수단, 이집트, 리비아 등 주변 국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를 앞세운 시위가 들불처럼 이어졌다.

 

온라인게임 인프라와 문화 정서 그리고 급변하는 현지 정세는 게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런 궁금증에 대해 한국을 방문한 중동의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 게임파워7’의 파디 무자히드 대표와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남혁우 기자


게임파워7 파디 무자히드 대표.

 

■ 중동의 문화를 이해하고 적극 받아들여야 한다.

 

TIG> 게임파워7은 국내에는 낯설다. 회사 소개를 부탁한다.

 

파디 무자히드> 게임파워72007년 설립한 온라인 게임 퍼블리셔로 중동지역에 <라펠즈>, <엑스킥>, <아스다 이야기>, 웹게임 <미스터리오브워> <컬쳐스> 5개의 게임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2개월 후 말레이시아 진출을 준비하는 등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게임파워7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위치한 거대 교육 미디어그룹 스페이스툰의 자회사다. 스페이스툰은 설립된 지 25년이 넘었다. 한국에도 2005년 어린이 애니메이션 방영 케이블·위성방송 채널 사업자로 개국했다.  

 

 

TIG> 한국을 방문한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갈라랩, 아트텍소프트 등 중동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 개발사들을 만나기 위해서다. 개발사들과 대화를 통해 차후 업데이트 방향이나 개선점을 찾아 나간다. 통신으로도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동에서 선보일 게임을 살펴보기 위한 목적도 있다. 어떤 특정한 게임을 정하고 온 것은 아니다. 오픈 시기에 상관없이 좋은 게임을 찾고 있다.  

 

기준이 있다면 게임보다는 개발사의 협력 의지다. 우리 문화를 이해하고 우리가 제시하는 요구를 얼마나 노력해서 지원하는 지가 중요하다.

 

 

TIG> 현재 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은 무엇인가?

 

온라인 게임 중에서는 갈라랩의 <라펠즈>가 중동에서 인기가 많다.

 

중동 지역도 컴퓨터의 보급률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컴퓨터 소유한 유저 중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비율은 매우 낮다. 아무래도 초고속 통신망이 보급되기 시작한 기간이 짧다 보니 인터넷 속도나 안정성 등 품질이 좋지 않다.

 

800만 명이 초고속 통신을 사용하지만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수는 아직 미미하다.

 

MMORPG외에도 FPS게임을 많이 즐긴다. 다만 온라인 FPS는 온라인 회선 문제로 랙이 심해 집에서 즐기긴 어렵다. 대신 PC방에서 랜으로 함께 모여 플레이 하는 것을 즐긴다. 주로 즐기는 게임으로는 <카운터스트라이크>, <레인보우><메달오브아너>등이 있다.

 

중동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라펠즈>.

 

 

TIG> 그렇다면 <라펠즈> 1위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퍼블리셔와 개발사간의 긴밀한 협력이다. 문화적인 요소에 대한 이해 즉 로컬라이즈(localize)가 아닌 컬처럴라이즈(culturalize)가 필요하다.  물론 퍼블리셔의 섬세한 운영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먼저 <라펠즈>의 경우, 개발사와 퍼블리셔 사이의 강력한 파트너쉽이 있었다. 개발사인 갈라랩은 중동 문화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퍼블리셔의 요구사항을 즉시 수정했다. 또한 퍼블리셔인 게임파워7은 그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한 운영과 함께 게임 수정사항을 지속적으로 요청해왔다.

 

반면 미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룬즈오브매직>의 개발사는 로컬라이징에 적극적이었다. 문화에 맞춰 의상을 수정하고 종교적인 심볼을 제거하는 등 중동의 문화에 맞춰 게임을 바꿔나갔다. 하지만 퍼블리셔가 개발사에게 중동의 문화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를 맛봤다.

 

<메틴2>는 퍼블리셔는 적극적이었지만 개발사의 요구사항에 그다지 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 <메틴2>역시 <룬즈오브매직>과 마찬가지로 큰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TIG> 문화 차이를 강조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게임에서 금기 사항이 있다면 어떤 게 있나?

 

우선 십자가 같은 종교적인 상징은 안 된다. 중동에서 게임은 재미를 추구하고 즐기는 것이지만 종교는 엄숙하고 성스러운 것이다. 즉 게임과 종교는 서로 상반된다는 시각이 많아 두 개를 합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그리고 유럽의 할로윈 축제 같은 이벤트는 지양하는 게 좋다. 할로윈이 유령이나 마녀들을 소재로 한 것도 문제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중동에서 아무도 기념하지 않는 축제라는 것이다. 즉 한국에서 열리는 설날 이벤트가 미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생각하면 된다.

