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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짤막칼럼] 한달 만에 '완승'이라니

태무 2006-12-11 19:48:08

출시된지 채 한달밖에 되지 않은 콘솔 게임기의 성공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

 

최근 해외시장에 발매된 PS3와 Wii에 대해 일부 언론이 ‘닌텐도, 소니에 완승’ ‘소니PS3, 미국에서 위에 밀려’ ‘소니, PS3 위기설 현실… 경쟁기 Wii에 완패’라는 등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들은 미국 NPD그룹의 시장조사 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대부분 다음과 같은 내용입니다.

 

- NPD그룹에 따르면 북미시장에서 PS3가 19만대, Wii가 40만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되었다.

- PS3는 당초 판매목표로 삼았던 40만대에 크게 못 미쳤다.

- PS3의 물량 부족이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 Wii는 PS3보다 이틀 늦게 발매했음에도 가격이 저렴해 2배가 넘는 판매량을 올렸다.

- PS3로 인한 소니의 위기설이 현실화되었다.

 

 

 

이 기사들의 가장 큰 문제는 두 게임기가 발매 된지 불과 한달 만에 ‘완승’ ‘패배’와 같은 말로 벌써부터 판매경쟁에서 승자가 결정된 것처럼 얘기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게임기의 초기 판매대수는 그 성공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입니다. 하지만 최소 5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점점 길어지고 있는 콘솔게임기의 수명을 생각하면 이런 단정은 너무 이른 것 아닐까요? 'Wii, 초반 판매량은 PS3의 두 배' 정도로도 충분히 흥미로운 제목일텐데요.

 

또 기사내용에서는 분명 PS3의 물량부족 사태를 언급하고 있으면서도, 제목에서는 PS3의 성능부족 때문에 판매경쟁에서 밀렸다는 식의 뉘앙스를 풍기는 것도 문제지요.

 

보통 개발자들이 새로운 콘솔게임기에 어느 정도 적응하는 데에만 2년, 게임기의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는 5년이 걸린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기존 게임기들에서도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들은 게임기 발매 후 2~5년 사이에 가장 많았습니다.

 

이건 중요한 사실이죠. 게임기 자체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게임기'를 구입하는 거니까요. 지금 당장이라도 Xbox에서 울트라슈퍼명작킬러 타이틀이 출시된다면, Xbox의 판매량도 엄청나게 늘어날 걸요? 이런 이유들 때문에 콘솔 게임기 경쟁은 아주 길게 봐야 합니다.

 

한 가지 예로 <발키리 프로파일>을 들 수 있겠죠. 기술적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 게임은 PS2가 출시된 2000년에 PS로 발매됐고, 후속작인 2편은 PS3가 발매되기 직전인 올해에야 선을 보였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PS3보다는 Wii에 더 호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난 게임쇼들에서 취재한 Wii의 게임들이 훌륭했고, 몇일전 원사운드가 가져온 Wii를 실제로 플레이해본 느낌도 너무나 좋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와 같은 섣부른 단정과 자극적인 기사들은 전혀 반갑지 않습니다.

 

앞서나가야 하는 언론의 고민은 십분 이해합니다. 하지만 저런 기사를 쓰는 것은 반년 후, 아니 최소한 전세계에서 발매된 이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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