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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TIG 퍼스트룩] 하데스 개발사의 숨은 명작, '파이어'(Pyre)

이형철(텐더) 2022-01-03 10:27:01

세상은 넓고 게임은 많습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15년 역사의 게임 전문지 디스이즈게임에서

어떤 게임이 맛있는지, 맛없는지 대신 찍어먹어드립니다. 밥먹고 게임만 하는 TIG 기자들이 짧고 굵고 쉽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TIG 퍼스트룩!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개발한 로그라이크 <하데스>는 2020년을 뜨겁게 달군 게임이었습니다. 화끈한 액션과 장르의 색깔을 살린 게임 구성은 물론, 고퀄리티의 음악과 그래픽 등으로 인해 수많은 매체와 유저의 극찬을 받았기 때문이죠. 실제로 <하데스>는 지난해 AIAS, BAFTA, GDC로부터 올해의 게임(Game Of The Year)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기자는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과연 슈퍼자이언트 게임즈가 <하데스>를 개발하기 전에는 어떤 게임을 만들었을지 말이죠. 그간의 흐름을 살펴보면 슈퍼자이언트 게임즈는 <바스티온>(2011년), <트랜지스터>(2014년), <파이어>(Pyre, 2017년), <하데스>(2020년)에 이르기까지 3년마다 신작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중 눈길을 끄는 건 세 번째 게임 <파이어>입니다. <파이어>는 메타크리틱에서 48개 매체로부터 평균 85점을 받은 데 이어 오픈 크리틱에서도 81%의 추천도를 기록하는 등 여러모로 큰 호평을 받은 게임인데요, 정작 한국에서는 이렇다 할 호응을 얻지 못했습니다. 대사 분량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지난 5월, 한 유저분의 노력으로 한국어 패치가 공개됨에 따라 드디어 <파이어>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기자를 떠나 한 명의 게이머 입장에서 무척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셈이죠. <하데스> 개발진이 빚어낸 독특한 감성의 게임, <파이어>가 선사하는 불꽃 속으로 뛰어들어봤습니다. 

 




 

 

<파이어>는 자유를 되찾고자 뭉친 추방자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유저들은 리더(Reader)라 불리는 주인공이 되어 추방자들과 함께 '나이트윙'이라는 팀을 꾸린 뒤, 자유를 노리는 다른 집단과 '의식'이라는 이름의 경쟁을 펼쳐야 합니다.


게임의 핵심 콘텐츠 의식은 3 대 3으로 펼쳐지는 농구 또는 럭비에 가깝습니다. 전장 가운데 위치한 '성구'를 활용해 상대 진영을 먼저 파괴하는 팀이 승리하는 방식이죠. 길거리 농구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보시면 될 듯하네요.

개발진은 의식에 몇 가지 독특한 규칙을 더함으로써 '의식'에 색깔을 입혔습니다.

먼저 '결계'입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자신의 몸집에 따라 다른 크기의 결계가 두르는데요, 이를 통해 결계가 없는 캐릭터를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일종의 공격형 보호막인 셈이죠. 한 가지 재미있는 건 성구를 든 캐릭터는 결계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즉, 성구를 들고 상대 골문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상대 결계에 맞아 소멸될 수 있는 거죠. 전략적인 선택이 필연적으로 요구되는 구조입니다.

 

캐릭터를 맴도는 '결계'는 의식의 가장 핵심 시스템이다
상대 진영을 먼저 파괴하면 승리하는 방식

전장별로 다르게 구성되는 지형지물도 게임에 변수를 더해줍니다. '별'의 환경이나 색깔에 따라 나이트윙이 의식을 펼치는 장소 역시 달라지니까요. 길을 막는 장애물이 생기는가 하면 특정 캐릭터는 지나갈 수 없는 지대가 갑자기 생기는 등 그 종류도 제법 다양합니다. 이렇게 생성된 지형지물은 대쉬나 점프를 통해 피할 수 있는데요, 상대 공격을 회피하는 용도로도 쓰이는 만큼 신중한 판단이 요구됩니다.

성구를 넣는 과정도 꽤 흥미롭습니다. 성구를 지닌 채 상대 진영으로 돌격할 수도 있지만, 먼 거리에서 성구를 던지는 것도 가능하죠. 물론, 후자의 경우엔 상대가 손쉽게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도 꽤 큰 편입니다.

