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할 시기를 놓친 건 맞다. 하지만 떠밀리듯 은퇴하지는 않을 것이다.” 황제 임요환 선수(슬레이어스)의 굳은 다짐이다.
임요환이 부상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근황과 복귀 및 은퇴에 관한 생각을 공개했다.
임요환은 지난 5일 강남의 한 커피전문점에서 디스이즈게임과 만나 연인 김가연 씨와 함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임요환은 데뷔 이후 오랜만에 휴식을 취하면서 어깨 통증 치료와 재활에 전념하고 있고, 틈틈이 김가연 씨와 <트로이>를 즐기고 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임요환은 “정신 건강은 확실히 좋아졌다. 그동안 10년 넘게 게임만 했었는데 최근에는 쉬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하고 싶었던 게임도 하면서 푹 쉬고 있는 덕분인 것 같다”고 말한 뒤 “하지만 어깨 부상과 재활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만큼 틈틈이 운동을 다니면서 몸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 온라인게임에서도 전쟁과 전략을 즐기는 임요환
최근 임요환이 즐기는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2>가 아니라 <트로이>다. 그는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다른 게임을 적극적으로 즐긴 적이 거의 없다. 전성기에 2개월 정도 <디아블로 2>에 빠져 있다가 성적이 떨어진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후에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잠깐 해본 적은 있지만, 선수 생활도 바빴고 경기력과 성적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게임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런 임요환이 <트로이>를 하는 이유는 감각 유지 때문이다. “아직까지 <스타크래프트 2>는 할 수가 없다. 통증이 가시지 않은 상태로 무리해서 게임을 할 경우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손을 놓고 쉴 수는 없고, 감각 유지 차원에서 몸에 부담이 거의 없는 온라인게임을 하는 중이다”고 설명했다.
임요환이 키우는 캐릭터 ‘태상왕’은 <트로이> 전체 진영 3위에 올라 있다.
모처럼 마음 편히 다른 게임을 하는 만큼 열심히 즐기고 있다. 최고 레벨을 달성한 건 옛날 일이고 최근에는 전체 서버 랭킹 3위까지 올랐다. 제 버릇을 남 못 주듯 <트로이>에서도 임요환이 매달리는 건 전쟁과 전략이다. 다른 사람을 이기고 싶어서 안달하고 파티를 지휘하려 드는 습성까지 영락 없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다. 전쟁 중에는 자신의 모습을 영상으로 찍고 복기까지 한다.
컨트롤이 좋고 전쟁을 즐기다 보니 적도 많다. 요즘은 임요환만 고집스럽게 노리는 유저도 생겼다. 그가 <트로이>에서 사용하는 아이디는 ‘태상왕’. “프로게이머의 칼을 받아볼 사람은 언제든 찾아와달라.” <트로이>를 만든 알트원 홍보이사를 맡고 있는 김가연 씨를 위한 그의 넉살 좋은 홍보다.
■ <군단의 심장> 베타테스트와 함께 연습 재개 예정
핫식스 GSL 시즌2 코드A 1라운드를 기권하고 부상 치료와 재활을 결심한 임요환은 현재 게임에 전념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임요환을 치료하고 있는 병원 관계자가 치료와 재활을 병행하면서 어깨 상태를 조금 더 지켜본 뒤 복귀를 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아직은 정확한 임요환의 복귀 시점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임요환은 <스타크래프트 2: 군단의 심장> 출시와 함께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군단의 심장>이 출시되면 새로운 게임인 만큼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 몸 상태가 변수가 되겠지만 <군단의 심장>과 함께 복귀를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그림일 것이다”고 밝힌 임요환은 “일단은 재활과 치료에 전념하고 <군단의 심장>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서서히 연습을 재개할 생각이다”고 계획을 전했다.
임요환은 ‘4대 천왕’의 잇단 은퇴와 자신의 은퇴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임요환, 홍진호, 박정석, 이윤열을 일컫는 4대 천왕은 과거 <스타크래프트>를 평정하고 e스포츠 최고의 스타로 활동했다. 하지만 홍진호와 박정석은 <리그 오브 레전드> 프로팀 감독으로 변신했고, 7월 초에는 이윤열이 은퇴식을 진행했다.
“(이)윤열이를 보낼 때는 그냥 덤덤했다. (홍)진호는 내가 현역 시절에 중요한 경기에서 자주 아픔을 줬고, 상대적으로 많이 이겨서인지 떠난다는 사실이 정말 아쉽고 슬펐다. 하지만 윤열이 은퇴는 특별한 감정이 없더라”는 소감을 밝힌 임요환은 “솔직히 나는 은퇴 시점을 놓쳤다. 공군 제대 후 T1에 복귀하고 프로리그 08-09 시즌에서 우승했을 때 은퇴했더라면 가장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 “앞으로 최선을 다해 프로게이머로 남겠다”
<스타크래프트 2> 출시와 함께 전향을 선택해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임요환은 이제 은퇴를 생각하지 않는다. <스타크래프트>로 은퇴 시기를 놓쳤다는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그는 여전히 현역으로 남아서 선수 활동을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임요환은 “가장 먼저 30대 프로게이머로 활동을 이어 갔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하다면 계속 프로게이머로 남고 싶다. 체력적으로 <스타크래프트 2>를 할 수 없다면 다른 종목을 찾아서라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선수 생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어서 그는 “물론 나도 언젠가는 프로게이머 활동을 마감하겠지만, 적어도 다른 사람들이나 환경에 떠밀려서 억지로 은퇴하는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임요환에게 연인 김가연과의 결혼 계획을 물었지만 답을 들려주지 않았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김가연 씨가 “작년에는 프러포즈를 너무 받고 싶었는데 올해는 내가 너무 바쁘다. 선수단 관리도 해야 하고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말로 답변을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