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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Talk]‘대마왕’ 임재덕, 그의 투혼은 계속된다

“밑바닥이 아니고 열정이 식지 않는다면 선수 생활 계속”

안영훈(오버리미트) 2012-11-07 14:03:12

2010 소니에릭슨 GSL 오픈 시즌2 우승, 2011 LG시네마 3D GSL May 우승, 2011 펩시 GSL July 우승 등 GSL 투어 최초의 3회 우승, 최초의 코드S 10시즌 연속 진출로 자신의 이름이 붙은 상을 만든 선수, e스포츠 리그 최고령 우승 기록에 유일한 전승 우승을 달성한 프로게이머.

 

LG-IM의 임재덕의 이력 가운데 일부분이다. 지난 10월 2일 <스타크래프트 2> 리그 데뷔 이래 처음으로 GSL 코드B 로 떨어지면서 수 많은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아쉬움을 남겨준 임재덕은 지난 10월 25일부터 중국 항저우에서 진행된 WEM(World E-sports Masters) 2012에 참가해 공동 5위의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고 오는 11월 10~11일에 진행되는 GSL 시즌5 코드A 예선 출전을 앞두고 있다.


GSL 출전 이후 처음으로 예선까지 내려간 임재덕에게 이번 예선전은 적지 않은 시련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임재덕 본인은 이 상황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해서 이겨낼 것이라고 밝혔다.


1982년에 태어나 한국 나이로 올해 31살인 임재덕은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꾸준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임재덕에 대한 강한 기대감 때문일까?, 여론은 녹록지 않았다. 디스이즈게임은 지난 10월 31일 중국을 다녀온 후 GSL 시즌5 코드A 예선을 앞두고 있는 ‘대마왕’ 임재덕을 만나 WEM 2012을 마친 소감과 예선전을 앞둔 각오, <스타크래프트 2>프로게이머로 활동해 온 지난 2년여의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영훈 기자




중국을 다녀온 임재덕은 평소 그대로였다. 평소에도 자신의 속마음과 감정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그였기에 괜찮아 보이는 듯 했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며 얘기를 나눠본 후 WEM 2012에 대한 아쉬움과 해외 대회 우승에 대한 집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혹시라도 연습에 방해될까봐 연락을 자주 하지 않지만 만날 때마다 푸근함을 안겨주는 친구인 임재덕은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내게 ‘먼길 오느라 고생했다. 뭐 마실래?’라며 음료를 권했다. 사석에서 말을 편하게 주고 받는 친구 사이인 우리는 인터뷰 역시도 편하게 진행했다.


이렇게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아니다. 불러줘서 고맙다. 무엇을 물어볼 지 대충 알 것 같다. GSL 관련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인터뷰의 일부에 불과하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살살하겠다.

알겠다. 두고 보겠다(웃음).

최근 일부터 물어보고 싶다. 지난 10월 23일 WEM 2012 출전으로 중국에서 일주일 정도를 지냈다. 첫 중국 방문은 어땠나?

다른 해외 대회에 비해 경기 일정이 편해서 좋긴 했지만, 한편으론 지루하기도 했다. 중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서 조금 힘들긴 했지만 대부분 괜찮았다.

WEM 2012에서 우승은 놓쳐버렸다.

그렇다. 사실 우승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초청 받은 선수들이 모두 쟁쟁했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했었다. 약간 아쉽긴 하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나에게 항상 패배를 안겨주던 (정)종현이를 이겨서 좋긴 하다. 값진 승리인 것 같다(웃음).

이 질문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바로 물어보겠다. 얼마 전 GSL 코드B로 떨어졌다. 10시즌 연속 GSL 코드S 진출 후라 더 아쉬울 것 같다.

이 질문을 기다리고 있었다(웃음). 그렇게 힘들진 않다. 계속 코드S에 있었고 처음으로 예선으로 떨어진 거라 아쉽긴 하다. 하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연습에 집중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래야 향후 경기를 하는데 있어서 더 좋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최초의 10시즌 연속 GSL 코드S 진출로 상에 본인 이름이 붙었다. 본인 다음으로 ‘임재덕 상’을 받을 선수는 누가 될 것 같나?