 

이 밖에도 노출이 심한 복장은 금기시 된다. 우리는 25년간 일본 만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수입하면서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잘 알고 있다. 중동에서는 게임에 문화를 얼마나 잘 녹여내는 지가 중요한 만큼 게임 서비스에 대한 조언을 명확하게 해줄 수 있다.

 

<라펠즈> 중동 버전에서 변경한 여성 캐릭터. 노출을 최대한 줄였다.

 

 

TIG> 중동에도 게임산업 규제나 지원이 있는가?

 

앞서 말한 것처럼 중동에서 온라인 게임시장은 아직 미미하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크게 관여하고 있지 않다. 특별히 제한하는 것은 없다.

 

다만 도박 등 사행성에 대한 규제는 엄격하다. 특히 일명 '가차퐁'으로 불리는 랜덤박스는 주의해야 한다. 랜덤박스 속의 아이템이 얼마나 다르냐에 따라 사행성이 판가름 난다.

 

예를 들어 낮은 확률로 고급 아이템을 얻지만 그 외엔 꽝이나 그와 유사한 아이템이 제공된다면 사행성 규제 대상이다.

 

 

TIG> 결제 수단이 궁금하다. 어떤 것들이 있으며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것은 무엇인가?

 

결제는 선불카드를 구입해서 충전하는 방식이 가장 많다. 신용카드 문화가 발달하지 않아 카드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 곳도 있는 등 결제가 무척 까다롭다. 비율로 따지면 전체 비율에서 10%를 차지한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 역시 특정 업체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퍼블리셔가 직접 제작해서 서비스하고 있다. 결제 수수료는 원천징수 형식으로 퍼블리셔나 개발사가 부담하고 계약에 따라 수익을 분배한다.

 

 

■ 더 이상의 혁명은 부담스럽다.

 

TIG> 중동에서 한국 게임의 인지도는 어느 정도 인가?

 

중동에 진출한 대표적인 한국 게임으로는 <라펠즈> <실크로드 온라인>, <라그나로크>, <메틴2> 등이 있다. 그리고 한국 게임 외에는 <룬즈오브매직> <월드오브워크래프트>정도가 서비스 중이다.

 

중요한 점은 중동에서는 온라인 게임을 많이 플레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파워7은 사람들에게 온라인게임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플레이하고 어떤 재미가 있는지 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게임 홍보는 온라인이 아닌 TV 등 미디어를 주로 활용한다. 왜냐하면 모든 지역에 홍보해야 하는데 온라인이 아직 보급되지 않은 지역이 많기 때문이다.

 

 

TIG> 중동 유저들은 게임 플레이 성향이 궁금하다.

 

중동 유저들은 사회적이다. 싱글 플레이를 좋아하지 않고, 주로 파티나 길드단위로 게임을 플레이한다.

 

일례로 초보자를 무료로 도와주는 서포터즈 길드를 창단했는데 여기에 지원하는 유저가 천명이 넘었으며 뽑힌 사람들을 모두 열정적으로 게임에서 활동했다.

 

또한 2010 게임사이트 'MMORPG.COM'에서 MMORPG의 순위를 정하는 전세계 투표가 열렸는데 중동유저의 많은 참여로 <라펠즈>1위를 차지했다.

 

 

TIG> 지역마다 인프라의 차이가 클 것 같다. 

 

아랍은 18개의 국가로 구성돼 있다. 국가마다 인프라나 문화 수준 차이가 많이 난다. 먼저 시리아, 두바이는 기술, 경제, 문화 수준이 상당히 높은 국가다. 돈도 많고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도 잘 구축돼 있어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비율도 높다. 다만 인구가 적어 앞으로의 시장성은 크게 바라보기 힘들다.

 

반면 리비아, 예멘은 아랍의 국가 중 가장 경제나 기술 수준이 낮다. PC 보유율과 PC 사양도 낮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 앞으로의 시장성이 기대되는 곳이다.

 

이집트 경우도 인구가 1억 명에 가깝지만 경제적,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

 

 

TIG> 튀니지의 재스민 혁명 등 아랍국가에서 정세 변화가 심하다. 이런 부분이 게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다.

