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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PeoPle]착한테란, 한규종을 아시나요?

아무도 모르는 그의 이야기, 스타2로 한을 풀다

김경현(맹독왕) 2011-07-26 14:11:57

 

지금은 꽤나 유명해졌다. GSL의 상위리그 코드S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실력 좋은 프로게이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최정상의 프로게이머는 아니다. 성적도 그렇고 인기도 그렇다. 게다가 유명세도 덜하다.

 

그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방송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수년 간의 연습생 생활 끝에 꿈을 접어야만 했던 존재감 없는 선수였다.

 

기자와의 인연은 2007년 정도로 거슬러 올라간다. MBC게임 히어로 소속이던 그는 조용한 성격이었다. “나이 많은 연습생이 들어왔다는 설명만 들었다. 그러던 그는 2009, 느닷없이 MBC게임 히어로의 코치로 돌아왔다. 코치로 돌아와 참으로 다양한 게임단 업무-심지어 기자실 식사 주문 담당-까지 했던 부지런한 코치였다.

 

당시 MBC게임의 에이스였던 염보성(MBC게임), 이재호(웅진)처럼 되고 싶었던 그는 참으로 착한 사람이었다. 언제나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항상 웃는 표정이었다.

 

선수 생활의 열정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그만 둔 그에게 <스타크래프트 2>는 마력적인 게임이었다. 결국 그는 스타2로 꿈을 이뤘다. 임재덕, 정종현(이상 IM), 장민철(oGs)처럼 우승자의 반열에 들어서지는 못했지만 전과 비교하면 너무도 행복한 프로게이머 삶이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 저는 슈퍼스타죠라며 환하게 웃는 그 선수. 그 선수의 이름은 한규종(TSL)이다. 나는 이 선수를 착한테란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지금부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김경현 기자


  안녕하세요. 한규종입니다.

 

 

지난 20, 부천의 TSL 연습실 근처에서 한규종을 만났다. 펩시 GSL 코드S 16강 일정을 마친 뒤 며칠 간의 휴가를 받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느덧 그가 스타2를 시작한지도 1년이 다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진 첫 번째 심층 인터뷰. 근황을 물으며 슬슬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역시 인터뷰 초반의 화제는 코드S 16강 탈락이었다. 그는 4시즌 연속 코드S 16강에 진출했지만 단 한 번도 8강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실 16강에서 매번 떨어져도 행복해요라고 대답하는 한규종이었다.

 

GSL 코드S도 끝났고, GSTL 일정도 여유롭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지금은 휴가 기간이에요. GSTL 끝나고 1주일 정도 쉬고 있습니다. 지인들을 만나면서 쉬고 있어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코드S에서는 또 한 번 16강에서 탈락했는데. 4연속 16강 진출이자 탈락이다(웃음).

 

언제나 16강에서 떨어질 때마다 감독님께다시는 못 올라올 것 같다고 말했었어요. 두 번째, 세 번째 모두 그랬어요.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그러다가 언제까지 이러나 보자, 한 번은 8강에 가겠다는 오기가 생겼습니다.

 

16강에 대한 이야기는 잠시 후에 다시 하자. 요즘 팀 연습실도 이사를 하고, 팀원들도 조금 바뀌었다. 분위기가 궁금하다.(인터뷰가 진행된 20일은 이호준의 방출 발표 전 날이었다)

 

두 형(김원기, 서기수)이 팀을 나가고 난 뒤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죠. 뭐랄까, 형들이 팀을 나가기 전에 큰 문제가 있었다는 뜻은 아니고요. 전보다 게임 내적인 토론 및 협력이 강화됐어요. 이번에 연습실을 옮기면서 팀워크도 더 좋아졌고요. 다들 이야기도 많이 하고 게임에 대한 논의도 많이 합니다. 그러다 보니 GSTL에서도 2연승 중인 것 같아요.

 

확실히 GSTL 2연승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분위기가 괜찮은 것 같기는 하다.

