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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리포트

10년은 즐길 수 있는 게임! 스타크래프트 2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 캠페인 리뷰

에젤라인 2010-08-11 16:19:36

지난 7 27, RTS의 명가 블리자드에서물건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대중적인 E스포츠로써 벌써 12년간이나 인기를 이어오고 있는 <스타크래프트>의 후속작, <스타크래프트2>를 발매한 것이다.

 

최근 발매된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들이 하나같이 혹평을 받은 상태에서 <스타크래프트2>의 화려한 등장은 더욱 주목을 받았다. 게임과 거리가 멀었던 라이트유저는 물론 <스타크래프트>에 배타적이던 타사 RTS 마니아들까지 <스타크래프트2>로 전향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도대체 <스타크래프트2>의 어떤 매력들이 그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것일까? 이제부터 파헤쳐 보도록 하자. /디스이즈게임 필진 에젤라인


※아직까지 싱글플레이를 즐기는 유저가 많은 관계로 리뷰는 싱글플레이와 배틀넷을 중심으로 작성됐습니다. 멀티플레이 중심의 리뷰는 별도로 나갈 예정입니다.

 

※리뷰에 미리니름(스포일)이 있습니다. 원치 않는 유저는 아래의 미리니름 주의선 이후를 읽지 마세요. 


 

■ 한 편의 블록버스터급 영화와 같은 싱글플레이

 

<스타크래프트>의 캠페인은 당시의 RTS들처럼 멀티플레이와 게임 방식이 비슷하고 단지 목소리 섞인 브리핑과 특수한 임무가 주어지는 단편적인 구성이었다. <워크래프트 3> 캠페인은 특유의 영웅 시스템과 진보된 연출을 버무려 약간 더 드라마틱한 연출을 꾀지만 시스템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스타크래프트2>의 싱글플레이는 다르다. 멀티플레이와 별개로혼자 하는 재미를 극대화한 것이다. 그 결과 완성도적 측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싱글플레이 캠페인이 탄생했다.

 

지금까지 등장한 모든 RTS를 집대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

 

<스타크래프트2>의 모든 미션은로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로비는 크게 마 사라의 주점, 전투순양함 히페리온 내부, 차행성 워필드 주둔지로 나뉘는데 시간과 스토리 진행상의 차이일 뿐 기능은 거의 같다.

 

블리자드는 이 로비에서 주인공이자 플레이어 본인인제임스 레이너를 움직여 로비 내의 다양한 인물과 상호작용을 나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상호작용의 대부분은 앞으로 진행될 임무에 관한 정보나, 이전에 플레이했던 미션에 대한 대화다.

 

그런데 이 대화의 퀄리티가 매우 높다. 등장인물의 시선이나 생각, 성격 등도 정성 들여 표현했으며 캐릭터들이 대화내용에 맞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기 때문에 생동감 넘치는 대화를 감상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대화 방식과 연출이 처음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스타크래프트>와 함께 양대 RTS 시리즈로 꼽혔던 <커맨드앤컨커>시리즈는 미션 브리핑과 이벤트를 실제영화처럼 연출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았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2>는 여기에서 영상미를 조금 희생하는 대신, 드라마틱한 연출을 강화하고 상호작용과 스스로 누군가를 찾아 대화를 나누는 자유도 개념을 부여했다.

 

  

■ 압도적인 연출을 자랑하는 인게임 영상

 

툭하면 나오는 인게임 영상도  <스타크래프트2> 싱글플레이에 흡인력을 부여한다. <스타크래프트2>에 관심이 있던 게이머라면 지난 2007 WWI에서 공개된 트레일러 영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사실 <스타크래프트 2>에서 그렇게 정밀하게 제작된 영상은 4개밖에 없다. 그 외의 영상들은 모두 게임 내 그래픽을 사용해 구현됐다. 당연히 위의 4개 영상에 비하면 질이 떨어지며, 사용자 컴퓨터의 그래픽 옵션 수준에 따라찰흙실사를 오가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블리자드의 인게임 영상은 이것이 인게임 영상이라는 걸 잊을 만큼 뛰어난 연출을 자랑한다. 매 미션마다 고화질 영상을 넣을 수 없다면 차라리 그에 준할 정도의 인게임 영상 시스템을 통째로 만들어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시간압박과 자금난에 시달리는 여타 제작사들로썬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분명 인게임 그래픽으로 구현한 영상임에도 질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 각기 독특한 매력을 지닌 29개의 미션들

