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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바이아컴과 제휴의 의미

임상훈(시몬) 2006-11-15 10:35:55

                               

 

넥슨 바이아컴의 제휴. ㄷㄷ 

 

게이머들은 이런 제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마비노기> Xbox360용으로 개발 중이라거나, “NDS용 게임 2개를 만들고 있다같은 소식이 더 매력적이죠. 하지만 불량게이머 시몬에게 이 제휴는 몇 톤짜리 해머로 머리를 한대 쾅! 울트라 빅뉴스였습니다. 국내 게임 역사상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글로벌 미디어그룹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그런데 너무 조용하네요. 시몬의 과대망상일까요? 시몬의 머리에서 나사가 몇 개 빠져서 그런 건지, 진단 좀 부탁 드립니다. /시몬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1 : 미국 유통시장 돌파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2 : 글로벌 미디어그룹의 뉴미디어 전략

넥슨, 엄청난 사고를 치다 3 : 2년 뒤, 혹은 5년 뒤의 풍경

 

 

엔씨, 2001 5

 


넥슨과 바이아컴의 제휴 발표회장에서, 문득 2001 5 LA가 떠올랐습니다. 카우보이 모자를 쓴 택진, 송재경, 리차드 개리엇이 LA 컨벤션센터 근처의 호텔 컨퍼런스룸에 커다란 한국 부채를 들고 함께 웃고 있는 풍경. 개리엇 형제 등 데스티네이션게임즈의 엔씨소프트 합류가 전격적으로 발표된 날이었죠.

 

북미 진출에 어려움을 겪던 엔씨소프트는 개리엇 형제 영입으로 단숨에 엄청난 지명도를 얻었습니다. ‘로드 브리티쉬의 엔씨 합류 소식은 북미 게이머들을 술렁거리게 했고, 촌놈 취급 받으며 타향살이 설움을 겪던 엔씨는 그 후 성큼성큼 큰 발걸음을 떼게 됐죠. <시티오브히어로> <길드워>는 그런 초석을 딛고 나오게 된 거고요.

 

 

넥슨, 2001 3월과 8

 


그보다 앞선 그 해 봄. 미국 실리콘밸리로부터 상쾌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인디게임게임페스티벌에서 넥슨에서 만든 <택티컬커맨더스>(Shattered Galaxy)가 대상과 관객인기상 등 4관왕( 6개 부문)에 오르는 쾌거를 해낸 거죠. 넥슨은 기회라 생각했습니다. 97년부터 미국지사를 세운 뒤 <바람의 나라> <어둠의 전설>이 나름의 성과를 냈지만, ‘상징적인수준이었습니다. 반면, <택티컬커맨더스>는 영화 쪽으로 따지면 선댄스 영화제같은 대회에서 비평가(대상)는 물론 유저(관객인기상)들에게 검증을 받았으니, 제대로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 거였죠. (↑ 상을 타고 있는 박종흠 씨는 현재 <레이시티> 개발중.) 

 

그해 8 <Shattered Galaxy>는 미국에서 상용화했습니다. 넥슨은 미국 게임월간지에 그때까지 볼 수 없었던 광고물량을 쏟아 부었죠. 하지만 부서진 건, 은하계가 아니라 넥슨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좁은 실리콘밸리 넥슨 지사에는 은하계의 파편들이 수북이 쌓여버렸습니다. 넥슨은 2004년 미국에서 큰 힘 한번 제대로 못 쓰고, 지사를 철수하게 됐습니다. 2004~5년 사이 만났던 넥슨 김정주 대표가 미국은 포기했다같은 엄살을 피울 만 했죠.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미국 게이머

 


한국은 디스이즈게임에서 좋은 평가를 받거나(희망사항 ^^;;), 입소문 타면, 게이머들은 그 게임을 편하게 다운로드 받아 한번씩 해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콘솔/패키지가 주류인 북미의 사정은 완전 딴판입니다. 온라인게임이라도 일단 일렉트로닉스 부티크(EB)나 게임스톱 같은 매장의 진열대에 놓여있어야 유저들이 관심을 갖죠. 진열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면 MS나 닌텐도 같은 플랫폼홀더거나 EA Ubi소프트, THQ 같은 대형 퍼블리셔던지, 스타급 개발자의 타이틀이던지 해야 하고요.

 

주류가 콘솔/패키지인 시장에, 아시아의 변방에서 온 온라인게임이, 메이저 타이틀이 득실득실한 매장에서 선택될 확률을 상상해보십시오. 상상이 안 된다면 이건 어떨까요. 용산 게임매장에서 구석에 처박힌 인도에서 온 PC패키지 게임을 유저들이 돈을 내고 살 확률을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것도 하나에 50달러(1달 무료), 계속 하려면 매달 15달러를 내야 하는 게임이라면요. (인도를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습니다. 카스트제도를 경멸하지만, 인도는 시몬이 좋아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강가도 좋아요!)

