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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People]GSL의 ‘칼날여왕’ 이현주 캐스터

GSL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카스토르 2011-10-26 09:25:54

냉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승리를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e스포츠 전장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여전사가 있다. e스포츠 팬들은 그녀를 ‘칼날 여왕’ - <스타크래프트> 저그 군단을 지배하는 사라 케리건을 일컫는 말 - 이라고 부른다. 바로 곰TV의 간판인 이현주 캐스터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배우를 꿈꾸던 연극학도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기도 했고, 2000년부터는 MBC게임의 간판 캐스터로 활약했었다. 2006년 12월 결혼과 함께 출산 및 육아를 위해 2007년 6월 잠시 방송을 떠났다가 2008년 2월 17일 곰TV 스타 인비테이셔널로 방송에 복귀한 이후 곰TV의 대표 캐스터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게임을 중계하면서 e스포츠계에서 많지 않은 우먼파워를 선보인 그녀는 MBC게임 활동 시절에는 <워크래프트 3>의 대모였고, 이제는 명실상부 <스타크래프트 2>의 ‘칼날 여왕’이다. 그녀가 다시 한번 방송을 떠나게 된다. 바로 둘째 아이를 출산하기 위해서다.

 

4년 동안 활동하던 곰TV를 떠나 잠시 방송을 쉬는 ‘칼날 여왕’ 이현주 캐스터.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18일 소니에릭슨 GSL 시즌6 코드S 결승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그녀를 만나 곰TV에서의 4년, GSL, 출산을 위한 휴식, 복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이현주 캐스터, 그녀가 두 번째로 방송을 떠나는 이유

 

GSL 최초의 해외 결승전이 코앞이다. 기분이 어떤가?

 

정말 기분 좋다. 처음에 기획이 되고 준비를 할 때부터 설렜다. ‘드디어 나가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냥 결승전만 해외에서 치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러 가는 홍보대사의 느낌도 들고 나도 모를 애국심도 생긴다. 해외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체험할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GSL 이라는 브랜드가 해외 진출한다는 사실에 소속감도 더 생긴다.

GSL 스태프이기 전에 팬의 입장에서도 굉장히 즐겁고 뿌듯하다. 처음부터 준비를 했고, 절정을 맞은 상황에서 해외 팬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생각도 든다. 해외 리그와 연계도 본격화되고 GSL이 1년이 넘어서면서 많이 바빠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바쁜 시기에 개인적인 일로 빠지게 돼서 조금 안타깝다.

 

개인적인 사유로 인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방송에서 물러난다고 알고 있다. 이유가 무엇인가?

 

둘째 아이가 생겼다.

 

축하한다. 개인적으로는 정말 기쁜 일이다. 둘째는 얼마나 됐나?

 

이제 곧 6개월을 바라보게 된다. 행복하다. 첫째를 임신했을 때는 바로 일을 그만뒀었다. 태교를 포함해서 아이에게 집중하고 싶었던 것이 이유였다. 그런데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확실히 경험이 생기고 나니 일을 쉬는 것보다 오히려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생활하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방송을 아예 그만두는 것은 아닐 것이고, 휴직을 하게 되는 것인가?

 

방송만 하차하게 되는 것이다. 관련된 업무는 최대한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이 빠지면 내가 그 동안 일하던 것 가운데 80% 이상이 빠지는 것이다.

대신에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서 해야 할 일은 계속 진행할 것이다. 오히려 방송을 쉬면서 못 챙겼던 것도 챙기고 스태프 역할에 충실할 계획이다.

 

당연히 방송 복귀 시기에 관심이 간다.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앞으로 1년 정도가 지난 뒤가 될 것 같다. 아이 낳을 준비를 하고, 복귀를 위해 몸도 추스르려면 그 정도 시간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방송은 그만 두더라도 계속 관련 일을 하기 때문에 화면에서만 1년 정도 못 보시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

 

첫째 아이를 출산하면서 하차했고, 복귀한 경험이 있지만 공백이 걱정되진 않나?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그때도 관심을 끊은 것이 아니었다. 게임은 나의 직업이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이고 취미기 때문에 문제없다. 그냥 즐겁게 살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아이를 낳더라도 뒤쳐질 걱정은 없다.

