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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사이버펑크 배경은 참 예쁘지만, 게임플레이는 아쉬운 '디 어센트'

[리뷰] 네온 자이언츠의 디 어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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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주(4랑해요) 2021-08-06 11:58:36
'사이버펑크'는 이제 게임에서 꽤 흔한 소재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빛을 픽셀 단위로 표현하는 '레이 트레이싱'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며 'RTX ON'이란 단어가 유행어처럼 퍼진 지금, 사이버펑크가 이런 그래픽을 선보이기 좋은 소재라는 것도 한몫할 것이다. 레이 트레이싱 표현을 위해 네온 사인으로 가득 찬 도시를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것은 없으니까.

<디 어센트>도 이런 흐름에 올라탄 게임이다. 신생 개발사의 첫 작품이고 개발 인원도 많지 않았지만, Xbox Series X의 동시 발매 타이틀로도 언급되는 등(결국 출시 연기로 인해 무산됐다) 화려한 사이버펑크 그래픽을 뽐내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연기 끝에 발매된 <디 어센트>는 냉정히 말해서 유저와 웹진의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모양새다. "만족스러운 총격전, 멋진 사이버펑크 테마를 가진 게임"이라고 호평한 해외 웹진도 있지만 "의미 없는 스토리, 부실한 탐험 요소가 게임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 리뷰어도 있다. <디 어센트>의 평가가 이렇게까지 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 김승주 기자


 

# 그래픽은 멋지지만, 이를 받쳐주지 못하는 게임 완성도

 

<디 어센트>는 벨레스라는 행성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벨레스는 '어센트'라는 기업이 통치하고 있는데, 어느 날 어센트 그룹이 갑작스럽게 활동을 멈춰 행성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되어 버린다. 플레이어는 사태가 더욱 커지기 전에 임무를 완수하고 모든 사건의 원흉을 알아내야 한다.

본격적인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에 짚어야 할 점은, <디 어센트>의 배경만큼은 엄지를 치켜세울 만큼 훌륭하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콘크리트와 네온사인으로 뒤덮인 도시, 희망 없이 도시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시민들, 쓰레기가 가득 찬 하층부와 대비해 깔끔한 외관이 돋보이는 거대 기업의 본사까지. 배경 아트워크와 그래픽 하나는 "정말로 소규모로 개발된 게임이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디 어센트>의 배경 '벨레스'

 

벨레스의 풍경

 

디자인 하나는 정말 멋진 부분이 많다

 

여기에 독특한 카메라 워킹을 더했다. 플레이어가 어느 구간에서 전투하냐에 따라 카메라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데, 이런 부분에서는 경력 있는 개발자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이 느껴진다. 

적들을 쏘고 엄폐하는 액션도 나쁘지 않다. 특히 탑 뷰 액션 게임에서 잘 신경 쓰지 않는 '고저차'를 게임 내에 구현했다는 것이 돋보인다. 오른쪽 마우스를 눌러 조준하면 플레이어 캐릭터는 높은 곳을 조준하며, 이 경우에는 고지대에 있는 적을 사격하거나, 엄폐한 상태에서 총을 내밀어 상대를 사격할 수 있다. 대신 키가 작은 적은 주인공의 사격을 회피한다.

 

엄폐는 중요하다

 

카메라를 활용한 연출이 돋보이는 구간이 많다

문제는 이런 배경 그래픽과 게임 시스템을 세부적인 게임 완성도가 뒷받침해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먼저 대부분의 콘텐츠가 임무를 받고, 이동하면서 적들과 총격전을 벌이는 단순 반복이 전부다. 파밍 콘텐츠도 '존재하지 않는' 수준은 아니나, 단순히 서브 퀘스트를 완료하고 새로운 무기를 얻거나 부품을 모아 대미지를 강화하는 수준에서 그치기에 흥미롭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전투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적 종류를 기계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구분하고, 대미지 타입을 '물리', '에너지', '디지털', '불' 등 네 가지로 나눴다. 인간형 적에게는 물리와 불이 유효하지만, 기계 타입 적에게는 해당 속성 공격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런데 해당 시스템에 대한 내용을 게임에서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걸 모른다면 게임 중반부에 큰 고생을 하게 됨에도 말이다.

 

<디 어센트>의 캐릭터 육성 시스템

 

사전 예약 DLC로 제공하는 무기가 없다면 이 녀석과 싸울 때 꽤나 고생할 확률이 높다

코옵을 상정한 덕분에 적들이 사방팔방에서 몰려온다는 점도 문제다. 적들과 조우하고 엄폐를 하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적들이 플레이어 뒤에서 스폰된다. 엄폐와 사격을 통해 손쉽게 게임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예방책으로 볼 수 있으나, 툭하면 적은 뒤에서 나오고, 심지어 중반부부터는 제트팩을 활용해 플레이어에게 뛰어들거나 미사일 발사대를 설치하는 등 정신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다 보니 게임 오버 화면을 꽤 자주 보게 된다.