 

100% 달라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어요. 형들이 나가고 난 다음에 선수들의 책임감이 더 강해진거죠.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이 제 눈에 보였어요. 감독님도 많은 것들을 주문하고 계셔요. 그런 것들이 겉으로 표출되고 있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어느덧 스타2를 시작한지 거의 1년이 되어가고 있다.

 

후회한 적은 없어요. 처음부터 시작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스타1 때는 말만 게이머지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선도 못 뚫고 프로리그도 출전 못하고 말이죠. 그 때 쌓인 울분들을 계속 풀어가고 있어요. 사실 16강에서 매번 떨어져도 행복해요. 방송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정말 재미있어요.

 

  한규종은 스타1 프로게이머였다.

 

 

 

한규종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였다. 비록 데뷔를 하지는 못했지만 한국e스포츠협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MBC게임 히어로 소속의 프로게이머였다. 하지만 팬들은 잘 모른다. 모를 수 밖에 없다. MBC게임의 골수 팬이 아니고서야 TV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그 선수를 어떻게 기억하나?

 

솔직히 말해, 기자도 그가 스타1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만 알았지 어떤 선수였는지는 잘 알지 못했다. 그래서 물어봤다. “스타1 프로게이머 시절은 어땠냐고 말이다. 그랬더니 놀랄 만한 이야기들이 줄줄 흘러 나왔다. 정확히 말해 그는 MBC게임의 2:2 팀전 조합의 연습을 도와주던 팀플 연습생이었다.

 

정확히 언제 스타1 프로게이머가 됐나?

 

2006년 하반기에 MBC게임 히어로의 공개선발전에 나갔었어요. 그 때 입상을 했고 오프라인 테스트를 통해서 입단을 하게 됐죠. 정확히 2007년 상반기 드래프트를 통해 프로게이머가 됐습니다.

 

2007년 상반기 드래프트? 그 때 프로가 된 멤버들이 지금 장난이 아닐 텐데?

 

이영호(KT), 정명훈(SK텔레콤) 등이 저와 프로게이머 동기에요. 지금 스타1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그 때 프로게이머가 된 걸로 알아요.

 

스타1 프로게이머를 왜 하려고 했었나?

 

어린 마음에 임요환 선수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죠. ‘와 멋있다그랬어요. 꽤 오랫동안 동경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때 게임을 잘하지는 않았고 무작정 계속 하기만 했어요. 고등학교 내내 했죠. 공부는 2학년 때 포기했습니다. 그런데 고3 대학교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게임을 잠시 그만 뒀다가 대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대학교에 갔더니 맨날 술만 먹고 놀더라고요. ‘이것도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결심한 뒤 바로 자퇴를 했어요. 게임을 접은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런 인맥이 없었고, 당장 급해서 들어간 곳이 아마추어 숙소였죠. 그런데 돈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그래서 아르바이트를 열심히 해서 숙소에 들어갈 돈을 마련했죠(웃음). 9개월 정도 연습을 하다가 준프로 자격을 획득했고, 이후 자연스럽게 프로게이머가 됐죠.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늦게 시작한 편이다. 특이한 케이스다.

 

21살 때 프로게이머가 됐죠.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매우 늦은 출발입니다. 사실 MBC게임 테스트에 떨어지면 바로 군대를 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하늘이 도왔죠. 저는 굉장히 절박함을 갖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어요.

 

절박함이 있었다고? 그런데 막상 스타1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 절박함은 있었는데 처음에 막연히 기분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 때가 ()택용이가 우승하던 때라서 신기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막상 합류를 하니까 제 생각과 다르더라고요. 그 당시 6시 이후에 자율(MBC게임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하태기 감독 시절, 효율적인 자율 연습으로 큰 성과를 거뒀다)이었는데 연습을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 거에요. 완전히 자율이었는데 분위기에 심취해서 저도 놀아버렸습니다(웃음). 

