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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프로게이머 병역특례

임상훈(시몬) 2006-01-05 16:06:40

먼저 밝힙니다. 시몬은 우주방어체제를 선호하는 초보 테란 플레이어고, <스타> 관련된 중계방송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전용준 아나운서의 팬이고, 임요환 선수도 좋아하고, 박성준이나 박지호 선수의 화끈한 플레이에 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스타크래프트>가 국산 PC패키지게임 몰락의 한 원인이기도 했지만 게임의 대중화에 기여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합니다. 하지만 요즘 툭툭 나오는 ‘e스포츠 프로게이머병역특례나 상무입대에 관해서는 반대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과 국방의 의무는 별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디스이즈게임

 

 

1. 왜 병역특례 이야기가 나오는가.

 

어제 3월까지 국방부에서 ‘e스포츠 프로게이머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 3월에 확정짓는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왜 계속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짐작은 들지만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국방부가 이 문제에 관해서는 기본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겁니다. 병력을 확보해야 하므로 가능한 '열외'를 두지 않으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그런 국방부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할까요?

 

'압력'이 있기 때문이겠죠. 지난 해 4월 통일부 장관(정동영)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상무 프로게임단 창설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두달 전에는 교육부총리(김진표)까지 나서 프로게이머들이 군복무 중에도 계속 선수생활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국무회의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으니까요. 여권의 유망한 차기 대권주자와 부총리까지 나서는 마당이니, 국방부가 어느 정도 압력을 느꼈을 법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게임과 관련된 주무부처로 e스포츠를 지원하고 있는 문화부의 노력도 있었을 것이구요.

 

그런데 이런 움직임은 여권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차기 서울시장 자리를 노리는 맹형규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달 서남하수처리장 중 일부를 e스포츠 전용 경기장으로 건립하고, 임요환 게임스타디움을 짓겠다고 했습니다. 산업자원부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게임산업이 5조원 규모로 성장했으며 e스포츠는 지난해 360~370억원, 올해는 이보다 50% 이상 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e스포츠는 나라를 지탱하는 성장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왜 여야 정치인들이 ‘e스포츠 프로게이머의 병역특례를 이야기하고 있을까요? 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가 게임을 좋아하는데, 그들에게 어필하는 게임 관련 액션을 할 경우 좋은 이미지를 얻게 되고, 결국 득표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원희룡 의원의 얼굴이 <스타> 리그 결승전에 자주 비치는 것은 개인의 기호 말고도 그런 이유가 있겠죠. 물론 원 의원의 케이스는 탓할 일이 아닙니다. 정치인은 표를 따라 움직이는 것을 잘못됐다고 하면 안되니까요. 하지만 오바를 하면 안됩니다. <스타>와 병역을 연결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발상 자체는 오바입니다.

 

 

2. 병역특례의 논리 1 - 스포츠와 국위선양 

 

이런 발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내놓는 근거를 따져보죠.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한국 게이머들이 세계 수준의 선수들로 성장했다. 세계적 수준의 프로게이머들을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 김진표 교육부총리

 

e스포츠도 축구나 야구처럼 스포츠의 하나며, 국위선양에 도움이 되면 병역특례를 줄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입니다.

 

그럴 듯합니다. 그런데 묻고 싶어지네요.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e스포츠가 무얼까요? 저는 왜 이렇게 영어 약자와 한글이 섞인 복잡한 표현을 쓰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라고 하면 굉장히 직관적인데요. e스포츠를 지향하는 몇몇 게임에게는 미안하지만 지금 이야기되는 ‘e스포츠는 그냥 <스타> 프로리그입니다. 병역특례 이야기는 유명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덕분에 나온 거구요.

 

국제적으로 경쟁하는 스포츠를 통해 국위를 선양할 수 있다면 병역특례가 가능할 수도 있죠. 그런데 <스타크래프트>가 그런가요? 지금 <스타크래프트>가 인기있는 나라가 전 세계에 몇개 국가나 될까요? 분명 한국에서의 <스타크래프트>는 특별한 현상입니다. 이 특별함은 유래 없는 인기와 더불어 지역적인 특수성을 의미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은 물론 중국, 대만의 일반적인 유저들은 <스타크래프트>를 거의 안 합니다. <카운터스트라이크> <워크래프트3>가 훨씬 더 큰 인기를 얻고 있죠. <스타크래프트>가 축구나 야구처럼 보편적인 것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스타크래프트>는 주인이 따로 있는 게임입니다. 축구나 야구처럼 모두의 것이 아니라 분명히 블리자드에서 돈을 주고 파는 상업적인 상품입니다. 이런 특정 업체의 상품을 잘 이용하는 유저에게 병역특례를 준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나요. 한발 양보하죠. 상품이더라도, 국제적으로 경쟁을 치뤄서 잘해서 국가를 빛내면 좋은 것 아니냐는 주장도 가능할테니까요. 그렇다면 정말 국제적인스포츠가 됐을 때 병역특례를 논의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왜 벌써부터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 선거가 다가와서 그런가요?