연속 9회 진출자인 (김)영진이가 제일 유력했었지만 이번에 떨어지면서 기회를 놓치게 됐다. 앞으로 하기 힘들 것 같다. 같은 팀의 (정)종현이가 이번에 9시즌 연속 진출을 달성했으니 다음 시즌이 열리는 내년에 할 수 있을 것 같다. LG-IM에서 ‘임재덕 상’이 처음 나왔으니 같은 팀인 종현이가 받게 되어서 우리 팀에서 연속으로 수상을 했으면 좋겠다.

아쉬운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기로 하자. 현재 최고령 프로게이머다. 주변의 압박이나 심리적인 불안감은 없나?

이것도 아쉬운 이야기 아닌가?

절대 아니다.

알았다. 솔직히 나이에 대한 압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수입도 있어서 안정적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부담은 없다. 하지만 ‘언제까지 게임을 할 수 있을까?’란 고민은 하게 된다. 최대한 할 수 있는데 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하고 싶어도 못하게 될 때가 온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다. 지금은 매우 행복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

GSL 3회 우승자로서 해외 대회 우승이 욕심날 것 같은데 어떤가?

지금까지 해외 대회에 나가서 우승한 적은 없다. 준우승 2번에 3등 입상 2번 정도였다. 당연히 우승을 해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해외 대회 일정도 힘들고 체력적인 부담이 커서 입상이나 우승이 쉽진 않다.

지금까지 출전한 해외 대회 중 기억에 남는 대회가 있으면 말해달라.

모두 다 기억에 남는다. 그래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2011년 블리즈컨에 갔었을 때인 것 같다. 처음으로 해외로 나간 것이었다. 현장에 도착했을 때 ‘와~ 이런 곳도 있구나’란 생각이 들더라. 블리자드에서 잘 대해줘서 편하게 다녀왔었다. 그리고 한국 대표로 출전해서 종현이와 1, 2위를 했었기 때문에 보람도 있었다. 한국 스텝들이 잘 챙겨준 좋은 기억의 대회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아이언 스퀴드다.  온라인을 통해 최종 4명이 선발되어서 현장에 갔었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잘 챙겨줬다. 원하는 모든 것을 챙겨줬을 정도다. 방음도 잘되어 있었고, 한국 이상으로 신경을 많이 써줬다.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대회도 있을 것 같다.

아무래도 선수이기 때문에 무대 경기를 하는데 방음이 안되면 상당히 불쾌하다. 의외로 방음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대회들이 많았다.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나도 현장 중계진들의 목소리가 다 들리는 정도였다. 언어를 알아 들을 수 있는 선수들은 분명히 그 중계를 듣고 대비를 했을 것이다. 심지어는 부스가 없는 곳에서 이어폰만 끼고 경기를 가진 적도 있었다.

혹시 기억에 남는 팬이 있나?

많은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중에 블리즈컨에서 만난 팬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를 보고 싶어서 3일 동안 차를 운전해서 왔다고 하는 팬이었다. 정말 놀랬다. 너무 고마워서 사진도 많이 찍어드렸고 사인도 많이 해드렸다.

역시 임재덕의 인기는 다르다.

부러운가?


 



명탐정, 전략왕으로 불리던 임재덕은 지난해 펩시 GSL 코드S July 우승 이후 ‘이제 나이 때문에 힘들어 보인다’, ‘전략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것 아니냐’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블리즈컨 준우승, IPL4 3위, 아이언 스퀴드 챕터1 3위 등 순위권에 입상하며 뛰어난 실력을 보여줬었다. 그는 현재 <스타크래프트 2>리그에서 선수들의 기량이 매우 성장했으며 <자유의 날개>에서 나올 수 있는 전략들은 거의 모두 나왔다고 평가했다.


한편, 지난 8월 한국 e스포츠협회 선수들의 GSL 불참 소식에 대해서 선수단 대표로 성명서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임재덕은 그 이유에 대해서도 밝히며 한국 e스포츠협회 소속 팀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한다며 수긍했다.