 

 

스타1 프로게이머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 당시 프로리그에는 2:2 팀전이 있었어요. 팀전은 출전하는 선수들도 힘들지만 연습을 도와주는 선수들도 굉장히 힘들어요. 팀플은 시간이 많이 안 걸리니까 하루에 50~60게임 정도 해요. 사실 처음에 팀플을 하라고 했을 때는 팀플이라도 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하겠다고 했죠. 그런데 하다보니 1년이 지나갔고 방송 경기에는 출전도 못했죠. 그 때부터 흥미를 완전히 잃었어요. 팀플전 때문에 예선을 뚫을 수가 없었어요. 팀플 선수들은 예선을 준비할 시간도 여유도 없었던 것이 당시 현실이에요.

 

그런데도 당시 임재덕, 정영철 선수는 예선을 뚫었죠.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사실 팀에서 최소 4, 최대 6명은 팀플에 묶여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저는 1:1을 하러 프로게이머가 됐는데 들어가자 마자 팀플전을 하니까 오히려 실력이 더 줄어들었죠. 그러니까, 프로게이머는 됐는데 게임 실력은 오히려 더 줄어버린거죠. 그런데 막 들어간 신인이니까, 반항도 못하고(웃음).

 

월급도 거의 없는 힘든 시절이었어요. 그러다가 결국 정식 계약을 하게 됐는데 제 임무는 팀플이었어요. 그런데 1달 정도 있다가 팀플이 프로리그에서 사라졌어요. 그래서 다시 개인전을 하려니 실력이 너무 뒤쳐져 있는 거에요. 막막하더라고요. 그러다가 김혁섭 감독님께서 은퇴를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를 하셨고, 하겠다고 했죠.

 

팀플전이 웬수겠다(웃음). 솔직하게 말해보자. 팀플전, 연습 부족 둘 중에 무엇이 더 큰 이유인가?

 

둘 다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물론 열심히 했죠. 그런데 팀플전을 하다 보니 열정이 사라졌어요. 6시 이후에 자율인데, 팀플전 연습이 도와주기 싫어서 일부러 연습실에 안 갔어요. 물론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미안해요. 하지만 아침부터 6, 정해진 연습 시간에만 게임을 해도 팀플전은 60게임 정도를 할 수 있어요. 그런데 6시 이후에 20게임을 더 도와줘야해요. 힘들었죠.

 

공식전에 데뷔를 못하고 은퇴한 선수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게 한으로 남았을텐데.

 

그게 지금까지도 한이에요. 그래서 제가 스타2를 시작한 거에요. 처음 게임을 하자마자 예전 스타1 시작할 때가 생각이 나면서 무조건 해야한다고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제 이야기를 모르잖아요. 이런 사연이 있는지 잘 모르시죠. 마음속에 있는 한이 사무치도록 커요. 그래서 지금 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스타1에는 저처럼 데뷔 무대를 갖지 못하고 은퇴한 선수가 많아요. 해병왕 이정훈 선수도 저랑 같은 케이스죠.

 

중간에 코치로 돌아온 적이 있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제가 다른 선수들을 지도한다는 것이 말이 안되잖아요. 솔직히 하기 싫었고 거절도 했어요. 자격지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당시 이운재 코치님이 한 번 해보자고 권유를 하셨어요. 그러다가 힘들게 게임을 하고 있는 2군 선수들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내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할 수 있는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코치 경험이 유익했나. 얻은 것이 있다면?

 

배운 것들이 정말 많아요. 사회 생활이라고 해야하나? 프로게이머일 때는 몰랐던 것들을 배웠죠. 회사 분들하고도 일을 해야하니까요. 그리고 코치가 하는 일이 정말 많더라고요. 저도 선수 때는 코치가 뭐하는 사람이지? 뭘 하고 돈을 받지?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웃음). 그런데 정말 하는 일이 많아요. 선수 관리, 회사일, 숙소 관리, 돈 관리, 기자들 식사 제공까지도 제가 했어요. 회사에서 저를 굉장히 많이 사용하셨죠(웃음).

