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증권사 리포트에서 “일본은 최근 인터넷 인프라가 확대, 온라인게임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일본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업체들이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보았습니다. 이 리포트는 향후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이 한국의 5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가슴 설레는 전망이죠. 그런데 시몬은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이머들에게 이런 이야기는 딴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상식적인 차원에서 동북아시아 정세(?)를 한번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한달 전쯤 그려놓고 가끔 쳐다봐 온 그림(지분율은 다소 차이가 날 수 있음)입니다. 한번 보시죠. /디스이즈게임
“정보화사회가 제4단계(디지털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 혹은 인터넷 회사가 주역으로 나서는 단계)로 들어갈 때, 소프트뱅크스는 세계의 톱10 안에 드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솔직히 말해, 넘버 원이 되고 싶은 겁니다. 넘버 원 이외에는 생각지도 않아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했던 말입니다.
지금껏 아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은 한국의 독무대처럼 생각해 왔습니다. 하지만 지도를 그려보니 그 뒤에는 막강한 자본력을 지닌 스프트뱅크-샨다 연합전선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손정의 회장의 멘트가 떠오르구요. 이 지도 한 장이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1. CJ인터넷, 그라비티와 퍼블리싱 사업제휴 (10월 25일 보도자료)
2-1. 그라비티, 前 대주주 회계부정행위 내부 조사중 (10월 19일 보도자료)
2-2. 측근, "김정률 회장은 억울" (10월 19일 TIG 취재)
3. 겅호, 그라비티 이어 게임아츠까지... (10월 18일 TIG 취재)
4. 그라비티, 소프트뱅크에 전격매각 (8월 31일 TIG 특종)
5. 넥슨, 엔텔리전트 지분 100% 인수 (5월 25일 보도자료)
5. 소프트뱅크, 국내 모바일업체인 엔텔리전트에 30억원 지분 투자 (3월 16일)
6. 넷마블재팬 서비스 시작 (작년 12월 20일)
7. CJ인터넷과 소프트뱅크그룹, MOU 체결 (작년 9월 13일 발표)
지난 1년간 소프트뱅크와 게임비즈니스와 관련된 일련의 스텝들 중 일부를 추려봤습니다. 그 사이 소프트뱅크는 그라비티를 사고, CJ인터넷과 돈독한 연합관계를 맺었습니다.
소프트뱅크가 일본 최대의 포털 ‘야후재팬’(41.9%)과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겅호’(44.6%), 초고속 통신망 ‘야후BB’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일본 내에서는 컨텐츠와 네트워크를 통틀어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죠.
하지만 아시아 온라인게임 시장에서의 위상은 크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타이틀’로만 보면 별 볼일이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 당장 유저들에게 그게 확실히 느껴지지 않죠.
지도에서도 보이듯, 소프트뱅크는 중국 온라인게임 업계의 지존인 ‘샨다’의 2대 주주입니다. 일본(겅호)과 중국의 최대 게임 퍼블리셔(샨다)가 아주 끈끈하게 엮여 있는 모양새입니다. 특히 ‘샨다’는 올해 초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중 하나인 ‘시나닷컴’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시나닷컴’은 CJ인터넷과 엔씨소프트와 중국에서 각각 합작사를 세운 업체니, 얽혀도 꽤 고약하게 얽힌 셈입니다.
음 엔텔리전트를 매개로 어찌어찌 소프트뱅크가 넥슨의 지분까지 가지고 있네요. 물론 거의 영향력 없지만요. 위 지도가 대부분의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므로 괜한 부연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것은 '소프트뱅크와 CJ인터넷의 관계'입니다.
소프트뱅크는 2001년에 엔씨소프트와 일본에서 합작사를 만든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다시 CJ인터넷과 합작사를 세웠죠. 이를 통해 1년도 안돼 일본 게임포털에서 독점적인 위치였던 한게임재팬을 빠르게 압박하고 있습니다. 다른 변수도 있었겠지만 한게임재팬은 넷마블재팬이 오픈베타를 시작한 지난 해 12월 이후 동시접속자 수가 정체돼 있는 상황입니다. 반면 넷마블재팬은 벌써 2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왔죠.
일본 온라인 컨텐츠 시장은 대부분 ‘야후재팬’이 1등입니다. 게임은 e커머스와 함께 유이한 예외 영역이었죠. “넘버 원 아니면 생각하지 않는다”는 소프트뱅크는 이 골치 아팠던 숙제를 CJ인터넷의 도움으로 어느 정도 해소해 나가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 와중에 넷마블재팬의 대표였던 류일영 씨가 소프트뱅크가 인수한 그라비티의 신임 CEO로 취임한 점, 그 이후 그라비티의 게임을 CJ인터넷이 유통하기로 한 점 등은 소프트뱅크와 CJ인터넷의 관계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이쯤 되면 일본 코에이의 <대항해시대 온라인>을 CJ인터넷이 국내에서 유통하게 된 배경에는 소프트뱅크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다는 루머도 꽤 무게가 실리게 되구요.
사실 국내 온라인게임계에서 CJ인터넷의 위상은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에 비해 다소 처집니다. 이런 와중에 주로 국내 유통이 주력이었던 CJ인터넷이 택할 수 있는 길은 ▲ 개발역량의 강화(애니파크 인수) ▲ 해외 유통망 확보(소프트뱅크와 협력) ▲ 마케팅 역량 강화(CJ미디어의 MBC게임 인수협상) 정도로 정리되겠고, 괄호 안에 적었듯, 그건 지금 우리 눈 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대한 시장과 막강한 자본력으로 거세게 밀려오는 소프트뱅크-샨다-CJ인터넷의 높은 파도에 맞서기 위한 국내 메이저 게임업체들은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