다음 질문을 하겠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2> 전략의 트렌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예전에 ‘명탐정’이라 불렸는데 그 이유는 전략이 많지 않아서였다. 상대방의 유닛 수만 봐도 상대의 전략이 그려졌었다. 지금은 경기가 많이 진행되면서 다들 색다르고 발전된 전략을 들고 나오다 보니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피지컬적인 부분도 필요하겠지만 저그의 무리군주, 감염충 체제는 강하긴 하다. 대 테란전은 잘 모르겠지만 특정 맵에서의 프로토스전은 정말 강하다. 예를 들어 여명 같은 곳 말이다. 내가 저징징이기는 하지만 솔직히 사기라고 생각할 정도다. 하지만 해법은 곧 나올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스타크래프트 2>를 지켜보면서 변화된 흐름 중 하나가 각 종족의 이미지가 달라진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물량은 저그, 수비는 테란, 한방이 강한 것은 프로토스였다면 최근에는 테란이 저그 같은 물량이 나오고 있고 프로토스가 테란을 상대로 드랍 견제가 잦아졌다. 반면 저그가 테란처럼 수비를 하면서 힘 있는 한방을 밀고 오는 흐름이다.

결국에는 강한 것을 찾아내 이기기 위해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한다. 예전에는 이런 전략들을 잘 몰랐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고 자신에게 맞거나 좋은 걸 찾아야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지는 일종의 트렌드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자유의 날개>에서는 전략의 끝이 나온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저그와 프로토스는 열이면 아홉 이상은 올라온 것 같고 테란은 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 같다.

전략왕이라고 불리던 때가 있었는데 최근에 주춤한 분위기다.

부담도 된다. 이번 WEM 2012에서 종현이에게 사용한 전략도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덕분에 이기긴 했지만 말이다(웃음). 게임을 잘하기 위해선 피지컬과 전략 둘 다 잘하면 최고겠지만, 어느 한쪽이 부족하다면 전략이나 피지컬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전략을 그 날 기분에 따라서 일부로 보여줄 때도 있다. 물론 팬들은 이기는 게임을 좋아하겠지만 예전과 달리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지금은 약간 달라졌다. 팬들에게 좋은 경기, 재미난 경기를 보여주고 싶은 조금은 과한 욕심을 가지고 있다.

30대 게이머로서 피지컬이 떨어진다는 여론과 전략에만 의존한다는 여론이 있다. 최근에는 기대치도 낮아진 분위기다. 이런 반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10대 선수들에 비해 피지컬이 뒤쳐지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솔직히 연습을 할 때는 피지컬이 큰 작용을 하지 않는다. 많이 이기는 편이고 래더에서도 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나오면 혼자 말려서 지는 편이다. 전략을 갑자기 바꿔서 진 경우도 많았다. 이건 나 개인 문제이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헤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성적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8월 말, 한국 e스포츠협회 소속 선수들의 GSL 불참 소식에 대해 선수단 대표로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다. 본인에게 직접 그 이유를 듣고 싶다.

나에게 GSL은 내가 몸담고 있었던 유일하고도 중요한 대회였다. 그만큼 의미 있고 뜻깊은 곳이었다. 반대로 생각해서 스타리그를 진행하는데 절반의 선수들이 안 나왔다고 생각해보라. 스타리그에는 모든 선수들이 참가하는데 GSL에 출전하지 않는 모습을 보기 싫었다. 다른 선수들과도 얘기를 해본 결과 GSL의 권위가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선수들 역시 피해를 볼 것이란 판단으로 발표에 참가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할 때마다 선수협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수협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나 역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 협회뿐만 아니라 협회 쪽에서도 말이다. 선수들도 말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하고 혹시 모를 불공정 행위에 대해 보호받거나 잘못된 부분을 고발을 할 수 있어야 e스포츠 시장이 지탱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스포츠의 전반적인 시스템에서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이 있는가?

