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레인> 시리즈로 유명한 국내 1인 개발사 데브박스가 새로운 신작을 출시했다. 3월 18일 정식 출시된 <다크워터: 슬라임 인베이더>(이하 <다크워터>)가 그 주인공이다.
독특한 분위기의 좀비 아포칼립스 <데드레인>시리즈로 많은 관심을 받은 데브박스. 이번 신작에서도 그 관심은 계속됐다. 게임은 2020년 국내 인디게임 대회에서 많은 주목을 받는 데 성공했다. 출전한 곳만 해도 GIGDC 2020, 유니티 코리아 어워드, BIC 2020 등을 포함해 여럿이다. 게 중에는 GIGDC 2020 금상처럼 수상 경력 역시 적지 않다.
게임 정식 출시에 앞서 프리뷰 버전을 체험해볼 기회가 왔다. 만화풍 그래픽과 활을 사용한 액션이 일품인 <다크워터>, 그 안에는 어떤 재미가 담겨있을까? / 디스이즈게임 박성현 기자
<다크워터>는 플랫포머 장르의 재미를 제대로 담아냈다.
<다크워터>는 가시가 나오고 점프로 이를 피해 퍼즐을 풀어가는 게임이다. 즉, '정석 플랫포머'다. 다른 플랫포머 게임과 다른 점이 있다면 총 대신 활을 사용한 액션, 탄약과 스태미나 개념이 있다는 점 정도다. 이를 제외하면 다른 정석 플랫포머 게임과 플레이 방식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점프가 중요하다. 다행히 '픽셀 단위'로 점프를 계산해야 하는 난이도는 아니다. 발판의 간격이나 가시 판정도 널널한 편에 속한다. 게다가 가시에 닿는다고 바로 죽지도 않는다. 가시 배치가 널널하고 즉사 판정이 없어서일까? 게임 속 퍼즐 풀이도 어렵지 않다.
스테이지 곳곳에는 가시를 피해 아이템을 습득하는 퍼즐 요소가 있다. 이를 통해 전투와 탐험에 도움 되는 요소를 획득 할 수 있다. 가령 활을 쏘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공중에서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거나, 체크포인트에서 회복량이 증가하는 등 말이다.
게임 속 퍼즐 대부분은 장치와 가시의 조합이다.
게임 초반에는 퍼즐이 단순하다. 피지컬이 요구되는 상황도 적다. 퍼즐들은 해당 스테이지에서 새롭게 배운 지식을 요구한다. 점프 발판이 처음 등장한 스테이지에는 이를 활용해 높은 곳의 아이템을 습득하거나, 가시를 피하며 먼 거리를 이동하는 퍼즐이 등장하는 식이다.
스테이지를 진행할수록 퍼즐 난이도도 올라간다. 더 다양한 장치와 이를 응용한 퍼즐이 등장한다. 활을 사용한 액션과 점프의 사용 빈도도 증가한다. 이에 따라 요구되는 피지컬도 점차 늘어간다. 요구되는 피지컬은 합리적인 편이다. 이전 스테이지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시 배치도 널널한 편이고, 픽셀 단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부담감은 덜하다.
이러한 퍼즐 난이도 덕일까? <다크워터>는 '모난 데 없이' 잘 만들어졌다. 지형지물의 배치나 퍼즐 풀이 과정이 합리적으로 느껴진다. 숨겨진 요소들도 진행 과정에서 쉽게 발견 가능하다.
전체 난이도나 난이도 상승 폭도 적당하다. <다크워터>는 스테이지마다 새로운 장치와 퍼즐을 어떻게 풀면 되는지 친절히 설명한다. 그리고 다음 스테이지에서 이를 응용한 퍼즐을 등장시킴으로 학습한 내용을 잊지 않게 한다.
활을 사용한 다양한 퍼즐도 등장
퍼즐 풀이는 게임 진행에도 필요하다.
<다크워터>는 주인공과 할머니의 여정을 다룬다. 할머니는 조작이 불가능하다. 활을 통한 전투나 이단 점프가 가능한 주인공과 달리, 강력한 스킬이나 별다른 능력도 없다. 할머니가 안전하게 올 수 있게 플레이어가 앞서나가 길을 터줘야 한다.
대신 일부 퍼즐은 주인공 스스로 해결 불가능하다. 할머니와 협업이 필요하거나, 할머니만이 해결 가능한 구간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기존과 다른 퍼즐 풀이가 요구된다.
할머니 구경만 하지 말고 같이 밀어주세요
주인공과 할머니의 여정은 슬라임 때문에 시작된다. 마을에서 평화롭게 살고 있던 주인공과 할머니는 슬라임의 갑작스러운 침공에 마을에서 피신한다. 그러나마을에서 보물을 챙겨오고 싶어 하는 할머니, 이에 주인공은 할머니를 따라 고된 여정을 떠나게 된다.
배경 설명이나 시스템 설명 등을 제외하면 텍스트 요소가 적은 게 특징이다. 게임은 이야기를 이모티콘을 통해 풀어간다. 캐릭터들이 슬플 때면 'ㅜ_ㅜ', 즐거우면 '^ㅇ^' 말풍선이 등장하는 식이다. 이런 이야기 풀이 방식과 아기자기한 그래픽이 합쳐져 게임은 동화책을 읽는 듯한 독특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다크워터>의 재미요소는 여럿 있다. 하지만 기자는 '공략을 볼 필요가 없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게임이 지닌 강점은 '부드러운 학습곡선'이다. 반면 일부 플랫포머 게임은 도전욕구를 주는 데에만 집착해 학습 곡선이 가파르다. 게임의 난이도가 갑자기 올라가는 경우가 흔하고, 그럴 때마다 기자는 공략을 찾아보고 싶었다.
반면 <다크워터>는 완만한 학습곡선덕에 몰입이 깨지는 일이 없었다. 새로운 퍼즐은 매 스테이지에 등장하지만, 언제나 익숙해질 시간이 충분히 주어진다. 합리적이고 천천히 올라가는 난이도 덕에, 플레이어가 실수와 해결 법을 파악하는 것도 수월하다.
누군가 '플랫포머 게임은 무슨 재미로 해요?'라고 묻는다면 <다크워터>를 권하고 싶다. <다크워터>는 플랫포머 본질에 충실한 게임이다. 장르의 참재미를 느끼기엔 이만한 게임도 없다. 고인물에게도 마찬가지다. 매번 '매운맛'에만 고통받은 여러분에게 가끔은 순한맛도 필요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