 

RTS에서 캠페인 미션이라고 하면 대개 스토리에 따라 기지를 건설하고 병력을 생산해 특정 지점을 사수하거나 점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스타크래프트2>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여기에 각종 변수를 넣었다.

 

예를 들어초신성미션에서 플레이어는 적들뿐만 아니라 시시각각 다가오는 초신성의 열기와도 겨뤄야 한다. 불길이 기지에 가까워지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기지를 띄워 반대편으로 대피해야 하는 상황은 굉장한 압박감을 부여한다.

 

‘재앙’ 미션은 밤과 낮이 구분되어, 낮에는 거리를 활보해도 공격해오는 적이 없지만 밤에는 엄청난 수의 저그 감염자가 나타나 끝없는 러시를 반복한다. 맵을 가득 채운 좀비들을 보면 탄식만 나온다.

 

이외에도 맵의 저지대가 일정 시간마다 용암에 덮이는 미션이나, 자금이 없어 맵의 고철들을 수집해야 하는 미션, 지도를 가로지르는 열차를 습격하는 미션 등 매우 다양한 상황들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제한된 몇몇 유닛 혹은 영웅으로 수행하는 고전적 잠입미션도 건재하다.

 

초신성 미션의 한 장면. 맵을 불태우며 전진해오는 화염의 압박감은 직접 당해보기 전엔 모른다

 

■ 파고들 요소를 만들어 주는 선택의 연속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기로를 제공하는 것도 <스타크래프트2> 미션의 특징 중 하나다. <스타크래프트2>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신이 진행할 다음 미션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

 

미션은 크게 3~4갈래로 나뉘며 어떤 미션을 먼저 깼느냐에 따라 획득하는 유닛이나 등장인물의 반응 등이 조금이 달라지게 된다.

 

특정 미션에서는 아예 두 인물 중 한쪽의 편을 들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는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등장인물이 죽고 살거나 특정 미션의 난이도가 결정되는 등 확실한결과를 보여준다.

 

스토리 분기의 선택도 로비에서 이뤄진다

 

미션과 로비에서도 선택은 이어진다. <스타크래프트 2>의 각 미션에는보너스 임무와 업적조건이 걸려있다. 이 두 가지는 완수하지 않아도 게임 클리어에 지장이 없다.

 

하지만 보너스 임무를 완수하면 이후 업그레이드에 사용될 자금이나 연구 포인트를, 업적을 완수하면 업적점수와 배틀넷에서 사용될 초상화 등을 얻을 수 있다. 물론 보너스 임무와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게임 난이도도 올라간다. 선택의 전적으로 유저 몫인 셈이다.

 

보너스 임무의 대표적인 상황. 로키를 파괴하지 않아도 클리어에 지장은 없다.

 

특히 몇몇 업적은 캠페인의 난이도를 높이거나 미션에서 특정 상황들을 억지로 연출해야 달성할 수 있다. ‘어차피 엔딩은 같은데 굳이 어려운 길을 갈 필요가 있나싶지만 그 점이 오히려 유저의 의욕을 증가시킨다.

 

실제로 필자의 경우 모든 캠페인 업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션을 난이도별로 몇 번씩이나 클리어했다. 오로지 업적 하나를 따기 위해 미션 하나에 서너 시간을 투자한 적도 있을 정도라면 믿어지는가? 메인 화면의 업적 달성도 퍼센티지가 올라갈 때마다 뿌듯한 느낌을 받은 건 비단 필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결국 분기를 통한 게임 진행과정의 작은 변화와 업적, 난이도 시스템 등은 <스타크래프트 2>의 싱글플레이를 보다 오랫동안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어준다.