 

 

엔씨, 스타 해결사 영입

 


엔씨는 이 난국을 로드 브리티쉬영입이라는 빅카드로 극복했죠. MMORPG에 올인했던 엔씨는 북미 MMORPG 유저(하드코어 유저)들에게 어필해야 했고, 로드 브리티쉬만한 카드가 있을 수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타뷸라 라사>를 통한 개리엇의 개발능력도 기대하지만, 그보다는 로드 브리티쉬라는 브랜드와 개발자 네트워크, 그의 형인 로버트 개리엇의 미국내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이 엔씨에게 더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엔씨소프트는 로드 브리티쉬 덕분에 북미 MMORPG 유저들에게 메이저 회사로 인정받게 됐죠. 생각해보세요, 저 구석에 처박힌 인도 회사에 김학규 아저씨가 들어가 게임을 만든다면, 도대체 어떤 회사인지 관심이 가겠죠. 비즈니스적으로는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몇 년 전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약속을 잡으려면 시간 없다며 몇 달씩 기다려야 했던 사람들(ex. 시드 마이어나 피터 몰리뉴 등)이 개리엇이 전화하니까 바로 주말에 보게 되더군요.”

 

 

넥슨, 뉴스 대신 미디어 잡기

 


반면 넥슨은 사정이 다릅니다. <메이플스토리>이나 <카트라이더> <오디션> 같은 게임은 MMORPG 유저층이 아니라, 10~20대의 전혀 다른 라이트 유저에게 다가가야 하니까요. 유명한 개발자를 영입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죠. 얼마 전 영입한 알렉스 가든은 훌륭한 개발자지만, <메이플스토리> 유저층에겐 그냥 잘 생긴 아저씨일 뿐이고요. 

 

넥슨이 선택한 카드는 바이아컴이었습니다. 국내 게이머들은 바이아컴에 대해 대부분 모릅니다. 아마 미국 게이머들도 바이아컴을 모를 수도 있죠. 하지만 니켈로디언을 모르는 어린이, ‘MTV’를 모르는 청소년은 결코 없을 겁니다. 넥슨은 미국 최대의 음악, 애니메이션 케이블 방송들을 통해, 국내와 아시아에서 그랬듯, 용산 혹은 EB를 건너 뛰어서, 바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것이죠. 엔씨가 미디어에 나올 뉴스를 잘 잡았다면, 넥슨은 아예 미디어를 잘 잡은 그림입니다.

 

 

현금을 받고, 어음을 주다

 


제휴를 맺었으면 주고 받는 게 있습니다. 넥슨은 아이템 판매에 대한 노하우를 네오펫이라는 바이아컴 계열 커뮤니티 사이트에 주는 대신, 바이아컴의 케이블채널들(ex. 니켈로디언, MTV, VH1, 코미디센트럴 등)의 광고를 받았습니다. 원하는 때, 원하는 채널, 원하는 프로그램에 광고를 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거죠. 살짝 두루뭉실하게 표현됐지만 <스폰지밥>이나 <사우스파크> 등의 캐릭터나 아이템을 게임에 사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계약 조건은 누구 하나 안 밝히더군요. 바이아컴과의 계약을 이끌어낸 넥슨 최승우 해외사업 이사에게 감이라도 잡게 대략 어느 수준인지 가르쳐달라고 졸랐죠. “임 기자가 생각하는 액수 뒤에 0 2개 더 붙이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전 몇 100억 원 단위를 생각했습니다. 헉! 광고 물량도 물량이지만, 그에 대해 넥슨은 한 푼도 지불하지 않습니다. 대신 노하우를 전수할 뿐이죠(나중에 수익이 어느 수준 발생하면 서로 주고받는 게 더 있으리라 봅니다). 그야말로 현금을 왕창 받고, 어음을 발행한 셈입니다. 대동강 물 팔아먹은 느낌이랄까요. 개리엇 형제를 영입하며 엔씨가 지불해야 했던 중층적인 비용(주식, 개발자 사기저하 등)을 감안해 보면, 그 성과가 개리엇 효과에 못 미치더라도, 엄청 남는 장사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07 1월의 풍경

 

현재 넥슨은 MTV 네트워크의 130여 개 채널에서 뿌려질 광고를 제작 중입니다. 내년 1월부터 전세계 5억 명의 시청자들에게 넥슨 게임의 광고들이 전해지게 되는 거죠. 쉽게 말해서, 8살짜리 Mike가 매일 보는 <스폰지밥> <메이플스토리> 광고가 붙는다는 이야기입니다. 팝을 좋아하는 사춘기 소녀 Ann이 매일 보는 MTV 뮤직비디오 앞에 <오디션> 광고가 떡 나온다는 겁니다. 로두마니가 <사우스파크>에 등장할 지도 모를 일이고요.

 

이건 국내 게임업체가 미국 어디랑 제휴를 했니, 안 했니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게임시장에서 주류 게임 퍼블리셔가 수십년 간 장악한 오프라인 매장 중심의 게임 유통망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적인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지난 몇 년간 국내외 게임컨퍼런스를 막론하고 게이머층의 확대가 가장 뜨거운 화두였습니다. 넥슨은 그 컨퍼런스 참가자들을 무색하게 만들며멀찌감치 멀찌감치 앞서 나가버렸습니다.

 

 

※ 그런데 바이아컴은 왜 봉이 김선달을 선택했을까요? 이후 과연 어떤 현상이 예상될까요시몬의 과대망상은 더 허무맹랑해질 지도 모릅니다. 외국 회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이 칼럼 조회수 올라가면 바로 쓰겠습니다. ^^;;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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