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넥슨은 2개의 보도자료를 배포했습니다.
하나는 <던전앤파이터>가 ‘혁신’ 업데이트로 역대 최고 동시접속자 29만 명을 기록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메이플스토리>가 ‘메르세데스’ 업데이트 공개 후에 최고 동시접속자 58만 명을 달성했다는 것입니다.
두 게임의 최고 동시접속자수를 더하면 무려 87만 명에 달합니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11번째로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경기도 부천시의 인구와 비슷합니다. 여기에 인기 FPS 게임 <서든어택>의 동시접속자를 더하면 1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말 많죠? 이로 인해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게임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가 됐습니다.
각종 뉴스에서도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동시접속자 기록 경신에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초등의 힘! 넥슨 동접수 100만 명 시대 개막’, ‘10대 청소년 6명 중 1명, 동시에 넥슨 게임 즐긴다’ 등을 보도하면서 넥슨 흥행 성적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두 게임이 모두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만큼, 넥슨은 여름방학 시기에 맞춰 대대적으로 업데이트를 집중한 효과를 톡톡히 거둔 것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 자신과의 싸움이 된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는 방학 때마다 새로운 금자탑을 쌓아 올렸습니다.
지난 2008년 12월 ‘시그너스 기사단’ 업데이트로 동시접속자 26만 명의 신기록을 작성한 <메이플스토리>는 2009년 7월 ‘아란’ 업데이트로 20만 명, 이어서 2009년 12월 ‘에반’ 업데이트로 24만 명을 기록하며 방학 때마다 20만 명 이상의 흥행 기세를 이어갔습니다.
2010년에 들어서는 숫자가 크게 늘어났습니다. 2010년 7월 ‘레지스탕스’ 업데이트로 41만6,000 명을 기록했죠. 2010년 12월 ‘카오스’ 업데이트에서도 36만 명의 동시접속자를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메르세데스’ 업데이트로 58만 명이라는 신기록을 작성했습니다. <메이플스토리>는 자신이 작성한 기록을 자신이 뛰어넘으며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동시접속자 기록을 새로 쓰고 있습니다.
올해 7월 첫째 주에 중국에서 최고 동시접속자 260만 명을 기록한 <던전앤파이터>도 매년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는 2010년 12월 ‘남격투가’ 신규 캐릭터 업데이트에 힘입어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28만 명을 기록했고, 올해 7월에는 ‘혁신’ 업데이트로 29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국내 온라인게임 중 최고 동시접속자 수 25만 명 이상을 기록한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외에 <메이플스토리> <비엔비> <서든어택> 뿐이다”고 설명했습니다. 넥슨이 언급했던 4종의 게임은 이제 모두 넥슨닷컴에서 즐길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메이플스토리, 동시접속자수 58만 신기록 [원문보기]
[관련기사] 역대 최고! 던전앤파이터 동접 29만 명 기록 [원문보기]
동접 29만 명을 기록한 <던전앤파이터>의 혁신 업데이트 포스터.
■ 이벤트 버프가 걸린 동시접속자 기록
눈치가 빠른 분도 있겠지만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의 최고 동시접속자 달성 시점은 지난 7월 23일로 동일합니다.
여름방학 시즌을 노리고 비슷한 시기에 업데이트를 실시했고, 방학을 맞이한 첫 번째 주말이라 하더라도 두 게임이 같은 날짜에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기록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어떻게 움직일지 모르는 유저들을 특정 날짜에 접속하도록 유도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는 해냈습니다. 특정 시간에 게임에 접속하면 경품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함으로써 유저들을 적극 끌어들였습니다. 그 내용을 볼까요?
<메이플스토리>는 7월 23일 오후 2시 30분에 게임에 접속한 유저들에게 레전드 코인, 캐릭터 생성 슬롯 증가 쿠폰, 폭풍성장의 비약, 엘프의 티아라 등의 아이템을 지금하는 ‘핫타임’ 이벤트를 실시했습니다.
<던전앤파이터>는 7월 23일 오후 3시와 3시 30분 두 차례에 걸쳐 게임에 접속한 유저에게 레어급 이상의 무기와 2,000 세라(캐시)를 지급하는 ‘핫타임’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게임 안에는 난리가 났습니다. 고급 아이템을 갖고 싶은 유저들이 앞다퉈 게임에 머물러 있었던 거죠. 특정시간에 유저가 몰렸습니다. 마을에서는 캐릭터 이동도 쉽지 않았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그 덕분에 동시접속자 수도 경신할 수 있었습니다.
이벤트 성공에 힘입어 유저들을 특정시간에 게임에 접속하도록 끌여들인 넥슨은 25일에 동시접속자 경신 보도자료를 발표했습니다. 넥슨은 여름방학 흥행몰이에 한층 탄력을 받게 됐고요.
[관련기사] 메이플스토리, 영웅 궁수 메르세데스 등장 [원문보기]
[관련기사] 던파, 주말에 하면 무기와 세라 즉시 증정 [원문보기]
■ 여러분은 동시접속자수를 믿으시나요?
온라인게임에서 동시접속자 기록 공개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정도로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릴 때 주로 활용됩니다. 다른 게임 유저나 게임을 쉬고 있는 휴면 계정 유저들의 접속을 유도하는 목적도 있습니다. 온라인게임의 마케팅 방법 중 하나죠.
동시접속자 수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야말로 다다익선(多多益善)입니다. 그래서 게임업체들은 업데이트에 맞춰 이벤트와 결합해 유저들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고 노력합니다. 예전에는 동시접속자 수를 부풀려서 발표했던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유저의 접속을 평가하는 데는 월 매출, 월 방문자수 등 다른 수치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동시접속자 수만큼 업계나 유저들이 쉽게 이해하는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이를 가장 많이 활용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이벤트가 끝나면 동시접속자는 줄어듭니다. 그래서 게임업계에서는 평균 동시접속자 수를 실질적인 흥행의 잣대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넥슨은 숫자에 의미를 부여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동시접속자 수치를 공개함으로써 자사 게임들이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석권하고 있음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방학 시즌마다 새로운 동시접속자 기록을 세우면서 말이죠.
그런데 아쉽게도 그 동시접속자 수는 일상적인 수치가 아닙니다. 이벤트 버프를 제대로 받은 순간적인 결과입니다. 마치 깔창을 넣고 키를 잰 것처럼 말이지요. 이런 동시접속자 수의 발표가 업데이트의 결과물인 양 발표하는 모습이 마치 무언가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행정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굳이 기록에 연연하지 않아도 <메이플스토리>와 <던전앤파이터>가 해당 장르에서 국내 최고 인기를 유지하는 게임이라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겁니다. 이벤트 버프가 걸린 최고 동시접속자보다 실질적인 흥행 지표를 보고 수긍하고 싶은 건 지나친 욕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