 

그렇다면, 은퇴 이후 코치직 시작 중간 시기에는 어떤 일들을 했나?

 

그 때는 당장 돈이 필요해서 아무일이나 막 했어요. 에어컨 설치 기사님을 따라다니면서 보조일을 하기도 했어요. ! 저 그 때 많은 것들을 배웠어요. 그 기사님이 좋은 마인드를 심어주셨어요. 돈을 쫓지 말라고 하셨죠. 돈을 쫓다가 결국 돈에 쫓긴다면서 하고 싶은 일에 열정을 쏟으라고 하셨죠. “너는 어떻게 볼지 몰라도 나는 너무 행복하다고 말씀을 하시는거에요. 그런 말을 들으면서 눈물까지 날 뻔했죠.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면 분명히 행복해질거라고 하셨어요. 지금도 전화 통화를 하면서 안부를 묻는 사이입니다. 처음에 제가 16강에 갔을 때 너무 좋아하셨어요. 그 분이 코치일도 다시 해보라고 조언해주셨고요. 아버지 같은 분이세요. 이 자리를 빌어 정말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스타2 프로게이머 한규종, 한을 풀었다

 

 

데뷔를 하지 못하고 은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무명의 스타1 프로게이머 한규종. 그에게 스타2는 인생의 반전이었다. 물론 시작하자 마자 성공 가도를 달린 것도 아니고 항상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한규종은 아직 이뤄야만 할 것이 많은 스타2 프로게이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규종은 행복하다고 말했다. 예전에 비하면 슈퍼스타가 됐다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만족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매번 코드S 16강에서 탈락하고 있지만 많은 것들을 배우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한규종의 스타2 프로게이머 생활은 아직 많이 남았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 분명하다.

 

스타2 선수를 하기 위해서 코치직을 그만둔 것인가?

 

MBC게임에 사실 미안해요. 재계약 시즌에 회사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너무 게임이 하고 싶었어요.

 

이운재 감독과 TSL 창단 멤버가 됐다.

 

자연스럽게 같이 하기로 했던거죠. 서로 스타2에 관련된 일을 함께 해보고 싶었어요. 또 그 당시에는 제가 기댈 사람도 없었고요. 정말 자연스럽게 TSL에 참여하게 된거죠. 스타1 시작할 때처럼 정말 물 흐르듯이 시작하게 됐죠.

 

처음에 스타2를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떠올려보자.

 

‘와, 재미있다이런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어요. 스타1 선수들에게는 미안한데 당시 프로리그 때도 저녁에 몰래 했어요. 나중에 하태기 감독님께 혼나기도 했죠. 그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어요. 계속 스타2 생각만 나는 거에요. 사실 회사에서는 일을 위해 스타2를 경험해보라는 했는데 완전 빠져버렸어요. 그 당시 래더에서 베타 첫 시즌이 끝날 때 6위인가 했어요. 최정민(oGs), 이형주(프라임) 선수 등이 잘하실 때 제가 그 정도의 성적을 낸거에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스타1보다 스타2가 더 잘 맞았던 것인가?

 

저는 게임을 여유롭게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그걸 하기에 최적화 된 게임이 스타2에요. 손이 느려도 전작보다 더 잘 할 수 있고 부대지정도 많이 되니까요. 대신 저는 콘트롤 부분이 약해요. 그래도 제 성향에는 스타1보다 스타2가 잘 맞는 것 같아요.

 

GSLTG삼보 오픈 시즌1 예선을 뚫었다. 시작하자 마자 좋은 성과를 거뒀다.

