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3일(월), 곰TV 목동 스튜디오에서 열린 GSL 7일 차 경기는 많은 이변을 낳았다. 우승 후보 정민수 선수가 상대에게 허망하게 무릎을 꿇었고 상대적 우위라고 점쳐지던 김상헌 선수도 이정환 선수에게 패배했다. 이들이 패배한 이유는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 작은달
■ SCll 오픈 64강 1경기, 2:1 이정환 승 |
이정환(P) 승 vs 김상헌(T) 패 1경기: 고철 처리장 - 이정환(P, 12시) 패 vs 김상헌(T, 2시) 승 2경기: 폭염 사막 - 이정환(P, 7시) 승 vs 김상헌(T, 1시) 패 3경기: 젤나가 동굴 - 이정환(P, 7시) 승 vs 김상헌(T, 1시) 패 |
그는 왜 패배했을까?
3경기의 김상헌 선수는 1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온 빌드를 다시 한번 사용했다. 2 병영 이후 군수공장과 우주공항이 올라가는 빌드였다. 그러나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빌드 이후에 갑자기 공학연구소를 건설하며 미사일 포탑을 만든 것이다.
해설자들은 의아해하며 '아 저것은 무엇을 위한 카운터인가요. 혹시 공허 포격기인가요?'를 연발했다. 김상헌 선수가 이런 선택을 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1. 공허 포격기 카운터 2. 정찰 이후 상대의 체제를 짐작한 카운터 빌드 3.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빌드 (전체적으로 생각이 많았음) |
프로토스는 미사일 포탑을 본 이후에 '어? 상대가 자원낭비를 하네. 바로 멀티!'를 선택했고, 이후 테란 김상헌은 물량에서 밀리기 시작한다.
뒤늦게 멀티를 따라가기는 했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메우지 못하고 패배했다.
경기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은 생각이 너무 많았고, 정찰에 소홀했던 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의료선을 다수 생산했지만 큰 효율을 보지 못한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 SCll 오픈 64강 1경기, 2:0 권혁범 승 |
권혁범(T) 승 vs 정민수(P) 패 1경기: 델타사분면 - 권혁범(T, 7시) 승 vs 정민수(P, 1시) 패 2경기: 젤나가 동굴 - 권혁범(T, 7시) 승 vs 정민수(P, 11시) 패 |
그는 왜 패배했을까?
우승 후보 정민수(P)가 무명의 테란에 꺾였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계진은 권혁범(T) 선수를 래더에서 자란 정글 테란이라고 지칭했다. 즉 형식이 없는 자유로운 테란이란 것이다.
그것을 잘 보여주듯 권혁범(T) 선수는 정민수(P) 선수를 상대로 대담하게 일명 ‘날빌’을 사용해서 승리를 거뒀다.
날빌이란 ‘날카로운 빌드’의 줄임말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빌드다. 이 빌드를 사용하려면 전제 조건이 두 가지 필요하다.
1. 상대를 심리적으로 속일 것 2. 상대가 정찰을 늦게 하는 사람일 것 |
<스타크래프트 2> 초기에는 위 두 가지에 해당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빌드가 많이 퍼지면서 막는 사람이 늘어나자 사라지는 추세였다. 날빌은 막히면 패배하는 일종의 ‘필살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리그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날빌’에 대비하지 못한 체 당하면 실력에 상관없이 100% 패배하므로 대비를 철저하게 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그러나 오늘 정민수 선수는 조금 이상한 모습을 보였다. <스타크래프트 2>의 핵심인 '정찰'을 아주 늦은 타이밍에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인 프로토스는 수정 탑 건설 이후, 혹은 수정 탑에 관문 건설 이후에 정찰을 나간다. 날빌을 파악하고 상대의 체제를 파악하기 위한 일종의 조치다.
그런데 정민수 선수는 수정 탑, 관문, 인공제어소까지 지어진 이후에 정찰을 나갔다. 1경기에서도 정찰이 늦어 날빌에 패배했는데 2경기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지켜보던 클랜원들은 ‘너무 부유하게 가려고 해. 정찰 왜 안 나가?’를 연발하며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권혁범 선수는 상대의 정찰이 느린 것을 이용. ‘날빌’이 아닌 척 위장하는 전략까지 보여준다. 이에 정민수 선수는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 패배하고 말았다.
‘RTS의 50%는 정찰이다.’란 말은 절대 허세가 아닌 것이다.
■ SCll 오픈 64강 1경기, 2:0 박상익 승 |
박상익(Z) 승 vs 조태환(Z) 패 1경기: 전쟁초원 - 박상익(Z, 1시) 승 vs 조태환(Z, 7시) 패 2경기: 폭염사막 - 박상익(Z, 7시) 승 vs 조태환(Z, 1시) 패 |
그는 왜 패배했을까?
GSL의 유일한 저그 동족전. '저그가 100% 승리한다. 밸런스가 맞지 않다. 너프해달라.'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왔던 경기다.
1경기에서 조태환 선수가 패배한 요인을 분석해보자.
1경기는 박상익 선수의 노련한 심리전이 빛나는 경기였다. 상대를 완벽하게 속이며 빌드상의 우위를 점하고 빠른 부화장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조태환 선수의 대군주가 박상익 선수의 본진에 첫 정찰을 했을 때 추출장이 빠른 것을 보고 조태환 선수는 ‘아 맹독충 저글링이다.’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건 박상익 선수의 1차 속임수. 그렇게만 보여주고 박상익 선수는 바퀴 소굴을 지으며 바퀴 체제로 전환한다.
바퀴 체제 전환 이후 조태환 선수의 저글링이 본진에 한 번 더 정찰을 위해 난입하자 바퀴 체제인 것만 보여준다. 하지만, 이것은 박상익 선수의 2차 속임수.
박상익 선수는 상대의 정찰이 끝나자 빠른 부화장을 선택하고 둥지탑 테크 트리로 전환한다. 조태환 선수는 정찰 이후, '아 상대도 나와 같은 바퀴 체제구나. 그럼 난 앞마당을 먹고 가시 촉수로 방어하면서 후반을 도모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박상익 선수의 심리전에 완벽히 넘어간 것이다.
조태환 선수는 상대가 뮤탈리스크를 뽑을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가시 촉수를 지으며 지상 대비를 하다가 순식간에 패배하고 만다.
저그 vs 저그 전의 특성상 초반 이후에는 상대방 본진 정찰이 정말 어렵다. 그런 만큼 서로의 빌드가 이 경기처럼 극명하게 갈린다.
조태환 선수는 상대의 바퀴 숫자가 적은 것을 보고. ‘아 빠른 테크다.’란 것을 짐작해야 했으나 긴장한 탓에 하지 못했고 결국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상대방 체제에 대한 정찰 실패와 그것을 노린 상대의 심리전. 그리고 유닛 숫자를 보고 상대 체제를 파악 못 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