멋진 배경 그래픽과 독특한 카메라 워킹도 이런 게임 콘텐츠의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한다. 비가 내리는 고층 빌딩 옥상에서의 전투, 순간적으로 사이드뷰로 카메라가 바뀌며 이루어지는 일직선 전투를 보면 분명 큰 노력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에는 단순한 '일회성 연출'로 낭비되어 버린다.

 

멋진 배경이 많지만, 한 번 등장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아쉽다

 

고저차 시스템도 아이러니할 때가 있다. 아래에서 위를 공격할 수는 있지만, 위에서 아래를 공격할 수는 없다

 

가장 재미있는 점은 '가시성'에 대한 부분인데, 사이버펑크 세계관을 표현하려 한 덕분인지 도시는 수많은 시민으로 북적이고, 이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다. 그런데 일반 시민과 적 NPC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비전투 NPC도 플레이어의 총격에 사망하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러면서도 동료 NPC는 "왜 무고한 사람을 쏘아 죽이냐"고 태클을 거니 플레이어로써는 답답한 상황이 발생한다. 다행히 비전투 NPC를 쏘아 죽인다고 해서 받는 페널티는 전혀 없다. 

코옵을 강조했음에도 단순한 슈팅 외에는 '협동'을 느낄 수 없다는 점도 문제. 4인 코옵을 진행하더라도 단순히 더 강하고, 더 많은 적들을 쏴 죽이기만 할 뿐 서로의 역할 분배를 통해 목적을 완수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이런 코옵 플레이를 상정한 덕분에 솔로 플레이에서도 적은 사방팔방에서 몰려와 플레이어로써는 '난감한'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옆에서는 총격전이 벌어지는데 태연히 춤추는 시민들. 등장하는 NPC가 너무 많아서, 신나게 싸우고 방 하나만 넘어가면 또다른 NPC들이 멀뚱멀뚱 서 있는 경우가 많다.

 

사방팔방에서 플레이어를 공격하는 적들

 

코옵을 위한 별도의 맞춤형 레벨 시스템이 없으므로, 가능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진행하길 추천한다. 아니면 메인 퀘스트는 혼자 완수하고, 서브 퀘스트만 같이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스토리도 게임 시작부터 큰 설명 없이 플레이어가 사건에 휘말리는 모습을 보여 줘, 배경 지식을 이해할 새도 없이 숨가쁘게 진행된다. 게임을 진행하며 코덱스를 통해 플레이어 스스로 용어를 이해하고, 세계관에 대해 이해를 돕는 NPC를 통해 천천히 세계관에 빠져들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플레이어는 왜 싸우는지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게임을 진행하게 된다. 

여기에는 엉성한 한글화도 한몫하며, 심지어 첫 미션을 진행한 후 배경 설명을 해 주는 NPC도 별도로 안내해 주지 않는다. 다행히 어색한 현지화에 대한 부분은 개발사 측에서도 패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으니 추후 패치를 기다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첫 미션에서 만난 NPC가 이것저것 설명해 주긴 하는데, 문제는 "나중에 술 한잔 하지"라는 말을 플레이어 스스로 기억하고 알아서 찾아야 한다

그래도 코덱스에 꽤 공을 들인 티가 난다

 

 

# 돈 값은 하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게임

 

정리하자면 <디 어센트>는 좋게 말하면 평범한 작품, 나쁘게 말하면 아쉬운 작품이다. 배경 그래픽은 훌륭하고 몇몇 요소에서는 숙련된 개발자의 손길을 거쳤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무턱대고 호평하기에는 게임 플레이는 너무나 단조롭고, 스토리는 몰입하기 힘들다. 아트워크와 그래픽은 꽤나 뛰어나지만, 세부 게임 시스템을 살피면 적은 인원으로 개발됐다는 것이 절절히 느껴진다.

그래도 <디 어센트>는 '돈값'은 하는 게임이다. 필자는 늘 게임 리뷰를 작성할 때마다 '가격'도 중요한 평가 요소로 생각한다. 비싼 돈을 주고 구입한 게임이 빈약한 콘텐츠와 낮은 퀄리티로 플레이어을 맞이한다면 그것보다 '열받는' 순간은 없으니까. 그리고 <디 어센트>는 AAA 게임이 아니다. 출시 할인가를 적용하면 3만 원 정도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메인 퀘스트 플레이타임 자체만 10시간 정도임을 고려하면 나름 가격 대비 콘텐츠는 풍부한 셈이다. 개발사 측에서 과장된 사전 인터뷰를 통해 게임 내용을 부풀린 정황도 없다. 3만 원 정도에 머리 비우고 즐길 만한 사이버펑크 액션 게임을 원한다면 나쁘지 않다.


현재 <디 어센트>는 스팀에서 '대체로 긍정적' 평가를 유지하고 있다. <디 어센트>가 개발사의 대표 흥행 작품이 되어 후속 작품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사후 업데이트를 통해 단조로움으로 가득 찬 벨레스를 어떻게 채워나가냐에 달렸다. 게임 하나로 낭비해 버리기엔 벨레스의 디자인은 너무나 아깝다.

 

멋진 배경 그래픽을 생각하면 여러모로 아쉬운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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