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2012를 앞두고 NHN 한게임이 공개한 <언데드 슬레이어>는 터치 조작으로 이동과 공격을 동시에 하는 모바일 핵앤슬래시 액션게임이다. 간단한 조작으로 혼자서 다수의 적을 ‘쓸어버리는’ 쾌감을 추구한 게임인데, 개발도 혼자서 했다고 알려지며 화제를 모았다.
<언데드 슬레이어>는 오는 20일 안드로이드 OS와 iOS로 동시에 나온다. 디스이즈게임은 혼자서 완성까지 ‘완주’한 하이디어의 김동규 대표를 만나 개발 동기와 과정, 출시를 앞둔 소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 “1인 개발의 원동력? 개발이 재미있으니까”
<언데드 슬레이어>를 개발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했었나?
김동규: 이전에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하며 그래픽을 담당했었다. 2004년 여름에 대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때 인턴으로 개발사에 들어갔던 것이 시작이 됐다. 지금은 사라진 열림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에서 7년 반 정도 일했었다. 그 뒤에는 그래픽 관련 프리랜서 생활도 했고, 모바일 회사에서도 일하다가 나왔다. <언데드 슬레이어>는 혼자 개발한 첫 게임이다.
혼자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 지식이 필요한데, 그래픽을 담당했었다니 프로그래밍을 하는 모습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프로그램은 온라인게임을 만들면서 어깨 너머로 배웠던 것도 있었고, 회사를 나온 뒤 혼자 공부한 것도 있다. 온라인게임을 만들던 당시 자체엔진을 사용했는데 스크립트를 사용할 정도의 엔진이 아니라서 프로그램 지식을 배워야 했던 상황이었다. 같이 일하던 프로그래머에게 ‘어떻게 하면 더 효과적으로 그래픽을 표현할 수 있다’ 같은 설명을 깊이 있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지금 <언데드 슬레이어>는 어떤 엔진으로 개발했나?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했다. 덕분에 혼자 개발하기도 좀 수월했고 iOS나 안드로이드 OS에 쉽게 대응할 수 있기도 했다.
개발 기간은 얼마나 걸렸나?
지금까지 1년 1개월 넘게 개발했다. 혼자서 만드는 것이라 집에서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며 개발하고 있다.
혼자 게임을 개발하는 데 고충이 있지 않았나?
개발 자체가 재미있어 과정에서 힘든 점은 별로 없었다. 다만 주변에 동조해 줄 사람이 없다는 게 힘든 일이다. 회의할 일도 없고, 협업할 동료도 없으니 ‘이 게임이 재미있나?’ 같은 걸 알기 힘들다. 혼자 개발하며 ‘외롭다’는 건 결국 이런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개발 도중 ‘이게 재미있나?’ 같은 의문이 들면 어떻게 했나?
그래서 NHN과 계약했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게임을 보여주면 게임에 관심도 없고 객관적인 평을 듣기 어렵다. 전문가들이나 사업을 하는 사람들의 안목이 아무래도 중요할 것 같아 큰 회사와 계약을 시도했다.
처음에 NHN 홈페이지의 ‘제휴제안’ 쪽에 알파 단계의 게임 영상을 올렸다. NHN 쪽의 반응이 좋아서 미팅을 하러 방문했더니 1인 개발자라는 사실에 놀라더라. 결국 NHN과 계약했고, 이후 QA(품질관리) 같은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게임 개발은 혼자서 할 수 있지만, 게임을 흥행시키기 위한 마케팅이나 사업까지 혼자 다 하려면 정말 힘들다. 그런 면에서 큰 회사의 도움을 받으니 좋더라.
1년 넘게 1인 개발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교과서적인 대답일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개발 자체가 재미있다. 그리고 내가 만든 게임을 누군가 재미있게 해 준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내가 개발을 재미있게 느끼지 않았으면 진작 이 업계를 떠났을 것 같다. 나는 그동안 큰 회사를 다닌 게 아니라서, 동료들은 좋았지만 회사 여건이 좋지 않았다. 개발이 재미있지 않았다면 시간과 인력에 쫓기는 생활을 버티지 못했을 것 같다.
내가 그래픽 디자이너로부터 시작해서 그런 성향이 더 강한 면도 있다. 그림쟁이들은 그림을 그리는 과정도 좋아하고, 그린 그림을 보며 스스로 감탄하기도 한다.
■ <언데드 슬레이어> “조작에 대한 불만에서 시작했다”
게임을 보니, 일대 다수 액션 전투가 눈에 띈다. 어떤 계기로 개발을 시작했나?
모바일게임에서 기존의 조작방식을 탈피한 핵앤슬래시 액션게임을 원해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편인데, 모바일게임을 하다 보니 버추얼 패드 같은 조작이 피곤하고 스마트 기기에 잘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 특히 핵앤슬래시 액션에서 십자패드를 쓰는 조작이 정말 답답했다.