 

일주일 만에 정신을 차리니 이렇게 돼 있었다.

 

 

■ 입맛대로 고르는 유닛과 업그레이드

 

<스타크래프트 2>에서는 자신의 부대 또한 취향에 맞춰 직접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2>의 부대 업그레이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무기고에서는 자금을 소모해 유닛을 강화하고 연구실에서는 보너스 임무에서 얻은 연구 포인트로 새로운 능력이나 유닛을 얻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휴게실에서는 돈으로 강력한 용병을 사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세 가지 업그레이드 모두 제약이 있다. 자금의 경우 모든 유닛을 강화하고 용병을 구입할 만큼 넉넉하지 않으며 연구실에서는 총 20가지 능력 중 10가지만 획득할 수 있다. 때문에 플레이어는 자신의 플레이스타일에 맞는 유닛과 능력을 강화해 나가게 된다.

 

참고로 <스타크래프트 2>의 싱글플레이에는 의무관(메딕), 시체매(벌처), 과학선(사이언스베슬) 등 전작의 유닛들은 물론 코브라 전차처럼 싱글플레이 전용 유닛도 등장한다. 모든 유닛들은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지니고 있으므로 플레이어는 마치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기분으로 다양한 유닛들을 움직일 수 있다.

 

시체매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려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어째서 화염차같이 멋없는 유닛에 밀려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다만 아쉬운 점은, 유닛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서로 특성과 역할이 겹치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브라 전차와 공성 전차가 있다면 열이면 아홉 명은 공성 전차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기동력을 제외한 모든 능력치가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업그레이드 중에도 가격에 비해 효율이 미미하거나 원본 유닛이 워낙 쓸모가 없어 사장되는 것이 많다.

 

결국 미션에서 사용되는 유닛은 효율이 좋은 몇 가지로 한정된다. 심지어 키 유닛이 정해져 있는 몇몇 미션을 제외하면 해병, 의무관, 공성전차만 뽑아도 캠페인 전체를 무난히 클리어 가능할 정도다(어려움 난이도 기준). 블리자드에서 유닛의 폭넓은 활용을 유도하지 못 한 것이 조금 아쉽다.

 

연구실 업그레이드. 자원은 넉넉하지만 선택은 제한돼 있다.

 


※여기서부터 미리니름(스포일)이 있습니다. 아직 엔딩을 보지 못 한 유저는 아래 부분을 건너 뛰시길 추천합니다. 

 

■ 장엄하지만 다소 어색한 스토리

 

<스타크래프트2>의 스토리라인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진다. 첫 번째는 레이너가 테란 자치령 제국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키는 내용이고, 두 번째는 창조주 젤나가의 예언에 따라 감염된 캐리건의 저그 세력을 상대하는 내용이다. 전자는 중요도가 약간 낮은 서브 스토리고, 후자는 후속편에서도 사용될 메인 스토리다.

 

먼저 서브 스토리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혁명 미션들은 버려진 피난민들을 안전한 행성으로 대피시키는 것으로 시작해 부도덕한 제국과 싸우고 황제의 치부를 폭로하는 등 레이너의 일관적이고 정의로운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스토리에 담긴 메시지도 강렬하고 이야기 전개도 깔끔하다. 특히 언론통제의 딜레마를 희극적이고 과장되게 표현한 UNN뉴스는 백미. 파시즘정권의 무능함과 혁명의 정당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민중을 구하고 제국에 타격을 주는 내용으로 구성된 서브 스토리라인

 

반면, 메인 스토리라인에 대해서는 좀 쓴 소리를 해야겠다. 우선 전작과의 갭이 너무 크다. 초반부터 듣도 보도 못한 등장인물과 설정들이 우후죽순으로 뽑혀 나와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 없을 지경이다.

 

사실 이 부분은 이유가 있다. <스타크래프트> 세계관은 그동안 발매된 여러 공식소설에 의해 많은 설정이 쌓여나갔다. 프로토스의 뒷이야기를 담은 <다크템플러 사가> 3부작, 레이너와 타이커스의 옛이야기를 담은 <헤븐즈 데빌>, 멩스크의 개인사를 다룬 <, 멩스크> 등이 대표적이다.

