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지스타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코스튬 플레이입니다. 올해도 <블레스> <이카루스> <붉은보석 2> <사이퍼즈> 등 적지 않은 게임들이 코스튬 플레이를 선보였죠. 대부분은 레이싱 모델을 섭외했지만, 몇몇 업체는 코스튬 플레이 전문 모델(이하 코스플레이어)과 함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스튬 플레이라는 말에 게임을 연상시키는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대부분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떠올렸죠. 과연 10여 년의 경력을 가진 코스플레이어가 바라본 게임 코스튬 플레이는 어떤 모습일까요? 지스타에서 <붉은보석 2>와 <거울전쟁>의 캐릭터를 연기한 팀 CSL을 만나 물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즐겨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매력”
TIG> 만나서 반갑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독자 분들을 위해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합니다.
비밀: 안녕하세요! <붉은보석 2: 홍염의 모험가들>(이하 붉은보석 2)에서 여성 격투가를 담당한 팀 CSL의 ‘비밀’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이름이나 닉네임을 밝힐 수 없는 점은 양해해 주세요.
최유리: <거울전쟁-신성부활>의 스토리 히로인 중 하나인 ‘라벨라’를 맡은 ‘최유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니아: 만나서 반갑습니다. <붉은보석 2>의 여성 마법사를 담당한 ‘니아’입니다.
호시노이노리: <거울전쟁>의 신규 직업, 흑마술파 진영의 ‘마녀’를 담당한 ‘호시노이노리’입니다! 닉네임은 ‘별의 기도’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TIG> 무대에서의 모습을 보면 다들 적지 않은 경험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게임쇼에 많이 참석해 봤나요?
최유리: 코스플레이어 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행사에 많이 참석하게 되네요. 특히 최근에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져서 더 자주 참석하는 것 같습니다.
니아: 올해로 코스튬 플레이 10년 차인데 게임행사 경험은 생각보다 별로 없어요. 평소 게임을 즐겨 하는 편이라 이 점이 못내 아쉬웠는데, 이렇게 지스타에 나오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TIG> 일반적으로 코스튬 플레이라고 하면 게임보다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많이 떠올립니다. 다른 분야와 비교해 게임 캐릭터 코스튬 플레이의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니아: 가장 큰 차이는 복장의 화려함이 아닐까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 프레임마다 그림을 작업해야 하기 때문에 은근히 복장이 단순해요. 복장의 종류도 많아서 복장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면도 있고요.
반면 게임은 원화나 영상 등을 기반으로 코스튬을 제작하기 때문에 굉장히 화려하죠. 또한 일반적으로 게임 캐릭터들은 하나의 복장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의상에 들어간 기합도 다를 수밖에 없죠.
호시노이노리: 자신이 평소에 즐겨 사용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굉장히 두근거리는 일이랍니다. 똑같이 좋아하는 캐릭터라도 단순히 볼 수만 있는 캐릭터와 직접 움직여 볼 수 있는 캐릭터에게 갖는 애정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거든요.
<거울전쟁-신성부활> 흑마술파 진영의 ‘마녀’를 맡은 호시노이노리.
TIG> 스토리 등을 통해 캐릭터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와 달리 게임, 특히 온라인게임의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연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니아: 아무래도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성격이나 옛 이야기가 설정된 온라인게임이 드물다 보니 연기를 함에 있어 다른 장르보다는 어려움이 많답니다. 그래도 이번에 제가 담당한 <붉은보석 2>의 여성 마법사는 원화에서 캐릭터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편이어서 콘셉트를 잡는 데 어려움이 적었어요.
<붉은보석 2> 여성 마법사.
비밀: 물론 원화만으로 캐릭터의 성격을 100% 파악할 수는 없죠. 제가 담당한 <붉은보석 2>의 여성 격투가도 원화는 발랄한데 반해, 실제 게임 속의 전투 장면에선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어 콘셉트를 잡는 데 애를 먹었어요.
발차기를 하는 모습의 <붉은보석 2> 여성 격투가.
최유리: 플레이어블 캐릭터는 많이 애를 먹는 편이지만, NPC는 상대적으로 성격 파악이 용이한 편입니다. 중요도가 높은 캐릭터일수록 과거나 성격이 잘 설정돼 있기 때문이죠. 제가 담당한 <거울전쟁>의 라벨라가 그런 경우였답니다.
