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가 끝나면 5분 이내에 익숙한 플레이를 할 수 있습니다.”
캐주얼게임의 이야기가 아니다.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가 말하는 <월드 오브 탱크>를 비롯해 <월드 오브 워 플레인> <월드 오브 워쉽>의 기본 콘셉트다.
2년 전, 독일 게임스컴에서 디스이즈게임이 빅터 키슬리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할 당시, 그는 한국 진출을 원했었고, 이제 곧(11월 15일부터) 한국에서도 슈퍼테스트를 통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다. 그의 목표는 2013년 한국에서 게임 톱3에 들어가는 것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는 자신만만했다. 경쟁이 심한 한국시장에서 정상은 힘들지만 톱3 입성을 목표로 잡았다.
워게이밍 빅터 키슬리 대표(왼쪽)와 박찬국 한국 지사장.
■ 어려운 콘텐츠를 누구나 쉽게, 꾸준한 업데이트가 성공 비결
겉모습만 보면 하드코어한 전쟁게임이지만, 하드코어한 시뮬레이션과 복잡한 컨트롤은 배제하고 누구나 쉽게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워게이밍의 기본 모토다. 그 덕분일까? 4년 전 60여 명 규모였던 워게이밍은 지금 1,20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거의 모든 대륙에 지사를 세울 만큼 성장했다.
“워게이밍을 설립한 지 만 15년이 됐습니다. 지금도 <월드 오브 탱크>를 열심히 개발하며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고요. 새로운 맵과 콘텐츠를 제공하고, 최근에는 피직스 물리엔진을 적용해 처음과 선보였던 버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빅터 대표의 회사와 게임에 대한 자부심은 끝이 없었다. 끊임없는 업데이트와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쉬운 게임을 만들려는 노력은 전 세계에서 4,500만 명의 회원을 모으고, 러시아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수 61만7,000 명을 기록한 원동력이 됐다.
“재미있는 수치를 말하자면, 매달 <월드 오브 탱크>의 세계에서는 15억 대의 탱크가 박살납니다. 그리고 180억 발의 탄환이 발포되고 있죠. 아직 서비스하지 않고 있는 한국이지만, 한국 유저는 약 4만 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그가 이 같은 수치를 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월드 오브 탱크>는 어려운 게임처럼 보이지만, 전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수십, 수백 번의 게임을 플레이할 정도로 쉬운 게임이라는 것이다.
■ “부산에 다시 와서 아주 행복하다”
빅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지스타 2012에 대한 화제로 넘어갔다. 그러자 그는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부산에 와서 굉장히 행복하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도 지스타에 참가했지만 단순히 <월드 오브 탱크>라는 게임이 있고, 이를 한국에 선보이는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노력했고, 그 결과 한국 사무실을 열고 20여 명의 직원들이 국내 서비스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지스타에 다시 나왔다.
“지스타는 외국 업체가 한국에 진출하기 위해서 중요한 이벤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본사에서 10여 명의 직원이 한국에 와서 준비했고, 실제 이벤트를 진행하는 데 20여 명의 커뮤니티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서 큰 성과를 거뒀습니다.”
지스타 2011에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어 갔던 워게이밍.
그는 처음 한국에 <월드 오브 탱크>를 선보였던 지스타 2011에서 가능성을 봤다. 그에게 부산은 성공을 점쳤던 땅이었고, 이제 성공을 준비하는 땅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봤다. 한국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얼마나 보고 있는지.
“온라인게임 비즈니스는 흥행이라는 요소가 있어서 리스크가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서비스를 맡은 인재들이 훌륭하고, 한국에 7번 오면서 각계 인사와 환경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PC방도 가봤고요. 중요한 것은 B2C 부스에서 <월드 오브 탱크>를 하고 있는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빅터 대표가 자신감을 갖는 이유는 또 있다. 북미와 싱가포르 서버에서 언어와 속도의 장벽을 넘어서 <월드 오브 탱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고, 또 그들이 지난해 지스타 첫 출전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는 열성적인 한국의 유저들을 믿고 있다.
