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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크로스파이어와 미쓰에이가 만나면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시티투어에 가봤더니…

임상훈(시몬) 2012-11-02 06:33:44
옛이름 건업. 삼국시대, 오나라 손권이 도읍으로 정한 곳. 당과 명의 수도를 거쳐, 태평천국운동의 홍수전도 도읍으로 삼았던 곳. 신해혁명 후 쑨원의 중화민국 임시정부, 장제스의 국민당 정부 수도. 1937년 일본군에 의해 처참한 대학살이 자행된 곳. 양쯔강 이남의 수도 난징(南京).

지난 10월 13일 그 곳에 중국 최고의 인기 게임 <크로스파이어>와 K-pop 아이돌 ‘미쓰에이’가 떴습니다. <크로스파이어>의 개발사 스마일게이트가 개최한 CFCT(CrossFire City Tour)의 두 번째 투어였죠. 행사장인 난징사범대 체육관에 저도 시민들과 함께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곧 발표될 제휴 건으로 중국 다른 도시에 갈 예정이었습니다. 우연히 이 행사(라고 쓰고 미쓰에이라고 읽는다) 소식을 듣고 난징에 먼저 달려갔죠.

① 한국의 게임 개발사가 중국에서 하는 문화행사는 어떻게 생겼을까요?
② 한국 개발사가 중국의 지역을 돌며 직접 이런 행사를 갖는 사연이 무엇일까요?
③ 미쓰에이와 <크로스파이어>의 만남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일까요?
 
현장의 모습을 이것저것 보며, 행사의 맥락을 요모조모 생각해 봤습니다. /장쑤성 난징(중국)=시몬


■ K-pop 아이돌 무료 공연은 ‘득’이 아닌 ‘독’이 될 수도?
 
중국 남부의 명문대 중 하나인 난징사범대. 올해 리뉴얼한 체육관.

커다란 현수막에 ‘Miss A’가 보입니다. 해석하면, “미쓰에이와 함께 하는 크로스파이어 도시여행.”

 

행사는 오전 11시 이후 시작 예정이었지만, 아침부터 체육관 앞의 줄은 길었습니다. 난징이 큰 도시이기는 하지만, 이런 문화행사는 흔하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해외 인기 연예인의 공연이 무료라면요.
 
그런데, ‘무료공연’이 ‘득’이 아니라 ‘독’일 수도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비욘세가 전주나 경주에 와서 무료공연을 하는 것은 좀 이상하잖아요.
 
지난 4월 쓰촨성 청두에서 원더걸스와 함께 첫 번째 CFCT를 했죠. 공연 전까지 많은 분들이 안 믿었어요. 상식적으로 무료라는 게 이해되지 않았죠. 중국에는 사기도 많다 보니 더욱 그랬죠. 원더걸스 공연이 시작되고 나서야, 공연장 밖에서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설마, 하고 안 들어갔는데, 이미 사람들이 가득 차서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요.” (스마일게이트 중국 담당 손세휘 실장)
 
그래서 이번에는 스마일게이트는 물론, 미쓰에이 소속사인 JYP의 중국 지사까지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소속사에서 직접 알리면 더 신빙성이 있을 테니까요.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야, 집객은 물론, 행사의 취지를 더 널리 홍보할 수도 있고요.
 

 난징사범대와 부근에 붙어 있던 포스터.
 
행사 준비과정에는 또 하나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국은 시내에 포스터를 붙여서 홍보하는 게 어렵습니다. 사상의 통제가 이뤄지는 권위주의 사회는 집회(?)에 관한 ‘선전활동’을 엄격하게 다루죠. 게다가 유명 K-pop 스타 모습이 담긴 질 좋은 포스터는 ‘수집용’으로 매력적이고요. 붙이자마자 시민들이 떼어가버리는.
 