 

(본 기자는 사전에 이현주 캐스터가 둘째 아이를 임신한 관계로 이번 시즌 중계를 마지막으로 방송을 그만 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기사화를 준비했다. 하지만 이현주 캐스터는 본인의 개인적인 일로 인해 리그와 선수들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여러 매체들에게 본인이 방송에서 직접 하차 사실을 밝히기 전까지는 비밀을 지켜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에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

 

 

 

◈ MBC게임 캐스터에서 곰TV 아나운서팀 팀장으로 변신

 

처음 방송을 쉬고 복귀할 때 MBC게임이 아닌 곰TV를 선택했다. 이유가 궁금하다.

 

곰TV의 러브콜이 강했다. 당시 곰TV는 다양한 호재를 갖고 있던 시기였고, MBC게임은 친정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내게 중요한 것은 복귀 시점을 조율하는 것이었는데 일을 조금 빨리 하고 싶었다. 일단 곰TV의 영입 조건이 MBC게임도 출연하는 것이 무리가 없다는 조건이어서 수락했다. 그래서 곰TV로 복귀를 결정했다.

곰TV에서는 메인인 리그를 진행했고, MBC게임에서는 리그가 아닌 정보 프로그램으로 두 방송국에서의 역할을 나눴다. 아무래도 양쪽에 시너지를 주기 위해서 성격이 같은 프로그램이 겹치지 않도록 배려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후에 곰TV에서 입사를 제의했고, 2009년 초에 곰TV 입사를 결정하면서 MBC게임 방송은 그만 두게 됐다.

 

TV의 리그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끈 셈이다. 무엇이 가장 힘들었나?

 

일단 환경이 가장 힘들었다. TV의 열정과 에너지, 전문성은 어느 곳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거기에 회사 경영진의 마인드도 유동적이고 진취적이라 너무 좋다. 그런데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난 뒤에도 마음 먹은 대로 쏟아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다. 마치 수 많은 포에 포탄을 장전하고도 제대로 발사하지 못한다면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사기를 잃지 않았고, 항상 무언가를 만들고 준비하고 개척하는 상황에서 일했다.

환경이 조금 답답하고 일이 안 풀려서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힘을 모았다.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행운이 됐고, 원동력이 된 것 같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내고 열정을 잃지 않으면서 더욱 열심히 일을 했다.

 

채정원, 안준영 해설위원은 따로 떼서 이야기 할 수 없는 소중한 파트너다.

 

두 사람은 유쾌하고 즐겁고, 게임 마니아다. 나와는 개인적으로 친한 누나, 동생 사이다.

먼저 채정원 해설위원은 너무 좋아하는 동생이다. 채정원 해설은 중간이 없다. 때로는 욱하기도 하면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재미있고 유쾌한 성격에 높은 점수를 주게 된다. 욱하는 감정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이해하게 되더라. 일하는 동료 이상으로 믿음이 가는 친구기도 하다.

 

안준영 해설위원은 그와 반대다. 채정원 해설이 밝고 통통 튀는 유쾌한 사람이라면 안준영 해설은 진지한 면이 강하다. 그로 인해 시너지 효과가 더 큰 것 같다. 서로의 역할 분담이 이뤄지는 상태에서 방송을 하게 된다.

 

세 명 모두 뭔가에 몰입하는 마니아인 것은 동일한데 한 가지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 모두 다르다. 판이 깔리면 채정원 해설은 신나게 놀고, 안준영 해설은 진지하게 그것을 풀어간다.

 

회사에서 직책은 아나운서팀 팀장이다. 황영재 해설, 이인환, 서경환 캐스터, 황영재 해설위원를 직접 발굴했다.

 

황영재 해설은 게임 팬으로 인터넷 방송을 보면서 뜨거운 열정과 강철 체력에 반했다. 이 친구라면 같이 일하면서 그가 가진 열정과 체력을 나도 받고 싶었다. 그래서 직접 전화를 해서 입사를 권유했다.

