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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무림 문파의 혈투' 같은 열혈강호 저작권 공방... 어떻게 될 것인가?

"시장의 피로감은 점점 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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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우티) 2022-08-23 17:26:24

<열혈강호>는 <용비불패>와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무협 만화다. 

 

1994년, 만화잡지 영챔프에서 연재를 시작해 지금도 디지털 플랫폼 카카오 페이지에서 이어지고 있는 초 장수 연재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만큼 <열혈강호> 지식재산권(IP)의 가치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전극진 작가가 글을 쓰고, 양재현 작가가 그림을 맡은 <열혈강호>는 한비광, 담화린, 종리우 등 다양한 인물들이 무림의 실권을 놓고 경쟁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열혈강호>는 장수 인기 IP이니만큼​ 임과도 깊은 연을 맺고 있다. <열혈강호> 쿼터뷰 싱글 RPG를 시작으로(1997, 열혈강호), 2002년에는 <열혈강호2: 엑스-파이터스>가 만들어졌고, 2005년에는 KRG소프트가 MMORPG <열혈강호 온라인>을 내놓았다. KRG의 모회사 엠게임은 당시 이 게임으로 한국은 물론 중화권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이후 <열혈강호 온라인 2>(PC MMORPG), <열혈강호W>(웹게임, 모바일게임), <열혈강호 M>, <열혈강호 for kakao> 등 여러 종류의 '열혈강호' 게임이 IP의 힘을 빌려 세상의 빛을 봤다. <열​혈강호>는 중국에서 나름의 인지도를 보유한 IP로, 이 중 몇몇 타이틀은 중화권 시장의 환영을 받으며 서비스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열혈강호>에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룽투코리아가 <열혈강호 모바일>의 블록체인 버전을 출시하기로 발표했는데, 이러한 방식이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전극진 작가의 친동생 전명진 씨가 대표로 있는 도미너스게임즈는 자사가 <열혈강호> NFT 게임의 독점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자산, NFT​가 떠오르는 사업 아이템이 되자 <열혈강호>에는 정파와 사파의 갈등을 방불케 하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그 기록을 하나씩 짚어봤다.

 

전극진, 양재현 작가의 <열혈강호>


 

# 재판부는 가처분 신청 기각... "토큰은 저작권 위반으로 볼 수 없어" 

 

2022년 3월, <열혈강호>의 모바일게임 사업권을 가진 중국계 룽투코리아는 <열혈강호 온 위믹스(on wemix)​>의 예약자를 모집했다. 자회사 타이곤모바일이 2017년 개발한 <열혈강호 포 카카오(for kakao)>에 블록체인을 통한 P2E를 도입한 것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게임은 위메이드와 손잡고 서비스되며, 자산으로는 타이곤 토큰이 쓰일 것으로 발표됐다. 

 

당초 룽투코리아는 <열혈강호> 모바일게임의 사업권을 가지고 있었지만, 원작자 측은 타이곤모바일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금지 소송을 제기하며 법정 분쟁을 시작했다. 우선 이들은 (한국에서 <열혈강호 온 위믹스>는 서비스될 수 없으므로) 글로벌 시장에서 ​게임의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극진 작가의 동생이 대표로 있는 도미너스게임즈는 <열혈강호>의 블록체인 게임 사업권이 자신들의 회사에 있다고 홍보했다. 

 

<열혈강호 온 위믹스> 또는 <열혈강호 글로벌>의 티저 이미지

 

​전극진·양재현 작가는 <열혈강호 온 위믹스>가 그간 만들어진 일반적인 모바일게임이 아닌 가상자산이 결합된 P2E 게임으로 당초 작가들과 회사가 맺은 IP 계약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허락 범위 바깥이므로, 타이곤모바일은 2차 저작물 작성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법정에서 작가들의 법률대리인은 이야기했다.

 

그러나 룽투게임즈(타이곤모바일) 측은 자신들이 하려는 것은 게임의 결제 수단을 추가하려는 것뿐이라고 받아쳤다. 

