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3: 영혼을 거두는 자>(이하 디아블로3 확장팩)가 25일 새벽 3시 국내에 출시됐다. 원작 출시 후 2년 만에 나온 <디아블로 3> 확장팩은 신규 직업인 ‘성전사’, 스토리 흐름과 상관없이 다양한 지역을 오가며 퀘스트를 수행하는 ‘모험모드’ 등의 콘텐츠가 추가되었다.
<디아블로3> 확장팩을 개발한 블리자드 케빈 마틴즈 리드 디자이너는 디스이즈게임과의 인터뷰에서 ‘스릴과 다양성, 그리고 새로운 경험’을 즐겨달라고 이야기했다. ‘모험모드’가 선사하는 새로운 환경, 극단적인 아이템 옵션이 만드는 전투의 다양한 양상, 그리고 머지않아 추가될 ‘70레벨용 지옥문 장치’가 만들 새로운 전투 경험을 기대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케빈 마틴즈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케빈 마틴즈 리드 디자이너
<영혼을 거두는 자>의 핵심 콘텐츠는 ‘모험모드’
오늘(25일) 새벽 3시 <디아블로3> 확장팩이 국내에 정식으로 나왔다. 자식을 내보낸 느낌일 텐데, 어젯밤 잠이 잘 오던가?
케빈 마틴즈: 실망시켜 미안하지만, 굉장히 잘 잤다.(웃음) 아마도 용산에서 열성적인 팬 분들과 멋진 코스튬플레이 퍼포먼스를 본 때문이 아닐까 한다. 사실 그동안 충분히 준비를 한 작품이어서, 설레기는 해도 특별히 걱정되진 않더라.
새벽 5시에 접속해 봤는데 간간이 서버 오류 메시지가 나오더라. 조만간 전 세계 모든 곳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는데 문제는 없겠나?
예를 들면 ‘에러 37’같이?(웃음) 사실 <디아블로3> 출시 때는 그 정도로 많은 유저가 몰려들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서버 폭주같은 일도 자주 일어났고.
하지만 확장팩은 다를 것이다. 2012년의 문제를 거울 삼아 그동안 지속적으로 서버의 수용량을 늘려왔고, 사전 다운로드나 확장팩 순차 오픈 등으로 부하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사에서도 3시부터 서버 인원들이 비상 대기를 시작했다. 서버 문제가 아주 없진 않겠지만, 문제가 생기더라도 금방 해결될 것이다.
참고로 새벽에 출력되었던 서버 오류 메시지는 대부분 실제 서버 문제가 아니라 프로그램 버그였다. 지금은 해결되었으니 마음껏 게임을 즐겨달라.
1,200여 명의 유저가 참여한 <디아블로3> 확장팩 전야제.(24일 저녁)
<디아블로3> 확장팩에서는 신규 직업인 ‘성전사’를 비롯해 많은 콘텐츠가 추가됐다. 기획자로서 확장팩을 대표할 만한 콘텐츠 하나를 꼽자면?
역시 모험모드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성역(디아블로 시리즈의 배경) 세계는 굉장히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십년에 걸쳐 다양한 지역과 몬스터가 디자인되어 왔다. 하지만 기존에는 게임 자체의 한계 때문에 이를 체험하려면 정해진 길(이야기)을 따라가야 해서 이 매력을 온전히 살릴 수 없었다.
모험모드는 그동안 정해진 길로만 가야했던 <디아블로3>의 세계를 자유롭게 유저에게 풀어준 콘텐츠다. 과거에는 좋은 아이템을 얻으려면 특정 구간을 반복해서 플레이해야 했지만, 이제는 자신이 가고 싶은 지역, 잡고 싶은 몬스터를 자유롭게 선택해서 성역 세계를 ‘모험’할 수 있게 되었다. <디아블로3> 확장팩의 모토는 ‘가장 좋은 아이템을 얻는 방법은 가장 재미있게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확장팩의 콘텐츠 분량은 어느 정도나 되는가?