팬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할 것 같다. 대회 운영이나 선수들에 대한 것은 잘해주는 것 같다. 예전에 협회 소속으로 있을 때는 타 대회 출전 자체가 힘들었다. 딱히 다른 대회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지고 프로리그, 스타리그, MSL 정도라서 일정 조율에 대한 필요가 없었다. 최근 스타리그에서는 일정 변경도 해줬지만 이제 시작하는 단계라 차후에 어떻게 될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GSL쪽은 지금까지 거의 대부분 일정 조정을 해줬었다. 분명한 것은 GSL도 겹치는 일정 모두를 조정해주진 않을 거다. 주최사의 입장에선 각자의 대회다. 결국 선수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상황이 된다면 변경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협회 쪽은 일정 변경을 하는 것에 대해 너그럽지 않은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해한다. 내가 협회 소속에 있었어도 그럴 것 같다. 연맹과 협회는 다르다. 협회는 가장 중요한 것이 프로리그다. 그런데 그 일정이 변경되면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연맹 쪽 시스템이 좋다고 본다. 전 세계 팬들과 직접 만나면서 해외 선수와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다. 협회와 연맹, 둘 다 경험해본 입장에서는 연맹 쪽이 더욱 좋다. 협회 소속 팀에서 연습생 생활을 했던 선수들도 연맹 쪽의 이런 부분을 마음에 들어 한다. 그렇다고 협회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협회는 그만큼 안정적인 연봉을 보장해주지 않나. 이 역시도 결국엔 선수의 몫이다. 선수가 선택해야 한다.




임재덕은 최근 GSL 최초로
‘로열로더’에 등극한 같은 저그 이승현(스타테일)에 대해서 놀라움을 표하며 극찬했다. 같은 저그 선수로서 이승현의 스타일도 따라해봤지만 따라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자신의 팀 동료이자 이승현에게 우승을 내준 정종현의 패인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임재덕이 정종현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평소 얼마나 정종현을 아끼는 지 잘 알 수 있었다.



현재 최고 이슈 메이커는 당연히 GSL 시즌4 우승자 이승현인 것 같다. 같은 저그 선수로 이승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이)승현이가 잘하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늦게 빛을 보는 것 같다. 결승전 경기를 보면서 놀랐다. ‘저그가 저렇게도 하는구나’라고 말이다. (박)수호와 (이)동녕이가 잘할 때는 그냥 ‘잘하네’ 정도였는데 이승현은 굉장했다. 지금까지의 저그 스타일과는 완전 다르고 신선했다. 감히 아무나 따라 할 수 없는 플레이를 했다. 앞으로도 기대된다.

이승현의 스타일을 한번쯤 따라 해봤을 것 같다.

그렇다. 많이 따라 해봤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 하면 진다(웃음). 정말 많은 경험을 통해 완성한 자신만의 노하우다. 저글링으로 빈집 공격을 가면 그 타이밍에 역습을 당한다. 속칭 털리는 정도로 말이다. 상대의 병력이 없을 때 찌르는 타이밍을 너무 잘 안다. 승현이를 상대하는 선수들은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타이밍에 공격이 들어오니 당황해서 스스로 몰락하는 경기가 나오는 것 같다. 정말 대단한 것은 저글링을 적절히 뽑는 것이다. 그렇다고 일벌레 수가 적은 것도 아니다. 그러다 보니 게임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겨져 있다.

그래서 본인이 내린 답은 무엇인가?

아... 조금만 어렸어도? (웃음). 내가 만약 승현이 나이였다면 어떻게든 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많이 연구를 해봤지만 따라 할 수 없다는 게 답이다. 개념 자체가 나와는 완전 다르다. 많은 저그 선수들이 시도를 해봤을 거고 나와 같은 답이 나왔을 거다. 조금씩 흉내는 내겠지만 기존 저그들이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승전에서 같은 팀 소속 정종현이 패했다. 경기를 보면서 정종현의 패인이 무엇인 것 같던가?

충분히 이길 수 있던 경기가 있었다. 우리 팀이라서 이런 말을 하는 게 아니다. 마지막 경기도 이길 수 있었는데 조급했던 것 같다. 결승전 날 컨디션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실수도 많았다. 처음 보는 스타일에 휘둘렸다고 생각한다. 분명 종현이의 결승전 경기는 연습 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컨디션을 찾고 하면 이번 결승전처럼 일방적으로 지진 않았을 거다. 그 때는 정말 재미있는 경기가 나올 것 같다.

