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에서 만난 리갈마인드
작은달: 준비 많이 했어요?
리갈마인드: 아니요. 어제 한 3게임했나? 그 전날하고 엊그제까지 합치면 총 40게임 정도 한 것 같아요. 맵이 테란에 너무 좋아요. 아 슬프다.
박경락 선수랑 경기할 때도 이렇게 말하고 이겼잖아요.
음? 아 이번엔 정말 자신 없어요. 테란이 프로토스한테 원래 센데, 맵도 이래. 으악 상대도 호락호락하지 않고…
이기시면 재밌는 인터뷰요!
이기면요. (웃음)
그의 뒤에 있던 사람들
작은달: 누구 응원 오셨어요?
후배들: 경수 형이요
작은달: 누가 이길 거 같아요?
후배들: 그걸 우리한테 물어보시면 어떡해요. (웃음)
'인간' 리갈마인드
그는 등장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여고괴담의 모 귀신처럼 둥. 둥. 둥 나타나는 리갈마인드. 모두 깜짝 놀랐죠. 언제 온 것인지 옆에 앉아 있더라고요.
그의 평범하지 않은 등장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샘 선수와 김경수 선수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잠시 엿들어 볼까요?
김샘: 아 저 연습게임 딱 3판했어요. 테란 vs 테란 너무 짜증 나요. (눈물)
김경수: 어 저도 어제 5판 했는데, 테란이 맵 너무 좋게 나왔어요.
김샘: 그래도 프로토스는 한방이 있잖아요. 테란 vs 프로토스 무난하게 흘러가면 프로토스 한 타이밍 나오고. 근데 테란 vs 테란은 삐끗하면 끝이라서..
김경수: 프로토스 vs 프로토스만 하겠어요? (웃음)
김샘 선수와 대화 중
후배가 <스타크래프트 2>에 대해서 묻자 친절하게 대답해주던 그. 경기를 보며 하나하나 상세하게 알려주더라고요. 사람을 이끄는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후배들에게 물어보니 과대표를 맞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수긍했습니다. '이 사람이면 그럴 만 하다.'라고요.
리갈마인드: 프로토스 할 거라고? 중요한 게 뭐냐면..
작은질문 하나도 그냥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궁금한 건 꼭 풀어줬죠. 응원온 후배들이 <스타크래프트 2>를 잘 모르는 걸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어리둥절하던 후배들도 나중엔 재미있게 지켜보더군요.
리갈마인드: 이 상황은 이렇게 저렇게 되고 있어.
경기가 끝나고 관중석에서 만난 리갈마인드
예전에 곰TV와 약간의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예전 인터뷰에서 욕심이 없다고 했는데 이번엔 어때요?
음. 여기까지 오니 한 번 더 이기고 싶네요. 제 상대로 만날 두 분 모두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요.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한번 더 이기면 8강인데?
어? 그렇게되네요. 뭐 욕심이 조금 난 건가?
1경기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는데 어떻게 된 건가요?
아.. 제가 원래 4경기인데 갑작스럽게 먼저 하게 됐어요. 3경기 선수의 세팅 문제로 불가피한 상황이었죠. 전 마음 놓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어가라니 당황했어요. 세팅도 제대로 못 했는데, 결국 일이 난 거죠. 마우스 감도가 맞지 않았어요.
유닛을 드래그하는데 한 두 마리씩 빠져나가고 컨트롤에서 미스가 나니 신경도 자꾸 쓰이고요. 그런데 상대는 제가 정말 열심히 해야 이길 수 있는 상대였거든요.
거의 포기했죠. 다음 경기 맵들은 연습을 거의 안 했으니까요. 그냥 1경기엔 게임 중에 세팅하고 그랬어요.
포기했단 사람치고 2경기를 손쉽게 이겼는데 어떻게 된 거죠?