행사장을 대학교로 잡은 것도 이런 환경을 고려한 결과입니다. 대학의 협조를 얻어 학교 내에서는 충분히 홍보활동을 할 수 있으니까요. 지하철역과 학교 사이의 거리에서도 홍보전단도 뿌렸죠. 하지만, 1차 CFCT와 마찬가지로 오프라인 홍보활동은 확장성에 한계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스마일게이트나 JYP 모두 SNS(웨이보)를 통한 홍보활동에 신경을 썼습니다. 사전에 행사를 널리 알릴 수 있고, 사후에는 행사 소식을 또 널리 퍼뜨릴 수 있도록요.” (손 실장)
 

대학생들이 많이 방문했던 CFCT의 웨이보.
 
 
■ 지스타의 노하우, 중국 문화행사에도 퀘스트와 득템!

CFCT는 크게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습니다.
 
체육관 정면의 메인 무대에서는 각종 무대행사가 열렸습니다. 개회식에 이어, ▲클랜 초청전 코스프레 퍼포먼스 댄스팀 공연 퀴즈대회 경품 추천 등이 시간표에 따라 계속 이어져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무대에서 공연을 펼쳤던 팀들이 함께 나와 사진을 찍는데, 한 친구가 저에게 총을 쏘네요. 이런 쇼맨십 덕분인지, 무대에서 내려와서도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사진을 찍는 스타가 됐습니다.

 

한국에서 온 비보이팀 BFC(Burst Field Crew)가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에 맞춰 춤을 추며 현장의 흥을 돋웠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관람객과 제 관심을 끈 것은 체육관 곳곳에 마련된 부대 이벤트였습니다. 이 이벤트를 통해 CFCT는 ‘관람’ 수준을 넘어, ‘참여’를 이끌고 있었으니까요. 그것도 마치 RPG 느낌이 나게요. 참가자가 여기저기에서 퀘스트를 통과하면, 그에 합당한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지스타의 향기를 느꼈습니다. 퀘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크로스파이어>와 CFCT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프로세스가 말이죠.
 
일단 입장객은 ‘CFCT 패스포트’를 받게 됩니다. 이후 ▲타투(1회용 문신) 이벤트 ▲다트 게임 ▲포토존 이벤트 ▲<크로스파이어> 랜파티 ▲사격게임 플레이 등을 하는 부스를 방문해 해당 퀘스트를 수행하면 패스포트에 스탬프 도장을 받습니다.
 

체육관 바깥에 마련된 타투 존에서 팔뚝에 CFCT를 새기는 모습. 잘 지워질까요?

 

이 모델들과 같이 사진 찍는 것도 퀘스트였습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을 주변에 자랑하겠죠.
 

<크로스파이어>를 플레이하는 것도 퀘스트. 신규 유저들도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게 됐겠죠. 

이렇게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스탬프 도장을 모으면, 에코백과 캐리커처, 자물쇠 등의 아이템을 얻게 되는 거죠.
 

직접 CFCT라는 글자 속에 색칠을 한 가방을 가져가는 방식이었습니다. 다들 진지하더군요.

 

가장 긴 줄이 섰던 건 캐리커처 부스. 그리는 분들이 고생하시더군요.

 

“무대 행사만 하면 지루해질 수도 있고, <크로스파이어>와 CFCT에 대한 브랜드를 더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부대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스마일게이트 이준민 과장)

 

이 과장의 이야기처럼 퀘스트는 물론 아이템 모두 CFCT와 <크로스파이어>의 브랜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었습니다. 특히 포스트잇을 붙이는 벽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중국에서 했던 사회공헌 활동의 사진이 붙어 있어, 자연스러운 기업 브랜드 홍보로까지 이어졌죠.
 

저도 이를 통해 스마일게이트가 해외에서 어떤 공헌활동을 하는지 처음 접하게 됐습니다.
 
 
■ 되돌려주기, 그리고 계속 전진하기
 
보드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중국에서 세운 유치원과 큰 병을 치료받는 아이 등의 사진이 있었습니다. 이 사진들을 통해 난징 시민들은 자연스럽게 회사가 하는 공헌 활동을 알게 됐겠죠.
 