원래 꿈이 게임해설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꿈을 펼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줬다. TV라는 곳이 그런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정규 코스를 수료하고 경쟁에서 이겨내야 입사가 가능하지만 황영재 해설은 그 부분을 깨뜨리고 입사할 수 있었다. 역시 그가 가진 열정과 에너지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황영재 해설은 무엇보다 내가 선발한 첫 팀원이라 애착이 간다. 처음에는 황영재라는 이름보다 기사도라는 닉네임이 유명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자신의 이름을 가진 해설위원이 됐다. 그를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고, 결과적으로 성공한 것 같아서 만족한다.

 

이인환, 서경환 캐스터는 오디션을 볼 때부터 남달랐다. 원래는 1명만 선발하려고 했는데 2명을 모두 뽑기로 생각을 바꿀 정도였다. 회사에서도 처음에는 난색을 표명했지만, 난 고집스럽게 2명 선발을 추진했다.

 

서경환 캐스터는 인간미가 있는 사람이다. 게임에 대한 지식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겠지만 방송을 통해 사실을 전달하는 능력이 탁월했다. 이인환 캐스터는 똘똘하고 진지한 것이 장점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둘을 선발했으니 혹독하게 훈련을 시켜야 했다. 물론 혼자 일을 하려니 힘들기도 했다(웃음). 정말 열정적이고 신선하며 시원시원한 남자 캐스터를 만들고 싶은 욕심도 강했다. 그래서 거의 녹초가 될 때까지 속된 말로 굴렸다. 둘은 아마 나를 악마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웃음). 그런데 기특한 것은 볼멘소리 한번도 하지 않고 그 모든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다.

 

캐스터는 에너지 소모가 굉장히 많은 직업임에도 젊어서 그런지, 신인의 패기 때문인지 잘 따라오니까 나도 신이 나더라. 그러다 보니 당초 계획했던 것 보다 적응 시간이 빨라졌다. 지금은 지났으니 하는 말인데 두 명 모두 정말 힘들었다고 말하더라. 하지만 너무 뿌듯하고,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을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웬만해선 쓰러지지 않고 자세가 되어 있는 준비된 인재다.

 

거기에 마지막으로 발굴한 신정민이 등장해 조합되면서 또 다른 시너지가 났다. 서경환 캐스터와 함께하는 순간 둘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TV는 프리랜서보다 직원을 선호하는 것 같다. 본인은 둘을 모두 경험했는데 직원으로 일하는 것의 장점은 뭐가 있을까?

 

(주저 없이) 사명감. 내 것이고, 우리 것이고, 우리 제품이라는 생각이 훨씬 강해졌다. 솔직히 프리랜서 시절과 비교해서 통장 잔고는 줄었다. 하지만 직원이 된 이후에는 통장을 보지 않는다. 직원이 되고 나서는 통장 잔고는 중요하지 않다. 월급날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웃음).

대신 우리 회사에 대한 애착, 제품에 대한 자부심이 강해졌다. 예를 들면 누군가 내 자식의 외모를 가지고 안 좋은 소리를 하면 기분 나쁜 소리를 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다. 야근은 잦아지고 일은 훨씬 많아졌지만 그런 기분에 일을 하는 것 같다. 일을 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버티게 한다.

 

 

 

◈ 곰TV 얼굴에서 GSL과 스타2 대표 캐스터로...

 

게임은 어느 정도로 하나? 스타2 래더 실력도 궁금하다.

 

래더는 거의 못한다. 아이디가 4개 있는데 가끔 했었다. 그런데 지면 짜증나고 속상해서 연패를 당하는 스타일이라 게임은 자제하는 편이다. 그리고 지금은 할 수 없다. 태교에 좋지 않다(웃음).

 

GSL을 중계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

 

당연히 매 시즌 결승전이다. 현장에서 리허설 하면서 팬들을 보고 있으면 매번 설레기도 하고 진한 감동도 느낀다. GSL이 리그의 간격이 짧긴 하지만 그때마다 비슷한 크기의 감동이 찾아온다.

