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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디아블로3, 판도라의 상자는 열리지 않았다

화폐경매장을 배제한 등급 판정의 배경과 의미

정우철(음마교주) 2012-01-13 19:55:19

약 한 달 동안의 진통 끝에 <디아블로 3>의 심의 등급이 확정됐다.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는 13일 <디아블로 3>에 대해 청소년 이용불가(18세 이상 이용가) 등급을 결정했다. 단, <디아블로 3>의 화폐(현금)경매장에서 배틀코인을 사는 것도, 파는 것도 구현되지 않아 검토대상에 넣지 않았다.

 

등급 결과문을 보면 사행성 부분은 없다는 판정이 나와 있다.

 

이는 화폐경매장을 삭제한 버전을 심의한 것은 아니다. 블리자드는 화폐경매장에서 환금기능을 뺀 버전의 <디아블로 3>를 게임위에 제출해 이번 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게임위는 화폐경매장에서 구매자가 배틀코인을 충전하고, 판매자가 아이템을 팔아 얻은 배틀코인을 사용하는 부분의 시연이 불가능해 검토 대상에 넣지 않았다. 현금으로 아이템을 사는 행위(환전)와 이를 되팔아 현금을 얻는 (환금) 행위 자체가 없는 <디아블로 3>에 등급을 매긴 셈이다.

 

일단 사행성 없음으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을 받았지만 아직 <디아블로 3>의 사행성 논란은 끝난 것이 아니다마치 뜨거운 감자를 먹기 힘들어 식을 때까지 잠시 물려놓은 모양새와 같다. 왜 그런지, 지금부터 하나씩 짚어보자.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① 게임위는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심했나?

 

블리자드가 처음 게임위에 심의를 신청한 <디아블로 3>는 환금기능이 있는 화폐경매장이 들어간 버전이었다. 엄밀하게 말해서 시스템은 있지만, 실제 구현(시연)이 불가능한 버전이다.

 

현행 법에 따라 단어 그대로를 해석해 보면, 화폐경매장이 있는 <디아블로 3>는 사행성 게임에 부합하는 게임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게임위가 주목하고 고심하는 부분은 ‘게임 중 획득한 결과물을 포인트화해서 보상해주는 행위’로 풀이된다.

 

‘바다이야기 사태’가 일어난 원인도 따져 보면 <바다이야기>라는 게임기가 아닌, 게임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점수)를 보상(상품권)해 주는 외부 시스템이 문제였고, 이것이 사행성의 주요 원인이 됐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몰고온 교육문화상품권은 발행이 중지됐다.

 

이것이 <디아블로 3>라는 하나의 게임으로 끝나면 깔끔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내 게임업계가 <디아블로 3>에 주목하는 이유는 전작이 가진 파괴력과 더불어 아이템 현금거래를 업체가 직접 서비스하는 화폐경매장이 가진 영향력 때문이었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디아블로 3> 심의 신청이 들어갔을 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국내업체들은 섣불리 시도할 수 없었던 시스템을 블리자드가 <디아블로 3>에 넣어 수익모델로 인정받으려 했다고 본 것이다.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는 <디아블로 3>의 화폐경매장.

 

 

판도라의 상자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게임위를 고민하게 만든 <디아블로 3>는 지금까지 찾아볼 수 없었던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것도 업체가 스스로 나서서 ‘게임 중 획득한 결과물을 포인트화해서 보상받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게임위는 ‘게임 중 획득한 결과물을 포인트화해서 보상해주는’ 행위 자체를 원천 봉쇄해왔다. <디아블로 3>의 화폐경매장에서는 현금으로 포인트(배틀코인)를 사고, 아이템을 포인트로 보상받고, 포인트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게임위는 이번 <디아블로 3> 등급판정에서 화폐경매장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다. 결국 화폐경매장은 나중에 다시 논의해야 할 시스템이 됐다. 이는 게임위가 13일 배포한 <디아블로 3> 등급판정 보도자료에도 확실하게 나와 있다.

 

게임위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등급분류와 관련하여, 이용자간 아이템 현금거래기능은 실제로 구현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토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디아블로 3> 화폐경매장의 사행성 논란에서 한 발 비켜 가는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법률검토 및 유관기관의 유권해석을 참고해, 추후 서비스 과정에서 내용수정(업데이트)을 통해 이용자 간의 아이템 현금거래 기능이 구현되는 경우에는 내용수정신고 대상이 아닌 재분류(등급분류 재신청) 대상임을 분명히 밝혔다.

 

요약하자면 지금은 구현되지 않은 기능이기에 볼 수 없었고, 여전히 요주의 대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지목한 것이다. 지금 일어나지 않은 문제는 뒤로 미루고, 현실이 되면 다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다.

 

유저와 유저가 직접 게임 내에서 현금을 포인트로 바꿔 아이템을 거래한다.

 

 

③ 선례가 될 수밖에 없는 화폐경매장

 

만약에 앞으로 화폐경매장이 실제로 구현되는 <디아블로 3>의 등급이 나올 경우 선례가 된다. 이는 게임 중 획득한 결과물을 포인트화해서 보상해주는 행위 자체를 인정하는 셈이 된다. 지금까지 이런 게임물은 없었다.

 

게임위가 “내용수정을 통해 이용자 간 아이템 현금거래 기능이 구현되는 경우에는 재분류(등급분류 재신청) 대상”이라고 강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디아블로 3>는 향후 게임업계에서 선례가 될 수 있는 민감한 시스템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디아블로 3>의 등급 확정이 당장 선례를 만든 것은 아니다. 게임위가 화폐경매장을 심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등급을 매겼기 때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MMORPG 경매장은 <WoW>의 경매장을 벤치마킹해 도입한 시스템들이다.

 

 

■ 1라운드 종료, 곧 2라운드의 공이 울린다

 

<디아블로 3> 등급심의 문제는 단순히 온라인게임의 아이템 거래와 연관 짓기에는 일이 너무 커졌다. 국내 게임업계의 전반적인 문제로 얽힌 실타래처럼 간단히 풀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법적인 토대가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게임위의 사후관리 기능을 강화해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행성 게임에 대한 관리감독이 가능해지고, 해당 기능을 악용할 경우에 대한 처벌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혹은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법적인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게임법 개정안에 포함된 아이템 거래 및 불법 아케이드 게임물 유통금지 사항에 대한 내용은 오는 26일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심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법적인 규정과 기준이 어느 정도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등급 결정에서 배제된 <디아블로 3>의 화폐경매장이 다시 등급심의 핫이슈로 떠오를 경우, 게임법 개정안의 새로운 조항들이 어떤 기준으로 작용할지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는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결과를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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