또한, <파이어>에서는 한 번에 단 하나의 캐릭터만 조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두 캐릭터는 별도의 움직임 없이 제자리에 가만히 멈춰있고요. 자신이 조작하지 않는 캐릭터들도 지속적으로 움직임을 가져가는 축구, 농구 게임과는 확실히 다른 구조입니다.

따라서 유저들은 직접적인 조작은 물론 대기 중인 캐릭터의 배치에 있어서도 온 힘을 쏟아야 합니다. 세 캐릭터를 지속적으로 스위칭해가면서 의식을 치를 수도 있지만, 큰 결계를 두른 캐릭터를 진영에 배치해 수비를 단단히 한 뒤 빠른 속도의 캐릭터를 조작해 성구를 운반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으니까요. 상대 진영에 성구를 넣은 캐릭터가 일정 시간 소멸된다는 점도 포인트입니다.

이처럼 <파이어>는 모든 선택에 있어 전략적 고민이 필요하게끔 설계돼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파이어>가 본격 스포츠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게임의 메인 콘텐츠인 의식은 특정 스포츠 종목과 유사한 구조를 하고 있긴 하지만, 기성 스포츠에서 쓰이는 표현은 전혀 사용하지 않습니다. 공은 성구, 경기는 의식 등 <파이어>가 만들어둔 세계관 속 단어로 표기되죠. 많은 사람에게 익숙한 기성 스포츠에서 규칙을 따왔지만, 이것이 <파이어>의 의식 행사처럼 느껴지도록 유도한 겁니다.

 

이는 <파이어>가 풀어내는 메인 스토리와 연결됨으로써 좋은 시너지를 빚어냅니다. <파이어> 속 캐릭터와 세계관은 과장 조금 보태서 '거를 부분 없이'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각기 다른 사연을 품은 캐릭터와 형형색색의 월드, 매력적인 BGM 등으로 인해 플레이 내내 눈과 귀가 즐거웠을 정도니까요. <하데스>에서 볼 수 있었던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특유의 감성히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세심한 빌드업을 통해 전해진 스토리와 배경은 게임 종반부에서 큰 역할을 수행합니다. 캐릭터의 사연에 공감하고, 의식을 통해 유대를 쌓으며 마지막 의식에 도달한 유저 앞에 "단 한 명만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 선택하라"라는 과제가 주어지기 때문이죠. 아꼈던 캐릭터를 영원히 보내야 한다는 딜레마는 물론 그간 의식을 진행한 패턴도 바뀔 수 있는 만큼, 유저 입장에서는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게임의 분량과 규모가 아주 크진 않지만, 굉장히 영리한 방법으로 이를 풀어냈다고 보면 될 듯하네요.

 

개발사 특유의 분위기가 담긴 그래픽은 물론

세계관에 대한 설명도 꽤 구체적이고 매력적이다

하데스에서 볼 수 있었던 특유의 색감도 그대로다

 

 

<파이어>는 썩 괜찮은 게임이었습니다. 스포츠에 RPG를 섞은 독특한 구조는 물론이고,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 특유의 감성도 꽤 맘에 들었거든요. <하데스>를 통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슈퍼 자이언트 게임즈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는 포인트였습니다.

 

2021년은 유독 AAA급 게임이 부진을 면치 못한 해로 기억될 듯합니다. 엄청난 기대를 받고 출시된 대형 게임이 부족한 완성도로 인해 엄청난 비판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덕분에 최근 유저들 사이에서는 믿고 플레이할 만한 게임이 사라져간다는 불만을 털어놓는 이도 적지 않죠. 

 

어쩌면 <파이어>는 이처럼 얼어붙은 유저들의 마음을 따스히 녹여줄 게임이 될지도 모릅니다. 규모는 작지만 굉장히 알찰뿐더러, 전달하고자 하는 게임 플레이와 메시지도 확실하니까요. <파이어>가 선보이는 독특한 감성을 통해 지친 게이머의 몸과 마음을 달래줄 힐링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요?

 

 



 

▶ 추천 포인트

1. 개발사 특유의 스토리텔링과 그래픽

2. 따뜻한 BGM

3. 스포츠+RPG의 재미

4. 뛰어난 몰입감

 

▶ 비추 포인트

1. 메인 스토리의 반복 요소

2. 스포츠를 꺼린다면 메인 콘텐츠 역시 불호일 가능성이 높다

 

▶ 정보

장르: RPG

개발: 슈퍼자이언트 게임즈

가격: 21,000원

한국어 지원: X (유저 패치 존재)

플랫폼: PC, PS4

 

▶ 한 줄 평 

사랑하는 이에게 다시 돌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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