임재덕과 정종현을 생각하면 징징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약간의 콘셉트는 있다(웃음). 거의 반 농담 형식으로 말하는 경우가 많다. 종현이와 연습을 하다 보면 테란이 엄청 강한 것 같다. 그래서 연습 후에 인터뷰를 할 때 징징거린 경우가 있다. 다른 선수들과 연습을 할 때는 그러지 않았는데 종현이는 정말 힘들더라. 종현이와 같이 연습을 하다 보면 자극을 받게 된다. 같은 팀원이 우승하는 것을 보면 나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다. 서로가 그런 것 같다. ‘네가 지난 번 우승했으니 이번에는 내가 하겠다’라면서 말이다. 연구했던 것을 서로 연습해보고 완성해나가는 식이다. 종현이와는 서로 높은 곳을 올라가려고 경쟁하는 선의의 라이벌이라 생각한다. 종현이 같은 선수가 없었다면 내가 게임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을 거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정종현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것 같다.

선수들 중에서 제일 먼저 친해진 사람이 종현이인 것 같다. 싹싹하고 착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어린 시절 환경이 나와 비슷하더라. 선배들도 잘 챙길 줄 알고 하는 행동들이 마음에 들어서 금새 친해졌다. 나이를 떠나 나에게 있어 정종현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정종현의 부상이 걱정될 것 같다.

종현이가 최근에 아프기 시작한 게 아니라 예전부터 아팠다고 하더라. 그래도 아직까지는 게임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빨리 치료를 받고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치료를 받을 수 있을만한 시간이 잘 나지 않는다. 치료를 받기 위해 쉬어버리면 실력도 하락하고 (경기력을) 되살리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같다.




우승자인 임재덕에게는 늘 앞에 수식어가 하나 붙는다. ‘최고령’우승자. 그만큼 적지 않은 나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30대 프로게이머로서 집안의 심한 반대에도 그를 붙잡아준 이가 있었다. 바로 소속 팀인 LG-IM의 감독인 강동훈. 그 덕에 우승도 할 수 있었고 우승을 했기 때문에 집안의 반대도 사그라 들었다는 임재덕은 강동훈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꽉 찬 나이의 게이머로서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한 기쁨을 밝혔다.


결혼 계획을 가져야할 나이인 임재덕은 내년쯤 결혼을 하고 싶다고 밝히며 결혼 후에도 가능하다면 게임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팀의 수장인 강동훈 감독하고도 막역한 사이로 알고 있다. 첫 만남이 언제였나?

21~22살 때쯤인 것 같다.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됐고 동갑이라서 쉽게 친해졌다. 함께 프로게이머를 하려고 했었다. 꿈을 위해 함께 달렸던 거다. PC방에 가서 연습하며 지내다 나는 산업체를 갔어야 했다. 그러다 2006년 8월, 25살에 KT 게임단에 들어가고 나서는 배틀넷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었다. 그러다 2010년 8월 코치를 관두고 쉬면서 그 동안 보지 못한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고 (강)동훈이도 만났다. 그 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훈이가 나에게 ‘게임을 다시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 일주일 정도 해보고 재미 없으면 하지 말자고 하더라. 그런데 생각보다 실력이 쉽게 올라가더라. 당시에 집에서 반대도 심했었는데 동훈이가 계속 나를 잡아줬다. 끝까지 포기하지 말고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심어줬다. GSL 오픈 시즌1에서 본선 탈락한 후 집에서 반대가 더욱 심해져 게임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고 난 후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다. 동훈이가 끝까지 믿음을 주면서 열심히 도와줬다.

집안 반대가 그렇게 심했는데도 왜 계속 게임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나?

사실 KT에 있을 때는 팀플레이를 했기 때문에 개인전에 대한 미련이 많이 남아있었다. GSL 오픈 시즌1을 경험하고 나니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 올라오더라. 평소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것이 내 주관인데 나이를 더 먹으면 크게 후회할 것 같더라. 그래서 계속 도전하게 됐다.