 

추가된 설정들은 대부분 여기서 따 온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에 관심이 있고 영어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은 이러한 서적들을 익히 접해온 만큼 <스타크래프트2>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도 큰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 중 한국에서 번역된 스타크래프트 소설은 단 하나, 황금가지사에서 출판했던 <리버티의 성전>뿐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한국 유저들의 시각에선 새로운 설정들이 낯설게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곳곳에서 소설 속 설정들이 등장한다. 탈다림 세력은 강대한 다크아콘 울레자즈를 숭배하다 버림받은 프로토스 집단이다.

 

사건 전개도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테란과 프로토스, 저그라는 우주 단위 스케일의 종족들이 준비된 마당에, 고작 자그마한 유물 몇 개 찾자고 보물찾기 놀이를 벌이는 시나리오를 선택하다니 이 무슨 생각인가?

 

그런 물건이 우주 최강 세력을 자랑하는 저그 군단을 쓸어버릴 열쇠가 된다는 설정부터가 무리수일뿐더러, 그렇다면 그것을 지키고 있던 프로토스 탈다림 세력은 대체 어째서 프로토스의 고향인 아이어가 침공당할 때 힘을 사용하지 않았더란 말인가? 단지 유물의 성능을 몰랐을 뿐이었는가? 등 결말로 다가갈수록 사건 전개는 점점 더 의문에 휩싸인다.

 

사실 초월체(오버마인드)의 모든 행동은 우주를 구하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스타크래프트2>에서 다뤄진 내용은 예고된 3부작 중 첫 번째에 불과하다. 현재 구멍 난 것처럼 보이는 설정이나 스토리라인은 확장팩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가 다뤄지면서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명색이 하나의 독립된 작품인 만큼, 너무 확장팩으로 스토리를 이어가는 것만 염두에 둘 것이 아니라 단편으로써의 완성도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 전작의 게임성을 안정적으로 계승한 멀티플레이

 

<스타크래프트2>는 애초부터 e스포츠화를 노리고 제작된 게임이다. 그만큼 전작의 성공한 발자취를 따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전작과 전체적으로는 유사하지만 세부적으로는 다른 후속작이 탄생했다.

 

전작으로부터의 탈피보다는 본연의 재미를 찾는 데 집중했다

 

가장 눈에 띄는 진보는 역시 인터페이스 쪽이다. 전작이 고전명작으로써 유닛 조작에 많은 컨트롤을 필요로 했다면 <스타크래프트2>는 사용자 편의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다.

 

대표적으로, 전작이 한 부대에 12유닛만을 편성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수백 마리의 유닛이라도 클릭 한 번에 컨트롤이 가능하게 됐다.

 

여러 건물을 한 부대단위로 지정할 수 있게 된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생산과 전투를 동시에 치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10개가 넘는 생산건물들을 일일이 찍어 유닛을 생산해야만 했던 전작의 수고로움에 비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마음만 먹으면 수십 기의 유닛도 클릭 한 번에 컨트롤할 수 있다. 물론 정교한 조작을 원한다면 부대를 나누는 편을 권장한다.

 

혹자는 너무 조작성이 좋아지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가 줄어들어 게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RTS는 본질적으로 전략과 전략을 겨루는 게임이다. 전략보다 손 빠르기가 승부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 그 게임을 과연 RTS라 부를 수 있을까?

 

전투 템포가 빨라지고 유닛간의 상성관계도 좀 더 극명해졌다. 이 때문에 전투가 너무 쉽게 끝나고 한번 밀린 쪽은 역전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은데 아직 게임 초창기라 유저들의 수준이 높지 않은 만큼 앞으로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으리라 보인다.

 

 

■ 강력한 관전 및 리플레이 기능

 

관전 기능과 리플레이 기능도 빼놓을 수 없다.  <스타크래프트 2>의 관전과 리플레이 기능은 <워크래프트3> 시절보다도 훨씬 더 높은 활용성을 보여준다.