지난해 10월 말 중국 시골 지역에서 했던 유치원 착공식 사진이네요.

 

메인 무대에서는 다른 공헌 활동이 소개됐습니다. 장학금 지원과 심장병 아동의 수술 지원에 관한 거였죠. 공연 등에 비하면 무척 짧은 장면이었지만, 미쓰에이 또는 경품 욕심 때문에 온 사람들도 스마일게이트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갔을 겁니다.
 

장학금(위)을 전달하고, 심장병 아동 지원을 약속하는 스마일게이트 <크로스파이어> 장인아 PD.

스마일게이트의 권혁빈 대표는 “우리가 받았던 것을 돌려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으로부터 큰 수혜를 받았습니다. 2008년 중국 서비스를 시작한 <크로스파이어>는 현재 매출, 동시접속자수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지난해 국내 수입 없이도, 매출 기준으로 국내 게임업체 6위(1,695억 원)에 올라섰죠.
 
하지만, 스마일게이트에게 중국은 이런 숫자 이상을 의미합니다.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회사를 구해준 인연 때문이죠. 2007년 국내 OBT를 시작한 <크로스파이어>는 2만까지 동접이 올라갔지만, PC방을 선점한 <서든어택>의 벽에 막혀 추락 일보 직전에 몰렸습니다. 마침, 텐센트와 계약이 됐고, 절박했던 회사는 사장과 주요 개발자 등 직원 절반 이상이 중국으로 건너가 현지화에 매달렸죠. 덕분에 이 위기에서 벗어났고, 이후 현재의 위치까지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거’가 있기 때문에 중국 유저들에게 다시 돌려준다는 권 대표의 이야기가 허투루 들리지 않았습니다.
 


한국으로 건너와 심장병 수술을 받을 예정인 왕이(25개월)와 그의 부모. 스마일게이트는 상하이원대병원을 통해 심장병 수술이 필요하지만 가정형편 상 엄두를 못 냈던 장쑤성의 아동을 추천받았습니다. 왕이는 이번 달 심장병 수술을 받을 예정입니다.

 

이와 동시에 중국은 스마일게이트의 ‘미래’에도 매우 중요한 나라입니다. 중국의 매출에 문제가 생기면, 스마일게이트가 계획하는 많은 일들이 불가능해집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리니지>가 그랬지만, 1위 게임은 게임과 관련해 무슨 일만 생기면, 가장 먼저 두들겨 맞기 십상입니다. 당분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언제 경쟁작이 튀어나와 <크로스파이어>의 아성을 허물지도 모릅니다. 아직 ‘원 게임 컴퍼니’에 가까운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 그런 리스크들은 악몽에 가깝죠.
 
CFCT는 현재의 인기를 더 많은 지역으로 확장시켜, 미래의 경쟁작들을 따돌리는 의도도 숨어 있습니다. 더불어, 향후에 나올 차기 라인업을 대비한 사전 마케팅의 맥락도 읽혀지고요.
 
다른 사회공헌 활동과 함께 1년에 2차례 이상 문화행사가 희박한 내륙 도시들을 꾸준히 돈다면, 인지도, 호감도 등이 겹겹이 쌓여, 미래의 ‘비빌 언덕’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 윈윈윈, <크로스파이어>와 미쓰에이, 그리고 LG

특히 내륙 깊숙히 들어가는 것이 동쪽 해안 근처의 대도시에 가는 것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같은 대도시에는 국내 연예인이나 외국 스타들이 자주 찾아오는 반면, 내륙에는 그런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한국에서 새 앨범 발매를 이틀 앞두고, 난징으로 날아온 미쓰에이. 이날 격렬한 안무의 노래 다섯 곡과 함께, 질의응답, 게임 등을 함께 했습니다. 두 명의 멤버가 중국 출신이어서 대부분의 의사소통이 가능하더군요.
 