GSL 오픈 시즌2에서 우승을 하게 됐다. 자신은 있었나?

대진표를 보고 난 후 (장)민철이만 잡으면 우승할 수 있겠더라. 그 당시 래더 1위였고 정말 게임에 미쳐서 했었던 것 같다. 어떻게든 해보고 싶었다. 32강에서만 이기면 ‘할만하다’ 란 생각을 했었다. 16강과 8강은 저그전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있었다. 4강이 고비였다. 상대가 현재 SK텔레콤 수석 코치인 임요환 선수였는데 래더에서는 이기고 지면서 비등했었다. 그 때 종현이가 정말 많은 도움을 줬었다. 몰래 병영 위치 같은 것을 알려주면서 ‘요환이 형이라면 이렇게 할 것 같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게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

그런 예상이 중요한 경기에 맞아 떨어지면 느낌이 어떤가?

‘오늘 되는 날이구나’란 생각이 든다. 예상한 위치에 있으면 ‘어? 뭐지? 정말 있네?’라는 생각과 운이 나에게 왔다는 생각이 든다. 경기 중에도 웃음이 나온다. 설마 설마 하면서 대군주를 밀어 넣는데 정말 예상한 것이 있으면 웃을 수 밖에 없다.

예상한 것들이 맞아떨어지면서 결승에 진출, 결국 우승까지 차지했던 시즌이었다.

당시 GSL 오픈 시즌2 결승에서 1, 2세트는 정말 안되더라. 치즈 러시 막는 연습을 정말 많이 했었는데 너무 쉽게 뚫려버렸다. 1세트에 진 후 멘탈이 무너져 내려 2세트도 허무하게 패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맵 순서로 어떻게 게임을 했었는지 의아하다. 물론 지금과는 개념 자체가 달랐다. 그렇게 7세트까지 끌고 갔다. 결승 상대였던 (이)정훈이가 치즈 러시는 못 막는 자리였다. 그런데 일벌레와 저글링이 너무나도 아름답게 감쌌다. 의도하지 않게 병력을 싸먹은 거다. 그 순간 게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우승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너무 기뻤다. 평소에 사람들이 기뻐서 눈물이 난다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았었는데 딱 감싸서 막아내는 순간 울컥했다. GG를 받아내고 난 후 눈물이 나더라. 정말 기뻤다.

GSL로 <스타크래프트 2>를 시작한지 2년이 흘렀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역시 첫 우승인가?

그렇다. 첫 우승을 달성했을 때가 29살일 때다. 그전까지는 팀플레이만 했었다. 쉽지 않게 게임을 했었는데 첫 우승을 계기로 부모님께 인정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다. 아마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다.

오픈 시즌 우승 상금은 지금과 달리 1억이었다. 우승 후에 달라진 것이 있었나?

집안의 압박과 반대가 완전히 사라졌다(웃음). 첫 우승을 하고 난 후부터는 마음 편하게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실 정도였다. 그 전에는 나이 먹고 어떻게 하겠냐며 무시 받기도 했었는데 충분히 이해한다. 만약 내가 내 동생이나 자식이 그런다고 하면 똑같이 그랬을 거다. 하지만 그 덕에 독기를 품고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살림살이도 많이 나아졌을 것 같다?

많이 나아졌다(웃음). 우승 상금을 받아 올 때 마다 집안의 가전제품이 바뀌더라. 그럴 때마다 기분이 좋더라. 어머니께 그런 것도 해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는 게 더욱 좋았다. 남들과 같은 회사원이었다면 언제 그런 것을 해드렸겠나.

우승 후 주변의 시샘이나 찾아오는 이도 있었을 것 같다.

적진 않았다.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고 나니 뜬금 없이 돈을 빌려달라는 사람들이 많아지더라. 친한 친구들과는 당연히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러 다니고 했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심지어 중학교 때 이후로 연락도 하지 않던 동창도 찾아와서 돈을 빌려달라고 할 정도였다.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에는 정말 친한 친구들과 어머니 외에는 돈 관계를 가지지 않는다. 빌려주고 받지 못한 돈들도 많다. 하지만 지금은 받을 생각도 없다. 돈 때문에 인간관계가 틀어지는 게 싫기 때문이다. 상금을 받고 나서는 불우이웃 후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언젠가 나한테도 좋은 날이 오겠지’라며 좋은 쪽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결혼 계획도 해야 할 것 같다.

