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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중국 매체, 중국 게임을 카피하는 한국 게임시장을 논하다

임상훈(시몬) 2014-10-16 00:29:40
지난 13일 중국 최대의 게임매체이자, 디스이즈게임의 독점 제휴매체인 17173에 흥미로운 기사가 떴다. 제목부터 무척 셌다.

'왜 한국 게임업계는 중국 시장을 모방하기 시작하는가?' (为什么韩国游戏产业开始“效仿”中国市场?)


99년부터 게임 업계에 있었다. 중국도 참 많이 왔다갔다 했다. 이런 신기하면서 아픈 기사(원문 보기)는 처음 봤다. 이 기사를 쓴 중국 기자도 신기하기는 마찬가지였나 보다. "이런 특이한 현상은 상상하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기사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중국 모바일게임 대한 모방의 시도'는 최근 업계에서 익히 알려진 <도탑전기>를 노골적으로 벤치마크해 개발되고 있는 게임들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도탑전기>는 지난 7월 중국 론칭 이후 하루 매출액이 30억 원이 넘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모바일 RPG다. 국내 게임사에서도 이 게임을 본뜬 게임이 상당수 개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사는 더 나아가 중국 모바일게임의 개발능력이 이미 한국을 추월했다고 말한다. "이전에 중국이 한국 게임을 베끼기에 급급했던 상황이 완전히 역전돼 한국이 중국 게임을 베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중국 시장의 성장과, 이에 대비되는 한국 정부의 게임 산업정책의 실패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중국은 거대한 자금이 모두 모바일 게임산업으로 모여들고 있는 반면, 한국은 규제정책 등으로 게임사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 

중국 기자는 이러한 상황이 중국 기업들에게 더 큰 기회임을 확신했다.

"중국 기업들은 거대한 자본을 통해 한국 게임개발사를 인수하고 싶어하며, 이와 더불어 한국 게임시장에 진입하는 중국 게임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 

반면 중국 시장에 너무 의존하는 한국 게임 업계를 걱정했다. 

"최근 한국 게임의 해외 수출이 중국에 맹목적으로 편중되고 있는 현상은 한국 게임업계가 중국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게 만들고, 최종적으로 중국 시장의 영향력 역시 그에 따라 거대해진다."

이 기사에 대해 많은 부분 동의하기는 힘들다. 일부 게임의 중국 게임 카피를 이유로, 전체적으로 한국 게임 개발력이 중국에 역전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전히 많은 중국 게임들은 한국 게임을 베낀다. 게다가, 중국 회사의 한국 개발사 투자는 오히려 개발 역량 차원에서 한국 업계의 경쟁력을 방증한다. (한국 시장에서 성공하는 중국 모바일게임들은 이와 반대되는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 게임의 경쟁력 약화의 이유로 유일하게 정부의 게임정책이 언급된 것도 아쉽다. 그 외에도 객관적인 시장 크기의 차이,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게임업계의 내부적인 문제 등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기사는 여전히 한국 게임시장이 직면한 아픈 현실을 반영한다. 시장 크기야 어쩔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지만, 중국 정부의 게임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투자와 지원이 부럽다. 그와 대조적으로, 이 위기 앞에 이벤트처럼 갑갑하고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대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한심하다.

거의 모든 산업의 초창기에 반복되는 카피전쟁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베낄 게임이 중국에서 나온 것은 아프다. 중국 매체로부터 이런 핀잔을 듣는 것은 더더욱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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