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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별로 ‘굿’하지 않았던 굿게임쇼 코리아

게임과 관련 없는 전시관이 많아 모호한 정체성

현남일(깨쓰통) 2013-05-24 19:54:18

폭력성 없고, 선정성 없고, 사행성도 없는 국내 유일의 착한 게임 축제를 지향하는 굿게임쇼 코리아 2013’24경기도 고양시 킨텍스(KINTEX)에서 막을 올렸다.

 

지난해까지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으로 열렸던 이 행사는 올해 명칭을 바꾸고 규모도 한층 키워서 개최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킨텍스 현장에서 직접 본 굿게임쇼는 착한 게임이 넘쳐나지도 않았고, 행사의 성격도 모호했다. 별로 굿’(Good)하지 않았던 굿게임쇼를 돌아봤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굿게임쇼 코리아 2013 전시장 전경.

 

 

■ 대체 이 게임쇼의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굿게임쇼 2013은 교육, 심리, 건상, 의료·치료, 국방 등에 두루 활용되는 ‘기능성 게임’과 사행성과 폭력성, 과몰입 등을 배제한 착한 게임이 모이는 게임쇼라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행사장을 살펴보면 이 행사가 게임쇼인지, 교육·의학용 ‘애플리케이션을 모아놓는 전시회인지, 경기도 소재 게임업체를 위한 홍보행사인지, 아마추어·게임 교육학과에서 졸업작품을 전시하는 행사인지, 그냥 아이들이 부모님 손잡고 놀러 오는 박람회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 한마디로 정체성이 모호했다고 할까?

 

이른바 ‘착한 게임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착한 게임은 소규모 부스나 공동관 형태로 전시되고 있어 관람객들의 접근성이 한참 떨어졌다. 많은 관람객들이 찾는 대형 부스는 일반적인 게임과 별다른 차이가 없는 게임, 또는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는 엔터테인먼트나 콘텐츠 전시물로 채워져 있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K) 부스에서는 사실적이고 잔혹한 표현으로 성인등급을 받은 <라스트 오브 어스>의 체험 버전이 전시돼 있었다.

 

이번 굿게임쇼에서 단독 부스 중 최대 규모로 참가한 곳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와 SCEK, 골프존 등이 있었다.

 

MS는 동작인식 키넥트용 게임을, SCEK 역시 동작인식 PS무브용 게임과 일반 게임을 중심으로 부스를 꾸몄다. 물론 <저니>처럼 비폭력적이고 예술성을 인정받은 게임도 전시돼 있었지만, 일반적인 게임쇼와 비교했을 때 차이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골프존 부스에는 초대형 스크린 골프게임이 전시돼 있었다.

 

의학용 3D기술 개발업체인 아니토마지(Anatomage)의학용 3D 가상해부대인 아나토마지 테이블을 전시하고 있었다. 이 테이블은 인체의 전신 해부도를 3D 디스플레이로 보여주고, 사용자가 터치를 통해 가상으로 인체를 해부할 수 있게 해준다.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는 것만 빼면 교육·의학용으로 정말 훌륭한 기구다.

 

소방방재청에서는 화재로 인해 연기가 가득 찬 건물 내부를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연기 미로 체험’ 기구를 전시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게임과 관련이 없다는 것만 빼면 정말 좋은 교육용 체험시설이었다.

 

이번 굿게임쇼에서 관람객들이 이구동성으로 뽑은 가장 재미있는체험시설 중 하나인 레이저 미로. 그런데 게임과는 관련이 없는,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에 가까웠다.

 

소방방재청에서 운영한 연기 미로체험. 교육적이고 재미도 있는데 게임과 관련은 없다.

 

이와 같이 굿게임쇼 2013 전시장에서는 게임과 관련이 없다는 것만 빼면’ 괜찮은 체험전시물이나 콘텐츠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가 한두 가지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체감상 게임과 관련이 없는 콘텐츠들이 전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 재미없는게임쇼?