액션의 쾌감을 모바일에서 구현해 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해 터치로 이동이나 공격을 할 수 있는 조작이 나왔다. 여기에 일대 다수로 적을 ‘쓸어버리는’ 재미를 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즐기고 싶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 시작한 것인가?
맞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었다. 처음 개발할 때만 해도 손가락 하나로 쉽게 터치하고 공격할 수 있는 게임이 거의 없어서 더욱 재미있게 작업했다. 목표는 ‘전철에서도 쉽게 플레이할 수 있는 조작’이다.
조작을 가다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나?
기획의 시작이 조작이다 보니 조작 방식을 만드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히려 ‘캐릭터가 공격하면서 이동하는 게 괜찮을까?’를 고민하는 시간이 가장 길었다.
처음 만들 때는 단순한 조작만 있었다. 화면을 터치해 이동과 공격을 동시에 하는 콘셉트였는데, 실제로 FGT(Focus Group Test, 특정 집단을 모아 진행하는 소규모 테스트)를 해보니 단순한 터치 조작을 반복하면 지루해하더라. 그래서 화면을 오래 누르거나 손가락을 밀어서 스킬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방식을 추가했다.
<언데드 슬레이어>에서 오래 즐길 수 있는 요소는 무엇이 있나?
RPG로서의 성장과 무기 수집 등의 요소가 있고, 주인공 캐릭터와 함께 교체하며 쓸 수 있는 부장을 모으는 시스템이 있다.
그 외에는 게임 모드를 여러 개 준비했다. 디펜스게임처럼 몰려오는 적들을 막아내거나, 마차를 호위하거나, 성문을 부수는 등의 모드가 있다. <템플 런>처럼 단순히 뛰면서 동전을 먹는 모드도 있다. 또, 타임어택 등의 도전과제를 제시해 각각의 전장을 여러 번 플레이하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이게 게임의 중심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진·삼국무쌍>을 하며 느낀 것인데, 캐릭터 액션이 아무리 좋아도 한두 시간 즐기고 나면 질리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유저들이 단순하게 즐길 수 있는 액션의 재미를 느껴줬으면 한다.
유저들이 가장 재미있게 플레이해 줬으면 하는 콘텐츠가 있나?
한 부분에서 재미있다기보다 게임 전체적으로 재미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한 부분 부분에 집중해서 만들지도 않았고, <언데드 슬레이어>가 전체적으로 재미있었으면 한다.
따지고 보면 혼자 개발한 모바일게임은 처음이라서 자꾸 다른 게임과 비교하게 된다. 그렇게 어느 한 부분만 떼어놓고 다른 게임과 비교하면 딱히 뛰어난 부분이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핵앤슬래시 액션을 가볍게 풀어낸 게임이 별로 없어서 그 부분에서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출시 계획은 어떻게 되나?
12월 20일에 안드로이드 OS와 iOS를 동시에 출시할 계획이다. 첫 버전에서는 한국어, 중국어, 영어를 지원하고 내년 초에 업데이트로 일본어를 지원할 예정이다.
소재도 눈에 띈다. 하후돈이 주인공에 좀비 관우가 보스로 나온다는 게 신선하다.
<삼국지>를 소재로 삼은 건 개발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내가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보다 익숙한 소재를 차용하는 게 빠르게 개발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소재 중에 일대 다수의 전투가 가능한 것들을 찾아 보니 <삼국지>나 로마, 십자군 등이 있었다. 그중에서 내가 알고 있고 쉽게 풀어갈 수 있는 소재가 <삼국지>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좀비 관우를 적으로 돌린다는 발상은 아주 새로운 시도는 아니다. 조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창천항로> 같은 만화도 있으니까.
그리고 삼국지는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인기 있는 소재지만 북미 같은 시장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소재이기도 하다. 중국을 고려해 봤을 때는 <삼국지연의>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촉나라를 적으로 돌린다는 게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도 하기는 했다.
중국 사람들에게 게임을 보여준 일이 있나?
중국 쪽 사업가에게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의외로 반감을 갖지 않아서 놀랐다. 게임을 보고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아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삼국지연의>는 정독했나?
사실 <삼국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한 건 아니다. 영화나 만화는 많이 보는 편인데, 정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진·삼국무쌍>이나 <창천항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삼국지>는 일본 쪽의 각색된 매체를 통해 더 많이 접했다. 그래서 <삼국지>의 장수들이 좀비로 등장하는 설정을 생각해 낼 수 있었다.
<언데드 슬레이어> 다음 게임에 대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다음 게임으로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를 만들어 보고 싶다. 그것도 세상에 없던 걸로 말이다. 요즘 ‘횡스크롤 미연시는 어떨까?’ 같은 생각을 하곤 한다. 만약 내가 미연시를 개발하게 되면 일생 일대의 역작으로 만들고 싶다.
요즘 아청법(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라 미연시를 만들었다고 잡혀가지는 않을지 고민이 되긴 한다. 만약 그렇게 되면 나도 전자 발찌를 차게 되려나?(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