현장에서 일을 마치고 마지막에 경품 추첨할 때도 보람이 있다. 요약하면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고. 그것을 피부로 느끼면 정말 보람 있고 뿌듯하다.

그리고 해외에서 GSL이 세계 제1의 스타2 리그라는 피드백을 볼 때는 정말 짜릿짜릿하다.

 

반대로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

 

마음만큼 해내지 못했을 때다. 나는 스타2가 한국에서 흥행 홈런을 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스피디하고 몰입도도 높았다. 그런데 일부의 평가에서는 한국에서 흥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말했고, 리그도 거기에 견인차가 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물론 워3를 할 때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GSL=스타2. 약간 주춤할 때 속상하기도 했지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을까 걱정도 많이 했다. 이제는 안정 궤도에 올랐고 점점 더 발전하고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캐스터 입장에서 중계할 때 선호하는 선수가 있나?

 

나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좋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끊임없이 공격하는 선수가 좋다. 건물 다 짓고 병력 잔뜩 모은 뒤에 모든 걸 준비해서 공격하는 선수보다 경기 시작부터 시종일관 공격적인 선수가 좋다.

 

이정훈과 한준의 젤나가동굴에서의 대결(소니에릭슨 스타크래프트2 오픈 시즌2 8 5경기)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싸우면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e스포츠의 가능성을 보여준 경기다. 역동성 있게 싸우면서도 즐길 수 있고, 시간가는 줄 모르게 전투가 이어지는데도 재미있는 경기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흐름이 빨라서 중계진이 찰나를 놓칠지라도 스피디하게 전투하는 선수가 좋다. 그런 선수가 몇 명 있다. 약간 무리수가 아닌가 싶을 정도인 상황에서도 공격에 나서는 선수들이 좋다. 이정훈 선수와 김동주 선수를 좋아하고, 저그로는 박성준 선수가 좋다. 박성준 선수는 스타1 시절부터 굉장히 좋아하는 스타일의 선수다.

 

이현주가 꼽은 GSL 최고의 명경기는 무엇인가?

 

LG 시네마 3D GSL May 임재덕김승철의 코드S 4강전 마지막 경기다. 임재덕의 입장에서 눈물이 나는 경기였고, 내 입장에서는 감동 그 자체였다. 모두가 포기했는데 혼자 포기하지 않고 역전에 성공하는 선수, 그런 선수들은 클래스가 다르다. 물론 임재덕은 그 전에도 잘하는 선수였고, 우승까지 차지하면서 감동 스토리를 만들었지만 그날 경기는 잊을 수가 없다.

 

그날의 경기는 임재덕이 어떤 마음가짐을 갖고 스타2 프로게이머로 활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경기였다. GG를 몇 번 쳐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경기를 뒤집어낸 경기, 내게는 가장 인상 깊은 최고의 경기였다.

 

방송 중 실수나 에피소드 가운데 기억나는 것 있나?

 

뭐 실수는 매 회마다 하는데...너무 많아서 그런가 기억이 안 난다(웃음).

 

GSL은 결승전 끝나고 경품 추첨이 꽤 길다. 지난번에는 코디 허락 없이 목걸이를 경품으로 걸었다.

 

일단 팬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즐겁다. 나는 그것이 체질인 것 같다. 내 것이 아니라 퍼주는 것이 즐겁나?(웃음)

사람들이 오고 가는 것이 있어야 더 즐겁고 남 같지 않은 생각이 든다. 기왕에 뭐라도 받으면 기억이 조금 더 오래갈 것 같다. GSL의 추억을 만드는데 있어 현장까지 와준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바로 경품 추첨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현주가 경품 추첨을 진행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됐지만 나는 팬들과 함께하는 자리고 즐거운 행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직접 한다고 했다. 결승전 경기를 관전할 때보다 더 눈이 초롱초롱해지고 집중하는 시간이 바로 그때다.

 

 

 

◈ 그녀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 ‘칼날여왕’

 

팬들은 당신을 가리켜 칼날여왕이라고 부른다. 그런 기대와 사랑이 부담스럽진 않나?