길다.(웃음) 사실 우리도 정확한 콘텐츠 분량을 짐작하기 힘들다. 5막을 예로 한번 들어보자. 5막은 기존 3~4막의 콘텐츠를 합친 분량으로 기획되었다. 다만 이것은 체험이 확정된 콘텐츠가 그 정도라는 것이고, 게임 중 임의로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나 던전은 제외된 수치다. 단적으로 똑같은 퀘스트 아이템을 구하더라도 심할 경우 사람마다 30분 이상의 플레이타임이 차이날지도 모른다.
이것은 이번 확장팩에서 맵 생성 방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다. <디아블로3> 같은 경우 몇 번 플레이를 하면 출구나 퀘스트 몬스터 등장 위치가 대충 짐작이 되었다. 하지만 확장팩에서는 맵 생성 방식이 완전 개편돼 맵의 테마와 퀘스트 몬스터 같은 중요 요소를 제외한 모든 것이 바뀐다. 때문에 스토리를 반복해서 플레이하더라도 매번 새로운 느낌을 받을 것이다. 여기에 새로 추가된 모험모드까지 포함하면 콘텐츠 볼륨은 더욱 늘어나고.
“아이템 2.0으로 죽음을 극복하는 스릴과 유저의 개성 모두를 잡겠다”
확장팩에서 많은 아이템 옵션이 등장한다. 가끔 보유한 아이템은 많은데, 좋은 옵션을 모두 쓸 수 없어 아쉬움을 느낄 때가 있다. <디아블로2>의 ‘무기스왑’과 같은 기능을 넣을 생각은 없는가?
이번 확장팩 개발의 테마는 ‘새로운 콘텐츠와 커뮤니티’였다. 스왑 기능은 이 두 부류라기보다는 ‘편의성’의 영역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우선순위도 우선순위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게임의 재미와 맞을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개인적으론 정해진 아이템만을 가지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련을 뛰어 넘는 것이 <디아블로> 시리즈의 재미라고 생각한다. 확장팩에 나오는 아이템의 옵션을 보면 알겠지만, 다수의 약한 적에게 강한 옵션이 있고 소수의 강한 적에게 강한 옵션이 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옵션을 구성한 것은 두루두루 쓸 수 있는 소수의 만능 아이템만 살아남기보다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한 아이템으로 게임의 재미를 높이고 유저들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서다.
물론 상황에 맞춰 알맞은 무기를 교체하면 게임은 편할 것이다. 하지만 칼 한 자루만 믿고 위기를 해쳐나가는 스릴은 얻지 못할 것이다. 스왑 기능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스왑 기능과 이러한 짜릿함이 같이 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현재는 편의성보다 이런 경험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설 아이템 중에서는 특정 속성에 면역 효과를 부여하는 등 강력한 효과를 가진 옵션도 등장하는데,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밸런스가 걱정된다.
밸런스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작업이다. 특히 <디아블로3> 확장팩의 경우 게임이 복잡하고 변수가 다양하다 보니 이 작업은 끝이 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는 긴 테스트 시간을 가졌고, 본사에는 밸런스만을 전담하는 전문 QA팀도 존재한다. 오늘부터 플레이할 수 있는 <디아블로3> 확장팩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공들인 만큼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물론 우리도 사람인 만큼 모든 경우의 수를 파악하진 못했겠지만, 라이브 중 등장하는 것은 패치를 통해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다만 이것이 모든 ‘좋은 조합’을 너프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디아블로3> 확장팩의 다양한 아이템 옵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것이 부담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이러한 부담 만큼 유저들이 우리가 상상 못하는 다양한 조합을 궁리해주길 바라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가능성이다. 특정 조합이 지나치게 강해 가능성 자체가 획일화되지 않는 한, 너프는 없을 것이다.
이전부터 악명(?) 높았던 ‘비전 파수기’는 물론, 신규 패턴이 추가된 ‘역병’, 2.0 업데이트에서 추가된 ‘독 격자’ 등 근접 캐릭터에게 불리한 몬스터 능력이 많다는 지적이 있다.
2.0 업데이트 전에는 ‘야만용사’들이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당시 정복자 100레벨을 최초로 달성한 것도 야만용사였고. 한국에서 떠돌고 있는 블리자드 게임의 ‘마법사’에 대한 우스갯소리도 알고 있다.(웃음) 데이터 상에서는 큰 문제가 없는데도 이런 지적이 나오는 것을 보면 밸런스란 참 힘든 것 같다.