 

그 때 첫 예선에 나갔는데 1차 상대가 저한테이거 종족 어떻게 고르는거에요?’라고 물어보는거에요(웃음). 솔직히 뭐 이런 대회가 다 있나싶으면서도 제가 대신 종족을 골라줬죠. 그 때 이후로 긴장이 확 풀렸어요. 그 다음부터 경기가 너무 잘됐어요. 당시 예선에서 네 명을 만났는데 전부 테란이었어요. 8판을 빌드 하나로 다 이겼어요.

 

오픈 시즌2, 시즌3 예선은 달랐을 것 같다.

 

시즌2 때 결승전에서 첫 세트를 졌어요. 그 때 정신이 번쩍 들었죠. 하지만 시즌3 예선은 의외로 쉬었어요. 이 때는 저도 성장을 했으니까요.

 

오픈 시즌 세 시즌에 모두 다 출전했지만 8강 진입에는 실패했다.

 

사실 포인트 계산을 했죠. 시즌3 예선만 뚫으면 코드S 확보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했고, 조급함도 없었어요. 그리고 코드A에서 시작해도 좋다고 생각했어요. 어차피 저는 밑바닥이었잖아요. 저는 임요환(슬레이어스), 이윤열(oGs) 선수가 아니잖아요.

 

2011년 정규시즌 출범 후 코드S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다. 16강에서 계속 떨어질 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발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저에게 스타1에 비하면 이 된 거라고 하시죠. 지금 행복해하라고 말씀해주세요. 모든 것에 감사하라고 하셨어요. 코드S 못 와서 한탄하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느냐라고 하셨죠. 저는 우승, 준우승도 중요하지만 코드S에 있다는 것 자체로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타1에 비하면 저는 지금 슈퍼스타죠.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는 편이에요.

 

  은근한 이슈메이커 한규종

 

 

무한도전의 정형돈 같은 미친존재감은 아니다. 그러나 한규종이 특징이 없는 그저 조용한 선수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랬다면 매번 코드S 16강에서 떨어지는 선수를 이렇게 심층적으로 인터뷰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좋든 싫든 그는 은근한 이슈메이커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2세대 인텔 코어 GSL 시즌2 코드S 조지명식 때 그렉필즈를 향해 ’, ‘라며 도발했던 사건이다. 이후 한규종은 일부 팬들에게 건방지다’, ‘예의가 없다는 악평을 듣기도 했다. 이 밖에도 한규종이 만든 이슈가 더 있다. 이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지금부터 공개한다.

 

그렉필즈와의 이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사실은 그 전날 무한도전을 봤어요. 정형돈씨가 하하에게 막말을 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하는거에요. 사실은점마라고 할려고 했는데 너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나름 순화한 것인’, ‘였죠. 그런데 처음보시는 분들은 당연히 거부감이 드셨겠죠. 그 때 악플도 많이 받아봤고요. 저보고 정신병자 같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었고요(웃음). 물론 그 전에도 악플은 받아봤지만 이 때 차원이 다른 악플을 받았죠. 엄청 심한 욕도 있었고요. 하지만 저는 적당한 악플은 무관심보다 낫다고 생각하면서 긍정적으로 넘겼어요. , 그리고 저는 정형돈이 아니더라고요.

 

해외 팬들한테 꽤나 유명해졌다고 들었다.

 

외국인 해설자들이 저를 좋아하나 봐요. 제 아이디를 우스꽝스럽게 부른다고 하시던데요? 그렉필즈와의 사건도 사건이지만 해설자 덕분에 해외 팬들이 저를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해외 팬들이 제 트위터를 많이 찾아주고 계세요. 생각보다 정말 많은 팬들이 저를 알더라고요. 닉과 댄의 파괴력이 대단하더라고요. 사실 제가 게임 내적으로 인기가 많을 스타일은 아니잖아요.

 

신상호와의 LG시네마3D GSL 시즌3 코드S 16강에서는 충격탄 연구를 하지 않았다.

 

2세트 때는 끝날 때 기술실을 봤더니 충격탄 연구가 안 됐더라고요. 하지만 3세트는 끝날 때까지도 몰랐어요. 숙소에 와서 애들이 알려줬죠.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때부터 16강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 것 같기도 하고요.

