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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Talk]잔나 목소리의 주인공 성우 서유리

“리그오브레전드 유저 분들, 말 예쁘게 합시다”

카스토르 2012-05-31 10:11:14

최근 한국에서는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게임단 창단과 리그 흥행 등 새로운 종목으로 e스포츠 시장에도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게임이 성공하자 새로운 스타도 등장했다. 지난 5월 2일 ‘아주부 리그오브레전드 더 챔피언스 스프링 2012’ 4강전이 열린 용산 e스포츠 상설경기장을 찾은 성우 서유리 씨도 그중에 한 명이다.

 

리그 도중 인터뷰를 통해 “1분에 50원만 내면 숨막히게 해드리는 잔나 성우”라고 자신을 소개한 서유리 씨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 가운데 애쉬, 잔나, 시비르의 목소리를 담당했던 주인공이다. 직접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는 유저로 현장을 찾았다는 서유리 씨는 게임에서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와 빼어난 미모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디스이즈게임은 게임만큼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성우 서유리 씨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가 더빙한 챔피언 애쉬, 잔나, 시비르의 목소리도 직접 영상으로 만나 보자. /디스이즈게임 심현 기자


 

[관련기사] 성우 서유리 용산 경기장 깜짝 방문 {more}

 

 

경기장을 찾은 지도 한 달이 다 되어 간다. 어떻게 현장 관람을 하게 됐나?

 

북미 서버부터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던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원래는 친구들이 게임을 하면 멘탈이 붕괴된다고 하지 말라고 했었다. 간간히 북미 서버에 들어갔는데 영어의 장벽도 있었고, 친절한 가이드도 없던 시절이라 해보겠다는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그 후에 <리그 오브 레전드> 더빙에 참여하게 됐다. 아는 게임이라 반가웠다.

 

게임을 하게 된 것은 몇 달 되지 않았다. 같이 게임하던 친구들과 다른 게임을 즐기고 있었는데 우연히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하자고 해서 해봤다.

 

내가 승부욕이 강해서 그런지 게임이 사람을 자극하더라(웃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욕구가 생기고 더 잘해보고 싶어서 정보를 찾았다. 각종 사이트, 영상, 팁을 찾다가 마침 대회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경기장을 방문하기로 결심했는데, e스포츠 대회 방청이 공개방송처럼 추첨하는 줄 알고 엄두를 못 냈었다. 마침 온게임넷에 아는 직원이 있어 부탁했고, 그 분이 흔쾌히 오라고 해주셔서 현장을 찾게 됐다.

 

생각보다 사람도 많고 남자들이 우글우글해서 걱정했다(웃음). 마침 좋은 자리에 앉게 됐고, <리그 오브 레전드> 성우라는 사실을 담당 PD가 아시고 인터뷰 요청을 받아서 즉석에서 방송에도 나가게 됐다.

 

결과적으로 게임 좀 잘해보려고 경기장 구경갔다가 방송에 나온 경우다. 게임하면 내가 일을 저지르고(속칭 X을 싼다고 말했으나 차마 예쁜 얼굴로 그런 말을 하는 내용을 전달할 순 없다. /편집자 주) 전담하는 친구가 치운다. 그 친구에게 미안하고 항상 고맙다.

 

 

현장 방문으로 인해 경기보다 더 큰 관심을 받았다.

 

아직까지도 기분이 이상하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도 하고 얼떨떨하다. 혹 사람들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섭외를 받아서 갔다, 서유리가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할 일이 없는데 이미지 메이킹이다 이런 말을 하는 분들도 많더라.

 

경기장 가기 전에 트위터에 게임 아이디를 공개했었는데 추가된 친구가 500분 정도 된다. 그 분들은 아실 것이다. 내가 게임을 잡으면 새벽까지 한다는 것을(웃음). 언젠가는 ‘서유리는 일도 안하고 게임만 하나 하루 종일 접속한다’는 말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게임 관련 방송하시는 여성 분들이 연기자나 배우가 되기 위한 중간 단계로 게임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어 나 역시 그런 오해를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동안 기사가 나간다거나 게임 관련 일을 제의 받아도 거절했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서 거절했던 것이다.

 

 

방송 출연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냥 게임과 관련된 일의 섭외가 많아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도 다른 내용으로 부탁하신 일도 생겨서 같이 할 계획이다.

 

성우가 앞에 드러나지 않는 방송인이지만 관심을 주시는 것이 너무 좋고 감사하다. 이로 인해서 다른 챔피언의 목소리를 담당하셨던 성우 분들에게도 관심을 보내주셨으면 좋겠다.

 

 

갑자기 큰 관심을 받게 돼서 부담스럽진 않나?

 

이것을 부담스럽다고 느끼면 너무 힘들 것 같다. 얼마 전에 결승전 현장에도 놀러 갔었는데 괜히 신경 쓰이게 되고, 친구들과 옆에 있으면 말도 조심하게 되는 그런 점은 있지만 부담스럽진 않다.