지금은 경기 때문에 준비는 따로 못 하고 있다. 내년쯤으로 생각은 하고 있다. 여자친구와 오랫동안 만나기도 했지만 여자친구의 내조가 매우 좋다. 여자친구의 부모님과 할머님도 만나 뵈었다. 가정을 꾸려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렇다면 결혼을 한 후에도 게임을 계속 할 생각인가?

결혼과는 상관 없는 것 같다. 지금도 여자친구가 많이 지지해준다. <스타크래프트 2>를 다시 시작할 때도 힘을 많이 실어줬다. 내가 판단하기에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밑바닥이 아니고 열정이 식지 않았다면 계속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연봉을 받지만 상금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안정적인 직업을 생각해본 적은 없나?

아직까지는 크게 생각해본 적은 없다. 아직은 게임에 대한 욕심이 크다. 여기에만 집중하고 싶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LG-IM 팀 이야기를 해보자. LG-IM에서 GSL 우승자를 3명이나 배출했다. 반대로 아직 코드S에 오르지 못한 동생들도 많다. 팀의 맏형으로써 동생을 보면 어떤가?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연습을 할 때는 정말 잘한다. (김)효종이나 (유)기성이, (최)병현이도 잘한다. 프로토스들은 (최)용화나 (강)현우도 해외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잘한다. 그래서 예선을 못 뚫는 동생들을 보면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어리긴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수입도 부족하고 성적도 나지 않기 때문에 힘들거다. 생각의 틀을 바꿔줬으면 좋겠다. 아직은 위기 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팀원 중에 가장 기대하는 선수를 뽑는다면 누구인가?

용화인 것 같다. 예전부터 잘했었는데 방송 경기에서 멍해지는 단점이 있다. 그것만 극복하면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 생각한다. 용화는 너무 안전한 것을 지향한다. 약간의 과감함을 섞어주면 충분히 성적이 나올 것 같다. 많이 기대하고 있다.

이제 GSL 코드A 예선을 앞두고 있다. 어떤가?

질문이 갑자기 훅 들어오는 느낌이다.

기분 탓이다. 답해달라. 예선 뚫을 수 있을 것 같나?

뚫어야 한다. 기본기를 많이 다져서 예선전을 하면 괜찮을 것 같다. 다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선수 생활을 하면서 몇 번의 우승을 더 할 수 있을 것 같나?

한국에서는 우승을 해봤으니 해외 대회에서 우승을 해보고 싶다. 2위, 3위는 해봤지만 우승을 해보진 못했다. 조금 욕심을 내보면 스타리그와 GSL도 한번씩 더 하고 싶다. 게이머 생활이 끝날 때까지 가지는 목표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기대하고 응원하겠다. 이제 인터뷰도 막바지다. 어떤 프로그램을 보면서 꼭 해보고 싶었던 질문인데 생각하지 말고 답해달라.

드디어 끝나는 건가? 어서 하고 끝내자. 피곤하다.

알겠다. 임재덕에게 정종현이란?

독한 놈. 나와 경기할 때 정말 독하게 한다.

임재덕에게 강동훈과 LG-IM이란?

또 다른 가족. 언제나 나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따뜻한 가족이다.

임재덕에게 <스타크래프트 2>란?

스트레스? 연습할 때 정말 힘들다.

임재덕에게 우승이란?

꿀? 달콤한 꿀 같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줘 고맙다. 마지막으로 임재덕을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한 마디 해달라.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고생하셨다(웃음). 요즘 성적이 잘 나오지는 않는다. 성적이 좋지 않으면 떠나는 팬들도 있을거고, 더 응원해주시는 팬들도 있을거다. 아직 응원하는 팬들이 있으니 열심히 할 테고 기대감을 드리기 위해서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응원해달라. 좋은 경기로 찾아 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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