우리나라 ‘스타리그’ 결승전이 부산에 자주 갔던 이유와 비슷합니다. 서울에서 스타리그 결승전을 하더라도, 관객의 호응이 부산보다 셀 수 없습니다. 서울에는 각종 행사와 문화시설이 많으니까요. 반면 부산에서는 상대적으로 그런 기회가 적습니다. 당연히 사람들이 몰리고, 지역에서도 더 화제가 되겠죠. 리그 스폰서를 하는 업체 임원에게도 현장의 그런 호응은 꽤 감흥을 일으킬 거고요.
 

미쓰에이를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너무 많은 팬들이 몰려서 차가 빠져나가지 못해 보안팀들이 애를 먹었죠. 이런 장면은 현지 미디어나 관계자 등에게 꽤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을 겁니다.

 

상하이에서 이런 행사를 한다고, 지역의 미디어나 관계자가 관심을 보일 가능성은 적습니다. 반면 내륙에 들어가면 사정이 달라지겠죠.
 
세계적으로 공통적인 현상이지만, 게이머의 성향도 대도시와 내륙 지방 게이머는 다릅니다. PC 사양이나 인터넷 회선과도 관련 있겠지만, 게임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내륙 게이머들은 한번 정을 들인 게임을 더욱 오래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직접적인 효과 측면에서도 차이가 나는 셈이죠.
 
그런 까닭에, 스마일게이트는 원래 난징보다 더 깊은 내륙으로 들어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장소와 무대 등 행사를 개최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난징으로 후퇴(?)를 했다고 하더군요.
 

행사장에는 많은 K-pop 팬들이 찾아왔습니다. JYP 중국 지사의 적극적인 도움이 있었습니다.

미쓰에이는, 그들의 인기를 통해 스마일게이트의 이런 활동을 도와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들이 무대에 섰을 때 6,500 명의 관람객들이 열렬히 호응했으니까요.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비틀면 이 또한 조금 미묘합니다. 미쓰에이가 스마일게이트의 덕을 보는 측면도 있으니까요.
 
중국 내에서 <크로스파이어>의 인기는 엄청납니다. 400만 명에 육박하는 동시접속자와 1억 개가 넘는 계정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니까요. 오죽했으면 지난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 PC방의 윈도우 정품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크로스파이어 PC방 대회’를 열었을까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국에서 콘서트 같은 공연을 하려면, 3개월 전부터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관람객과 마이크로 이야기를 주고받는 등의 활동이 포함된 팬미팅은 1달 전에 허가를 받으면 됩니다. 덕분에 운 좋은 관람객과 미쓰에이와 이런 게임을 할 수 있었죠.
 
그런 회사 행사의 하이라이트에 선다는 것은 중국 진출이 중요한 K-pop 그룹에게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K-pop 회사들은 그 기회를 크게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불법복제 탓으로 중국 음반시장이 크지 않은 탓도 있겠죠. 반면, 전자제품 회사는 좀더 적극적입니다.
 

LG와 K-pop 스타, 게임이 함께 담긴 한 장의 사진. 이런 행사를 준비하고, 리뷰하며,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경험을 쌓아 확실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LG전자는 CFCT를 후원하면서, 행사장에서 자기 회사 제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했습니다. 퀘스트 등을 통해 직접 스마트 TV 등 신제품을 체험하게 만들었죠. 실제 어느 정도 금액을 지원했고, 효과가 얼마나 나올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동시접속자 수가 400만 명에 육박하는 게임과 K-pop 아이돌 그룹과 함께 포지셔닝한다는 것은 꽤 의미있는 일일 듯합니다.

JYP의 웨이보. 이 곳을 통해 미쓰에이가 CFCT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게 됐겠죠. 


구체적인 비용 대비 효과는 시간이 흐른 뒤 나오겠지만, 한국의 게임과 아이돌, 그리고 전자제품 회사가 함께 해외시장에서 ‘윈, 윈, 윈’ 하는 협력방안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두에게 다 의미 있는 도전일 테니까요.
 

“곧 나올 저희 인터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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