우리는 캐릭터 생성 수나 클리어 속도, 죽음 횟수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밸런스를 잡고 있다. 개인적으론 캐릭터 밸런스에 대한 지적이 있을 때 직접 그 캐릭터를 키워보곤 한다. 지금까지 40개 가까이되는 캐릭터를 만든 것 같다. 최근 있었던 밸런스 패치는 이런 경험과 유저들의 피드백, 그리고 QA팀이 만든 결과물이다. 이것이 완벽한 밸런스는 아니겠지만, 아직 확장팩 초기이니만큼 조금만 더 지켜봐 달라. 개발팀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있겠다. 밸런스 작업은 끝나지 않는다.
더 센 몬스터보다 더 다양한 전투 경험을 선사하겠다, 70레벨 지옥문 장치
<디아블로3> 확장팩에서 임의성(랜덤)이 강화되었다곤 하지만, 계속 반복하다보면 질리기 마련이다. 조금 이른 이야기지만 확장팩에 추가될 신규 업데이트에 대해 알고 싶다.
일단 최고 레벨이 확장된 만큼, 기존에 최고 레벨 콘텐츠 역할을 했던 ‘지옥불 반지’와 ‘지옥문 장치’를 70레벨에 맞게 개편할 계획이다. 다만 이것이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장비나 몬스터의 능력치만 70레벨에 맞게끔 바꾼다는 의미가 아니다. 지금은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70레벨에 체험할 지옥문 장치에서는 기존과는 다른 전투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모험모드 개선도 있다. 적지 않은 시간 동안 테스트를 했지만, 한정된 유저만 테스트에 참여한 만큼 밸런스가 완벽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정식으로 게임이 오픈한 만큼, 유저들의 피드백을 모아 더 나은 모험모드가 될 수 있도록 주력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유저 분들에게 플레이 중 느낀 어떤 사소한 감상이라도 블리자드 홈페이지이 남겨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여러분의 피드백이 더 나은 게임을 나오게 한다. 사실 모험모드도 모든 순간이동진을 개방해달라는 유저의 의견이 발전돼 나온 결과물이다.
혹시 이번 확장팩 중 PvP 콘텐츠에 대한 업데이트가 있을까?
PvP는 우리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매주 개발팀이 이에 대해 고민하곤 있지만, <디아블로3> 자체가 PvE에 중심을 두고 만든 게임이라 그런지 아직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PvP 콘텐츠라면 유저의 실력이 우선시되어야 하는데, <디아블로3>는 전설 아이템이나 정복자 레벨 등 운이 좋거나 단순히 게임을 오래한 사람이 유리하기 쉬운 시스템 아닌가.
PvP 콘텐츠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앞으로 개선되거나 추가될 콘텐츠의 모습은 단순히 공격력 뿐만 아니라, 유저의 실력과 전략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콘텐츠일 것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현재의 ‘난투’ 모드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많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PvP에 대한 확실히 뭐라고 답하기는 힘들다.
개인적으로 <디아블로3> 확장팩의 엔딩에 많은 의문을 느꼈다. 후속 확장팩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이에 대해선 현재 어떠한 이야기도 할 수 없다. 확장팩이 나온 지 아직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았다.(웃음)
마지막으로 한국 유저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개발자로서 유저에게 ‘재미있게 즐겨 주길 바란다’ 외에 어떤 말이 더 필요할까?(웃음) 확장팩에서는 더 많은 콘텐츠, 더 다양한 아이템이 추가됐다. 새로워진 <디아블로3>를 즐겨달라. 개인적으론 <디아블로3> 확장팩을 즐기며, 친구와 함께 플레이했을 때 가장 큰 재미를 느꼈다. ‘PC방’에서 많이 즐겨 달라.
참, 그리고 개발진들은 항상 유저 여러분들의 피드백에 목말라 있다. 특히 <디아블로3> 확장팩의 경우 이제 정식으로 열렸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게임을 즐기며 못마땅한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감없이 글을 남겨달라. 여러분의 피드백이 더 재미있는 게임을 탄생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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