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공이 살던 마을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을을 나가려고 하면 빙 둘러 나가야만 했다. 그래서 우공은 산을 옮기기로 결심하고 흙을 퍼내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어리석은 짓이라고 말하자 우공은 “내가 못하면 내 아들이 하고 손자가 하고 그렇게 하면 언젠가는 이산도 평지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하곤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여기에서 나온 말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이번 ‘지스타’ 조직위원회에 주문하고 싶은 말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는 일이다. 지스타 조직위는 ‘지스타 2005’에 대한 욕심이 많았지만 흙을 한삽 한삽 떠서 옮기는 자세로 내년 ‘지스타2006’을 준비해야 한다.
이번 지스타는 잘된 부분과 함께 미흡했던 부분도 분명히 있다.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B2C에는 성공했지만 비즈니스 상담회 등의 B2B는 많이 미흡했다. 게임업체들이 해외 유수의 게임쇼 참가를 통해 얻은 부스운영의 노하우는 돋보였지만 조직위의 운영은 업체들의 부스행사를 따라가지 못했다. 게임업체들은 눈요기거리를 만들어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지만 정작 중요한 게임에 대한 알맹이를 알리는 데는 부족했다.
이런 여러 문제점들에도 불구하고 이번 지스타를 위해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가 손을 잡았고 중구난방으로 흩어져 있던 게임관련 행사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변변한 게임쇼가 없어서 발을 구르던 게임업체들에게 구심점을 마련해준 것 자체만으로도 이번 ‘지스타’는 의미가 크다.
화려한 무대행사로 돋보였던 그라비티의 '투지' 공연
참가업체들의 세련된 부스행사도 이번 지스타의 커다란 성과물중 하나다. 메인부스를 차지한 대부분의 온라인게임업체들은 E3, 도쿄게임쇼를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부스행사를 매끄럽게 진행했다. 지금까지의 국내 게임쇼가 게임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면 이번 게임쇼는 ‘유저참여형 부스’로 탈바꿈하면서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접하고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엔씨소프트, 넥슨, NHN 등이 짜임새있게 경품행사를 진행했고 그라비티,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은 ‘투지’, ‘주석’ 등의 공연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
지스타가 풍성하게 막을 내렸지만 문제는 내년이다. ‘지스타 2005’에 대한 체계적인 리뷰과정을 통해 잘된 점을 발전시키고 미흡했던 부분을 고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디스이즈게임의 지스타 후기에서는 멋진 ‘지스타2006’을 위해 잘된 것보다 미흡했던 부분들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B2B관 소음, 업체들 강력항의
이번 지스타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B2B관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점이다. 메인홀 뒤에 위치한 B2B관은 간단한 칸막이로만 구성되고 천정조차 없어 대화가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이곳에서 퍼블리싱 상담을 진행하던 NHN, 그라비티 등은 시끄러운 음악 때문에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해지자 결국 B2B관을 찾아온 손님들을 돌려보내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모 업체 관계자는 “이틀동안 20명의 개발사를 만났는데 60% 이상을 돌려보내고 행사 이후 따로 일정을 잡기로 했다”며 “행사가 끝나면 주최측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결혼식장이야? 화환행렬
보여주기 식의 전시행정도 문제다. 전시행정의 문제는 입구에서부터 드러난다. 입구에 들어선 화환행렬은 마치 결혼식장을 온 것 같은 착각을 들게 만든다.
메인홀 뒤쪽에 만들어진 세미나실도 구색을 맞추기 위한 느낌이 강하다. 윈디소프트, 청강문화산업대 등이 마련한 세미나는 세미나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데다 메인홀의 소음까지 겹치면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또 조직위는 지스타 기간동안 2억달러의 성과를 거뒀다고 발표했지만 계약체결이 아니라 상담만 오고 갔을 뿐인데도 마치 계약이 이뤄진 것처럼 과대포장했다. 한빛소프트, 고페츠 등 일부업체가 전시회장에서 수출계약을 체결하면서 겨우 체면치레를 한 정도였다.
외면받은 중소업체 부스
지스타에 총 150여개 업체가 참가해 세계적인 규모로 열렸다고 했지만 10여개의 주요 부스 외에는 관람객이 뜸했던 것도 문제다. 전시회장의 ‘동선’이 메이저업체 중심으로 꾸며지고 소규모부스를 차린 업체들이 외곽으로 밀리면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했다.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자 일부 업체들은 전시회 3일째인 토요일에는 당초 계획됐던 일정을 앞당겨 짐을 싸고 행사장을 떠나 텅빈 부스만 남아 있는 곳이 곳곳에 보였다.