 

또 회사에서 2021년 6월 <열혈강호>의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할 것이라고 양재현 작가에게 카카오톡을 보냈지만, 문제 제기를 받지 못했고 2021년 11월 "갑자기 NFT 및 블록체인 사업이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라는 답을 들었다고 밝혔다. 법정에서 룽투코리아는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할지와 어떠한 결제 수단을 고를지에 대한 권한은 룽투코리아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2022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0민사부는 원작자 두 사람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두 작가의 저작권 계약 위반 의견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게임이 계약을 통해서 모바일게임으로 계약한 것을 확인했으며, 타이곤토큰에 대해서는 결제 수단으로 <열혈강호> 저작물을 이용해서 만든 토큰이 아니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게임의 결제 수단 부분까지 채권자 측의 사전 검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출처: 서울중앙지방법원)

 

# 만화 업계 "원작자 저작권 인정해달라" 한목소리

 

판결이 나오자 만화계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8월 16일,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한국웹툰산업협회 등 9개 협·단체는 "열혈강호 저작권 무단 사용 만화웹툰 업계 공동 대응"이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만화·웹툰 작가의 원천 저작권을 인정하고 보호하라"며 "가상화폐를 결합한 P2E 게임 서비스는 온라인 게임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각광받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법령이 정비되지 않아 대부분의 P2E 게임 개발, 배급사들은 해외에서 서비스하고 있다"고 썼다. 또 "작가들의 동의 없이 <열혈강호> P2E 게임 서비스가 강행되는 것에 대해 원천 저작자로서 계약과 관련한 부분은 명확하고 분명하게 정의, 규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이들의 성명은 "원천 저작자"로서 "작가들의 동의"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하며, "사법당국에서는 저작권자의 당연한 권리가 지킬 수 있도록 조처하여 주기를" 청원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들은 "거의 모든 만화단체가 열혈강호를 둘러싼 부당한 P2E 서비스에 대해 시정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고 자평했다. 

 

실제로 한국만화가협회는 1960년대부터 활동을 지속 중인 유력 단체이며, 한국웹툰산업협회는 기업과 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곳이다.

 

한국만화가협회 CI (출처: 홈페이지)

해당 성명을 조직한 인물은 "지난 법원의 판결은 가처분 신청 결과에 불과하다"라며 이 사건에 대한 본안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예고했다. 이어서 "원작자의 반대에도 일방적으로 사업을 강행하는 모습에 대해 작가들이 모독감을 느끼고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토큰 발행 또한 수익 분배 구조가 모호해지기 때문에 재협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룽투게임즈는 <열혈강호>의 저작권을 침해해 영업을 한 것일까? 

 

타이곤 토큰 그 자체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보통 한국의 법 체계에서는 법률상으로 허용하는 것들을 나열한 뒤 그 이외의 행위를 금지하는 '포지티브 규제'를 취하고 있고, 현행 저작권법에 '가상자산', 'NFT', '토큰' 같은 이름이 빠져있는 것은 맞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저작권법 제46조에 '저작재산권자에게 저작물 이용을 허락받은 경우, 허락받은 자는 허락받은 이용 방법 및 조건 범위 안’에서만 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으므로, 본안소송이 이루어질 때 '허락'이 어디까지가 될 것인지에 관해서 어떤 주장이 제출되는지 지켜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의 본안소송은 오는 9월 1일 첫 심문으로 시작된다.

 

 

# 룽투코리아와 원작자는 어떤 계약을 맺었나?

 

만화 업계가 주장하는 쟁점은 (1) 도의적 차원에서 원작자와 재협의 (2) P2E라는 새로운 방식 도입에 따른 새로운 개런티 계약 정도로 이해된다. 

 

룽투코리아는 법원에 보낸 입장서에서 ▲블록체인 게임 개발에 대해 원작자에게 연락을 취한 적 있으며 ▲타이거토큰은 <열혈강호> IP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좁혀지지 않고 있고, (1), (2) 모두 '새로운 계약 도출의 가능성'으로 수렴한다. 