 

굿게임쇼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경기 기능성 게임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으로 열렸던 행사다. 올해 들어 명칭을 바꿨는데 사실 그 의도는 쉽게 유추할 수 있다. 기능성 게임이라는 한정된 범위가 아닌, 보다 넓은 의미로 다양한 게임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해 행사의 규모와 질을 키우겠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주최측은 굿게임은 기능성 게임을 포함하는 상위 개념이다”며 굿게임이 꼭 기능성 게임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변화를 시도한 첫해여서 그런지 올해 굿게임쇼는 기능성 게임에 전문성을 가진 행사도 아니고, 그렇다고 진짜 착한 게임이 모인 행사도 아닌, 어정쩡한 행사가 되고 말았다.

 

지난해에 비하면 참가업체의 수가 늘어나고 규모도 꽤 커지긴 했지만, 그 속을 살펴보면 게임과 전혀 관련 없는 콘텐츠나 엔터테인먼트 업체의 참여가 늘어났기에 질적으로도 향상됐다고 평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색다른 아이디어의 교육용 게임이나 기능성 게임도 적지않게 있었지만, 대부분 소규모 부스에 몰려 있어 접근성이 떨어졌다. 착한 게임과는 별로 관계가 없는 신생 모바일게임 개발사들도 많았는데, 그중에는 이미 출시된 상업용 게임을 전시한 곳도 있었다.

 

기능성 게임만 고집하지 않는다면, 게임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재미’, 즉 오락이라도 충족시켜줘야 할 텐데, 올해의 굿게임쇼는 재미있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였다.

 

고양시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단체로 소풍을 왔다는 한 학생은 “게임쇼라고 해서 많이 기대하고 왔는데, 아는 게임도 없고 전시돼 있는 게임들도 재미가 없어서 솔직히 실망했다. 그냥 오늘 하루 수업하지 않고 시간을 때웠다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이어서 “전시장(킨텍스)이 집하고 가까워서 재미있으면 내년에 개인적으로라도 올 의향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도지사님은 재미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관람객이 꽤 많아 보였다.

 

 

■ 국내 게임업체 참가 저조, 명분이 애매하다

 

굿게임쇼는 국내 게임업체들의 참가도 늘어났다고 홍보했지만, 행사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의 이야기는 좀 달랐다.

 

올해 참가업체 중에서 대형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SK텔레콤과 엔씨소프트 정도였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게임이 아니라 학습지원용 로봇을 선보였다. 그나마 엔씨소프트는 직접 만든 모바일게임 <프리라이스>를 처음 선보이는 등 게임업체다운 면모를 살렸다.

 

부대행사로 열린 컨퍼런스나 B2B관에서도 눈에 띄는 국내업체의 참가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일부 퍼블리셔나 개발사 관계자들이 눈에 띄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들은 행사 참여나 관람보다는 다른 회사 관계자들과 만나는 네트워킹에 목적을 두는 경우가 많았다.

 

지적장애아동 인지훈련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선보인 엔씨소프트문화재단.

 

현장에서 만난 게임 개발사 관계자는 “지금도 굿게임’이 어떤 게임을 말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아예 확실히 공익이 목적이라면 다른 방향으로라도 참여를 생각해 봤을 텐데, 그렇지도 않은 것 같고, 우리로서는 참여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실제로 행사장을 둘러봤는데 이렇다 하게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이대로라면 내년에도 굿게임쇼 참가는 논의하지 않게 될 듯하다”고 덧붙였다.

 

‘착한 ○○’이라는 문구가 유행하고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남아 있는 요즘 ‘착한 게임’을 모아서 ‘굿’게임쇼를 열겠다는 발상은 적절했다. 부산으로 떠나간 지스타 이후 실로 오랜만에 킨텍스에서 열리는 게임쇼라 반갑기도 했다.

 

이제 남은 숙제는 ‘굿게임쇼’에 어울리는 전시 구성과 프로그램 운영이다.

 

기능성 게임, 나아가 좋은 게임에 대한 인식도 낮고 저변도 넓지 않은 국내상황에서 ‘굿게임쇼’가 발전한다면 분명 의미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내년에는 보다 치열한 고민과 노력으로 더 ‘굿’한 게임쇼가 되기를 기대한다.

 

행사장 한쪽에서 운영 중이던 R/C카 트랙. 대회도 진행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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