 

관전자는 원한다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는 당사자들의 현재 화면과 시야정보는 물론 어느 곳을 클릭하고 있는지, 현재 생산되고 있는 유닛들은 어떤 종류이며 물량은 어느 정도인지, 보유한 병력의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손빠르기 척도인 분당 명령수는 어느 정도인지까지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경기에 참관할 수 있는 관전자의 최대 수가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스크린샷 좌측 상단에 주목. 양쪽의 전력이 한눈에 표시된다.

 

리플레이 기능은 더욱 강력하다. 관전자 모드의 모든 기능을 공유함은 물론, 경기 속도를 느림에서부터 8배속까지 마음대로 조정하거나 경기의 지나간 부분을 얼마든지 다시 볼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된다. 이러한 기능들의 강화는 <스타크래프트2>를 통해 앞으로도 e스포츠의 대권을 유지하겠다는 블리자드의 각오가 드러난 부분이라 하겠다.

 

 

■ 새로운 배틀넷 시스템의 구멍들                                                

 

하지만 배틀넷이 새롭게 바뀌면서 생겨난 문제점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저 채팅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블리자드는 범람하는 광고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밝힌 바 있는데, 개인당 생성 가능한 계정이 하나 뿐인 판국에 굳이 그런 극단적인 대책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모니터링 요원을 배치해 불량 광고 유저 잡아내어 일정 기간, 혹은 영구 제명시키면 그것으로 끝이 아닌가? 고작 광고를 막기 위해 채팅 채널 기능을 넣지 않았다는 대답은 납득하기 어렵다.

 

친구 관리 기능은 훨씬 강화됐지만, 자유로운 채팅채널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와 함께 클랜 기능도 누락됐다. 때문에 각 클랜들은 배틀넷이 아닌 오프라인을 통해 모임을 갖거나 대전 일정을 잡아야 한다. 심지어 아이디에 클랜 명을 넣느냐 마느냐조차 큰 고민거리다. 한번 정해진 아이디는 다시는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디에 기껏 클랜을 상징하는 문구를 넣었는데 나중에 탈퇴라도 하게 되면 뒷맛이 씁쓸해질 게 뻔하다.

 

사용자맵 게시 시스템에도 유저들의 불만은 이어진다. 맵 제작자가 직접 배틀넷에 맵을 게시하면 유저들이 그것을 골라 플레이할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변경되었는데, 생각보다 편리하지 못하다는 의견이 상당수다. 더구나 지역 간 접속조차 제한되어 있어. 외국인과의 대전이 불가능함은 물론 유명한 해외 제작자들의 작품이 등장하더라도 국내 서버에서는 그 맵을 즐길 수가 없다.

 

신규 등록된 사용자 지정 맵은 인기도가 최하위에서 시작하므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해 계속 아래에 머무르는 악순환에 빠지기도 한다.

 

이미 블리자드 측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있으며, 차후 패치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결과물이 언제 나올지는 미지수. 부디 블리자드의 조속한 대처를 기대할 뿐이다.

 

 

총평 - RTS의 새로운 부흥기, 스타크래프트2라면 열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2>는 정말 어떤 수식어로도 부족할 정도로 뛰어난 게임이었다. 전작을 200% 계승한 깊은 게임성, 준수한 그래픽과 사운드, 편리한 인터페이스, 완벽한 한글화의 절묘한 조화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였으니까.

 

어떠한 게임에 이토록 빠져든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일주일이란 시간이 그야말로 눈 깜박할 새 지나갔다. ‘타임머신이란 표현은 바로 이런 게임을 두고 하는 말이리라.

 

다만 가격이 국내에 발매되는 게임 평균 판매가보다 비싸게 책정되었고, 패키지 없이 오직 다운로드로만 판매된다는 점은 자칫 게임 외적으로 소장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문제 때문에 <스타크래프트2>가 지닌 압도적인 게임성이 빛을 잃는 일은 없을지라도, 조금 더 구매자 입장을 생각해 줄 수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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