 

과연 <열혈강호 온 위믹스>의 토큰 발행은 원작자와 게임사 사이의 재협의가 필요한 사안일까? 한 만화 업계 관계자는 "최근 NFT가 ​뜨면서 기존에 했던 IP 계약을 다시 맺는 경우가 많다"라고 귀띔했다. 이전에 특정 IP에 대한 계약을 맺은 적 있어도, 블록체인 기술이 도입되는 사업을 전개하는 경우, 그 내용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룽투코리아는 <열혈강호 온 위믹스>의 '결제 수단'에 대해서만 자체 토큰을 도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룽투코리아 측과 원작자 사이의 <열혈강호> 게임 사업 계약은 2015년 최초로 이루어졌다. 당시 계약금으로 1억 원에 순매출액의 7%를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2017년, 룽투코리아는 두 원작자에게 19억 원 상당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룽투코리아는 "2015년에는 이미 웹툰이 만화 시장을 대체하고 있었고, <열혈강호>는 큰 인기를 모으지는 못했다"라며 오히려 자신들이 대만, 홍콩, 마카오, 베트남 등지에서 <열혈강호>의 상품성을 높여왔다며 맞서고 있다. 룽투코리아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원작자들에게 약 188억 원이 넘는 이 사건 저작물 사용료를 지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가상자산 타이곤 토큰은 총 500억 개 발행될 예정이다. 룽투 측이 발행한 백서에 의하면, 그 중 <열혈강호 온 위믹스>에 사용되는 자산은 20%이다. 룽투코리아는 "타이곤 토큰은 <열혈강호 온 위믹스>에만 종속된 것이 아니다"라는 입장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만화 업계는 이 토큰이 발행되어 사용될 경우, 원작자에게 돌아갈 몫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도미너스게임즈의 전명진 대표는 위믹스 플랫폼을 주도하는 위메이드에게 "타이곤은(룽투코리아는) 귀사의 플랫폼을 활용한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의 강행 의사를 밝히면서, 귀사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P2E 게임을 출시하고, 사업을 영위하려 하고 있다"라며 "중국 기업의 저작권 침해 행위에 정면으로 대항하여 저작권 보호에 앞장선 유수의 기업"으로서 "타이곤의 위범행위에 가담하여 귀사가 선의의 피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의 협조 요청을 발송했다.

 

도미너스게임즈는 <변호인>, <강철비>를 만든 양우석 감독의 스튜디오 게니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열혈강호> 관련 영화 사업을 함께 전개한다. 사진은 당시 발표된 "굿 럭" 이미지.

 

# 너무나 많은 <열혈강호>... 커져가는 피로감

 

도미너스게임즈에서는 <열혈강호>를 바탕으로 한 자체 NFT 사업을 전개 중이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도미너스게임즈는 <열혈강호>의 공식 NFT 발행을 진행하며, 그 첫 프로젝트는 <열혈강호> 속 조직인 '흑풍회'가 된다. 두 원작자는 <브레이커>, <트리니티 원더> 등으로 유명한 박진환 작가가 이 사업에 합류했다. 지난 5월 민팅한(발행한) '열혈강호 흑풍회 NFT'는 모두 판매됐다. 

 

도미너스게임즈는 NFT 구매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되는 <열혈강호> IP 확장 프로젝트와 P2E 게임의 VIP로 참여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 상당히 많은 <열혈강호> 게임은 물론, <열혈강호> 가상자산 프로젝트까지 나오고 있어 수용자들의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열혈강호>와 링크된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총 3개다. 룽투코리아와 도미너스게임즈 이외에 투니플레이에서도 2021년 5월 <열혈강호 오리진>에 NFT를 담겠다는 발표가 나왔다. 투니플레이는 <용비불패>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다른 무협 만화 <고수>를 모바일 RPG로 만든 적 있는 곳인데, 자사 수집형 RPG <열혈강호 오리진>를 NFT 게임으로 '업그레이드' 시킨다.

 

당시 투니플레이 관계자는 "원작 <열혈강호> 시리즈가 국내는 물론 대만, 홍콩, 일본 등에 진출해 인기를 구가한 저력 있는 콘텐츠임을 고려할 때 액트게임즈와 공동 개발하는 열혈강호 오리진 NFT 서비스도 국내를 비롯해 중화권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대저 <열혈강호>를 둘러싼 사업권 분쟁은 무림 문파들의 혈투를 방불케 한다.​ 도미너스게임즈​는 자기들만이 '공식'이라고 이야기하고 있고, 룽투코리아는 자기들은 '문제가 없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으며, 공식 사업자는 투니플레이에게 공개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고 있다. 

 

서두에서 살펴봤듯 <열혈강호>는 이미 게임으로 여러 차례 재탄생했다. 시장에는 우후죽순 생겨나는 <열혈강호> IP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다.

 

<열혈강호 오리진>의 홍보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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