상대분이 눈에 뻔히 보이는 전략을 사용하시더라고요. 그렇게 가스를 빠르게 캐면 100% 3불곰 러시거든요. 일명 '부드러운남자' 러시요. 이게 멀티를 노리는 빌드에요. 초반에 찔러서 먹히면 손쉽게 경기 가져가는 거고 막혀도 계속 압박 주면서 멀티 하는 거거든요.
미리 아는 전략이었으니 손쉽게 막았고 멀티 할 걸 알았으니 밀고 올라갔죠. 그 타이밍엔 프로토스가 이깁니다. 테란이 유닛이 없거든요.
3경기는 정말 명경기였어요. 어떻게 생각해요?
솔직히 3경기는 초반에 지는 줄 알았어요. 입구를 내준 게 컸거든요. 그런데 어찌어찌 막히더라고요. 마음을 고쳐먹었죠. 파수기 나올 때 가지만 버텨보자고. 생각보다 탐사정 피해도 안 컸고요.
이후 경기는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무난했어요. 는 농담이고 운이 좋았죠. 초반 러시를 막은 후에 로봇 공학 시설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았거든요. 스캔 뿌릴 때까지 모르셨던 것 같더라고요.
만약 일찍 알아채고 타이밍 잡아 들어왔으면 질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죠. 명경기 [바로가기]
3경기 초반에 불곰한테 입구를 내 줬을 때 추적자가 가만히 서 있었는데. 왜 그러셨어요?
아 그건 불곰 충격탄 업그레이드가 이미 끝났는데 무빙컨트롤 해봐야 소용없거든요. 한대라도 더 때리잔 생각으로 가만히 서서 때린 거에요. (웃음)
언제 3경기를 이겼다고 확신했어요?
상대방 바이킹 숫자 봤을 때요. 솔직히 장난하시는 줄 알았어요. 게임 끝날 때까지 많이 보이면 4기 기본 1기밖에 안 보였으니까요. 거신을 잡으려면 최소 7~8기는 있어야 해요. 그래야 추적자 어느 정도 무시하고 거신을 잡을 수 있거든요.
저야 편했죠. 얼마 안 되는 바이킹부터 제거하면 거신은 자유로우니까.
승리했으니 물어보는 건데 연습할 때 뭐가 제일 힘들었어요?
연습상대 구하는 거요. 유명한 팀 소속이 아니니 연습상대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어요. 클랜 IRC 같은 곳 다니면서 연습상대를 구했죠. 거의 1시간씩 걸렸어요. 거기다 목적을 가지고 도와주시는 게 아니어서 길게 연습할 수도 없었어요.
넥스팀과 웨라클랜분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클랜원들도 많이 도와줬고요. 거의 인맥으로 연습 한거죠.
솔직히 연습하다 보면 다른 팀으로 옮기고 싶은 유혹 안 드셨어요?
네. 프로를 지향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Zenith는 제가 만들었어요. 퓨영감님한테 멋대로 마스털를 넘겨준 부 마스터지만. (웃음) 애정이 많이 가요. 클랜사람들도 다 좋고. 사람이 좋으니까 어딜 갈 생각은 잘 안 드네요. 연습이야 제가 조금 고생하면 하는걸요.
어려움을 딛고 승리하신 거네요.
음. 그런셈인가요?.다른 분들은 연습상대가 많은 대신 한정적이잖아요? 이미 자신의 색깔을 갖춘 분들이고요. 그런데 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 다른 게임을 했어요. 자유로운 연습이 도움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수원에서 여기까지 응원온 후배들이 보이네요. 고맙지 않으세요?
당연하죠. 거리가 얼만데. 여기까지 와줬으니 맛난 거 사줘야죠. (웃음) 그리고 직접 오진 않았지만 문자, 인터넷으로 응원해준 모든 분 감사합니다.
리갈마인드: 뭐 먹을래? 가자!
9월 16일 곰TV 목동 스튜디오에서 후배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