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중국'이라고 하지만, 판호는 하나가 아닌 것 같습니다.
12월 2일,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가 중국의 판호를 받았죠. 판호란 일종의 허가증인데요. 중국 현지에서 게임을 정상적으로 서비스하기 위해선 이 판호라는 것을 받아야 합니다. <서머너즈 워> 소식이 뉴스가 된 건 2017년부터 막혀있던 한국 게임에 판호가 발급됐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중국에서 새로 판호를 받은 외산 게임은 총 42개, 바로 여기 한국 게임이 포함됐습니다.
이 판호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중국 게임이 받는 내자판호와 다른 하나는 해외 게임이 받는 외자판호입니다. 그러니까 한국 게임은 지난 수년 간 중국의 '외자판호'를 발급받지 못했던 것이죠.
이번 소식을 취재하며 담당 부처인 중국 국가신문출판서의 '2020 수입 온라인 게임 승인 정보'를 살펴봤는데요. 특이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1999년 출시된 대만 게임이 외자판호를 받은 것입니다. 기사를 읽는 분 중에 분명히 몇 분은 알 만한 게임이라고 장담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으로 '하나의 중국'을 천명하고 있습니다.
타이완, 홍콩, 마카오 모두 하나의 중국으로 본다는 것이죠. 그런데 왜 대만 게임의 판호는 따로 받은 걸까요? 국가신문출판서의 직접적인 입장을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하나의 중국이지만 다른 정치체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일국양제'의 논리가 작동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오늘날 대만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죠.)
현지의 관계자에게 물었더니 "자세한 지침은 모르겠지만, 원래부터 대만 게임은 외자판호를 발급받아온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습니다. 실제로 소프트맥스라는 대만 회사의 유명 무협 판타지 <선검기협전>(仙剑奇侠传)의 시리즈도 그간 외자판호를 받아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래서 그 게임이 뭐냐고요?
1999년 대만의 오딘소프트가 개발, 출시한 <삼국군영전 2>입니다.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와는 달리 내정을 최소화하면서, 사이드뷰 전장에서 요술에 가까운 스킬을 쓰면서 전투하는 게임으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끈 적 있는 타이틀입니다. 용산 '주얼 CD' 마켓의 효자 시리즈 중 하나로 기억하는 분도 계실 겁니다.
도대체 1999년 게임이 어떻게 2020년에나 외자판호를 받았을까요?
<삼국군영전 2>의 스팀 서비스와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0월, <삼국군영전>의 전 시리즈가 '유저조이' 이름으로 스팀에 올라왔는데, 중국어 간체를 지원합니다. 문제없이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가장 유명한 2편의 판호를 받은 게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기자와 위챗으로 대화한 다른 관계자는 "1999년이라면 그런 거(판호) 신경 안 쓰지 않았겠나?"라고 짧게 반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