 

하나도 부담스럽지 않다. 나는 무조건 좋다. 내가 뭔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돼서가 아니다. MBC게임에서 워3를 할 때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과거 워3의 간판 캐스터였을 때와 비교했을 때 팬들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서 좋다.

이현주는 왠지 팬들과 함께 호흡하고 같이 게임하는 누나라고 생각하면서 가깝게 인정해주신다는 것이 너무 좋다. 팬들이 마음을 열고 받아준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e스포츠 현장에 여성 인력이 적은 것이 현실이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벽이 높다. 일단 중계진을 보면 여성이 캐스터가 되기 어렵다. 우선 여성들은 게임을 좋아하는 경우의 수가 적다. 게임 캐스터는 게임을 전문적으로 알아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 지원자 숫자도 적다.

거기에 에너지가 많이 소비되는 샤우팅도 있어야 하고, 게임을 아는 폭이 모두 넓고 깊이도 깊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여성들이 많이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다. 나 역시도 목소리로 인해 반대 의견도 많이 들었다.

 

여기에 e스포츠 현장은 적자 생존의 원리가 강하게 적용되는 곳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지레 겁을 먹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스태프들의 경우는 작업 자체가 힘들고 환경이 여성이 적응하기 쉽지 않은 곳이다. 게임업계는 여성들이 많지만 e스포츠계는 여성들이 많지 않은 것이 그런 이유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더 많은 여성들이 도전했으면 좋겠다. 직접 도전해서 일을 하면서 현장에서 얻는 보람이나 성취감을 느끼길 바란다.

 

도전을 권하는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

 

예전에는 공대에 입학하면 여성들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많아졌다고 한다. 학점을 맞추고 졸업을 하기 위해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도전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게임과 e스포츠 역시 마찬가지다. 게임을 좋아하고 방송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일단 주변에서 만류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도전을 결심했다면, 의욕은 충분하고 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런 상황이라면 언제든지 곰TV의 문을 두드리고 도전했으면 좋겠다. 이현주가 멋있고,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저하지 말고 결정하길 바란다.

 

앞으로 다른 게임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게임을 해보고 싶나?

 

리그 오브 레전드? 나는 게임을 가리지 않고 모두 좋아하는 편이다. 스타2 이외에 게임을 준비한다면 리그 오브 레전드와 디아블로3는 가장 먼저 하고 싶다. 애 낳은 뒤에 몸 풀고 하기 딱 좋다(웃음). 그냥 게임을 좋아하는 일반 사람들과 똑같다. 기대하는 것이나 하고 싶은 것도 일반적인 사람들과 같다고 보시면 된다.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맘이다. 무엇이 가장 힘든가?

 

밸런스 조절이 가장 힘들다. 일과 육아, 신랑에게 쏟는 비율을 4:4:2(신랑 미안)로 나누고 싶다. 그런데 일에 빠지다 보면 그 비율이 깨진다. 내가 사람이고 신이 아닌 이상 그 비율을 맞출 수는 없다. 하지만 다년간의 노하우를 통해 어느 정도 비율을 맞추는 편이다. 나도 모르게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서 속상하긴 하다.

 

집에서는 아이 엄마고, 회사에서는 직장인 이현주로 살아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그런 혼선이 생활하면서 곳곳에서 생기긴 하지만 시간과 경험이 어느 정도 해결해준다고 생각한다.

 

다른 캐스터들과 비교했을 때 이현주만의 장점이 있다면?

 

일에 대한 무한 애정이 아닐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 경쟁력이 아닌가 생각한다.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실은 방송을 하는 노하우나 기술이 아니라 열정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출근하기 싫고 쉬고 싶은 날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현주 만큼은 일에 대한 열정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고 하는 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집요하고 철저하다.

 

그럼 이현주이기 때문에 일하면서 힘든 점이 있다면?

 

처음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목소리 톤으로 인한 거부감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제외하고는 내가 여자라서, 이현주라서 일하기 힘들었던 점은 없었다. 그냥 나는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

드라마를 보더라도 등장인물이 모두 다르듯이 이현주가 다르고, 채정원, 안준영 해설위원도 모두 다르다.