 

정세 변화는 게임 시장에 정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리비아에는 많은 유저가 있었는데 리비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인터넷 접속이 통제됐다. 3개월간 거의 완전히 끊겼다. 이로 인해 대다수의 유저가 게임을 플레이하지 못했다.

 

사태가 끝나더라도 향후 예측이 쉽지 않다. 이집트만 해도 재스민 혁명이 끝났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불안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게임을 플레이하겠는가? 물론 인터넷 접속이 통제돼 아예 즐길 수 없는 경우도 크게 작용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터넷 접속이 끊긴 예멘이나 리비아는 대부분의 유저를 잃었다. 향후 급변하는 정세를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만 없다. 앞으로 추가적인 사태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1월 25일, 이집트 기자에서 무바라크의 퇴진을 요구하며 행진중인 시위자들(출처:위키)

 

 

■ 우리는 게임 상인이 아닌 파트너를 원한다.

 

TIG> 최근 중국 게임이 세계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중동 쪽 상황은 어떤가?

 

중국 게임의 중동 진출은 드물지만 요즈음엔 조금씩 준비 중이다. 최근 중국에서 중동시장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게임파워7도 매일 4개 정도의 게임을 검토하고 있으며 <미니스트리오브워>라는 중국 게임도 서비스하고 있다.   

 

투자 비용에서는 중국 게임이 유리하다. 중국 게임의 경우, 서비스에 앞서 라이선스 비용을 일시불로 지출한다. 반면 한국 게임은 라이선스비용은 적거나 거의 없지만 수입을 나누는 로열티 비율이 중국보다 높다.  시간이 지나면 중국 게임의 라이선를 뛰어넘는 금액을 한국 개발사에 지출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개발사가 게임 이해도가 높고 전문적이다. 그리고 게임을 성공시킬만한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므로 한국 게임을 선호하고 있다.

 

 

TIG> 소셜게임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했는데 중동시장에서 소셜게임의 시장성은 어떤지?

 

중동에서 소셜게임은 무척 인기 있다. 현재 약 3,500만 명의 유저가 즐기고 있으며 페이스 북에서 사용하는 언어 중 2위를 아랍어가 차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중동 지역이 인프라가 부족하다 보니 인스톨이 필요 없이 웹브라우저에서 바로 즐기고 저사양의 컴퓨터에서도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소셜게임이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또한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간단하게 즐길 수 있어 초보자도 쉽게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

 

 

TIG> 중동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가?

 

게임 개발사는 거의 없다. 웹게임 개발사가 몇 군데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진 않다. 사우디아라비아 게임개발사인 세마포어가 공개한 <언어스드 온라인>같은 경우도 공개만한 것으로 아직 서비스일정 등 정확한 계획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TIG> 몇몇 FPS에서 중동국가가 악역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중동 유저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솔직히 매우 유감이다. 그리고 게임을 즐길 때 유저들도 중동 국가가 테러리스트로 나오는 게임은 자연스럽게 기피하게 된다.

 

게임 출시로 우리도 그들에게 상처를 입었다. 우리도 피해자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상업성을 위해 중동을 자극적으로 표현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혐오스럽기까지 한다. 그런 게임들로 인해 유저들이 중동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질까봐 두렵다.

 

얼마 전 <라펠즈>는 일본 지진의 성금모금 이벤트를 실시했었다. 중동지역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성금을 냈다. 과연 테러리스트들이 남을 돕기 위해 성금을 내겠는가?

 

<메달 오브 아너>는 탈레반이 되어 미군을 죽이는 탈레반 모드도 추가하려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TIG> 마지막으로 한국 개발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세계적으로 볼 때 중동은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유저도 적어 시장성이 없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내년까지 온라인 게임유저가 2,2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날 정도로 잠재력이 큰 시장 중 하나다.

  

한국의 개발사는 3종류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중동 게임시장의 가능성을 믿지 않고 도전하지 않는 업체다. 2번째는 확신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 식으로 한번 찔러보는 식의 개발사다. 이 개발사는 서비스는 하지만 퍼블리셔와 유저가 원하는 것을 잘 서비스 해주지 않기 때문에 성공은 거의 불가능 하다.

 

마지막으로 중동시장을 믿고 퍼블리셔와 파트너가 되어 유저에게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중동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시장에 맞춰 서비스를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중동 뿐만 아니라 중국, 유럽 등 세계 모든 시장이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

 

우리는 서비스를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지 게임을 파는 장사꾼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언제든지 우리와 파트너가 되어줄 업체를 우리는 간절히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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