 

프로게이머들도 큰 실수를 하는 경우가 있다. 확실히 경기장 부스의 환경은 생소한가?

 

일단 부스 안에 들어가면 사운드 커튼 소리와 이어폰 소리가 막 울려요. 해병이 총질을 한 번만 해도 소리가 정말 커요. 집중하기가 힘들죠. 평소 연습실 환경과 매우 다릅니다. 제가 프로게이머 경력은 있지만 방송무대 경기는 스타2가 처음이잖아요? 잘하는 선수, 경기를 많이 하는 선수들은 노하우가 생기면서 연습실과 경기장의 격차를 좁힐 수 있는데 경험이 없으면 생소한 환경 때문에 정신이 없어지죠. 아마 직접 해보시면 깜짝 놀랄 거에요. 그래서 선수들이 말도 안 되는 실수를 하는 거에요.

 

지난 펩시 GSL 시즌4 코드S 16강 서기수전에서는 북핵 테란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사실 공격을 가면 끝나는 상황이었죠. 속으로는 이겼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핵을 한 두 번 사용하면 좋다는 조언을 듣고 적당히 쓰려고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도 모르게 고집이 생긴 것 같아요. ()기수 형이 자꾸 피하니까 오기가 생긴 거죠. 사실 저는 연습 때 핵을 안 써봤어요. 연습이 안된 상태니까 자꾸 그렇게 정직하게만 쐈죠. 그리고 저는 게임 센스가 부족한 편이에요. 연습 때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당황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날 그랬어요. 핵을 몇 번 쏘다 보니 조급해지면서 게임이 이상해졌죠.

 

끝나고 나서 어땠나? 4연속 16강 탈락이었다.

 

허탈했죠. ‘스스로 기회를 또 날렸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아직 8강에 갈 때가 아니다는 생각도 들었고 누군가 16강 테란이야라고 말하는 듯 했어요.

 

그래도 저는 질 때마다 배웁니다. 저는 항상 16강에서 스타1 출신 선수들에게 졌어요. 저도 스타1 출신이기는 했지만 2군이다 보니 그런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항상 주눅이 들어서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 기억이 지금까지도 저를 지배하고 족쇄처럼 달려있어요. 부스에 들어가자 마자 손발이 묶인 듯한 느낌도 들고요. 정신적으로 아직 부족한 것 같아요.

 

그렉필즈 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착한 이미지다.

 

의도적으로 그럴려고 노력하지는 않은데 사람들이 저를 그렇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사실 저 재미도 별로 없어요. 그래도 주변에서 착하게 봐주시면 싫지 않죠(웃음). 사실 속으로는 악동처럼 해보고 싶기는 한데 못하니까. 아무런 이미지가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한규종이 더 독해져야 한다고 말하는 팬들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얼마나 더 독해져야 그런 말을 안 들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독하게 했거든요. 속상하기도 했어요. 연습을 정말 혹독하게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하지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아닐 수도 있죠. 결국 공식 경기에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네요. 속상하지만 꼭 극복해야 할 숙제입니다.

 

  한규종의 미래, “팬들의 기가 필요합니다

 

 

계속 16강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한규종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승격강등전을 하지 않았다. 코드S에 있을 만한 충분한 실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32강에서는 임재덕(IM)도 이겨봤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16강 테란으로만 남을 수는 없다. “예전에 비하면 슈퍼스타다”, “16강에서 매번 탈락하지만 배우는 것들이 있다고 말하지만 그도 우승이 목표인 프로게이머다. 그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을까?

 

언젠가는 8, 4강 그 이상을 밟고 싶을 텐데.

 

솔직히 지금 상태라면 계속 16강에 머물 것 같아요. 스타2 프로게이머를 하는 내내 말이죠. 조금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금도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더 열심히 하는 것이 답입니다. 다음 시즌은 정말 목숨을 걸고 할 겁니다. 다음 시즌에 꼭 8, 4강에 갔으면 좋겠어요.