 

 

 

◈ 언제나 팬들과 함께...1년 뒤에 만나요

 

GSL에는 느닷없이 쏜다가 있다. 회사 비용인가, 개인 비용인가?

 

내가 말하고 쏜 것들은 모두 개인적인 비용이었다. 순간 신나서 쐈는데 신랑이 나에게 가장 충고하는 부분이다(웃음). 하지만 그 자리에 있고 그 느낌을 받으면 뭔가를 해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아줌마의 입장에서의 고민이고 뭐고 그 순간은 사라진다.

초창기에는 3~4번 정도 내가 쐈던 것 같다. 지금은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 계획적으로 쏘고 있다.

 

그만큼 팬들에게 고마움이 큰 것 같다. 어떤 점이 특히 그런가?

 

한결같이 이현주를 스타2의 또 하나의 캐릭터로 생각해주신다는 사실이 고맙다. 어떻게 본다면 마치 새로운 가족처럼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 너무 편해서 곁에 있다는 사실 자체를 잊고 지낼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돌아보면 존재가 든든하고, 당연하게 생각해주시는 것이 고맙다.

스타2이현주가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해주시는 것이 찡하고 너무 고맙다.

 

기억에 남는 팬들은 누가 있을까?

 

대표적인 팬은 커뮤니티에서 현주짜응으로 활동하시는 분이 있다. 그리고 매번 현장을 찾아주시는 모든 팬들에게 고맙다. 지환 님이나 염력의 세계 님을 비롯해서 모두 친근감을 갖고 있다. GSL 팬은 곧 나의 팬이다.

 

GSL 이것만 보완하면 완벽하다.

 

스튜디오? 팬들과 눈을 마주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조금 더 넓었으면 좋겠다.

 

지금 상황에서 바라는 변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대한민국은 e스포츠를 만드는 문화의 근간이다. 그 안에서 다른 주체들의 파워 게임도 있고 이익을 위한 다툼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함께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같이 만드는 것을 서로가 납득할 수 있고, 일리가 있는 상황으로 일을 추진했으면 좋겠다.

 

대의도 중요하고 서로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원칙은 지켜져야 하고 모두가 납득해야 한다. 그래야 중심이 어긋나고 흔들리지 않는다.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거나 그것을 위해 움직이면 안 된다. 스타1이건 스타2건 상처를 받는 것은 서로에게 좋지 않다. 시장 안에서 한 쪽이 곪아서 염증이 나면 도려내야 하고 그러다 보면 판이 축소된다. 지금보다 건강해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현주의 빈자리는 누구에게 맡길 생각인가?

 

아직 누구에게 맡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기회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고, 두 명 모두 열정과 자세가 갖춰졌다고 생각하면 경험만 주어지면 된다.

 

일단은 이인환 캐스터에게 먼저 기회가 갈 것 같다. 하지만 결정된 것은 없다. 이후에 PD를 포함한 제작진과의 호흡도 볼 것이고, 실제 방송 수행 능력도 지켜볼 것이다. 때문에 서경환 캐스터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팬들과 1년 정도 이별을 하게 되는 느낌은?

 

GSL이라는 것과 일이라는 것이 내 인생에서는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GSL 방송을 하지 않는 내 모습은 상상해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아쉽다. 2세를 갖는 다는 것은 또 다른 축복이고 행복이지만 한편으로는 팬들과 잠시 헤어지고 일을 쉬어야 한다는 사실이 묘하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부탁한다.

 

오픈 시즌부터 지금까지 1 4개월이 넘어서면서 이제 방송은 일상이 됐다. 방송을 통해 인사를 드리지 못하는 것이 송구스럽다. 이제는 방송인이 아니라 스태프로서 지원하는 입장으로 일을 하게 되는데 똑같은 열정으로 뒤에서 힘을 보태겠다. GSL의 가장 적극적인 지지자이자 팬인 이현주가 이제 여러분들과 같은 입장에서 응원하게 된다.

 

팬 여러분들 정말 진심으로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해외 팬들을 위해 l Love My Fans, Thanks very much!도 꼭 적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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