 

 

3. 병역특례의 논리 2- 미래 성장원동력 

 

 

"앞으로 e스포츠는 나라를 지탱하는 성장원동력이 될 것이다."

                                                                                                      - 맹형규 한나라당 의원


e스포츠도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처럼 국가의 미래를 짊어질 성장산업이기 때문에 병역특례를 줄 수 있지 않겠냐는 논리입니다.

 

어이가 없습니다. e스포츠의 매출액이 늘어나고 있으니, 나라를 지탱하는 성장원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시는군요. 병역특례 이야기까지 꺼내시는 분이 e스포츠의 매출액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는 알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e스포츠 관련 매출이라는 게 어떤 게 있을까요?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활용해 홍보 효과를 누리고 싶어하는 SKT KTF, 팬택앤큐리텔 등이 팀을 창단하면서 선수들과 맺은 계약금이나 온게임넷이나 MBC게임이 <스타> 리그를 진행하면서 스폰서 계약을 맺은 것 말고 성장원동력이 될 어떤 징후를 보았는지 참 궁금해집니다.

 

SKT KTF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들과 계약을 하고 팀을 만드는 것은 그들의 자유입니다. 홍보 효과가 있다고 판단했다면 그럴 수 있는 일이겠죠. 하지만 이런 홍보효과에 의해 발생하는 매출액이 국가 미래를 이끌 성장원동력이고, 그러므로 병역특례를 주자는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e스포츠가 미래 성장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보다, 그 주장이 국회 산업자원부 위원장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더 놀라울 뿐입니다.

 

 

4. 또 다른 논리 - 바둑처럼

 

일부에서는 바둑도 세계대회 결승 진출자에게 병역특례를 주지 않느냐는 주장을 제기합니다. 같은 두뇌 스포츠고, 그때도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그렇게 시행하지 않았느냐는 주장이죠. 맞습니다. 90년대 중반 바둑천재 이창호 9단의 군입대를 앞두고 그런 이슈가 터졌고, 이 9단은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바둑과 <스타크래프트>는 다릅니다. 일단 바둑은 최소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에서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고, 응창기배나 후지쓰배 같은 국제대회에서 우승할 경우, 국가적인 명예가 됩니다. 어떤 한 나라에서만 인기있는 종목과는 다릅니다. 또한 바둑은 어떤 회사에서 돈 주고 파는 상품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가 있습니다. 바둑의 병역특례 이야기가 나오던 90년대 중반, 대부분의 바둑 관계자들은 적극적으로 병역특례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지금 이야기되고 있는 ‘e스포츠 프로게이머의 경우 어떻습니까. 이 이슈와 관련해 시몬과 이야기를 나눈 개발자의 대부분이 "어이 없다"는 반응입니다. 상당수의 게이머들도 초특급 어이상실 시츄에이션이라고 비꼬는 상황이구요.

 

 

5. 두가지 질문

 

사정이야 어찌됐든 정치인들이 게임에 관심을 가져주고, 병역특례 이야기까지 해주는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 어쨌는 무관심보다는 관심이 좋으니까요. 하지만 지금 바라는 건 무지(無知)한 관심은 아닙니다. 국위선양과 미래 성장원동력을 중요하게 여기시니 두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1. 다른 나라에서는 한물 간 게임을 우리나라 게이머가 엄청나게 잘하는 것이 국위선양입니까, 아니면 우리나라 개발사에서 만든 우리 게임을 해외 게이머들이 열심히 플레이하는 것이 국위선양입니까?

2. 게임대회를 통해 특정업체를 홍보하는데 쓰는 돈이 늘어나는 것이 미래 한국의 성장원동력이 될까요, 아니면 우리나라 게임이 해외에 수출되고 잘 팔리는 것이 성장원동력이 될까요?

답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병역특례는 어느 쪽에 가야 할까요? 갈수록 커지고 있는 일본과 중국 자본의 압박 속에 게임을 만들고 있는 게임개발자나 관련 인재들에게 더 주어야 되는 게 아닐까요? 실재로 많은 이공계 인재들이 험난한 게임개발자 대신 안정적인 대기업 연구원을 선호하는 게 요즘 추세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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