 

서유리 씨가 디스이즈게임 독자들에게 전하는 인사말


  

 

 

2008년 대원방송 성우 1기로 소개됐다. 현재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일단 애니메이션 더빙을 열심히 하고 있고, 방송 일도 조금 한다. KBS에서 <굿모닝 대한민국>이라는 아침방송을 하고 있고, 여행기 책도 한 권 쓰고 있다. 재미있는 일을 좋아해서 내 능력과 관계없이 흥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저지르는 편이다. 후회하면서 엉엉 울면서도 일을 한다.

 

 

2007년에는 3대 던파걸 ‘로즈나비’로 활동한 이력도 있다.

 

그것도 오디션을 봐서 합격해서 활동했다. 네이버 메인에서 오디션을 접수해서 접근하기가 쉬웠다. 당시 주변에 나를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속상했는데, 오디션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지원하고 후회했는데 그 사람들이 이제는 지원했다고 무시하더라. 그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합격했다. 오디션에서 점수가 높았던 비결이 다른 분들은 게임을 잘 모르시더라. 하지만 나는 게임을 아는 시선으로 접근했다. 그 점이 반영되고 어필이 됐던 것 같다.

 

 

<리그 오브 레전드> 더빙에 참여하계 된 계기는?

 

성우들은 자기가 하고 싶다고 일을 하기보다 보통은 녹음실에서 성우의 프로필, 경력, 목소리 샘플을 듣고 접촉이 온다. 그래서 연락이 오면 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결정하면 즉석에서 일을 진행한다.

 

나 같은 경우는 게임을 하니까 캐릭터 파악이나 특성 파악이 쉬운 편이다. 오디션을 진행하는 곳이 있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는 거의 매번 오디션이 있고, 특수한 경우는 바로 섭외돼서 출연하기도 한다.

 

 

게임 출연은 <리그 오브 레전드>가 처음인가?

 

아니다. <리니지 2> <아이온> <던전앤파이터> <카오스온라인> <삼국지천> <거울전쟁> 등의 더빙에 참여했다.

 

 

혼자서 세 챔피언을 녹음했는데 목소리는 모두 다르다. 비법이 무엇인가?

 

연기력이다. 캐릭터의 특성과 성격에 맞는 연기가 필요하다.

 

잔나 같은 경우는 옵티컬(성우들이 원음을 지칭하는 말)을 들려주시고 이것과 비슷하게 해달라고 말씀해 주셨다. 영어권은 성우란 직업이 따로 없고 배우가 연기한다. 때문에 자연스러움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그렇게 하면 캐릭터의 맛이 떨어질 것 같아서 최대한 예쁘게 했다. 잔나는 일러스트에서 보이는 것처럼 섹시한 이미지라 그런 느낌을 주기 위해 호흡을 섞기도 했다.

 

애쉬는 궁수라는 직업을 살려서 스마트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살렸고, 시비르는 북미 서버 목소리가 아주머니 느낌이었다. 내가 그렇게 할 내공이 안 되니 최대한 터프한 느낌을 살렸다.

 

 

애쉬, 잔나, 시비르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목소리는?

 

아무래도 잔나에 가장 애착이 간다. 많이 좋아해 주시는 챔피언이기도 하고. 나 같은 경우도 서포터를 주로 한다. 요즘은 원딜(원거리 딜러)로 점점 넘어가고 있는 추세지만… 나보다 경험이 적은 친구를 서포터로 보내고 원딜을 한다.

 

처음에 주로 서포터를 하다 보니 주위에서 잔나를 많이 추천했고, 직접 해보니 좋더라. 아무래도 게임도 하고 듣다 보니 조금 더 애정이 간 것 같다.

 

 

 

본인이 더빙한 챔피언으로 게임하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하다.

 

별 생각이 없다.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고 오글거린다. ‘내가 왜 이렇게 했지…’ 후회하고 ‘조금 더 잘할 걸…’ 이런 생각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더빙하던 시점이 내가 프리랜서가 된 지 얼마 안 됐을 때라 긴장을 많이 했다.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다시 들어보니 긴장한 부분이 느껴지는 곳이 있다. 하지만 ‘남들이 모를거야’ 이렇게 생각하고 넘기긴 한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은 내 목소리가 나오는 걸 더 좋아한다. 애쉬와 잔나가 상대팀에 있으면 ‘누나가 둘’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소환사명과 실력도 공개할 수 있나?

 

소환사명은 ‘카카링’이다. 지금 친구 추가 인원이 꽉 차서 더 이상 받을 수가 없다. 이 자리를 통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은 25레벨이다. 실력은 승률 50% 언저리를 왔다갔다 한다. 12레벨까지는 승률이 60%가 넘었는데, 서포터에서 원딜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14연패를 찍고 심해로 떨어졌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할 때 주력 챔피언은 무엇인가?