빅터 대표는 질문 하나하나 열정적으로 대답했다. 그와 오랜 시간 이야기하면서 일일이 풀어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래서 그와 나눈 대화의 일부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지스타 다음 주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어떤 전략을 세웠나?
빅터 키슬리: 음… 다른 전쟁게임들은 초반에 큰 관심을 갖고 세력을 확장했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은 유저들이 줄어들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월드 오브 탱크>는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하면서 큰 숫자로 시작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작지만 꾸준히 성장해 지금에 이르렀다. 이 전략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빅터 대표. 그는 <월드 오브 탱크>를 1만 게임 이상 플레이한 실력자다.
e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어떻게 키워 나갈 것인가?
WCG 한국대표 출정식도 지스타에서 진행한다. 한국은 e스포츠 종주국이다. 자체 조직을 활용해 <월드 오브 탱크> e스포츠 대회를 만들고자 하는 꿈을 위해 한국은 중요한 거점이기도 하다. WCG와 별도로 독자적인 대회도 열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월드 오브 탱크> 챔스컵 대회를 개최했다. 수만 명의 유저들이 온라인에서 예선을 벌이고 선발된 300명의 유저를 모스크바로 초대했다. 지금은 글로벌 e스포츠 조직들과 함께 연계하고 있다. 조만간 <월드 오브 탱크>가 e스포츠에 있어서 또 하나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한다.
한국은 한국전쟁을 겪은 나라다. 유저들은 한국 서비스를 통해 이런 역사적 배경을 <월드 오브 탱크>에서 경험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한국 콘텐츠가 추가될 예정은 있는가?
우리는 언제나 역사에 기반을 둔 캠페인을 구상하고 있다. 프랑스 동부전선 같이 한국전도 당시 특정 지역에서 일어났던 전투를 상정해 맵을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이보다 먼저 한국 정부의 정책과 법령에 맞춰서 개발을 진행해야 하는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
또 PC방에서 유저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 게다가 꼭 한국만은 아니지만 한국도 영향을 받을 e스포츠 기능도 열심히 구현할 계획이다.
올해 지스타에서는 <월드 오브 워플레인>도 선보였다. 이 역시 쉽게 만들고 있는데, 항공역학을 무시하는 액션으로 마니아들의 원성도 살 수 있다. 밸런스를 어떻게 잡고자 하는가?
시뮬레이션과 쉬운 조작의 밸런스는 절대로 정답이 없는 분야다. 다만 우리 회사 내부에 이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솔루션이 있다고 확신한다. 계속 테스트하면서 변경점을 찾다 보면 시뮬레이션과 아케이드의 조화로운 밸런스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월드 오브 탱크>도 이와 같은 도전을 했고, 같은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답을 찾았다. <월드 오브 워플레인>과 <월드 오브 워십> 모두 밸런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워게이밍의 게임들은 육해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 3개의 게임이 모두 완성되면 연계된 서비스를 할 계획도 있나?
지금은 아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미래의 이야기를 하자면, 계속 2차 세계대전이라는 배경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시대를 배경으로 할 수 있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3개의 게임을 통합하려는 계획도 있다.
<월드 오브 탱크>의 클랜전투를 예를 들면 탱크로 점령하기 전, 제공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중전을 벌이고, 제공권을 확보하면 전차전에서 보너스로 공중지원을 받거나, 정찰기를 통해 시야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해협이 있는 지역은 제해권을 확보해 보급선을 띄우거나 해안 포격으로 전선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계획일 뿐이다.
당장은 워게이밍넷의 계정을 하나로 통합해 자신의 훈장, 경험치, 공로 등을 합치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 여기에 자유 경험치를 제공해 <월드 오브 탱크>에서 얻은 경험치를 <월드 오브 워플레인>에 이용해 티어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일단 3개 게임이 모두 출시되면, 유저는 모든 게임을 두루 플레이하면서 속도감을 느끼고 싶은 날은 비행기를, 친구나 동료와 단체전을 즐기고 싶으면 탱크를, 느긋하게 플레이하고 싶으면 전함을 몰고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가 구현되면 한국에서도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되나?
물론이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 동일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서비스할 것이다. 모든 국가에서 같은 게임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목표이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