아케이드관에 부스를 꾸민 업체들도 파리를 날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경품을 제공한 일부 부스를 제외하곤 대부분의 아케이드관에는 참가업체 직원 몇 명이 부스를 지키고 있을 뿐 시종일관 한산한 모습이었다.
아이들에게 빠징고 해보란 말인가
전체이용가 전시회인 지스타에 아케이드 업체 상당수가 ‘빠찡고’를 들고 나온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안다미로를 비롯한 대부분의 아케이드 업체들이 성인오락실용 게임기를 다수 들고 나왔고 별다른 통제 없이 미성년자들에게 노출됐다.
조직위에서 나온 직원이 미성년자를 통제하는 모습이 일부 보이긴 했지만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성인용 게임기가 관람객들에게 그대로 노출됐다. 더욱이 성인용게임기가 있는 일부 게임업체 부스는 아예 미성년자 라인 안쪽에 배치돼 있었다.
소음기준 안지키고 스피커 경쟁
부스 곳곳에서는 관람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소리전쟁’ 때문에 행사장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졌다. 모 업체의 부스에서 벌어진 신작발표회에서는 옆 부스에서 댄스파티가 시작되면서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이에 참다 못한 일부 업체들은 행사장의 스피커 볼륨을 높여 일종의 보복행위를 일삼기도 했다.
이처럼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스피커 볼륨을 높이면서 피해는 주변 부스 외에도 B2B관으로 번졌다. 80db이라는 별도의 소음기준이 정해져 있었지만 실제 행사관계자에게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참가업체 관계자는 “행사 전에 지스타 조직위로부터 소음기준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업체 임의로 불륨을 조절하면서 경쟁이 붙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옆 부스의 음악소리에 뼈있는 농담을 하는 이젠 이수영 대표
강사만 화려했다. 알맹이 없는 KGC
지스타와 함께 열린 KGC(국제게임컨퍼런스) 역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빌 로퍼, 라프 코스터,
당초 KGC는 게임업계 리더들이 모여 올해 게임산업을 정리하고 향후의 게임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 고민하는 자리였지만 실제 내용은 기존에 나온 얘기들을 그대로 답습하는 자리였다.
가장 큰 문제는 강의내용이었다. 70여개의 강의를 준비하다보니 강의내용에 대한 검토가 사전에 이뤄지지 못했다.
많은 아쉬움을 남겼던 국제게임컨퍼런스
조직위가 나서 도우미 선발대회
아무리 유명한 도우미들이 많이 나왔다고 해도 조직위가 나서서 ‘베스트 게임걸’을 뽑는 것은 ‘오버’였다. 국제적인 게임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다. 가뜩이나 도우미들의 노출이 심했는 데 ‘베스트 게임걸’까지 선발하자 일부에서는 G-STAR의 ‘G’가 ‘Girl’을 뜻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쏟아졌다.
조직위는 행사가 너무 딱딱하게 진행돼 ‘베스트 게임걸’을 선정하게 됐다고 밝혔지만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과 기자들에게까지 설문지를 돌리면서 진행할 행사는 아니었다.
이번 G-STAR는 'Girl-STAR'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업체 나눠먹기식 시상식?
‘베스트 게임걸’ 선발과 함께 ‘베스트게임’, ‘베스트부스’에 대한 선정도 구설수에 올랐다. 조직위는 베스트게임에 웹젠의 <썬>, 한빛소프트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넥슨의 <제라>를 뽑았다. 또 베스트부스에는 엔씨소프트, 코나미&유니아나, 한빛소프트를 선정했다. 베스트 게임걸에 선정된 회사는 SK와 NHN, 넥슨이다.
거의 겹치지 않고 플랫폼간의 안배도 적절히 이루어졌다. 하지만 가장 큰 호응을 이끌어냈던 그라비티나 넥슨이 베스트부스에 선정되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뜸했던 코나미&유니아나가 선정된 것은 의외다.
<페이퍼맨>이나 <SP JAM>이 큰 호응을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경쟁관계에 있는 MMORPG 3개가 나란히 선정된 것도 의문이다. 너무 '정치적'이었다는 비판이 안 나올리 없다.
업체당 부스제한 의미 없어
이번 지스타에서는 업체당 최대 60부스 규모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더 큰 부스를 차지하고 싶은 모 업체는 결국 편법을 써가면서까지 부스를 늘렸고 경쟁업체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심지어 일부 업체는 부스제한으로 편법이 계속 생긴다면 다음해부터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 간의 위화감을 완화하기 위해서 최대부스 크기를 정했다는 것이 지스타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지만 해외 유명 게임쇼의 경우 그 해 전시할 타이틀과 비중에 맞게 부스를 신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