 

서포터 시절에는 레오나 빼고 모든 챔피언이 있었다. 상대의 원딜에 맞춰서 챔피언을 골랐다. 요즘 원딜로는 처음에 케이틀린으로 시작해서 애쉬를 한다. 주변에서는 그레이브즈를 추천하는데 내가 그레이브즈, 소라카에 너무 밀려서 하기 싫다. 그레이브즈는 너무 얍삽해서 잡을 수가 없다(웃음).

 

얄미운 그레이브즈를 잡는 팁을 알려주셨으면 좋겠다. 상대가 그레이브즈를 포함해서 조합하면 한숨이 절로 난다. 게임 시작 전부터 심란해진다.

 

 

최근 <리그 오브 레전드> 첫 번째 시즌이 종료됐다. 지켜본 소감이 어떤가?

 

나도 스타리그를 즐겨보던 팬이었다. <리그 오브 레전드>가 론칭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첫 번째 시즌에 1만 명 가까운 팬들이 결승전에 온 것을 보면 스타리그와 비슷한 수준으로 e스포츠 시장을 호령할 것이란 생각부터 든다.

 

그리고 우리나라 게이머들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북미 강호가 와서 경기를 했는데 그냥 이겨버리고 우승하는 것을 보면 놀랍다. 북미 서버부터 게임을 한 선수도 있겠지만, 역시 우리나라 종족 특성은 대단한 것 같다.

 

원래는 실력을 올리기 위해 대회를 보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선수들의 경기를 본다고 배우겠나? 그냥 놀라울 뿐이다. 나오는 건 탄성이고, 선수들에 대한 놀라움이다. 경기 부스에서 선수들의 손만 봤다. 별다를 것이 없는데도, 나는 손이 잭스인가 보다(웃음).

 

 

 

 

좋아하는 팀과 선수는 누구인가?

 

아직까지 많이 아는 편이 아니라서 잘 모른다. 그 가운데 MVP 팀의 강퀴 강승현 선수가 나를 친구로 추가하셨더라. 종종 그 선수의 게임을 관전한다. 그러면 그 방에 MiG, 나진, 스타테일 선수들이 모두 있다. 나에게 처음으로 친구로 추가해준 선수라 그런지 강승현 선수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제닉스 스톰의 홍진호 감독은 실물이 훨씬 낫더라. 경기장에서 얼굴을 보고도 못 알아봤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팀을 첫 시즌 3위로 이끈 것도 대단한 것 같다. 그날 경기에서 아깝게 지기도 했는데 풀이 죽어 있는 선수들을 보니 안타까웠다. 왠지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e스포츠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다고 들었다.

 

지난 2004년 부산 비치 페스티벌에서 전야제에서 <스타크래프트> 아마추어 리그 중계를 한 적이 있다. 게임학과 친구들이 해설을 하고 같이 중계를 했었는데 이제동, 신상문, 신희승 선수가 고등학생 시절에 출전했었다. 당시 결승전에서 신희승 선수가 이제동 선수를 꺾고 우승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고등학생들이 모두 프로게이머로 스타가 되어 있더라. 그때도 참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걸 보고 너무 뿌듯했다.

 

 

게임이나 e스포츠 쪽으로 활동을 확장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재미있는 것을 좋아한다. 재미있고, 일정이 맞으면 언제든지 활동할 준비는 되어 있다. 다만 인터넷에 올라온 예쁜 사진이나 방송 영상 보시고 환상을 갖고 있는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자칫 환상을 깨뜨릴까 봐 걱정도 된다. 사실 최근에 섭외는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하지만 성우라는 본업이 있고, 두 가지를 잘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앞으로의 어떤 성우가 되고 싶은가?

 

가늘고 길게 가는 성우가 되고 싶다(웃음). 남자는 강수진 선배, 여자는 이선 선배 같은 분이 롤모델이다. 두 분은 실력이나 인격이나 너무 배울 것이 많다. 나태해질 때마다 두 분을 보면서 나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성우 지망생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해준다면?

 

성우는 목소리가 예뻐야 하고 특이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렸으면 좋겠다. 나도 성우가 되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성우는 목소리만으로 될 수 없다.

 

성우는 목소리가 아니라 연기력이다. 연기를 독학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동안 책도 많이 읽고, 영화, 음악, 연극 등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연기는 많은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연기는 독학하면 나쁜 버릇이 생긴다. 꼭 좋은 선생님 밑에서 단점을 지적받으면서 고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전해 달라.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 분들이 말을 예쁘게 했으면 좋겠다.

 

솔직히 나도 게임을 하다 보면 욱해서 ‘저렇게 밖에 못하나’ 화날 때가 있다. 하지만 나오는 대로 다 내뱉으면 사람이 아니다. 세상은 좁다. 개인의 멘탈을 위해서라도 유저들끼리 고운 말을 주고받았으면 좋겠다. 팀원이 지더라도 격려하고, 갱킹(라인 습격)을 가주시는 따뜻한 유저가 됐으면 좋겠다. 차마 내가 너무 당해서 그런 거라고 말은 못하겠다(웃음).

 

챔피언 애쉬, 잔나, 시비르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서유리 씨.

※ 마지막에는 보너스 목소리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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