 

지금의 한규종은 예전에 비하면 신, 슈퍼스타다라는 생각은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지 않나?

 

그렇죠. 알아요. 16강에서 머무는 것일 수도 있어요. 예전에 비하면 잘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하니까요. 하지만 저런 생각은 단편적인거에요. 제 생각의 전부가 아니죠.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은가?

 

저는 엄청난 상금, 엄청난 횟수의 우승보다는 팬들에게 친근한 프로게이머가 되고 싶습니다. 팬들과 게임도 같이 하고요. 자주 만나고요. 만약 우승을 하더라도 무게를 잡지 않는 선수? 제가 팬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런 선수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우승하고 유명해져도 지금이랑 똑같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친근한 이미지라서 그런지 배틀넷에서도 사람들이 말을 자주 걸어요. 선수 생활을 하는 내내 그랬으면 좋겠어요.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초심을 잃는 선수들이 있다. 본인은 어떨 것 같은가?

 

몇 번 그런 경우를 봤어요. 하지만 어떤 때에는 선수는 변함이 없는데 주변의 환경과 대우가 먼저 달라지고 선수 스스로 모르게 초심을 잃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그럴 수는 있겠죠. 지금보다 더 유명해지면 주변에서 저를 어떻게 대할지 모르죠. 하지만 저는 자신이 있습니다. 우승을 했다고 달라지거나 하지 않을 겁니다.

 

성적과 상금에 대한 목표도 있을 것 같다.

 

다른 선수들처럼 올해 상금 1억을 넘겠다, 이런 기준은 없어요. 그냥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한 번이라도 말이죠. 솔직히 저는 돈이 중요하지 않아요. 상금보다 중요한 것은 우승입니다. 어떻게 보면 저는 바보에요(웃음). 악착 같이 돈 모으면서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상금, 돈을 쫓아다니고 싶지 않아요. 제 꿈은 단지 우승입니다. 그리고 나이를 조금 먹으니까 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해외로 뻗어가는 한규종의 모습도 꿈꿔봤나?

 

그게 최종적인 꿈이에요. 지금은 기반을 다지고 있죠. 궁극적으로는 해외에 나가고 싶습니다. 게임을 하지 않더라도 해외에서 일을 하고 싶어요. 원래는 예전에 게임을 그만두고 유학을 가려고 했어요. 그 때 코치 제의를 받았고요. 해외 e스포츠에서도 일하고 싶은데, 그러려면 제가 유명해지기도 해야 하고 영어도 잘해야 하고요. 일단 그러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해외 팀에서 뛰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나이를 더 먹고 더 어른이 됐을 때의 이야기에요(웃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달라.

 

저의 진짜 팬들은 음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웃음). 음지에서, 숨어서 응원하시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하지만 저는 다 압니다. 그 분들께 정말 감사 드려요. 단 한 분일지라도 정말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질 때마다 트위터로 격려도 해주시는데 팬들이 다들 조용한 스타일이세요. 앞으로 저의 경기를 더 즐기게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경기장에 와서 저랑 이야기도 나누고 그래요. 음지에 계시지 마시고 앞으로는 양지로 나와주시길 바랍니다. 잘해 드릴께요.

 

그리고 스타2 팬들은 정말 솔직한 것 같아요(웃음). 때로는 거칠지만 진심이 느껴질 때도 많아요. 놀랄 때도 많죠. 하지만 가끔은 누군가에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안보고 살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을 하지만 이 좁은 땅에서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겠습니까? 입장을 바꿔서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e스포츠 팬들에게는 언제나 감사 드리고 있지만 조금 더 예쁘게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수들은 모두 여리고 약하거든요.

 

아 정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다음 시즌에는 꼭 8강에 갈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팬들의 기가 필요합니다. 기를 팍팍 불어 넣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한규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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