<붉은보석 2: 홍염의 모험가들>의 여성 격투가를 맡은 비밀,
<거울전쟁-신성부활>의 스토리 히로인 ‘라벨라’를 맡은 최유리.
TIG> 게임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게임 또한 많이 즐겼을 것 같습니다.
니아: <붉은보석 2>는 이번에 최초로 공개된 게임이다 보니 플레이할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물론 <거울전쟁>은 많이 즐겼죠. 원사운드님의 홍보만화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만 다들 여자이다 보니 슈팅게임이란 장르가 쉽진 않더군요.(웃음)
최유리: 코스튬 플레이라는 일이 서브컬처와 연관될 수밖에 없다 보니 다들 게임을 즐기는 편이랍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블레이드 & 소울>을 즐겨 하고 있고, 호시노이노리는 <리그 오브 레전드>의 팬이죠.
■ “캐릭터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우리의 강점”
<붉은보석 2: 홍염의 모험가들>의 여성 마법사를 담당한 니아.
TIG> 현장에서 관객들에게 사진을 찍히는 것과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는 것을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니아: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예쁘게 찍는 것도 보람찬 일이지만, 그래도 현장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것만큼의 매력은 없는 것 같아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과 만날 수 있고, 같이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은 현장만이 갖는 매력이죠. 공들여 연구하고 기획한 코스튬 플레이를 관중 분들이 기쁘게 받아들여주시면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아요.
TIG> 현장 일이 쉽지만은 않을 텐데, 행사장에서 코스튬 플레이를 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호시노이노리: 아무래도 사진 찍는 분들이 많다 보니 시선 처리가 힘들죠. 보통은 가운데에 시선을 맞추긴 하는데, 코스플레이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모든 분들에게 좋은 포즈를 취하기 어렵다는 것은 항상 아쉬워요.
니아: 의상의 파손 문제도 빼놓을 수 없죠. 사람들이 붐비거나 공간이 협소하면 고생해서 만든 옷이 손상되기 쉽답니다. 만약 행사 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옷이 파손되면 대표님이 밤을 새우면서 수선해 주시죠. 저희 때문에 매번 고생이 많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답니다.
TIG> 행사에 입고 나오는 의상은 코스플레이어 분들이 직접 만드나요? 일반적인 옷과는 다르다 보니 의상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니아: 취미로 하는 코스튬 플레이라면 개인이 직접 만드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행사장에 입고 나오는 복장은 게임이나 개발사의 이미지가 달려 있기 때문에 전문가와 함께 제작합니다.
호시노이노리: 아무래도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가장 힘들죠. 똑같은 원화를 보더라도 코스플레이어가 생각하는 이미지와 제작자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아무래도 만드는 사람과 입는 사람의 입장 차이인 것 같아요.
TIG> 친지나 지인들이 지금 하시는 일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니아: 얼마 전에 어머니로부터 재미있는 말을 들었어요. 처음 제가 이 일을 시작했을 때 성인이 되면 그만둘 것이라 생각하셨다는 말이었죠. 지금이야 어머니도 제 작품들을 즐겨 보시지만, 처음에는 코스튬 플레이에 대한 시각 때문에 많이 다퉜었죠. 이런 경험 때문인지 처음 보는 분들에겐 제가 하는 일을 밝히기가 쉽지 않아요. 이번 행사도 직장에 휴가를 내고 몰래(?) 내려왔죠.
비밀: 아직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스스로도 이 일을 이야기하는 것에 조심스러워지더라고요. 제가 닉네임조차 ‘비밀’로 한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어요.(웃음)
TIG> 코스플레이어로서의 고충도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니아: 최근 레이싱 모델 분들이 게임 코스튬 플레이에 많이 진출하셨죠. 전문 모델 분들과 비교하면 저희들의 외모나 몸매는 많은 부분에서 부족할 거예요. 더군다나 최근에는 의상 제작 전문업체도 많아져서 의상의 질도 비슷해졌고요. 아무래도 모델의 외모도 중시되는 세계다 보니, 그런 것들을 느낄 때마다 마음이 아프죠.
하지만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보니 후회는 없어요. 우리 모두 다른 누구보다도 뜨거운 열정을 가졌다고 자부하고 있죠. 아마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는 우리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이 드물걸요?(웃음)
TIG> 마지막으로 디스이즈게임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호시노이노리, 비밀: <거울전쟁>과 <붉은보석 2> 많이 사랑해 주세요!
니아, 최유리: 앞으로도 코스튬 플레이를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